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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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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31 20:26
조회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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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휴식

DUMMY

"하하하. 아무렴 어때. 결과만 좋으면 된거지."


대기업 빽이 확실히 좋기는 좋은가보다. 옛날 같았으면 한번 체포되면 한 삼일간은 잡혀 있는 게 일상이었는데 잡힌 지 한시간만에 다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일단 그 수상쩍은 망토부터 좀 벗으세요. 저도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고, 또 류진씨도 사정상 옷차림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그건 도가 조금 지나치군요. 게다가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이런. 아무래도 나 때문에 조금 전부터 신혜씨의 예쁜 얼굴이 찌푸려진 채로 펴질 생각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거라도 없으면 얼어 죽을 것 같은데. 그냥 머리만 내놓고 다니는 걸로는 안되남?"

"하아...난감하네요. 실력만큼은 확실한 사람인데 이건 상식이 부족한 건지 상식을 일부로 무시하는 건지...안 되겠네요. 일단은 따라 오세요."

"어? 설마 데이트 신청?"


신혜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말을 그대로 씹어버리고는 내 팔을 잡아끌고 경찰서 밖으로 나온 뒤, 도로 위를 돌아다니던 택시를 불러세웠다.


"어? 택시 타게? 여기서 회사까지 거리도 얼마 안 되는데 그냥 걸어서..."

"그냥 좀 따라 오세요. 그 복장으로 어딜 돌아다니겠다고."


신혜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반쯤 강제로 잡아끌며 마치 연행이라도 하듯이 택시에 쳐박았고, 운전대를 잡은 택시 기사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흠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몰골이 수상해서 그런건지 이런 상황이 수상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둘 다일지도.


"어, 어디로...모실까요?"

"한성기업 본사 건물로 가주세요. 그리고 트렁크 좀 열어 주실래요?"


신혜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열린 트렁크에 파쇄의 대검을 던져넣고는 내 옆자리가 아닌 택시 기사의 옆자리에 가서 착석했다.


"하, 하하...헌터 분이신가요?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습니다."

"뭐 그렇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하하하...그런가요?"


택시 기사는 그렇게 말문을 트며 택시를 출발시켰지만, 신혜씨는 딱히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어 보였기에, 뒷좌석에 앉은 내가 택시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는 한적한 도심을 달리며 한성기업 건물로 이동했다.


-----


우리가 별 일 없이 택시에서 내린 후, 오늘도 여전히 으리으리한 한성기업의 본사 건물이 어두운 밤 하늘 아래 밝은 빛을 뿌리며 우뚝 서 있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밤의 모습도 괜찮구만.

나와 신혜씨는 한성기업의 정문으로 들어가려 했고, 정문을 막고 선 경비원 차림의 남자가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듯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신혜씨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라며 경례를 하며 외쳤다.


"어, 어서 오십시오! 김신혜 보안실장님!"

"네. 늘 수고가 많습니다. 최민규씨."


남자는 이미 나와 여러번 얼굴을 마주한 그 남자는 당연히 아니었다. 아마 그 친구는 낮이 담당시간인 것 같군. 하긴 아무리 헌터의 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자리에 서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는 건 무리겠지. 근데 쟤 경례는 왜 하는거야?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저, 저 같은 게 수고는 무슨...수고는 보안실장님께서 다 하고 계시죠. 무려 이 한성기업 본사 건물의 보안을 홀로 통솔하고 계시니까요."

"혼자? 보통 그런 건 부책임자를 두거나 하지 않나? 아가씨 혼자 그게 가능해?"

"응? 그런데 당신은 또 누구지?"


망토의 어두운 색채 때문인지 신혜씨에게 정신이 팔려 뒤에서 걸어오는 나의 존재는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최민규라는 경비원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뭐, 뭐야...보안실장님? 던전에서 몬스터라도 포획해 오신 겁니까?"

"몬스터라니 실례구만. 이래봬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끼리 말이야."

"...류진씨. 후드 벗으세요. 그 사이에 언제 또 쓴 거에요."

"난 추운 건 딱 질색이라. 뭐, 벗으라니까 벗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의 후드 부분을 벗었고, 그제야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최민규는 다시 한 번 흠칫 놀라며 말했다.


