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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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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8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12 16:00
조회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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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4쪽

경력 있는 신입

DUMMY

"왔군요. 류진씨."


회장실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급진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있던 이 회장님과, 소파에 앉아있는 유미씨, 그리고 웬 금발 태닝 양아치 한 명이었다.


"하하하하. 제가 못 미더우셨으면 미리 말씀을 해 주시지 뭘 하러 회장님 번거로우시게 이런 시험을 다 준비하시고..."


은근히 꼽을 주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리는 없었지만 이 회장님께서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은은한 미소로 대꾸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배웠는지라. 자, 그럼 앉으시죠."


회장님은 그렇게 말하며 한쪽 면이 뚫려있는 입 구자 모양으로 배치된 소파를 향해 손짓을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유미씨와 금발이 앉아있던 소파를 제외하고 비워져 있던 소파에 착석했다.


"수고하셨어요 류진씨."

"하하. 고맙습니다."

"이야~이거 과연 검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 아가씨도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던데 아무리 그래도 상처 하나 없이 돌파할 줄이야."


면식 하나 없으면서 뜬금없이 친한 척을 하는 금발 태닝 양아치. 딱히 친철하게 대답해 줄 의리도 없었기에, 나는 딱히 대답을 해주지 않고 물끄럼히 금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지만, 금발은 무안하지도 않은지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마주 쳐다 볼 뿐이었다.


"자. 그럼 결과를 한번 들어 봅시다."


이 회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경비원 아가씨 쪽을 바라보았고, 아가씨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입을 열어 나와의 싸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듣던 이 회장님은 초반부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경청할 뿐이었지만, 아가씨가 어빌리티를 사용했음에도 내가 모조리 공격을 막아냈던 부분에서는 감탄을 서서히 흘리기 시작하더니 내가 검심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의 내용에서는 확연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살짝 숙이며 얘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아가씨의 어깨에 일검을 찔러넣는 부분에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가씨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시, 신혜 네가 상처를 입었단 말이냐? 어, 어디 보자!"


어...이거, 이 회장님의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이 아가씨와 회장님의 관계가 돈독한 모양이다. 설마 의식불명의 아내를 깨우기 위해 나를 고용까지 하려는 사람이 경비원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해 보이는데...설마 나는 건드리면 안 될 걸 건드려 버린 건가?


"작은 상처입니다. 어빌리티를 과신해서 생긴 실수에 의해 입은 상처지만, 그만큼 그런 작은 실수를 순식간에 간파한 류진씨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기도 합니다."

"허어, 그건 정말 놀랍구나. 너라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않고 류진씨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널 보낸 것이건만...류진씨의 실력이 내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로군."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신혜의 말 덕에 조금은 안심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이 회장님. 아무래도 시험에서는 회장님의 예상 이상으로 좋은 점수를 따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 시점에서 저와 류진씨의 대련은 끝났습니다. 제 쪽에서 항복을 선언했고, 류진씨께서는 제 항복을 받아주셨습니다."

"잘 생각했다. 더 이상 싸움을 계속했다가는, 누구 한 명이 심하게 다치지 않고는 끝나지 않았겠지."


회장님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가씨의 실력도 내게 보인 것이 전부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그 사라지는 어빌리티 말고는 변변한 스킬 한 번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전력일 리가 없지.


"음. 어쨌든 알겠다 신혜야. 네가 수고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어."

"...지시한 바를 이행할 뿐입니다."


이 회장님은 척 봐도 저 신혜라는 이름의 아가씨를 대할 때면 말투가 부드러워지는데 저 아가씨는 나를 대할 때나 별 다를 게 없는 사무적인 말투다. 진짜 얼음장같은 아가씨구만.


"저기, 재밌는 구경을 한 것 까진 좋은데 말이야. 나도 한가한 사람은 아니거든? 빨리 할 거 후딱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데. 얘기를 진행해도 될까요?"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금발. 하지만 저런 생각을 나도 전혀 하고 있지 않던 건 아니었기에 굳이 나서서 반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음. 좋습니다. 그럼 금태양씨? 바로 예의 그 아이템의 준비를."

"오우. 준비라고 해 봤자, 이걸 저 검성씨의 몸에 박아넣는 것밖에는 없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내가 회장실에 들어올때부터 계속 들고 있던 푸른색 날의 단검을 흔드는 금발. 아니, 근데 진짜 이름이 금태양이야? 뭔 이름이 그따위...가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방금 누구 몸에 뭘 박는다고?


