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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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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52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26 17:25
조회
385
추천
5
글자
12쪽

던전의 버스기사(7)

DUMMY

"그런 표정이 되시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확실히 누가 들으면 무모하다며 비웃을만한 일이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혹시 탈세라도 할 생각이냐며 비꼬더군요."

"탈세라, 확실히 일리가 있...죄송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길드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야 하는 세금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길드를 새로 설립하는 것 자체는 큰 자본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길드의 규모를 확장하고는 싶은데 돈은 내기 싫을 경우에 가능한 꼼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길드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소규모의 길드를 여러개 만들어 점조직으로 활동함으러써, 신규 길드 설립 지원 자금은 받을대로 받아먹고, 활동 자체는 거대 길드와 다를 것이 없이 활동하는 꼼수를 부리는 놈들이 흔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하하. 아닙니다."


내가 무심코 흘린 말은 어쩌면, 아니 확실히 실례처럼 느낄 수 있을 만한 말이었지만 남수진은 허허 웃으며 넘어갔다.


"그럼 슬슬 보스 에이리어로 가볼까요?'

"그러죠."


내 실언에 의해 살짝 어색해진 분위기를 돌리려듯이 남수진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쾌활한 태도로 일행을 이끌었고, 나는 주변을 살피며 3인조의 뒤를 따라갔다.


'이상하군. 이만큼이나 날뛰었는데도 외신의 하수인이라는 놈이 보이지를 않는다니. 유미씨의 말로는 사냥을 하고 있던 자신들에게 먼저 접근해왔다고 했는데...뭔가 출현하는 조건 같은 게 있는 건가?'


정말로 운이 안 좋아서 우리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지만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뭐 어때. 헌터로서의 능력이 없을 때조차 해치울 수 있었던 놈인데 지금 와서는 훨씬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테니 큰 위협은 되지 않을테지.'


이제는 살짝 정까지 들어버릴 것 같은 이 3인조들의 안전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외신의 하수인 하나라면 3인조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해치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별 생각 없이 보스 에이리어로 진입했다.


"저, 저기 보입니다! 겉보기에는...덩치가 좀 크고, 철 갑옷을 입은 오크로군요."

"화, 확실히 저 정도 덩치에 중무장까지 갖추고 있으니 위압감이 대단하네요."


공터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오크 나이트. 상위의 던전에서야 오크 제너럴이 소환하는 잡몹으로도 툭툭 튀어나오는 놈이지만, 확실히 레벨 10대의 던전에서는 보스 몬스터의 역할을 맡을 정도로 위협적인 녀석이었다.

덩치가 크고 중무장을 갖춘만큼 동작은 조금 느리지만 힘만큼은 굉장한 녀석이라 공격력까지 높은데 두꺼운 갑옷 때문에 공격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초보자 입장에서는 마치 벽같이 느껴지는 오크 나이트. 하지만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는 녀석들이 으레 그렇듯이, 공략법을 제대로 숙지한다면 생각보다는 쉽게 격파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저 오크 나이트라는 녀석은 일단 갑옷을 걸치고 있기는 했지만, 기사라는 설정이 무색하게도 낮은 지능 때문에 제대로 입는 법을 모르는지 갑옷의 부위별 결합이 헐겁게 되어 있었기에, 부위를 연결해주는 관절부를 공격하면 갑옷이 분리되는 기믹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녀석의 갑옷을 천천히 벗겨내기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덩치만 크고 힘만 센 오크와 다를 것이 없었기에 그 다음부터는 간단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뭐, 덩치만 컸지 공략법은 생각보다 간단한 녀석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해 드릴..."


거기까지 말한 그 순간, 나는 등골을 관통하는 소름끼치는 감각을 느꼈다.

느껴지는 감각은 살기. 이쪽을 죽이고 싶다는 일념만이 느껴지는 그 껄끄러운 감각을 느낌과 동시에 무슨 판단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거의 무조건반사에 가까운 속도로 허리춤에서 뽑아진 검은 살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휘둘러졌고, 날아온 뭔가를 쳐낸 내 검이 찌르르 울렸다.


