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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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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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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02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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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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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답사 준비(4)

DUMMY

"갑니다!"


양수호는 질주하는 류진을 향해 호령을 내지르며 방패를 휘둘렀다.

탱커라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역이용한 회심의 일격. 하지만 류진은 어이없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저 질주의 속도를 살짝 늦출 뿐이었고, 결과적으로 양수호의 타워 실드는 허무하게 애꿎은 허공만을 갈랐다.


"흠."


그리고 류진은 속도를 늦추며 낮아진 자세에서 양수호가 방패를 휘두르느라 생긴 빈틈을 정확히 포착하며 번개같은 속도로 검을 내찔렀고, 양수호가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류진의 검끝은 양수호의 목젖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너 뭐하자는 건데? 탱커가 초장부터 방어 태세를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으, 윽...! 그, 그건!"


사실 양수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 얕보지 않는다고 생각이야 하고 있었지만 15라는 류진의 레벨을 듣고 우습게 보지 않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렇기에 공격을 넣는 그 잠깐의 빈틈 동안 이렇게나 빠르고 정확한 일격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제대로 들어갔다면 분명 치명상이었을 공격을 허용하고 만 것. 이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제대로 좀 하자 응? 같이 난이도조차 모르는 던전에 들어갈 파티원이 이래서야 이쪽이 불안하다고."

"자, 잠깐 방심한 것 뿐입니다."

"그 잠깐의 방심이 던전에서는 목숨을 앗아가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검을 멈췄지만, 몬스터들은 아닐 테니까."

"..."


말이야 바른 말이고, 양수호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왠지 이 남자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까 화가 난다고 양수호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번의 일은 백프로 양수호의 판단 미스였으니 할 말이 없는 양수호였다.


"다시, 다시 한 번 해보죠.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정말 그래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어이가 없어서 무심코 검을 멈췄지만, 앞으로는 안 그럴 거야. 계속 말하는 거지만 난 시간이 없거든."

'한 번 빈틈을 제대로 찔렀다고 우쭐하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화를 삼키는 양수호. 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진은 그렇게 검을 늘어뜨린 채로 얌전히 뒤로 걸었고, 양수호는 저 무방비해 보이는 뒤통수를 공격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지만 안 그래도 자신이 압도적인 어드밴티지를 지닌 상태에서 그런 비겁한 짓까지 한다면 정말로 면목없는 짓이었기에 얌전히 기다릴 뿐이었다.


"자. 그럼 가보자고. 이번에는 일격 정도는 막아 달라고."

"이제 다시는 그 검이 제 몸에 닿을 일은 없을 겁니다. 방금 그걸로 방심은 완전히 날아갔으니까요."


양수호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침착하게 방패를 들어올려 한치의 빈틈도 없는 수비 태세를 취했고, 류진은 그런 양수호를 보며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좀 탱커 같네. 좋아, 그럼 간다!"


그렇게 외치며 여전히 검을 늘어뜨린 채로 양수호를 향해 질주하는 류진.


"파워 스트라이크!"


전투의 개막을 알리는 스킬은 파워 스트라이크. 모든 전사계 헌터가 한 번쯤은 사용한 적 있다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스킬이었다.


"음!"


양수호는 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가뿐히 류진의 공격을 막아냈고, 이번에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류진의 힘에 안도하며 말했다.


"허세를 떨던 것 치고는 검에 실린 힘은 형편 없군요. 그래서야 제 방패를 뚫을 수 있겠습니까?"


명명백백한 도발. 아무리 허허실실 사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라도 지금껏 류진이 보여준 뭔가 재수없는 모습에는 화가 났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류진은 그런 양수호의 도발에도 그저 씨익 웃으며 검에 실린 힘을 더하며 말했다.


"역시 그렇지? 내가 스텟을 좀 요상하게 찍어서 말이야."

'무슨 말이지? 스텟을 이상하게 찍었다고? 그게 무슨...'

"그런데 말이야. 지금부터는 얘기가 좀 달라질거야."


류진이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류진의 검에서 붉은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 기운이 아지랑이같은 형상이 되어 류진의 몸을 감쌌고, 순식간에 류진의 검에 실린 힘이 한층 묵직해지는 것이 방패를 넘어서 전달되었다.


'히, 힘이 갑자기 상승했다고? 파워 스트라이크는 분명 그런 스킬이 아니었을 텐데?'


류진이 양수호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아이템 같은 걸 착용하는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평범한 철검은 알다시피 특수 능력이라고는 추호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검.

결국 류진에게 생긴 변화는 류진이 사용한 스킬이나 어빌리티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러고보니 이건 전에는 제대로 못 써봤지. 오늘은 좀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겠군. 마검 발현!"

"마, 마검?"


류진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마검 발현이라는 스킬을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류진의 검에서 이글거리는 시뻘건 화염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양수호는 기겁하며 방패를 바로 들었다.


'뭐, 뭐야 저거!? 단순한 15레벨의 헌터가 사용할 만한 스킬이 아니잖아!'

"뭐, 뭐야 이거!? 전에 사용했을 땐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왜 당신도 놀라는데!"


