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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4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12 15:10
조회
387
추천
7
글자
12쪽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DUMMY

"진짜 더럽게 어둡네. 뭐가 보여야 대처를 하든지 말든지 할텐데 이렇게 어두워서야 영..."


두 개의 열린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한 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슬슬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한...윽!"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는 갑자기 확하고 켜진 조명에 팔로 시야를 반정도만 가리고는 바로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치장된 거대한 석실이었다. 내가 조금 전까지 같혀 있던 함정보다 몇 배는 거대한 석실은 거의 야구장만한 크기를 자랑했고,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환 황금의 옥좌에 앉아있는 앉은키만 10m 정도 되는 석상이었다.

거대한 남성의 형상을 한 석상은 조금 전의 함정방에서 마지막 웨이브 때 등장한 골렘들처럼 번쩍이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가슴팍에는 각각 붉은색, 푸른색, 그리고 초록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보석이 박혀 있었다. 참으로 비싸 보이는 남자로구만. 말 그대로의 의미로 말이야.


-나의 신전에 도달한 것을 환연한다. 용맹한 인간이여. 그대의 용기에 치하의 말을 보내노라.


내가 선택한 길은 바로 몰렉이라는 놈이 기다린다는 오른쪽 길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 내 상태가 그렇게 최악도 아니고 굳이 불길한 예감을 무시하면서까지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아주 정확한 판단이었다는 것이 내 앞에 서있는 거대한 석상의 말에 의해 증명되었다.


-만약 그곳에서 물러선다는 겁쟁이의 길을 택했더라면 그대의 앞길엔 암흑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빠져나갈 수 없는 무저갱 속으로 떨어져내렸겠지.

"거 참 치사한 양반이네. 사람이 좀 피곤해서 쉬고 싶을 수도 있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치하받아 마땅할 용기있는 자여, 부디 날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군.


내 말이 들리고 있는지는 의문일 정도로 쿨하게 내 말을 씹으며 거대한 석상은 앉아있던 옥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상당히 오랜 시간을 움직임 없이 옥좌에 앉아 있었던 듯 관절부 여기저기에서 흙먼지가 후두둑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치하한다면서 바로 죽이려드는건가. 하긴, 몬스터라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언뜻 보면 적의는 없어 보이는 말투였기에 혹시나 전투 없이 넘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아주 약간의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예상 못한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바로 등 뒤의 대태도를 뽑아들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내 앞에서...빌려온 힘은 허용되지 않는다.


석상이 그렇게 말하자 가슴에 박혀 있는 붉은 색의 보석이 강하게 점멸했고, 내 눈앞에 상태창이 올라왔다.


-몰렉의 삼신기 : '거짓을 꿰뚫는 붉은 눈'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이번 전투에 한해 장비 아이템들의 효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


"...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 손에 잡혀있는 대태도를 내려다보았다.


-----


스톤 브레이커

분류 : 장비 아이템

부위 : 무기

등급 : 커먼

레벨 제한 : 15

능력치 :

공격력 +30(봉인됨) 힘 +5(봉인됨) 기량 +3(봉인됨)

설명 :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대태도.

한 이름없는 석상 조각가가 애용하던 검이다. 대부분의 면에서 지극히 평범한 대태도지만, 다루던 자의 혼이 스며들기라도 한 것인지 돌에 대해서는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

암석형의 적에게 1.5배의 데미지를 가한다.(봉인됨) 힘이 조금 상승하며, 기량 역시 조금 상승한다.

(힘들어...그만할래...-석상 깎는 것에 질린 석상 조각가)


-----


진짜 돌아버리겠군. 스테이터스 봉인도 모자라 이제는 장비 봉인이야?