'묵직하다...!'


공격을 미리 눈치채고 있었다면 유수환검의 원리를 응용해 흘려냈겠지만, 너무나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알기 어려운 위치에서 날아든 공격이었기에 정면으로 반사적으로 정면에서 쳐낼 수밖에 없었고, 받아낸 일격은 어찌저찌 튕겨내기는 했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위력이 실려 있었다.


"허어. 가장 약해보이는 놈부터 해치우고 시작할 생각이었건만, 설마 받아낼 줄이야. 이거 예상이 빗나갔군요."


간사해보이는 목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보랏빛 로브를 걸친 인영이었다. 지금이 밤도 아니고 로브를 걸쳤다고 얼굴이 안 보일리는 없건만 마치 원래 그렇기라도 한듯이 로브 안쪽은 먹물이라도 들이부은 것처럼 시커먼 상태였고, 그 중앙에서 두 개의 붉은 안광만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뭐, 뭐지 저 녀석은?"

"보스 에이리어에 다른 몬스터가 있다는 말은 못들었는데...그럼 설마 다른 헌터인가?"

"허, 헌터가 어째서 류진씨를 공격하는거지?"


3인조는 상황 파악이 되지를 않는지 당황하며 무기조차 뽑지 않고 있었다. 나는 찡한 오른팔을 문지르며 위기감을 환기시키기 위해 외쳤다.


"뭐가 어찌 되었든 던전 안에서 우릴 공격하는 놈은 무조건 적입니다. 당장 전투 태세를!"

"아, 알겠습니다!'


3인조는 내 외침에 따라 각자의 무기와 방패를 뽑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는 얌전히 있던 오크 나이트 또한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지금...!


'난감한데. 일단 이 3인조를 보스 에이리어 밖으로...!'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보스 에이리어 밖으로 나가는 출구 쪽을 돌아봤지만, 그곳에는 마치 내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것마냥 예의 보랏빛 인영이 출구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미안하지만 얌전히 보내줄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도 일이라서요."

"하. 정말 돌아버리겠네."


대체 어떻게, 왜 보스 에이리어 안에 들어와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예상에 의하면 저놈이 바로 외신의 하수인인 것 같았다. 다른 헌터였다면 우리가 보스 에이리어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겠지.


"류, 류진씨? 저희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예상 외의 상황에 내 지시를 기다리는 남수진. 나는 급박한 상황 앞에서 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생각해라 류진.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보자.'


현재 출구는 저 보라돌이가 틀어막고 있는 상황. 최선의 경우는 내가 저 보라돌이를 상대하는동안 이 3인조가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 오크 나이트가 얌전히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선 오크 나이트의 상대를! 이 보라돌이놈은 제가 상대합니다!"

"저, 저희끼리요!?"

"하하하하. 보아하니 의견이 갈리는 것 같군요. 더 이상 일이 어려워지는 건 귀찮으니 내버려두지 않을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로브 안에서 흰색의 뭔가를 나를 향해서 투척하는 보라돌이. 방금 전과는 달리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바로 확인한 나는 유수환검의 원리를 응용해 밑으로 흘려냈고, 흘려낸 흰색의 뭔가는 바닥에 틀어박혔다.


"저건...뼈?"


보랏빛 인영이 날린 것은 뾰족한 뼛조각 같이 생긴 것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딱딱한거야?


"헤에, 방금 전에 막아낸 것은 우연이 아니었군요? 게다가 조금 전보다 방어 후의 자세가 훨씬 자연스러운데..."

"앵앵거리지 말고 좀 큰소리로 말해 이 보라돌이 새끼야. 그리고 그 재수없는 말투는 니들 주인놈을 닮은거냐?"


보라돌이가 하는 말을 끊고 나는 일부러 놈을 도발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놈의 관심이 3인조에게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와, 놈이 외신의 하수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외신의 하수인이 맞다면 내가 뒤에 한 말에 뭐라도 반응을 보이겠지.


"...인간 주제에 건방지기 그지없는 말을 하는군요. 게다가 지금 저의 위대하신 주인이신 $%^&님을 모욕한 겁니까?"

