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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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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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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71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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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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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용력(3)

DUMMY

"끄, 끝난...건가요?"


내가 옷에 조금 묻은 피와 재를 털어내고 있자 남수진 쪽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로 내게 다가왔다.


"아. 네. 이거 참. 보기 흉한 장면을 보여드려서 면목이 없네요."


이번의 보라돌이는 언데드 타입의 몬스터였기에 조금 상처를 입는다고 해서 죽어버릴 일은 없었고, 그렇기에 저번의 시뻘건 몬스터와는 다르게 굳이 점혈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여기저기 째고 쑤셔주고 해준 결과, 이 근처에 있는 외신의 하수인의 이름부터 인상착의, 그리고 강함까지 모조리 캐낼수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 동료를 팔아먹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는 놈이었지만, 이놈의 주인이라는 외신이라는 놈들에 대해서는 완고할 정도로 입을 꾹 다물었지.'


내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 외신이라는 놈의 정보를 캐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일단은 이 퀘스트도 히든 퀘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리도 없는 거겠지.


"아, 아닙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류진씨."


그렇게 말하며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남수진.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남수진은 내게 겁을 먹고 있는 듯 했다.

하긴. 사람 등짝에 날개가 돋아나고 뿔이 생기는 것만 해도 괴물같은데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바로 눈앞에서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고문까지 하고 앉았으니 기가 질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내 쪽이 완전 나쁜놈 같잖아 이거.


"아뇨. 그쪽이야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그런데 이 몬스터...는 맞죠? 아무튼 이 몬스터는 대체 정체가 뭘까요? 어째서 보스 에이리어 안에..."

"음. 글쎄요.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군요."


굳이 외신의 흔적이라는 히든 퀘스트에 대해서 말해줄 필요는 없었으므로 나는 어물쩡 대화를 끝내버리고는 보라돌이 놈이 사라진 잿더미 위에 나타난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또다시 아이템 분배의 시간입니다. 이야~오늘은 운이 좋군요."


잿더미 위에 놓인 것은 화려한 장식의 나무 보물 상자. 내가 그렇게 운이 좋은 편도 아닌데 잡은 놈들이 모두 보물상자를 떨궈대는 걸 보면 외신의 하수인이라는 놈들은 보물 상자를 고정으로 떨구는 모양이었다. 잡을 보람이 있는 놈들이구만.


"아, 아뇨. 저희는 됐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저희는 한 게 아무것도 없는걸요...저희도 눈치가 있지 이번의 전투에서는 방해밖에 안된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남수진의 말에 침통한 표정으로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오민수와 이다영. 딱히 티를 낸 건 아니지만, 방금 전에 있었던 전투에서 본인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던 거라는 것을 스스로 눈치챈 모양이었다.


"아뇨 뭐...여러분들이 잘못한 게 뭐가 있나요. 이런 수준의 던전에 저런 괴물이 쳐박혀 있는 게 잘못이죠."


정말로 외신이라는 새끼가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수인을 보낼거면 좀 수준이 맞는 던전에나 보낼 것이지 왜 굳이 이런 수준 떨어지는 던전에서 초보 헌터들을 죽이고 다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설마 즐기거나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하지만...류진씨는 저희보다 레벨도 낮으신데 그렇게나 활약하셨잖습니까.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렇게 말하며 표정을 구기는 남수진. 본인들도 크게 약하거나 한 수준은 아니지만, 눈앞에서 상식 밖의 전투가 벌어지고, 그 전투에서 너무나도 무력했던 자신들의 모습에 실망이 큰 모양이었다.

이 3인조의 비참한 심정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여기서 내 정체를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불쌍하긴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그렇기에 내가 택한 것은 침묵. 여기서 뻔한 위로의 말을 건네봤자, 저 3인조에게는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아는 바였다. 지금 내 위로는 저 3인조에게는 동정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러니까 이 보스 에이리어 안에서의 보상은 모두 류진씨께서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경험치 보상만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하지만...이다영씨는 포션도 다 써버리신 것 같은데. 아, 여기 마나 포션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앗. 네, 네."


내가 품속에서 꺼낸 마나 포션을 이다영이 허둥지둥 받아 챙겼다.


