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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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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8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4.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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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천계(天界) - 1

DUMMY



똑. 똑.


​​



종유동굴에 다가가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도착해보니 과연 종유석의 석순이 사선으로 깔끔하게 베어져 있는 것이 단순한 요수의 짓은 아니었다.



석순 위에 가라앉아 있는 분진들과 핏자국. 그리고 바닥에는..



진흙?



4년동안 동굴 이곳저곳을 다니며 거의 본 적 없었던 종류의 진흙이었다.


입자가 매우 거친 진갈색의 진흙.


식물이 부식되어 만들어진 것만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토속성 공법이로군.


"토속성 공법이라니. 설마 이 진흙이 공법의 산물이라는 거냐?"


-맞다. 전투가 있었어. 수준은 고작 연기기 3성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분명히 공법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다.


“근처에 토공법을 다루는 요수라도 나타난건가.”


-아니.


“그럼 인간 수사가 남긴 흔적이라고?”


-공법의 흔적, 인간 정도의 눈높이에서 잘려나간 종유석의 흔적, 진흙의 종류까지. 확실하다. 이건 인간 수사의 짓이다.



메제드의 말에 나는 침음을 흘렸다.


나는 지난 3년동안 등천암로에 체류하며 이곳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았다.


그 중 하나가 지저인들에게서는 절대로 영근을 가진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수선자들끼리 결합해 아이를 낳아도 영근을 가진 인간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이 땅에 아로새겨진 법칙이자 천형.


그렇기에 지저인들이 우리를 땅 밖에서 온 존재, 천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공법을 남긴 존재는 등천암로 외부에서 왔음이 확실했다.



"최근에 이곳에 유입된 수사로군."


-아마도. 게다가 놈은 이곳의 지형이 익숙치 않은 것이 틀림없다. 토질에서 공법의 미숙함이 보여. 일단 흔적을 따라가보거라.



나는 메제드의 말대로 길게 늘어진 핏자국을 따라갔다.


중간에 흙 따위로 핏자국을 지우려는 흔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추적을 도왔다.


그렇게 석순의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멀리서 낯선 인영이 보였다.


무언가를 잔뜩 경계하는 듯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


척 보기에도 곳곳에 상처가 가득하고 의식영역이 흔들리는 것이 상태가 안좋아 보였다.



"으흑.. 흑. 거기 누구 없소? 나 토전문()의 오 수사외다. 좀 도와주시오!"



내 의식영역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갑자기 소리치는 인영.


나는 언제라도 귀주문을 발동시킬 수 있도록 준비한 뒤 그에게 다가갔다.



"잠, 잠깐! 부탁이니 신원을 먼저 밝혀주쇼. 어디 소속의 도우시오?"



소속?


나는 대충 아무 이름이나 지어 말했다.




"귀령문 소속이다. 연기기 3성이지."


"귀령문? 연합에 그런 문파도 있었던가. 아무튼 잘 됐소. 혹시 가진 내상약 있소?"


"있긴 하다만.."



그러자 벌컥 소리를 지르는 상대방.



"그럼 뭐 하는 거요! 이 상처 안 보이외까. 내 사례할테니 냉큼 주시오."



나는 묵묵히 약간의 약재를 내어주었다.


그러자 화색이 돌며 상처가 난 부위에 금창약 따위를 바르는 도사.



"고맙소. 덕분에 상처가 덧나진 않겠군. 나는 오창식이라고 하오."



악수를 건네는 도사. 나는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같은 연합 소속인데 뭘. 사례는 따로 할 필요 없다."


"하하. 이거 오랜만에 호인을 만났구려. 아까 소리를 지른 것은 사과하겠소이다. 너무 급해서 그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던 거지? 핏자국이 동굴부터 이어져 있던데."



그러자 도사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음마문의 수사에게 습격당했소."


"음마문이라면 분명.."



들어본 적 있었다.


분명 소해랑의 입에서 나왔던 수도가문 이름 아니었던가.



"다행히 토면귀식의 수법을 이용해 빠져나올 순 있었지만 놈은 놓치고 말았소."


