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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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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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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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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던전의 버스기사

DUMMY

그렇게 나는 영 불편해보이는 인상의 박선호와 함께 번화가까지 금방 돌아올 수 있었고, 한성기업 본사 건물 앞에 도착한 뒤, 나는 마지막으로 박선호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달하고는 박선호와 헤어졌다.

내가 직접 신고하면 되지 뭐하러 굳이 박선호에게 시키는 거냐고? 유감이지만 지금 내가 헌터로 활동하는 것은 엄연히 말해서 불법이다.

한성기업의 영향을 받는 곳에 위치한 경찰서까지는 내 활동을 유야무야시킬 수 있지만, 내가 눈에 띄는 활동을 했다가는 가디언 길드 쪽에서 내 부활을 눈치챌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도 이 회장님 쪽에서 어떻게든 내 완전한 자유를 위해 애써주시고 있다고는 하니, 좋게든 나쁘게든 조만간에 결과가 나오기는 할 거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레벨을 올리는 거란 말이지.


"그건 그렇고 여기 오는 것도 두 번째지만,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운 기분이군."


여전히 으리으리한 자태를 자랑하는 한성기업. 그리고 그 입구를 굳건히 막고 서 있는 것은 놀랍게도 저번에 만났던 그 경비원 형씨였다.


"여어~형씨. 오랜만이야?"

"너, 너...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길...!"


나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이 친근한 태도로 다가갔건만, 돌아온 것은 마치 가문의 원수를 대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이거 좀 섭섭하구만.


"지, 지원 요청한다! 예의 그 거지가 다시 돌아왔다고!"


무전기에다 대고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외치는 경비원. 아무래도 저번에 내게 당한 것 때문에 원한이라도 품은 것 같은 태돈데. 내가 그렇게 세게 쳤었나?


"뭐, 뭐? 그냥 들여보내라고? 그게 대체 무슨...아, 아니. 알겠다."


그리고 무전기에서 회신이 돌아왔고, 경비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무전기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라는군.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하하하. 내가 지인이 있다고 저번에도 말했잖아."


약올리듯이 말하는 내 태도에 경비원은 표정을 엉망으로 일그러뜨리면서도, 곱게 길을 비켜주었고,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한성기업의 정문을 통해 당당히 입장했다.


"흠. 다들 이래서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안달인건가. 확실히 합법적으로 이 커다란 건물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건 성취감이 있군."


비록 저번에는 침입자의 입장에서 들어온 것이었기에, 감동 따위는 느낄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셨군요. 류진씨."


대기업의 뭔가 바깥보다 고급지게 느껴지는 공기를 만끽하던 나를 맞이하러 나온 것은 신혜씨였다.


"오. 신혜씨. 반가워."

"으그그그극...저 거지 같은 놈이 이제는 김신혜님께도 친한 척을...!"

"응?"


뭔가 뒤에서 저주의 말 같은 것이 들려오는 것 같길래 나는 뒤를 돌아봤지만, 보이는 것은 어느 새 딴청을 피우고 있는 그 경비원 뿐이었다. 음, 잘못 들은 거겠지?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신혜씨가 웃으며 내 인사를 받아주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머쓱하게 올린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음. 왔군요. 류진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회장실에 직통으로 연결된 화려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 회장님이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유미씨는 늘 회사에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네. 맡겨주신 의뢰는...어, 트러블이 좀 있기는 했는데, 어떻게든 잘 해결했습니다."

"트러블, 말입니까. 자세히 듣고 싶군요."


살짝 눈꼬리를 치켜뜨며 그렇게 말하는 이 회장님. 나는 회장님에게 박선호를 만난 일부터 박다희라는 여자의 죽음, 그리고 결국 끝까지 성을 알지 못한 민철이이라는 작자의 죽음에 관해서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비록 우연에 의한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고 류진씨를 붙인 것이 정답이었군요."


이 회장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설마 그 강민철이, 박양호의 청부를 받고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강씨였군. 그 민철이라는 놈. 드디어 나는 고블린의 소굴에 함께 갔던 일원들의 풀네임을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된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이 회장님께 질문했다.


"그 강민철이라는 놈을 알고 계십니까?"

"네. 강민철은 최근의 헌터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예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했더니, 박양호의 지시를 받고 박선호에게 붙어 있었던 거로군요."

"떠오로는 신예라...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내가 검심을 발동한 순간부터 제대로 된 저항은 해보지도 못하고 목이 날아간 놈이다. 보나마나 별 볼 일 없는 놈이 박선호 근처에서 재미 좀 보더니 자신의 실력에 과신을 가지게 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상대가 류진씨였으니 말이죠. 허허허, 강민철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가 과거에 검성이라 불리던 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크흠. 그런가요?"


대놓고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딱히 이 회장님이 내게 아첨 같은 걸 떨 위치도 아니고, 이유도 없으니 이 칭찬은 아마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일 것이다. 그렇게 보니 기분이 제법 좋군.


"강민철은 용의주도한 사냥으로 이름을 날린 헌터입니다. 승기가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까지고 웅크린 채로 기회를 엿봤겠죠. 제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류진씨를 호위로 지정한 것이 다행이라는 말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용의주도...라."


파면 팔수록 내가 알던 모습과 정반대의 일면만 드러나고 있군. 내가 아는 민철이는 좀 유리하다 싶으니 있는 사실 없는 사실 가리지 않고 떠벌거리는 수다쟁이였는데 말이지.


"아니 잠깐만, 그 말은 내가 그만큼 만만해보였다는 거 아냐."