나는 혹시나 해서 파쇄의 대검과, 싸구려 장검의 상태까지 확인해봤지만 그 아이템들도 다를 것 하나 없이 이 대태도와 똑같은 상태였다. 즉, 지금 내 손에 들린 것은 던전 드랍 아이템이 아니라 그냥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철검 수준의 물건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기껏 빌려놓고 한 번을 제대로 못 쓰는군. 이거."


골렘들이 엄청나게 튀어나오는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빌려온 무기이건만, 함정 속에서는 써보지도 못하고 저놈도 번쩍거리고 있기는 했지만 일단은 석상인지라 제대로 써먹어 볼 수 있겠다고 내심 기뻐하던 참인데 이게 뭐야.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점은 무기뿐만이 아니라 최후의 보험인 용력의 전투 문신마저도 먹통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몸에 귀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이것도 장비 아이템이니 말이지.

그렇게 내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자 석상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이 근엄한 목소리로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 앞에서 휴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석상의 푸른색 보석이 번쩍 하고 빛났고,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상태창이 올라왔다.


-몰렉의 삼신기 : '가뭄을 부르는 푸른 눈'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이번 전투에 한해 모든 종류의 회복이 불가능해집니다.


"...가지가지하는군. 진짜로."


두 번째 보석의 효과는 회복을 막는 것. 즉, 아끼고 아꼈던 두 병의 MP포션조차 아껴서 결국 똥이 되어버렸다는 뜻이었다.


"난 왜 그렇게 열심히 절약해가며 싸웠던거지?"


내구도며 포션이며 아껴가면서 싸우지만 않았어도 훨씬 쉽게 함정을 돌파했을텐데 말이야. 좀 화나는데?

더욱이나 분통 터지는 사실은 저 빌어먹을 석상 놈에게는 아직 한 번의 디버프가 더 남았다는 거다. 더 이상 내게서 뭘 뺏어갈 생각이야. 뭐 돈이라도 뺏어갈 생각인가.


-마지막으로, 내 앞에서 그대는 오롯이 그대의 힘만으로 싸워야 할지니.


-몰렉의 삼신기 : '회귀하는 녹빛 눈'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이번 전투에 한해, 모든 스테이터스가 50으로 변경됩니다.


"...어?"


어어어?


-내 앞에 서는 자들은 그게 누가 되었던 본인이 쌓아온 그릇된 힘에 의지하는 자들이었다. 허나, 나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지니. 내 앞에 선 자는 그 누가 되었던 같은 시선에 서서 오롯이 본인의 실력만으로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아 뭐라는 거야 쟤는. 그나저나 방금 뜬 그 메세지.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나는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상태창을 열어 내 스테이터스를 확인했고, 그러자 정말로 50으로 바뀌어있는 내 스테이터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마력 스테이터스는 그야말로 떡락. 절반 이하로 떨어져버렸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딴 게 아니었다.


"후, 후후후..."

-어째서 웃는 것이지? 절망하여 실성하기라도 한 것인가?


의외로 내 말이 들리기는 하는 건지 석상은 내 행동에 의문을 표시했고, 나는 그저 웃으며 대태도를 놈에게 겨누며 말했다.


"그거야 지금부터 그 몸으로 알게 될거야. 에, 뭐였더라. 몰렉이었었나? 일단 감사는 해 둘게."

-무슨 말이지?

"아직 예전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지만, 오래간만에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거든."


방금 몰렉이 건 디버프. 아니, 이걸 진짜로 디버프라고 불러도 되나? 아무튼 그건 분명 다른 사람에게였다면 확실히 디버프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지. 일반적인 헌터의 수준으로 저 함정을 돌파하고 몰렉에게 도전할 정도의 강자라면 평균 스테이터스는 못해도 7, 80에 도달할 정도일테니 말이야. 그 상태에서 스테이터스가 50으로 고정되면 치명적이겠지. 하지만 내 상황은 완전히 그 반대였다.

