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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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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5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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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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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발리 왕 - 4

DUMMY

쿠콰광!

동시에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청뢰(靑雷)가 떨어졌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뇌전.


순간 아홉째가 바즈라를 들어 반구형의 보호막을 생성해냈으나 방금의 공격은 우리가 지나쳐온 번개들과 차원이 다른 전격이었는지 보호막에 투둑. 하고 금이 갔다.


[흐하하하! 혈뇌역천문(血雷逆天門)의 장난감인가. 어디 다음 일격도 막을 수 있는 지 보자꾸나!]


“도우, 이틈에 몸을 피하십시오. 다음 일격이 오면 저라도 막아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서!”


입술에서 피가 났다. 전격 때문은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의 무력함이 한심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짐덩어리라니. 하지만 고집을 부릴 여유 따윈 없었다.


나는 아홉째의 말에 따라 빠르게 보법을 밟아 발리 왕에게서 멀어졌다.


발리 왕 또한 나에겐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양 손에 거대한 뇌전을 모을 뿐이었다.


이윽고 둘이 점으로 보일 만큼 멀리 떨어졌을 즈음.


나는 도망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야. 왜 멈춰.


“시끄럽다.”


-얼른 도망가라. 여긴 아직 저 미친 번개원숭이 공격범위 안이야.


“아홉째를 도와야겠다.”


-아니 그게 무슨..


“애초에 그가 지금 위험에 빠져있는 것도 나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 아니더냐. 그러니 도와야겠다.”


-미치겠네. 지금 저 광경 안 보여? 삼백 장이 떨어진 이곳에서도 뇌전이 미친듯이 튀는데 뭘 어떻게 도우려고?


“방법이 있다. 나한테 은잠술을 걸어줘라.”


-하 미치겠네. 싫다면?


“혼자라도 가야지.”


-...


내 말이 진심임을 느꼈을까. 메제드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래. 알겠다. 내가 닐 어떻게 말리냐.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아홉째를 믿지 말아라. 그는 천하에 둘도 없는 악인임이 틀림없다. 놈의 영혼은 너무 많은 때와 핏자국이 매캐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나는 피식 하고 웃었다.


“난 아홉째를 믿지 않는다.”


-그럼 됐군.


“그저 나의 눈과 그의 진실된 행동을 믿을 뿐이다.”


-...


나는 만혼귀주문으로 지네 형태의 영혼 한 기를 꺼냈다.


이 영혼은 이전에 종유석 동굴 아래에서 아홉째와 죽인 강력한 마물의 영혼이었는데, 연기기 7성에 이르면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강력한 영혼인 탓에 아직 마기제본술이나 강신본경, 혈음쇄마결 따위의 수법으로 부리긴 힘들었지만 이렇게 만혼귀주문으로 단순히 꺼내 쓰는 것은 가능했다.


그런 뒤 나는 저물대에서 검은 장미를 하나 꺼내 지네 영귀(靈鬼)에게 꽂았다.


-그 장미는 이전에 베파이로스와의 싸움에서 생겼던 것 아니더냐. 그걸 왜 저놈에게..


“이 장미는 내 마력과 공명하는 공능이 있지. 네가 나한테 은잠술을 걸면 이 지네 영혼 또한 기척이 지워질 것이다.”


-설마 저 지네를 타고 발리 왕에게 접근하겠다는 거냐?


“그래. 공중에서 놈에게 접근해 뇌신석을 박아넣을 생각이다. 그럼 뇌신석이 조금이라도 놈의 힘을 빨아들이겠지.”


-자살 행위다. 애초에 저 정도 경지의 요괴 수사가 방어법진 하나 안 둘러놨을 리도 없거니와 뇌신석을 박아넣은들 효과가 없을 거다. 그건 그렇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야.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제발, 안된다. 네가 없어도 아홉째는 충분히 살아남을거다. 애초에 네가 가봤자 방해만 될 거다.


“그래서 가는 거다.”


-그게 무슨.


나는 지네 영귀의 등에 올라타고는 말했다.


“짐이 되어 썩기보단 한 자루 검으로서 부러지는 것이 낫다. 난 항상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건 다르지 않느냐..


“은잠술법이나 걸어라.”


사락.


조용히 걸리는 은잠술.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원래 삶이란 끓일수록 진해지는 법이다. 기화해버린다면 애초부터 맹탕이었을 뿐.”


메제드는 답이 없었다.


나는 발리 왕을 바라봤다.


그곳엔 찬연한 황금빛 번개를 양 주먹에 쥔 거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청색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서 있는 아홉째의 모습.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지네 영귀를 재촉해 발리 왕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발리 왕의 황금빛 번개에서 튀는 뇌전때문에 영귀가 고통에 신음했다.


“제길!”


온 공력을 끌어다모았는데도 백 장 밖에서 터져나오는 충격파 하나 감당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많은 격의 차이가 있는 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여기서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지네 영귀는 그대로 소멸하리라.


