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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9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05 17:54
조회
393
추천
8
글자
12쪽

휴식 끝, 폭렙 시작

DUMMY

"음...그래.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대체 나한테 전화는 왜 건거냐?"

-아하하하. 저희 사이에 통화하는데 무슨 이유 같은게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목소리나 한 번 듣자고 건거죠.

"그러니까 아까부터 말하는 우리 사이가 대체 뭔지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에에엣! 형님 설마 어제의 그 뜨거웠던 전투를 벌써 잊어버리신 겁니까!? 정체를 숨기고 내게 접근해 나를 암살하려고 한 강민철의 사악한 손아귀에서 형님이 저를 구해 주셨잖습니까?

"...그래,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 근데 그게 지금 상황이랑 무슨 상관..."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박선호는 감동이 치밀어오른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크흑! 모든 게 다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그 절망적인 순간! 아직도 바로 전에 있었던 일처럼 기억이 생생합니다. 형님이 마침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전 쥐도새도 모르게 던전 속에서 죽어 나자빠져 있었겠죠.

"아니. 그렇기야 한데, 일단 사람 말을 좀..."

-그 당시에는 강민철, 그리고 나아가서 양호 형님이 저를 죽이려한다는 충격 때문에 멍해 있었던 것 같지만,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류진 형님께 충분한 감사를 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떠올라서 말이죠. 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 아, 이 사람이라면 내 평생의 형님으로 모실 자격이 충분하다고!

"...어째서 얘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밑도 끝도 없는 형님 타령은 아무래도 박선호의 뇌내에서 멋대로 이루어진 일 때문인 것 같군.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지.


"그건 그렇고. 강민철 건은 경찰에 신고는 제대로 했겠지?"


그러고보니 슬슬 경찰 쪽에서 사건 관계자로써 나를 호출할 때가 되었는데 묘하게 잠잠하다. 그때는 한성기업 측의 인력으로써 파견되었으니 한성기업쪽에 연락이 들어올 법도 한데 말이지.


-아. 그게 말입니다. 그 일에 대해서 먼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 일은 아버지께 맡으신다고 하셔서...사실 신고는 못했습니다.

"뭐?"


확실히 강민철 건은 박양호라는 작자가 획책한 일이니 중산기업 측에서는 덮고 싶은 일인 건 이해가 가는데...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둘이나 죽은 일이다. 게다가 듣자하니 민철이 놈은 제법 주목받던 루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런 작자가 죽었는데도 이렇게나 아무런 소음도 나지 않을 정도로 일을 덮을 수가 있는건가?


-그리고 그 건에 대해서 아버지께서 한 번 류진 형님을 만나고 싶으시다고 말하셨습니다. 하하. 아버지께서 누굴 만나고 싶어하시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인데. 굉장하네요 형님!

"날 만나고 싶어한다고?"


묘하게 신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박선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중산기업 회장 박강철이...날 만나고 싶어한다라. 골치 아프게 됐군.'


당금의 상황으로는 박강철의 의도를 읽기가 힘들다. 단순하게 아들의 목숨을 살려 줬으니 내게 호의를 품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박양호가 박선호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나를 제거하려 들 수도 있었기에 무턱대고 박강철 앞에 섰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었다.


-형님? 듣고 계십니까? 왜 갑자기 말이 없어지셨지...

"아. 잠깐 딴 생각을 좀 하느라고. 어디까지 얘기했지?"

-저희 아버지께서 류진 형님을 만나고 싶어하신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흠. 그래. 왜 중산기업 회장님께서 나같은 거지를 만나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뭐, 어쨌든 이번에 전화한 용건은 그게 다냐?"

-아하하하. 이번에 전화를 건 용건은 어디까지나 한번 인사나 드리려고 건 겁니다. 그나저나 새로 장만하신 폰의 전 전화가 저라니 왠지 기쁜데요!

"난 별로 안 기쁜데."

-아하하하! 우리 류진 형님은 농담도 잘하셔!


딱히 농담 같은 거 한 적은 없는데 참 속도 좋은 놈이다.