내가 스테이터스를 찍는 방식은 대기만성형. 제아무리 레벨 업 한 번에 10씩이나 되는 포인트를 번다고는 해도 그 대부분을 마력에 투자하고, 6부터 15까지 얻은 스테이터스를 모조리 마력에 꼴아박은 결과 지금의 내 스테이터스는 동 레벨대의 헌터들에 비해서도 처참한 수준. 그렇기에 지금의 내 움직임은 머릿속에서 상상한 내 움직임과 약간 차이가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금 걸린 몰렉의 버프(?)에 의해 나는 일시적이라지만 조금 더 과거의 나와 가까운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어드밴티지는 장비나 회복 따위가 제약된 것들은 그야말로 모조리 따위로 만들어버릴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하하하! 그럼 놀아 보자고!"


나는 그렇게 외치며 곧바로 몰렉을 향해 질주했고, 몰렉은 그 거체를 서서히 움직이며 크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도다! 그대의 만용에 절망하며 죽어가거라!


아까까지만 해도 용맹하다며 칭찬 일색이던 놈이 뭐라는거야. 당최 언행이 이해를 가지 않는 놈이다.


"하하하하! 몸이 가볍구만!"


실제로 지금의 내 움직임은 바로 조금 전보다 곱절은 빨라져 있는 상태. 수치상으로만 봐도 250%나 상승한 힘과 기량 스테이터스 덕이었고, 그 덕에 거리가 제법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순식간에 몰렉의 다리 옆에 도달했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그대로 횡으로 그어지는 대태도.


-무엇이!?


내 일격은 암석으로 된 것이 분명한 몰렉의 다리를 수수깡 자르듯 일격이 절단해버렸고, 자신의 단단함을 믿고 있던 몰렉은 단 일격에 자신의 다리가 잘려나가자 한쪽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생각한 대로 몸이 잘 움직여주는 건 기분이 좋아! 아마 이래서 사람들이 헬창이 되는 거겠지!"

-이, 이 어리석은 노오옴!


물론 꼴에 던전의 히든 보스를 맡고 있는 몰렉인지라 가만히 당하고만 당하고 있지는 않았고,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용케 오른팔을 내게 내려쳤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나는 피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등에 메여 있는 파쇄의 대검을 왼손으로 잡고 나를 향해 정확히 내려찍히는 몰렉의 오른팔을 벤다기보다는 후려치듯이 강타했고, 그 덕에 궤도가 꺾인 몰렉의 오른팔은 아슬아슬하게 내 왼쪽으로 틀어박혔다.

조금 전까지의 나였다면 불가능했을 방어. 애초에 힘도 부족하고, 저 정도의 반동을 받아내기는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체력은 무려 이전의 다섯 배. 헬창 얘기가 나온 김에 비유하자면 마력을 제외한 다른 스테이터스들의 코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체력이 어마무시하게 뻥튀기가 된 덕에 나는 가진 힘과 속도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체력이 높으면 그저 피돼지지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몰렉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씨익 웃었고, 내가 올려다본 몰렉의 표정은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너 표정 바꾸는 기능도 있었냐?


"하하. 당황스럽냐? 하긴, 지금까지 만나본 헌터들은 이런 상황에서 나같이 굴지는 않았겠지."


우연히라도 이 방에 도달한 헌터들은 지금까지 철썩같이 믿어오던 화려한 장비와, 빵빵한 포션, 그리고 쌓아올린 스테이터스가 제약된 순간 극도로 당황했을 것이고, 그 탓에 살아남지 못했겠지. 이 놈은 그런 불쌍한 헌터들을 조금 전까지 내던 근엄한 목소리를 내며 압도적인 덩치와 힘으로 밟아죽였을거고.


"너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다. 내가 너 오늘 나랑 똑같은 눈높이로 만들어주마. 방해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썰어내다 보면, 너랑 나도 같은 시선에 설 수 있지 않겠어? 니가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고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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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초능력자 +1 21.05.03 247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4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6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7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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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6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1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7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79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8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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