"...뭐라는 거야. 앵앵대지 말라니까. 말을 알아쳐먹을수가 있어야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놈의 다른 말은 선명하게 귀에 들어온 것에 반해 저놈의 주인이라는 작자의 이름만이 뭔가 노이즈가 낀 듯이 알아들을 수가 없다. 대체 이유가 뭐지?

어쨌든 내 예상대로 저놈의 반응을 보니 놈은 외신의 하수인이 확실해 보였다. 진짜 귀찮게 됐군. 대체 왜 보스 에이리어 같은 곳에 틀어박혀 있던거지?


"뭐 됐습니다. 곧 죽을 버러지의 말에 버럭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바닥에서 버르적거리는게 어울립니다."


일단 보기에는 쿨한 태도를 유지하는 보라돌이였지만, 그 말에는 욱한 감정이 느껴졌고, 나는 의도가 통한 것에서 안도를 느끼며 뒤의 상황을 확인했다.


"크으으윽!"

"취이이아아악!"

"수, 수진씨! 실드 배시!"

"취이이익!"

"꺄아아악! 민수씨! 히, 힐!"


뒤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오크 나이트는 레벨 10대의 헌터 셋이서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였기에, 저 3인조가 아무리 평균보다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고, 오크 나이트를 상대하는 법도 미처 전달해주지 못했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장 가세해주고는 싶지...만!'


나는 쉴틈없이 날아오는 뼛조각들을 흘려내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하하하. 버러지치고는 정말 잘 움직이는군요. 조금 전의 그 위세는 어디로 간 겁니까?"

"치사하게 멀리서 짤짤이나 날리는 놈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뭐하면 가까이 와보시던가."

"하하하. 싫습니다. 귀찮아요. 제가 왜 굳이 저런 멍청해보이는 놈과 같은 방에 있었겠습니까? 가급적이면 수고를 들이지 않고 인간놈들을 사냥하기 위해서지요."


대체 왜 보스 에이리어안에 기어들어와 있는 건지가 궁금했었는데 저런 웃기지도 않는 이유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몬스터 주제에 귀차니즘이라니, 진짜 웃기지 말라고.


"니 동료 놈은 발빠르게 돌아다니며 인간들을 썰고 다니던데 불성실한 놈이로군. 일을 그따위로 처리하면 니 주인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다른 건 다 흘려들을 수 있겠지만, 제 위대하신 주인을 모욕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군요. 참아서도 안되고 말입니다. 당신은 가급적 고통스럽게 죽여줄 것을 약속드리죠."


그렇게 말하고는 지금까지 뼛조각을 투척해온 것의 배는 되는 속도로 뼛조각을 날리기 시작하는 보라돌이.

젠장. 영 좋지 않다. 외신의 하수인이라길래 저번에 벤 그 시뻘건 놈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재수없는 말투 말고는 생긴 것부터 전투 방식까지 비슷한 게 하나도 없잖아. 힘 자체는 저번의 그놈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수준인 것 같다만 전투 방식이 나와는 극단적으로 안 맞는다.

저렇게 내 검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멀리서 짤짤이만 날리고 있으면 나로서는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저놈에게 접근해서 검을 휘두르거나, 소드 웨이브 같은 스킬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저놈에게 접근하자니 3인조에게서 지나치게 멀리 떨어지자니 저 3인조의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고, 검심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내 스킬은 저놈에게 별다는 피해를 입힐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검심을 사용해 가급적 빠르게 승부를 보는 건데.


'제길...저놈의 능력이 미지수란 말이지. 그 시뻘건 놈이 자폭 같은 수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뭔가 능력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검심을 사용한 이상에는 순식간에 결판을 내야 하는데, 적의 능력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공격에 올인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한 수에 역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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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던전의 버스기사(4) 21.03.23 41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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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13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58 9 14쪽
12 깽판칠 시간이다(3) 21.03.10 568 6 17쪽
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1 10 13쪽
9 다시, 던전(9) 21.03.05 668 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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