그렇게 용의주도하다는 놈이 모든 경계심을 풀고 본성을 드러낼 정도로 얕잡아보였다는 말에 나는 살짝 열이 받았다. 좀 심하게 뒷북이긴 하지만.


"하하하. 훌륭히 강민철의 방심을 유도해내신 겁니다. 진정한 강자는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법이지요."

"그, 그런...가?"


과, 과연 대기업 회장. 듣고 있자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중후한 목소리와 훌륭한 언변이 합쳐지자 마치 최면에 당하기라도 하는 것마냥 홀리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내 상사라고는 하지만 역시 방심 못할 아저씨라니까.


"아무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중산기업 쪽도 큰일이로군요. 박양호. 성정이 거칠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청부업자까지 고용해가며 친동생을 죽이려 들줄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무려 21세기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 회장님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고, 이 회장님께서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조만간에 중산기업의 박 회장과도 만남을 한번 가져야겠군요. 음...그리고 류진씨는, 지금 당장 떠오르는 일은 없군요. 한동안은 자유롭게 행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유 행동인가요. 좋습니다."


그 외신의 단서라는 것과 연관된 히든 퀘스트라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말이야. 돈도 좋지만, 레벨을 올리기 좋은 던전도 아는 곳이 몇 군데 있으니 당분간은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도록 할까.


"아, 그리고 류진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만, 휴대전화는 가지고 계십니까?"

"아뇨. 없는데요."


요즘은 아무리 거지라도 공기계 스마트폰 정도는 하니씩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지만, 빚쟁이들에게 쫓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지니고 있던 모든 전자기기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이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공기계만 들고 있어도 기가 막히게 쫓아온단 말이지.


"흠. 오늘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즉시 연락이 가능한 것이 좋겠죠. 그럼 저희 측에서 연락을 위한 기기를 하나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게 말이죠."


나는 내가 스마트폰 같은 걸 들고 다니지 못하는 이유를 이 회장님께 설명해 드렸고, 이 회장님은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측에서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처리를 한 기기를 장만해드릴 테니, 류진씨는 마음을 놓으셔도 좋습니다."


세상에, 추적 불가능한 폰이라니. 무슨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걸 내가 갖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


그 뒤로는 별 다른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고, 내일 중에 회사에 방문하면 기기가 준비되어 있을 거란 말을 들은 나는 현재 어슬렁거리며 다시 던전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었다.


"오늘치 업무는 끝났지만,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벌써 놀기는 좀 그렇지."


쌓여있는 빚이 산더민데 벌 수 있을때 벌어야지. 신경 쓰이는 퀘스트도 있고 말이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얼마 전에 확인한 히든 퀘스트의 정보를 눈앞에 띄웠다.


-----


히든 퀘스트 : 외신의 흔적(1)


자신의 약함을 알라.

무력함을 깨달으라.

피할 수 없는 절망이 찾아올지니.

도망치는 것 조차 불가능할지어다.


달성 조건 : 외신의 하수인 처치(1/3)


-----


보다시피, 이 망할 퀘스트는 불친절함의 끝을 달리는 상태였다. 대체 뭔 설명이 이따위야? 차라리 대놓고 저주를 퍼부어라.

나는 지금껏 몇 개인가 되는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기억이 있지만, 이 외신의 흔적이라는 히든 퀘스트는 다른 퀘스트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듯 했다. 보통 히든 퀘스트는 퀘스트를 찾는 과정이 숨겨져있으니까 히든이지 설명이고 조건이고간에 모조리 숨겨져있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저 영문 모를 퀘스트 설명문은 그렇다쳐도 달성 조건에 달려 있는 외신의 하수인이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려주지를 않았기에 본래라면 모처럼 히든 퀘스트를 받아 놓고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 빨간 몬스터와 몸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저 외신의 하수인이라는 놈들이 있는 곳을 알아낸 상태였고,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또다른 외신의 하수인이 있다는 장소였다.

이놈들이 생각보다 전국 곳곳에 많이 퍼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바로 근처에 두 마리나 되는 하수인이 배치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또다른 하수인이 있다는 곳은 슬럼 근방에 있는 던전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그럼 들어가 보실까."


걷다보니 던전의 게이트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고, 이 던전도 조금 전에 돌았던 고블린의 소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봐야 난이도 D급의 던전. 평균적인 실력의 헌터가 레벨 10정도만 되어도 간단히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이었다.

내 레벨은 고작 3이지 않냐고? 그렇기야 하지만 난 평균적인 실력의 헌터가 아니니까 문제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던전의 게이트 근처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간 나는 왜인지 던전 안에 들어가지 않고 쭈뼛거리고 있는 3인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으음...어쩌죠. 요즘 이 던전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데...저희 셋이서 가능할까요?"

"가, 가능할 거에요! 무, 물론 저희 레벨이 좀 낮긴 하지만...그래도. 아마도요!"

"아마도라니, 괜히 더 불안해지잖아요. 으, 진짜 딱 한 명만 파티원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던전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그들의 대화를 아주 잠깐 엿들었을 뿐이지만 상황은 바로 유추해낼 수 있었다. 척 봐도 어찌어찌 파티원을 세 명까지는 구했는데, 단 한 명이 모자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로군.

뭐, 아무튼 내 알 바는 아니었고, 나는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던전의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저 세 명의 초짜 헌터가 쓸데없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붙잡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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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던전의 버스기사(4) 21.03.23 41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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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13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58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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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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