"하, 하하하. 뭔가 분위기가 가라앉았네요. 하긴 다른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 남았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남수진은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썼고, 오민수와 이다영도 마찬가지로 억지미소를 지으며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우리도 분발해야죠. 류진씨처럼 강해지는 건 무리라도, 최소한 오늘 같은 상황에서 발목을 잡지 않고 살아남을 정도는 되어야 헌터 생활을 해먹죠!"

"그, 그렇네요!"

"아. 그런데 류진씨. 조금 전에 그 날개는 대체 뭡니까? 그 날개와 뿔이 돋아난 후부터 시종일관 그 몬스터를 몰아붙이시던데. 무슨 스킬 같은 건가요?"

"스킬은 아니고, 아이템의 효과입니다. 발동 조건이 조금 많이 위험해서 자주 써먹을 것은 못 되지만...효과는 보시다시피 확실하죠."


용력의 전투 문신에 관해서는 굳이 숨길 거까지야 없었으니 대강의 효과 정도만 설명을 해 주었다. 왜 나같은 거지가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다면야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그런 아이템도 존재하는군요...이 던전이라는 곳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신기한 곳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그렇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빌어먹을 곳은 몇번을 들락거려도 당최 정이 들 수가 없는 곳이라는 겁니다."


이 빌어쳐먹을 곳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질리도록 들락거린 내 의견이니 거의 확실할 거다. 중간에 공백기가 몇 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오크 나이트와 보라돌이 좀비를 잡고 나온 아이템들을 싹 쓸어모을 수 있었고, 그 중에서 제법 쓸만해 보이는 아이템들은 다음과 같았다.


-----


파쇄의 대검

분류 : 장비 아이템

부위 : 무기

등급 : 언커먼

레벨 제한 : 10

능력치 :

공격력 +40 힘 +20 기량 -3 체력 +5

설명 : 거대한 외날의 대검.

오크 나이트가 휘두르던 대검이다. 이름 그대로, 벤다는 행위보다는 깨뜨려 부수는 것에 특화된 검. 충분한 힘이 없다면 다루기조차 벅찰 것이다.

심플 이즈 베스트. 강한 공격력을 지녔으며, 힘이 조금 많이 상승하며 체력이 조금 상승하며 기량이 조금 하락한다.

(인간...으깬다! 취이이익! -오크 나이트)


-----


가라앉는 어둠의 망토

분류 : 장비 아이템

부위 : 망토

등급 : 레어

레벨 제한 : 10

능력치 :

방어력 +20 기량 +20 마력 +20

인식 저해, 침전 사용가능

설명 : 별다른 장식이 없는 보랏빛의 오래된 망토.

외신의 하수인 나이트스토커가 착용하던 망토이다. 나이트스토커가 자신의 부패한 육체를 숨기기 위해 두르고 다니던 망토. 조금 냄새난다.

그 육신은 부패했을지언정 기량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 방어력과 기량, 마력이 상승한다.

망토를 머리 끝까지 눌러쓰게 되면 이목구비가 어둠에 가려져 인상착의를 숨길 수 있게 되는 '인식 저해' 기능이 발동된다.

일시적으로 망토에 깃든 마력을 해방시킴으로써 바닥이나 벽 등의 무기물 속으로 숨을 수 있는 '침전'을 사용할 수 있다. MP소모 초당 10

(모든 것은 그분을 위해. 이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이트스토커)


-----


뭐, 대충 이 정도다. 나머지는 자잘한 재료 아이템들이나 포션 정도?

이 두 아이템 모두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는데, 먼저 파쇄의 대검 같은 경우에는 기량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한성지급에서 기본적으로 지급해준 기본 검으로만 싸우기도 뭐했기에 내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긴다는 것은 굉장히 반길만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한손에 딱 잡히는 장검을 선호했지만, 일단은 전에 검성이라는 오글거리는 별명도 가진 나였기에 검이라면 대부분은 다룰 줄 아니까 말이지.

