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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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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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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60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3.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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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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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던전의 버스기사(4)

DUMMY

"으...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류진을 뒤에 남겨놓고 오크들의 부락 안으로 침입한 3인조의 일원. 이다영이 자신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남수진이 애써 활기찬 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셋이서 초보 헌터 시절부터 지금껏 잘 해왔잖아요?"

"하하. 그렇죠. 딜이 좀 부족한 조합이라 고생을 많이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셋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헌터로 각성을 해 첫 번째로 들어간 던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고정 파티를 짜고 던전을 도는 인원들이었다. 오민수의 말마따나 딜을 넣을 만한 사람이 없고, 또 3인으로는 살짝 불안하게 느껴지는 파티였으므로 대부분의 헌팅에서는 따로 딜러를 가입시켜 던전을 도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까지 이 3인조의 파티와 함께한 딜러 중에서는 고정 파티에 가입하겠다는 헌터는 없었다. 아마도 이 3인조는 지금껏 쭉 함께해왔었기에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임시로 가입한 사람은 거기에 끼어드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일 터였다.


"평소라면 일단 후퇴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했겠지만...지금 당장 함께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껏 봐왔던 어떤 딜러보다도 든든하신 분이 저희 뒤를 봐주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평소처럼 딜러가 없어 던전에 입장하지도 못하고 고민하던 차에 혜성처럼 등장한 헌터 류진. 행색이 조금 초라하긴 하고,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던전에 대해 굉장히 박식하고 무엇보다 그 레벨에 걸맞지 않는 굉장한 검솜씨를 가진 헌터였다.


"레벨 3이라고 했을 땐 정말 놀랐죠...그 후에 일격에 오크들을 해치우는 걸 보고 또 놀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류진씨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 던전보다 더 상위의 던전에 가도 괜찮을 것 같던데. 굳이 이 던전에 찾아온 이유가 뭘까요?"

"뭔가 이 던전에서 찾는 게 있는 것 같은 눈치던데. 무슨 퀘스트라도 받은 거 아닐까요?"


설마 그 퀘스트가 히든 퀘스트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이다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진실에 근접한 결론을 도출해낸 그녀였다.


"정말 꿈같은 소리긴 하지만...저런 분이 저희 파티의 고정 멤버가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하. 정말 그렇네요."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야 저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괜한 기대는 하지 맙시다. 솔직히 저희 수준으로는...류진씨를 따라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니까요."


현실을 직시하는 남수진의 말에 시무룩해지는 오민수와 이다영. 굳이 남수진이 말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뭐라고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 그들이었다.


"아무튼, 슬슬 몬스터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대화를 나누며 제법 전진한 그들은 부락의 정중앙 부근까지 침입해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한 마리의 오크조차 마주치지 않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전진했다가는 엉성한 천막들 사이에 몸을 숨기는 것조차 할 수 없기에 오크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을 터였다.


"으...전투 직전의 이 감각은 정말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이 되지를 않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류진씨는 싸울 때 전투 태세로 들어가는게 숨쉬듯이 자연스럽던데...신기하네요. 레벨은 3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마치 수많은 전투를 겪은 것만 같은..."


류진과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류진이 그들에게 남긴 인상은 그만큼 깊었다.


"음...아무래도 대화는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저놈들이 이쪽을 눈치챘어요."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방패와 메이스를 들어올리는 남수진. 그의 말대로 천막 안에서 기어나오던 오크들 몇마리가 3인조 쪽을 정확히 노려보며 격한 콧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럼...갑니다. 류진씨 말대로 최대한 어그로를 끌어보죠."

"알겠습니다. 평소처럼 수진씨가 먼저 진입하면 제가 커버할게요."

"좋습니다. 다영씨도 늘 그렇듯이 적절한 치유 부탁드려요."

"네!"

"그럼 갑니다!"


그렇게 외치며 망설임없이 앞으로 뛰쳐나가는 남수진. 오민수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남수진의 뒤를 따라 뛰었고, 이다영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치유 마법을 준비했다.


"덤벼라 이 오크 놈들아!"


마찬가지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메이스를 휘두르며 남수진이 외쳤다. 남수진이 휘두른 메이스는 오크의 머리통을 함몰시켜버렸고, 오크는 손에 든 몽둥이를 떨어뜨리며 뒤로 날아가버렸다.