"어쨌든 더 이상 용건이 없으면 끊어도 되냐? 이래뵈도 바쁜 몸이라서."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하긴 형님 정도 되는 인재라면 어딜 가더라도 환영받을 테니 필히 바쁘실 몸일텐데 제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시간 되면 다음에 이 번호로도 한번 연락주세요!


박선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박선호씨는, 상상 이상으로 류진씨가 마음에 든 듯 하군요."

"역시 다 들었군요.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신혜씨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좀 많이 모자라 보이는 애라서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은 놈이었는데 말이죠. 보아하니 그것도 글렀네요."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말이야. 당장 레벨 올리기도 바빠 죽겠는데 저런 애송이랑 놀아줄 시간은...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내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짜증을 내며 화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전화를 받고 내뱉었다.


"또 뭐야? 바쁘다고 말했잖아. 놀아주는 건 다음에 해줄테니 일단 끊어."

-...많이 바쁜가보군요. 류진씨.

"...어라?"


잠깐의 침묵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박선호의 것이 아닌, 이 회장님의 것이었다. 이런 씹. ㅈ됐다.


"아, 아닙니다. 이 회장님. 딱히 바쁜 건 없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건 다행이군요.


그리고는 다시 감도는 불편한 침묵. 이런 씨...그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가 이 회장님의 것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 이게 다 박선호 그 애송이 탓이다.

나는 속으로 박선호를 열심히 씹어대며 필사적으로 이 회장님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고, 내 잠깐의 아부를 말없이 듣기만 이 회장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됐습니다 류진씨. 아무튼, 지급받은 기기는 마음에 드십니까?

"아유 물론입죠. 설마 제가 이런 폰을 쓰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이거 폰 망가질까봐 던전도 못 갈 지경입니다.

-그건 곤란하죠. 류진씨의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지급해준 건데 말입니다.

"하하하. 물론 농담이었습니다. 회장님도 참 짓궂으시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려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회장님쯤 되시는 분이 전화가 잘되나 확인차 연락을 넣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하하. 눈치가 빠르시군요. 그 말대롭니다.

"음...설마 의뢰입니까? 어제의 호위 의뢰를 수행한 뒤에 조금은 자유로이 활동할 시간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확실히 그 말대로입니다만, 사정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사정이 변했다라. 어지간히도 급한 일인가 봅니다?"

-급한 건 맞지만, 당장 류진씨가 뭔가를 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음, 일단 상황을 설명해드리죠. 본론부터 말하자면, 어제 밤에 대구 쪽에서 새로운 던전의 출현이 관측되었습니다.


이 회장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일이었다.


"새로운...던전 말입니까?"

-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저희 한성기업 측이 그 던전의 사전 조사를 맡게 되어서 말입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군요. 그런데 왜 하필 접니까?"

-류진씨는 눈치가 빨라서 참 마음에 듭니다.


던전의 사전 조사 팀을 꾸리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던전의 난이도가 불명인 만큼, 던전의 사전 조사 팀은 제법 레벨이 높은 파티를 꾸려 가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레벨 10도 안된 쪼렙이니 내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부끄러운 일이지만...저희 측의 헌터들 간의 스케쥴 조정에 문제가 좀 발생해서 말입니다. 사전 조사팀에 합류할만한 레벨이 되는 헌터야 수가 꽤 되지만...당장 운용할 수 있는 인원 중에서 사전 조사팀의 팀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던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없습니다.

"아하. 그래서 저군요."

-네. 류진씨는 레벨은 조금 낮을지언정, 한때는 던전 개척의 최고 선두에서 활약하신 경험이 있으니까요.


던전의 사전 조사에서는 물론 충분한 레벨과 스테이터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순간, 순간의 판단력이었다. 미지의 던전에서는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봤자 즉사 트랩에 걸리면 훅 가는 것은 누구나 같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아마 이 나라에 나보다 많은 던전을 개척한 사람은 거의 없을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낮은 레벨만 빼면 사전 조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라 할 수 있겠지.