어째선지 당황하는 것은 양수호뿐만이 아니었고, 류진 역시나 당황을 숨길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류진은 검을 밑으로 늘어뜨리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후후후. 이렇게 된다면, 전부터 해보고 싶은 게 있었지. 소드 웨이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저 멀리서 양수호를 향해 검을 올려베는 류진. 그러자 올려친 류진의 검에 휘감긴 화염은 거대한 검풍이 되어 양수호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고, 소드 웨이브란 말에 막을 준비는 하고 있던 양수호지만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검풍의 크기와 속도에 기겁하며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크윽!"


다행히 미리 준비하고 있던 덕에 검풍 자체는 막아 냈지만,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라 화염이라는 공격의 특성상 덮쳐오는 열기 까지는 막아낼 수가 없었기에 양수호는 어쩔 수 없이 타는 듯한 열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크윽, 뜨겁다...! 그대로 전투 시뮬레이션 기기의 특성상 버틸 만 해!'


하지만 양수호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류진의 소드 웨이브가 일으킨 후폭풍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 바닥이 왜 이러...크악!"


화염의 검풍이 지나간 궤적의 바닥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마치 달아오르기라도 하듯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마치 화산이 분출하기라도 하듯이 류진의 검풍이 향한 길을 따라 화염의 기둥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하단에서의 공격에 양수호는 방어하지 못하고 화염의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오, 오오...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효과가 상상 이상인걸. 게다가 저 화끈한 반응을 보아하니 데미지도 내 힘 스텟이 아닌 마력 스텟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고 말이지."

"허억, 허억...이 무슨! 당신! 절 속인 겁니까!?"

"엥? 그게 갑자기 뭔 소리냐?"

"15레벨 수준의 헌터가 사용할 만한 스킬이 아니잖습니까! 당신 레벨을 속이고 있는 겁니까!?"

"어떤 심정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일단 좀 진정하지? 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잖냐. 내가 레벨을 속여서 볼 이득 같은 건 추호도 없다는 걸 말이야. 그런데 내가 뭣 하러 레벨을 속이겠냐?"

"그, 그건 확실히...그렇, 군요."


확실히 일부러 양수호를 골탕먹이려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레벨 주작이라는 금방 드러날 것 같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수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있던 류진이었기에 그가 일부로 양수호를 골탕먹이려고 생각할 일도 없었다.


"알았으면 진정하고 머리 좀 식히라고. 불로 구워놓고 이런 소리 하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전 냉정합니다."


양수호는 그렇게 내뱉으며 HP를 확인했고, 방금의 그 일격만으로 무려 10%에 달하는 체력이 날아가 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탱커 계열인 그가 지닌 초재생 패시브 스킬로 인해 천천히 회복되고 있기는 했지만 단 일격에 의한 피해라고는 믿기 힘든 상황. 하물며 레벨 15짜리 헌터의 공격이었기에 더더욱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아 씁. 얘기하느라 시간이...야. 여기 MP포션은 어떻게 마셔야 하냐? 내 어빌리티가 위력은 확실한데 초당 MP를 어마무시하게 잡아먹어서 말이야."

"포, 포션 말입니까? 무기를 생성했던 장비 탭과 비슷하게 소모품 탭도 단말에 있습니다. 그쪽을 천천히 찾아 보시면 됩니다."


양수호의 말에 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말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양수호는 조금 전에 류진이 한 말을 곱씹기 시작했다.


'역시 레벨 대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강한 저 모습은 어빌리티 덕분이었나. 하긴,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오만가지의 어빌리티가 다 있으니, 엄청난 MP 소모를 대가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어빌리티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당장 양수호만 하더라도 어빌리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쉽게 써먹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등급도 그리 높은 건 아니었기에 남들 앞에서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 찾았다 찾았어. MP포션."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류진은 단말에서 MP포션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듯 했고, 이내 눈앞에 떠오른 고급 MP포션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크으. 이 빌어먹을 건 가상현실 안에서도 맛없구만."

"준비가 끝났으면 다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이거 미안하게 됐어. 내 어빌리티가 좀 속전속결 스타일이라서. 이런 포션이라도 없으면 좀 조루같은게 유일한 단점이야."

"조, 조루...크흠.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류진씨도 일단은 검사이니 MP가 부족할 수밖에 없겠죠."

"딱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긴 한데, 뭐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니 상관없겠지. 자. 그럼 다시 간다. 검심, 발동."


이번에는 양수호의 귀에 똑똑히 들린 검심이라는 스킬, 아니 필시 어빌리티의 발동.

그것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그 몸으로 느낀 양수호였기에 양수호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눈앞의 상대를 그저 허세쟁이 쪼렙 헌터가 아닌 한 명의 어엿한 헌터이자, 강대한 강적으로 인식했다.


"굳건한 태세!"


그와 함께 양수호는 사용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버프 스킬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양수호의 방어력이 증가했다.


"좋아좋아! 그렇게 나오셔야지!"


이번에야말로 방심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양수호의 진중한 표정을 확인한 류진은 씨익 웃으며 재차 양수호를 향해 질주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시점을 한번 바꿔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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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2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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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90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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