"어...저기 회장님? 방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하하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어 검성 형씨. 하지만 어쩌겠어. 아이템 생겨먹은 꼬라지가 이런 걸 말이야. 스테이터스도 없으니 조금 따끔한 걸로는 안 끝나겠지만 사나이라면 이 정도는 참아야지."

"저, 저기...금태양 어르신? 우리 잠깐 진정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죠?"

"어르신이라니~척 봐도 내가 더 어리구만 검성 어르신. 나이도 제법 있으신대 주사 맞기 싫어하는 꼬맹이도 아니고 조금 따끔한 거 가지고 엄살을 피우시면 쓰나."


바, 방금 조금 따끔한 걸로는 안 끝난다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는 나를 본 회장님이 슬쩍 신혜씨와 유미씨에게 눈짓을 보냈고, 은근슬쩍 다가온 두 여자가 내 양 팔을 붙잡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했다. 평소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복에 겨운 해프닝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쉽게도 전혀 환영할 수가 없었다.


"이, 이거 놔! 잠깐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누가 안 맞는대!?"

"류진씨...미안하지만 좀 참아요."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잘 싸우던 사람이 정말 맞나요?"


이런 젠장! 전투에서는 잘만 싸우면 칼 맞는 일도 없고, 만에 하나 맞더라도 알고 맞는 거랑 모르고 맞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댁들도 알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며 버둥거리는 나를 향해 금태양씨가 잔혹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내 가슴 한복판을 향해 푸른 단검을 찔러넣었다.


"으, 으갸아아아악!"

"어이구. 비명 한 번 우렁차시네. 이제 다 끝났어요~어때, 하나도 안 아프지? 신경 써서 찔러 줬다구."

"끄, 끄윽..."


안 아프긴 개뿔. 존나게 아프잖아 이거.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디던 나는 검이 찔린 자리에서 마치 거미줄 같은 푸른색 기운이 뿜어져나와 내 몸 구석구석을 향해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신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소리가 머리속에 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픽급 아이템, 파마의 단검의 발동을 확인.

-파마의 기운이 스틱스의 저주를 몰아냅니다.


내 머릿속에다 대고 직접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윽고 서서히 형태를 가지고 내 눈앞에 마치 홀로그램처럼 글자가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겨 있던 상태창을 해방합니다.

-잠겨 있던 레법 업 기능을 해방합니다.

-잠겨 있던 스킬 기능을 해방합니다.

-잠겨 있던 어빌리티 기능을 해방합니다.


호오. 진짜로 전부 해방되었군. 이제 진짜로 헌터로서의 기능을 모두 되찾은건가? 이제 이걸로 끝이겠지?


-헌터의 레벨에 비해 상승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입니다. 등급 분류중...


"응?"


이게 뭔 소리야? 상승의 깨달음?


-분류 결과, 헌터의 레벨 대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상승의 깨달음이었음을 확인. EX랭크의 어빌리티로써 분류됩니다.


"미친!? 뭐라고!?"

"어이쿠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검성 어르신?"


누가 어르신이야 이 양아치가. 아니, 지금은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이러는 순간에도 내 눈앞에는 상태창의 메세지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타나고 있었다.


-EX급 하이브리드 어빌리티 '검심'을 습득하셨습니다.


상승의 깨달음인지 뭔지가 뭔가 했더니 검심을 말하는 거였군. 게다가 하이브리드는 또 뭔데? 어빌리티는 액티브와 패시브, 두 가지만 존재하는 거 아니었어?


-어빌리티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


-----


어빌리티명 : 검심

등급 : EX

분류 : 하이브리드

효과 : '검심'은 하이브리드 스킬로서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의 효과를 둘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패시브 : 검을 사용하는 스킬에 한해, 소모되는 마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스킬의 선 딜레이가 대폭 감소합니다. 또한, 검을 사용하는 스킬에 한해, 숙련도의 상승이 두 배로 상승합니다.

액티브 : '검심'을 사용해 사용자의 정신을 검과 같이 예리하게 연단합니다.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기량 스테이터스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검을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이 매우 큰 폭으로 상승되고, 스킬의 형태가 변경됩니다.