"흠. 뭐 좋습니다. 적합한 인재가 없다니 제가 나서야죠."


조금 전에 실례한 것도 있고 말이지.


-시원시원한 모습이 보기 좋군요. 이거 갈수록 류진씨가 마음에 듭니다.

"하하하하. 아무리 회장님이라고 해도 남정네에게 그런 소리 듣는 건 별로 기쁘진 않네요."

-허허허. 그렇습니까?


나는 가볍게 농담을 한번 던지고는 물었다.


"그래서 출발 일자는 언젭니까? 보통 던전의 사전 조사는 출현 이후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출발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대롭니다. 출발은 바로 일주일 뒤, 류진씨는 그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레벨을 올려 주시면 되겠습니다.


일주일 뒤라...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만도 아니다. 당장 어제만 해도 나는 단 하루만에 5나되는 레벨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거의 혼자서 던전의 보스와 외신의 하수인을 때려잡은 덕에 내 레벨은 거의 레벨 업 직전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사실상 지금의 레벨은 7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사전 조사라...굉장히 오랜만이군. 가기 전에 레벨 20은 찍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레벨 20을 찍으면 지금은 잠겨 있는 내 직업을 다시 획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갈 터. 들어갈 던전의 난이도가 미지인 이상 본신의 전투력은 가급적이면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끌어올리고 싶다는 것이 내 본심이었다.


'히든 퀘스트는...잠시 미뤄 두는 게 좋겠군.'


나는 그렇게 앞으로의 방침을 정리하며 이 회장님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당장은 레벨 업에 집중할 테니 추가적으로 지시 사항이 있으시다면 다시 연락 주시면 고맙겠군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이 회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추가로 걸려오는 전화가 없는지 잠시 기다리고는,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음...뭐, 그렇게 됐어 신혜씨. 그런즉 지금부터는 좀 바빠질 것 같은데. 또 무슨 용건 있어?"

"특별한 용건은 없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던전으로 향하시는 건가요?"

"어.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던전 몇 개를 점찍어뒀거든. 새로 관측되었다는 던전에서 죽기 싫으면 열심히 레벨을 올려야지."

"...그렇습니까. 그럼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신혜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살짝 고개를 숙였고, 나는 싱긋 웃으며 그런 신혜씨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한성기업 밖으로 나섰다.


"크으, 날씨 한 번 죽이는군."


나는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의 눈부신 빛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이 옷, 완전 따뜻한데? 날씨 자체는 어제랑 비슷한 거 같은데 굉장히 포근한 기분이다.


"좋아. 그럼 앞으로 일주일 동안 폭렙 시간이다. 한 번 가 보자고."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던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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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던전의 버스기사(6) 21.03.25 393 7 16쪽
23 던전의 버스기사(5) 21.03.24 401 6 15쪽
22 던전의 버스기사(4) 21.03.23 415 7 12쪽
21 던전의 버스기사(3) 21.03.22 447 6 13쪽
20 던전의 버스기사(2) +1 21.03.20 464 7 11쪽
19 던전의 버스기사 21.03.19 492 6 12쪽
18 경력 있는 신입(6) +1 21.03.18 481 6 15쪽
17 경력 있는 신입(5) 21.03.17 479 7 12쪽
16 경력 있는 신입(4) 21.03.16 466 7 14쪽
15 경력 있는 신입(3) 21.03.15 508 7 15쪽
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13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60 9 14쪽
12 깽판칠 시간이다(3) 21.03.10 570 6 17쪽
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2 10 13쪽
9 다시, 던전(9) 21.03.05 668 9 18쪽
8 다시, 던전(8) 21.03.03 703 8 14쪽
7 다시, 던전(7) 21.03.01 710 9 13쪽
6 다시, 던전(6) 21.02.26 781 9 13쪽
5 다시, 던전(5) 21.02.24 823 11 14쪽
4 다시, 던전(4) +1 21.02.22 919 11 15쪽
3 다시, 던전(3) +1 21.02.19 989 10 16쪽
2 다시, 던전(2) +1 21.02.17 1,19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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