"너, 너! 저번의 그 거지!"

"...신혜씨. 이쯤 되면 슬슬 섭섭한데. 아직도 얘네한테 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 안 한 거야?"


낮에 일하는 그 친구와 거의 똑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최민규. 나는 짐짓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신혜씨에게 말했고, 신혜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류진씨의 존재는 대외적으로는 아직 비밀입니다. 제 부하들을 신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류진씨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말이야 바른 말인데...여기 올때마다 침입자 취급 받는 것도 기분이 영 좋지는 않아서 말이야."

"기, 김신혜 보안실장님? 이 거지와 아는 사이십니까?"


내가 신혜씨와 친한 듯이 대화를 나누고 있자, 현 상황을 이해하기 힘든 듯이 최민규가 얼빵한 표정으로 신혜씨에게 물었다.


"네.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 저희 한성기업에 고용된 헌터입니다. 신원은 보증된 사람이니 경계를 푸셔도 됩니다."

"그, 그렇습니까. 보안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니...그렇게 알겠습니다."

"이열~부하한테 제법 신임을 사고 있는데? 아주 부러워."

"...그저 업무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언제까지고 밖에서 서있기도 뭐하니 들어가도록 하죠."


신혜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는 최민규씨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작 최민규씨는 내 작별인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지 표정이 엉망으로 구겨졌지만.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뭐 회장님이 찾으시기라도 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럼 그 추적 불가능한 스마트폰이 준비된 거?"

"그건 내일입니다."


거 참. 대화가 당최 이어지지를 않는다. 이쯤 되면 뭘 하러 어딜 가는건지 말해줄 법도 한데 전에도 느낀 거지만 참 붙임성없는 아가씨란 말이지.

그렇게 불편한 침묵을 버텨내며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확인하는 지휘통제실...의 뒤편에 위치한 창고였다.


"...창고? 이런 으슥한 곳에 날 데리고 와서 뭘 어쩔 생각이야? 설마 응큼한 건 아니겠지."

"...옷을 주려는 겁니다. 언제까지고 그런 허름한 차림으로 돌아다녔다가는, 잘못하면 저희 회사의 체면에 손상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신혜씨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번 쓱 쳐다보고는, 창고 내의 물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옷? 여기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는 거야?"

"제가 운용 가능한 물자는 경비와 관련된 것 뿐이니까요. 경비원 표준 복장 정도는 제 선에서 지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 지금 신혜씨도 입고 있고, 저 밖의 최민규도 입고 있는 그거 말인가.


"뭐, 공짜로 뭘 주겠다면야 사양하지는 않겠는데...난 움직이기 불편한 옷은 싫어하는데."

"걱정 마시죠. 이래뵈도 첨단 마석 기술로 제작된 의복입니다. 괜히 경비원 표준 복장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니 격렬한 운동에도 불편한 기분은 느끼지 않으실 겁니다. 보온성은 물론이구요."

"허참. 마석 기술이라니. 진짜 한성기업이 돈이 많기는 많나봐?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들도 아니고 경비원들한테 마석으로 강화한 복장을 지급하고 말이야."


정말 온갖 기술에 대혁신을 일으킨 마석이라는 자원의 특성상, 그 가격은 아무리 자원의 공급이 이루어져도 비쌀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지출을 경비원들 입히는 데 쓸 수 있다니 참.


"...회장님이 업무를 보시는 건물을 지키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까요. 제가 굳이 다른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서 경비를 책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헤에. 충성심이 아주 대단하네. 뭔가 그렇게 이 회장님께 매달리는 이유라도 있는거야?"

"이유...입니까."


내 말에 신혜씨의 손이 잠깐 멈추었고, 나는 그런 신혜씨의 옆으로 슬쩍 돌아 그녀의 표정을 확인했는데, 그녀는 뭔가 우수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혜씨?"

"아. 죄송합니다. 잠깐 옛날 생각을 좀 하느라 말입니다."

"신혜씨가 옛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회장님께는...예전에 신세를 진 일이 있습니다. 제가 회장님을 섬기는 것은 그때의 일에 대한 보은. 그때의 기억이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은, 제 회장님을 향한 충성심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헤에. 은원인가. 회장님도 예전에는 현역 헌터로 활동하셨다고 했지 아마? 그럼 회장님이 헌터로 활동했을 때 신세를 진 건가?"