이윽고 천천히 발리 왕의 두 손이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에 따라 하늘에 맺혀있던 번개의 창이 푸른 구체에 서서히 다가갔다.


그 모습은 마치 원숭이의 형상을 한 신이 거룩한 천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끼에에엑!


손이 내려오며 뇌전이 더욱 거세지자 지네 영귀가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땅바닥에 나뒹굴며 뇌신석과 강신본경의 수법으로 간신히 몸을 지켰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끝났군..


콰아아아아아아!


선연한 황금빛이 하늘을 덮었다.


은령탈혼보를 발동할 새도 없었다. 말 그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온 세상을 황금빛 뇌전이 뒤덮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몸은 상처입지 않았다. 오히려 발리 왕에게서 뿜어져나오던 충격파가 사라진 탓에 압박감이 사라지기까지 했다.


웅웅.


그때 공중에서 공명음이 들려와 바라보니 검은 장미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 검은 장미에서는 묵빛 기운이 흘러나와 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번개의 폭발에게서 나를 지켜줬음을 직감하고 검은 장미를 가져가려 했으나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검은 장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땅바닥에 앉아있자니 뇌룡의 시험을 거쳐 올 때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눈 앞에는 오직 황금빛 뇌전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황금빛의 격류 속에서 붉은 뇌전(血雷)이 하늘을 타고 오르는 것(逆天)을 보았다.


“아..”


나는 넋을 놓고 붉은 번개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마치 피처럼 새빨간 뇌전은 거목의 형상을 한 채 그 가지를 하늘로 끝없이 뻗어내고 있었다.


오직 황금색의 뇌전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뒤집어 버리겠다는 듯 꾸역꾸역 번개를 물리쳐내며 그 틈을 비집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번개의 중심엔 아홉째가 있었다.


안력을 돋구니 그는 부스러진 바즈라를 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거짓된 세상에서 오직 변하지 않는 것들만을 의지하나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온몸이 황금빛 번개로 이루어진 원숭이가 발을 한 번 구르자 모든 것을 먹어치울 듯 자라나던 붉은 뇌전의 나무는 픽. 하고 스러져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검은 장미가 멀어질수록 내 몸에 흐르는 묵빛 기운도 옅어져 몸 속으로 뇌전이 흘러들어왔다.


치지직.


살갖이 탄다. 내장이 쭈그러든다. 심장이 노릇하게 구워진다.


그러나 가야 했다. 저기 아홉째가 홀로 싸우고 있잖은가.


내가 아니면 누가 저기에 가겠나.


그렇게 마음먹자 무언가 몸에서 따뜻한 파동이 흘러나왔다.


번개의 대지를 지나치는 동안 눈뜬 기감이 아홉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발리 왕의 거대한 손가락이 아홉째의 머리를 장난감처럼 짓누르고 있었다.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가지고 놀듯. 황금빛 뇌전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아홉째의 반응을 즐기는 듯 했다.


마치 지저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우리 또한 원숭이에게 사냥당하는 지저인들과 다를 바 없음인가.


힘이 없다는 건 이 세계에서 곧 죄악인 셈이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황금빛 뇌전을 뚫고 아홉째에게 다가갔다.


어째서인지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샘솟았다. 여의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내 몸에 무엇인가가 깃든 것만 같았다.


그러자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아홉째.


“도우, 그 팔..”


아홉째가 내 왼팔을 가리켰다.


내 왼팔에는 기이한 문자열이 떠올라 있었다.


그 문자들을 보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천둔지서에서 빠져나온 문자들.


백지투성이 파본인 줄로만 알았던 그 서적에서 찢어져 나온 책장이 나에게 깃들어 있었다.


나는 왼팔에 떠오른 문자들을 보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본능적으로 그 뜻이 영혼에 각인되었다.


먹어라.


뇌전을 먹어라.


신을 먹고 아수라왕을 먹고 보살도 미륵도 천국도 정토도 별도 우주도 겁천만년의 삼천대천세계를 전부 먹어치워라.


그러기 위해서 내가 너를 하늘로부터 숨겼나니(天遁).


그것이 천둔의 첫 번째 의미이다.


[음? 먼저 도망간 벌레 아니더냐.]


발리 왕이 날 보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말을 걸어왔다.


[크흐하하하! 이거 진귀한 광경이로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이냐? 제 발로 사지에 기어오다니.]


발리 왕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 축기기 인간 수도자 놈은 내 시험을 견딜 수 있지만 네놈의 수준으론 무리다. 널 위한 시험은 따로 준비되어 있었노라. 허나···]


나는 더 듣지 않고 작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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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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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 왕 - 4 24.06.10 8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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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리 왕 - 2 24.06.07 84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9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14 등천암로(登天暗路) - 12 24.04.08 170 2 11쪽
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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