"위험해!"


남수진이 메이스를 휘두르는 사이에 노출된 빈틈을 통해 옆에 있던 오크가 남수진의 옆구리를 향해 들고 있던 나무 창을 찔러넣었고, 남수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오민수가 고함을 지르며 남수진의 옆으로 파고들어 방패로 오크가 내찌른 나무창을 튕겨냈다.


"고마워요! 민수씨!"

"별말씀을!"


그들이 내지른 함성에 의해 부락 내부의 오크들 대부분의 어그로가 집중되었고, 부락의 공터 한가운데에서 오크들에게 둘러쌓인 남수진과 오민수는 배후를 서로에게 맡긴 채로 서로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거...진짜 많네요."

"그러게요. 자신 있게 나서기는 했는데...에잇! 약한 소리 할 때가 아니죠. 우리는 조금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지치기야 하겠지만 그만큼의 적들을 류진씨가 해치워 줄 거에요. 다영씨의 치유도 있구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남자답게 가보자구요!"

"하핫! 그거 좋죠! 굳건한 태세!"


오민수는 호기롭게 외치며 기동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방어력을 향상시켜주는 전사의 버프 스킬인 굳건한 태세를 발동시켰고, 남수진도 이에 질세라 스킬을 발동했다.


"실드 이펙트!"


방패의 방어력과 반탄력을 향상시키는 버프 스킬을 발동한 남수진. 그리고 오크들은 괴성을 지르며 남수진과 오민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와라!"

"덤벼라! 괴물놈들아!"


그리고 남수진과 오민수도 마주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오크들을 막아내기 위해 방패를 들어올렸다.


-----


"흠. 어그로는 아주 잘 끌고 있군. 이다영도 적절한 위치에 몸을 잘 숨겼고."


비교적 몬스터에게 대항할 수단이 적은 힐러에게 어그로가 튀는 것은 치명적이다. 원래대로라면 중열에 위치한 딜러가 힐러에게 튀는 어그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지만 저 3인조는 탱커만 둘이었기에 별 수 없이 힐러인 이다영은 몸을 잘 숨기는 법을 익힌 모양이었다.


"나도 잽싸게 움직이자고."


내가 오크들을 해치우면 해치울수록 남수진과 오민수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드니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수진과 오민수에게 어그로가 집중된 틈을 타서 몸을 제대로 숨기지도 않고 전력으로 질주하며 오크 무리의 후방으로 접근했다.

던전이란 곳에 상식이란 없다는 말처럼, 던전의 종류 또한 그만큼이나 다양했다. 조금 전에 갔었던 고블린 소굴처럼 몇 개의 에이리어가 배치된 형태가 있는가 하면, 이 오크들의 부락 같이 하나의 넓은 에이리어가 던전의 전부인 곳도 있었다. 참고로 이 오크들의 부락같은 오픈월드형 던전의 경우, 특정 기점을 경계로는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동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아주 예쁘게 잘 몰려있구만. 내 레벨만 높았으면 여기다가 광범위 스킬이라도 한방 날렸을텐데."


범위기를 참기가 매우 힘든 광경이기는 했지만, 지금 내가 날리는 스킬은 검심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데미지도 약하고, 또 마력 소모도 4분지 1로 줄었다지만 무시할 만한 게 못 되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도 말한 거지만 급소를 치지 않는 이상 내가 오크들을 일격에 절명시키기는 힘들었기에, 스킬을 사용해봤자 기껏 남수진과 오민수에게 몰린 어그로를 분산시키기만 할 뿐이었고, 또 마나 포션 하나 없는 내 형편상 외신의 하수인과의 전투에 대비해서 마나는 최대한 아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보스를 잡고 시작한 민철이와의 전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거지.


"음...생각해보니 마나 문제는 별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저만큼 몰려 있는 오크들을 잡으면 최소 레벨이 3은 올라갈테니 말이야."


레벨은 초반에는 빨리 올라가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던전에 들어올 때는 3이었던 내 레벨은 오크들 몇 마리 잡았다고 1이 올라 있었고, 이 레벨 업 속도로 대강 계산해본다면 저기 몰려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해치운다면 적어도 7레벨은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내 계산이었다.