소모값 : 초당 전체 MP의 1%(액티브 사용시)


-----


"허, 이건 참.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류진씨?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조금 전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으신데요."

"아, 아무 것도 아닙..."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 회장님에게 뭔가 말해주려는 찰나에, 또다시 상태창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숙련도의 한계치에 도달한 스킬이 존재합니다. 해당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마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위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방금 전에 검심이라는 어마무시한 어빌리티를 얻은 직후라 그런지 놀람은 적었다. 그렇다고 내 기쁨도 적어진다는 것은 아니자만 말이다.


"흐흐흐흐...이건 귀하군."

"...류진씨? 왜 그러세요?"

"크흠.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던 얘기 계속 하시죠."

"저희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었는데요?"

"아. 그런가요?"


줄줄이 올라오는 상태창들을 확인하느라 미처 몰랐었다. 이제 내게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회장님께 설명을...


-외신의 하수인을 처치했습니다. 외신에 대한 키워드를 일정치 이상 수집하는 것으로 인해 히든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상태창의 러시는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주 끝이 없이 계속 튀어나오는군. 외신, 외신이라. 이건 역시 그 시뻘건 몬스터 놈을 잡은 것으로 인해 달성한 것이겠군. 설마 히든 퀘스트까지 받을 정도로 중요한 놈인줄은 모르고 잡았지만.'


그 몬스터를 쓰러트린 직후에 잠깐 조금 거친 대화를 나눈 결과, 나는 그놈에게서 자신이 외신이라는 이름을 부르기조차 두려운 존재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었고, 몇몇 던전에 자신과 같은 외신의 하수인들이 파견되어 있다는 정보를 캐낼 수 있었다. 아마 이 정보를 불게 한 것으로 인해 외신에 대한 키워드를 수집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겠지.


-퀘스트의 정보를 확인하겠습니까?


"아니, 조금 있다가 확인하지."


자꾸만 올라오는 이놈의 상태창 때문에 도무지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 히든 퀘스트라는 것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회장님 앞에서 갓 헌터로 각성한 초짜 헌터마냥 언제까지고 멍하니 서서 상태창만 쳐다보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설마 싶었지만 또 이놈의 상태창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었기에, 나는 잠깐 대기하며 상태창이 올라올 것을 대비했지만, 다행히 상태창은 방금 전의 것이 마지막인 듯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회장님께 말을 걸었다.


"음. 이제 됐군. 감사합니다. 회장님. 헌터로서의 능력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 말에 이 회장님이 안심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 잘됐군요. 그렇다면 이것으로, 류진씨께서는 저희 한성기업의 일원이 되시는 것이로군요."

"임시긴 하지만요."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내구도 1이 깎이고, 수리도 불가능한 파마의 단검을 사용한 것으로 나는 빼도박도 못하고 한성기업에 커다란 빚을 진 셈이 되어버렸기에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참고로 파마의 단검 1회 사용료가 얼마냐는 내 질문에 이 회장님은 쓰게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였는데, 정확히 말을 해주지 않는 편이 더 무서울 때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설령 임시라고 하더라도 류진씨를 대함에 있어서 소홀함은 없을 것입니다. 사원을 가족처럼. 저희 회사의 모토니까요."

"하긴, 경비원 분들의 충성심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회장님을 모욕했다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그 모습이란...물론 그 바로 뒤에 유미 아가씨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을 보여준지라 상대적으로 회장님에 대한 충성심이 좀 바래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미씨를 쳐다보았고, 유미씨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거 잘됐네. 그럼 저는 이만 가봅니다?"


금태양이라는 이름의 금발 태닝 양아치가 손을 휘적거리며 그렇게 말했고, 회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금태양씨."

"하하. 내가 한 거라고 해 봤자 검성 어르신 가슴에 칼빵 넣은거밖에 없는데 뭘."


결과만 보면 고마운 게 맞지만 막상 저렇게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왠지 배알이 꼴리는데. 금태양이라. 일단 얼굴 정도는 기억해두자고. 은혜든 원한이든 갚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작가의말

다음 화부터 던전의 거지인 내가 EX급 개사기 어빌리티를 얻어 던전 무쌍!? 으로 이름을 바꿔서 연재됩니다.

물론 거짓말이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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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경력 있는 신입(3) 21.03.15 507 7 15쪽
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59 9 14쪽
12 깽판칠 시간이다(3) 21.03.10 569 6 17쪽
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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