"죄송하지만 사적인 대화는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군요. 예비 물자를 찾았습니다. 그럼 탈의실로 이동하죠."


신혜씨는 대놓고 부자연스럽게 대화를 끊어버리고는, 비닐로 포장되어 곱게 접혀있는 검은 양복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신혜씨에게 그 옷을 받아들고는 또다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신혜씨의 뒤를 따랐다.


-----


"이상할 정도로 딱 맞는데. 역시 비싼 옷은 다르다 이건가?"


나는 내 친숙한 외출복과 눈물겨운 작별을 고한 후에 신혜씨가 준 옷으로 갈아입은 후 현재 탈의실의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건 그렇고 목욕탕에 와본지는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탈의실 옆에 왜 저런 거대한 목욕탕이 있는 건지는 둘째치고 말이야."


신혜씨가 탈의실 옆에 욕탕이 붙어 있다고 좀 씻으라고 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무슨 목욕탕 건물도 아니고 회사 건물에 왜 욕탕이 있는건데?


"확실히 오랜만에 뜨신 물에 몸을 좀 담그니 기분이 좋군. 공짜 옷도 받고. 이거 한성기업에 입사한 게 갈수록 마음에 드는걸? 임시긴 하지만 말이야."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갈아입은 옷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고, 그곳에서는 신혜씨가 멍하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많이 기다렸지 신혜씨?"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나왔군요. 류진...씨?"


딴 곳을 보고 있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신혜씨는 그 얼음장같은 무표정이 순간 사라지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응? 왜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류, 류진씨...가 맞죠? 목소리나 말투 같은 걸 보면 확실히 류진씨는 맞는데. 왜 딴사람이 돼서 나온 거죠?"

"딴사람이라니. 그냥 좀 씻고 옷 갈아입었을 뿐인데. 그렇게 차이가 난다고?"


딴 사람도 아니고 저 신혜씨의 말이니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전까지의 내가 그렇게나 더러웠었나?


"세상에, 옷이 날개라더니 그건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군요. 좀 씻고 옷 하나 갈아입었다고 인상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다시 봐도 신기하다는 듯이 내 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신혜씨. 이쯤 되면 아무리 나라도 슬슬 민망할 지경이다.


작가의말

소제목은 휴식이고, 우리 거지도 잠깐 쉬는 타이밍인데 작가는 쉬지를 못하는군요. 어헣. 괘씸해서라도 한시바삐 거지를 마구 굴려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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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던전의 버스기사(7) 21.03.26 386 5 12쪽
24 던전의 버스기사(6) 21.03.25 392 7 16쪽
23 던전의 버스기사(5) 21.03.24 398 6 15쪽
22 던전의 버스기사(4) 21.03.23 413 7 12쪽
21 던전의 버스기사(3) 21.03.22 444 6 13쪽
20 던전의 버스기사(2) +1 21.03.20 462 7 11쪽
19 던전의 버스기사 21.03.19 491 6 12쪽
18 경력 있는 신입(6) +1 21.03.18 481 6 15쪽
17 경력 있는 신입(5) 21.03.17 479 7 12쪽
16 경력 있는 신입(4) 21.03.16 465 7 14쪽
15 경력 있는 신입(3) 21.03.15 507 7 15쪽
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13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59 9 14쪽
12 깽판칠 시간이다(3) 21.03.10 569 6 17쪽
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1 10 13쪽
9 다시, 던전(9) 21.03.05 668 9 18쪽
8 다시, 던전(8) 21.03.03 701 8 14쪽
7 다시, 던전(7) 21.03.01 710 9 13쪽
6 다시, 던전(6) 21.02.26 780 9 13쪽
5 다시, 던전(5) 21.02.24 822 11 14쪽
4 다시, 던전(4) +1 21.02.22 919 11 15쪽
3 다시, 던전(3) +1 21.02.19 987 10 16쪽
2 다시, 던전(2) +1 21.02.17 1,190 19 14쪽
1 다시, 던전 +2 21.02.16 1,623 1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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