그리고 가라앉는 어둠의 망토...이름 더럽게 기네. 아무튼 이 보라색 망토 같은 경우도 내게 중요한 기량과 마력을 무려 20씩이나 올려주는 레벨 10짜리 치고는 굉장히 혜자스러운 옵션을 가진 것도 모자라 침전이라는 굉장히 유용해보이는 아이템 스킬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역시 레어급은 언커먼따리와는 급이 다르구만.

보아하니 침전이라는 스킬은 그 보라돌이놈이 마지막 순간에 도망치기 위해 사용한 망토를 늪같은 모습으로 변형시킨 그거인 것 같은데 사용하기에 따라 굉장히 유용할 수도 있는 스킬인 듯 했다. 인식 저해 기능은 뭐...딱히 쓸만해 보이는 구석은 없지만 그냥 덤이라고 생각하지 뭐.


"흐흐흐. 좋구만 좋아. 마석도 짭짤하게 벌었고, 팔아치울 재료 아이템들도 잔뜩이야. 솔로 플레이를 고집하는 헌터들이 끊이질 않는 것도 대충 이해는 가는군."


내가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까지 끝낸 뒤에, 아무 일 없이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온 우리는 그 뒤로 대충 작별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이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3인조는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안색이었지만, 나야 이다영씨에게 치유도 받았고, 돈도 잔뜩 벌었으니 컨디션은 오히려 최상의 상태에 가까웠다. 마음 같아서는 던전 한 탕 더 뛰고 싶을 정도로.


"라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이쯤 해야겠지만 말이지."


이미 바깥은 어둑어둑하니 해가 거의 진 상태였고, 오늘도 변함없이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어닥쳤기에 이런 날씨에 돌아다녔다가는 던전에서 죽기보다 밖에서 얼어 죽을 판이었다.


"뭐라도 두를 게 있으니 좀 낫긴 하구만."


내 한 벌 밖에 없는 소중한 외출복에는 망할 보라돌이 좀비 놈이 던진 뼛조각 때문에 구멍이 난 상태였고, 그 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굉장히 추운 상태였지만, 그나마 이번에 새로 얻은 가라앉는 뭐시기의 망토를 두르니 조금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굉장히 수상해보인다는게 좀 걸리기는 한데 말이지."


머리 끝까지 눌러쓰게 되면 자동으로 인식 저해 기능이 발동하는지라 그 보라돌이 좀비마냥 시뻘건 안광만 뿜어대는 몬스터같은 꼴이 되어버리는데 그렇다고 모자 부분을 벗으면 강풍 때문에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다. 진짜 환장하겠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당장 얼어뒤지게 생겼는데 좀 수상쩍게 보이는 게 대수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만하게 망토를 덮어쓰고 슬럼으로 향했다.


-----


"여어. 신혜씨. 오랜만...은 아니고. 금방 다시 보네. 하하."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가급적 눈에 띄는 일은 없도록, 이라는 방침이 아니었던가요?"


나는 내가 앉아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온 신혜씨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신혜씨는 표정을 약간 찌푸리기만 할 뿐 내 인사에 답해줄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아니, 그게 말이지. 오늘 날씨가 좀 추워야 말이지. 이거라도 안 덮어쓰면 얼어 죽을 것 같길래 옷 좀 껴입었거니와 설마 신고까지 당할줄은 몰랐다고."


현재 내가 쉬고 있는, 아니 잡혀 있는 건물은 바로 경찰서였다. 슬럼 치안이 개판이라는 소리는 누가 한거야? 이렇게나 신고 정신이 투철한데 치안이 불안하기는 무슨.


"...확실히 수상해 보이기는 하는군요."


신혜씨는 보랏빛 망토를 두른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고는 중얼거렸다.


"좀 그렇긴 하지? 이거 쓰면 더 수상하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의 모자 부분을 뒤집어쓰고는 짜잔 하고 말하며 양팔을 살짝 들어올렸고, 그러자 신혜씨는 더러운 거라도 보는 듯이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정도면 몬스터라고 공격부터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인 수준인 것 같은데요."

"에. 그 정도야?"


인식 저해라는 기능은 유감스럽게도 지나칠 정도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저 대검은 또 뭐죠? 설마 저것도 들고 다녔어요?"

"하하하. 오늘의 전리품이지."

"...진짜 대뜸 총부터 맞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신혜씨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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