"이거 큰일이군."


"그래서 말인데 나랑 같이 추적조 본단까지 가줄 수 있겠소? 이대로는 거동도 힘들어서 말이요."


"알겠네."


"고맙소! 이 은혜는 내 필히 갚겠소."



놈의 눈빛에 희열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놈에게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검붉은 빛의 파장.


나의 우안이 음울한 진실을 토해냈다.



[거짓.]



거짓. 거짓. 거짓.


저 오창식이라는 자가 말하는 것 중 어느 하나 진실인 것이 없었다.



나는 저물대 안의 만혼귀 중에서 귀주()들. 그것도 속박의 한을 지닌 귀주들을 꺼내 두 손에 감았다.



그러자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돌연 나와 거리를 벌리고 토갑을 연성하는 도사.


나는 양 팔을 벌렸다.



"허허.. 도우. 갑자기 무섭게 왜 그러시오."


"개."


"읍..!"



그리고 아까 도사에게 주었던 약재를 통해 피부 곳곳에 스며들은 속박의 령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토갑도 해체된 채 땅바닥에 묶인 도사.



"대체 어느 새에.. 어떤 기척도 느끼지 못했거늘."



녀석이 땅바닥에서 버르적거리며 말했다.



"그건 알 것 없다. 오로지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익..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거 같느냐! 토전문이 네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야!"



내 말을 끊고 들어오는 토전문의 수사.


머리에 핏발이 선 것이 꽤나 열받은 모양이다.


나는 성원에 답해주고자 고통으로 울부짖는 영혼을 꺼내 놈의 뇌간, 즉 상단전에 그대로 때려박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내 말 끊지 마."


"알, 알겠습니. 다. 그, 그만. 그만!"



그래도 의사표현을 할 정신은 있는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녀석.


나는 토전문의 수사에게서 영혼을 거둔 뒤 말했다.



"지금부터 진실만 대답하도록."


"네, 네에."


"이 등천암로에 언제 들어왔지?"


"10개월 전입니다!"


"왜 들어왔지?"


"그, 그건.."



망설이는 녀석.



"보물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거짓말."



나는 바로 사지가 갈갈이 찢겨 소금에 절여진 영혼을 놈에게 빙의시켰다.


그러자 흡. 하더니 하얗게 질리는 얼굴.


곧 놈의 손끝이 푸들푸들 떨리더니 온몸의 땀구멍에서 피와 배설물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영혼을 다시 거둔 뒤 말했다.



"다시 묻지. 이곳에 왜 들어왔나."


"통, 통행증 때문입니다!"


"통행증?"


"음마문, 음마문입니다. 그놈들이 통행증을 가지고 도망쳤습니다."



토전문의 수사는 이내 자신들에게 얽힌 사연을 줄줄이 풀어놓았다.



현재 등천암로 밖의 상계에는 여러 수도가문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세가 강한 여섯 가문을 각각 적토문, 뇌승문, 목여수라문, 음마문, 기신문, 멸법화천문이라 불렀었다.


이 중 음마문이 목여수라문과 음속성의 영약이 자라는 2급 천영지를 두고 분쟁이 생겼다.


이후 상계에서 열리는 비선연무()라는 대회에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고 문도들의 연전을 통해 승자가 80퍼센트의 지분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계와 다른 수도계 사이의 경계를 감시하는 뇌승문이 자멸하자 그 틈에 연기기와 축기기 제자의 수가 부족한 음마문에선 비밀리에 음한백광계를 열어 인신공양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자 했고 이를 적토문에 들키자 음한백광계의 멸룡에게 음마문의 모든 수도자들을 인신공양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그 인신공양의 대가로 얻은 것이 바로 이곳, 등천암로의 통행증.


당시 음마문의 천인기 수사가 온몸을 불살라 천영근자인 소해랑을 등천암로에 밀어넣고 그대로 음마문은 증발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음마문의 잔당인 소해랑을 추적해 이 등천암로에 들어온 것이 바로 적토문과 목여수라문을 위시한 하부 수도가문들의 연합이라고 한다.