"흐흐흐. 그렇게 생각하니 저 냄새나는 돼지머리들도 제법 군침이 도는군."


물론 식욕이 돈다는 의미는 아니고, 경험치를 말하는거다. 아, 이거 말하다보니 진짜 배고프네. 돼지머리 몬스터들을 썰다보니 돼지국밥이 격하게 땡기는 날이다.


"이 회장님한테 사달라고 하면...화내시려나."


아니, 사달라고 하면 일단 웃으면서 사주기는 할 것 같다. 그 뒤의 내 취급이 어떻게 될 것인지 무서우니 시도해볼 엄두는 안 나지만.


"그러고보니 유미씨한테 고기 사준댔는데 약속을 잡기가 힘드네."


애초에 내 힘이 돌아온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를 못했으니 약속을 잡을 기회조차 없었지. 회장님이 폰을 마련해준댔으니 그때 되면 연락처나 물어 봐야겠어.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는 오크들의 지척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나는 조용히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고, 스르릉 하는 깔끔한 소리와 함께 검날이 번쩍였다.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은 이래서 좋아.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 늘 새것같은 상태란 말이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이 검은 내 힘을 되찾은 그날에 한성기업 쪽에서 임시로 지급받은 것. 비록 임시라고는 하지만 그 귀하다는 장비 아이템을 지급해주는 그 통큰 배포에는 감탄했다.


"흠. 그런데 이것도 민철이 놈을 두들겨 패느라 내구도가 좀 상했단 말이지...아무 효과도 없는 커먼급 아이템이라 내구도도 낮고."


원래 10이었던 이 검의 내구도는 지금 4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템의 내구도라는 것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줄어드는 속도가 천차만별이었기에, 이 검이 감당하기 힘든 공격을 받아낸다면 즉시 1이 깎이는 일도 일어날 것이었기에, 앞으로 있을 외신의 하수인과의 싸움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라도 무기 없이 그 시뻘건 몬스터놈을 상대하기는 좀..."


앞의 오크 놈들의 수가 제법 많기는 하지만, 내 검에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들의 목을 날리는데는 정말 아주 약간의 내구도밖에 소비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마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썰어도 1 정도밖에 안 깎일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 되면 3밖에 안 남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예비 무기 하나 정도는 챙겨두는건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이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참. 저 양반들 고생하는데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남수진과 오민수 쪽의 상황을 살폈다.


"좋아. 잘 버티고 있구만."


남수진과 오민수는 흙먼지로 더러워지고, 장비 여기저기에 생채기가 나기는 했지만, 크게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힐러의 치유는 몸의 피로까지도 회복시켜주는 기능이 있었기에, 격한 움직임에도 크게 호흡이 흐트러진 것 같지도 않았기에 앞으로 15분 정도는 여유롭게 버텨줄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지."


나는 그렇게 읊조리며 내 앞에서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고 있는 경험치 덩어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암살 쇼 시작이다!"


누가 말했던가. 자고로 암살이란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인 법이다. 고로 여기 있는 오크들을 모조리 썰어버리면 그게 바로 암살이란 거지!


작가의말

암살(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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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던전의 버스기사(2) +1 21.03.20 462 7 11쪽
19 던전의 버스기사 21.03.19 4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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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경력 있는 신입(5) 21.03.17 479 7 12쪽
16 경력 있는 신입(4) 21.03.16 465 7 14쪽
15 경력 있는 신입(3) 21.03.15 506 7 15쪽
14 경력 있는 신입(2) 21.03.14 535 7 14쪽
13 경력 있는 신입 21.03.12 558 9 14쪽
12 깽판칠 시간이다(3) 21.03.10 568 6 17쪽
11 깽판칠 시간이다(2) 21.03.08 606 5 14쪽
10 깽판칠 시간이다 21.03.07 651 10 13쪽
9 다시, 던전(9) 21.03.05 668 9 18쪽
8 다시, 던전(8) 21.03.03 700 8 14쪽
7 다시, 던전(7) 21.03.01 710 9 13쪽
6 다시, 던전(6) 21.02.26 779 9 13쪽
5 다시, 던전(5) 21.02.24 821 11 14쪽
4 다시, 던전(4) +1 21.02.22 919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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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던전(2) +1 21.02.17 1,190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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