그리고 적토문의 하부 수도가문인 토전문에서 차출된 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나는 이쯤에서 의문이 생겨 물어봤다.



"여기 들어온 수사들 중 가장 높은 경지를 가지고 있는 이가 누구냐."


"적토문의 한서자 선배님이십니다. 축기기 4성이지요."


"여기에 들어온 축기기 수사가 몇 명이나 되지?"


"목여수라문과 적토문에서 각각 한 명씩입니다. 연기기 수사는 40여명이지요."


"왜 그것밖에 오지 않았지? 결단기 수사나 원영기 수사가 오면 확실했을 텐데."


"그것이.. 목숨걸고 등천암로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결단기 수도자는 아무도 없었던지라."


"허어. 그렇다고 해도 소해랑 그년은 3년 전에 이미 연기기 12성에 달했는데. 어쩌면 축기에 달했을지도."


"예? 3년 전이요? 12성?"


"그렇다. 과연 축기기 수사 둘로 그녀를 추적할 수 있을런지나 모르겠군."



게다가 일전에 확인했던 그 귀신같은 은잠술과 각종 법기들을 보면 추적에 성공해도 잡기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토전문의 수사.



"그럴 리가 없습니다. 소해랑이 등천암로에 들어간 지 고작 2주일만에 저희도 따라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연기기 2성입니다. 12성이 아니라요."



우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진실.


나는 메제드가 전에 나에게 말해주었던 사실을 읊어주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상계와 등천암로의 시간흐름은 다르다. 이곳은 외부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지."


"아무리 그래도 그 간극이 3년이라니.. 혹시 선배님께서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허망한 표정의 도사.


나는 궁금한 게 있어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여긴 왜 온거냐. 돌과 약간의 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험지거늘."


"그.. 범인들을 인신공양해서 공력을 보충하려고. 헤헤. 선배님의 농장인 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요."


"농장?"



섬찟.


순간 내 살기를 읽었는지 움찔하는 녀석.



"죄송합니다! 감히 심기를 건드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후.. 됐다. 그럼 네놈은 누구랑 싸웠길래 여기서 피를 흘리고 있나."


"그.. 공력을 나눠먹기 싫어서.. 같이 조를 짜서 나온 북해문의 연기기 3성 수사를 암습했다가 내상을 입었습니다."



말하고서는 자기도 너무했다 싶었는지 눈알을 또르르 굴리는 녀석.


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였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버리고 인간을 공력 주머니쯤으로 아는 쓰레기.


놈이 다급히 외쳤다.



"그, 그렇지만 선배님에겐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맞, 맞아. 혹시 이 근처에 사시나요? 토전문의 선배님께 말씀드려서 이곳엔 수사들이 얼씬도 못하게 하겠습니다."



금빛은 그대로였다. 진심이란 소리.


하지만 이런 자들은 태생이 천박해 진심조차도 밥 먹듯이 바뀌는 자들이다.


알아낼 건 대충 다 알아냈다.


나는 칼 형태의 기령을 꺼내 손수 쥐었다.



"잠, 잠깐. 후회할 거야 당신. 날 여기서 죽이면 토전문에서 땅의 기억을 읽고 널 추적할거라고. 제발. 제발요. 살려주세요. 흐윽. 살고싶어요.."


"땅의 기억이라니?"



의문을 던지자 순간 동아줄을 찾은 듯 필사적으로 대답하는 놈.



"그, 토속성의 공법을 익히면 땅에서 기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지울 수도 있지요. 선배님, 제가 땅의 기억을 전부 지워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필사적으로 쓸모를 증명하려는 모습.



-필요없다. 땅의 기억인지 뭔지는 내가 지워주마. 죽여라.



하지만 메제드의 말에 나는 단숨에 사선으로 칼을 내리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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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26 발리 왕 - 5 24.06.12 66 1 12쪽
25 발리 왕 - 4 24.06.10 88 1 9쪽
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23 발리 왕 - 2 24.06.07 84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9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 천계(天界) - 1 24.04.09 1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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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11 등천암로(登天暗路) - 9 24.04.04 18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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