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87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07 10:14
조회
216
추천
5
글자
9쪽

강철의 남자(3)

DUMMY

"여긴 변한 게 없군. 던전이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나는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뼛조각들을 훌훌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지금 내가 위치한 곳은 해골들의 쉼터라는 이름이 붙은 던전. 그 이름 그대로, 누군지도 모를 해골들이 온 사방 천지에 깔려 있는 음산하기 짝이 없는 동굴 형태의 던전이었다.


"음산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난이도 자체는 별 거 없지만 말이지."


이 던전의 기믹이라고는 널브러져 있던 해골들 중 몇 놈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조립되고는 덤벼든다는 것 뿐이었기에 초보들도 쉽게 사냥을 할 수 있는 사냥터였다. 보스 몬스터조차 다른 해골들보다 덩치가 조금 크고,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다는 거 말고는 별 거 없는 놈이고 말이야.


"뭐, 그래도 그날의 우리에게는 아주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야. 안 그래? 아저씨."


나는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강철환을 향해 말을 건넸고, 그러자 잠시 후 바스락거리는 뼈 밟히는 소리와 함께 종유석 뒤에서 강철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 아저씨."

"..."


나는 짐짓 반갑다는 듯한 태도로 손을 흔들었지만 강철환은 묵묵부답. 붙임성없는 아저씨인 거야 진작에 알고 있던 사실이니 나는 주변을 살피며 재차 대화를 시도했다.


"그나저나 그놈은 어디 숨어 있어? 물론 마지막에 좀 안 좋게 헤어진 건 맞는데 설마 그거 가지고 삐져서 내 뒤통수나 치려고 숨어 있는 건 아니겠지?"

"...남궁민을 말하는 거라면, 여기 없다. 그놈이라면 너에게 입은 화상 때문에 호들갑을 떨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 그러셔. 그거 쌤통이네. 아니, 사실 좀 모자라지만."


내가 당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후후후후...남궁민 그놈은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니 결국 이곳에 있는 것은 나와 너, 그리고 그 시끄러운 노숙자 둘 뿐이지."

"아 그래? 그나저나 시끄러운...?"

"네 친구라는 그 노숙자들, 내가 찾아갈 때는 깨어 있더군.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지, 다시 조용하게 만드는 데 애 좀 먹었지."

"조용하게 만들다니...설마?"

"...그리 험한 짓은 하지 않았다. 나도 이 이상으로 네 적개심을 키우는 건 후환이 두려우니 말이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데."

"...알았다."


강철환은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에 걸어 나왔던 종유석 뒤에서 아저씨들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나왔다. 확실히 아저씨들은 해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전에 봤을 때보다는 안색도 확연히 좋아져 있었고, 호흡도 훨씬 안정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팔에는 아직 링겔까지 꼽혀 있고 말이지.


"오. 링겔까지 그대로 들고 나왔어? 이거 아주 지극정성이신데?"

"...너무 비꼬지는 말았으면 좋겠군. 일반인들이 휘말리는 건, 나로서도 지양하고 싶었던 일이다."

"지양...이라. 그러니까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모든 일이 다 남궁민이가 시킨 일이다 그거야?"

"..."

"정말 많이 변했군. 아저씨."

"..."

"내가 알고 있던 강철환이라는 남자는 애초에 뒤가 구린 일에는 손도 대지 않겠지만, 그런 구차한 변명이나 늘어놓을 만한 남자는 아니었어. 대체 그동안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대답은 없고 그저 침중한 표정으로 이를 악무는 강철환. 당최 말을 해주지를 않으니 그의 심중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의 답답한 감정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하아...그래 뭐, 아저씨한테도 말 못할 사정 같은 게 있겠지. 그건 그렇고, 날 굳이 이런 곳으로 불러온 이유가 뭐야? 안 어울리게 인질 같은 거나 잡으면서 말이야."


남궁민 놈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짓이라기엔 태도가 좀 이상한데 말이지. 어제 봤을 때랑은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어제는 냉기가 풀풀 날리는 게 확실한 업무 모드라고 한다면, 지금의 강철환은 약간은 풀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랄까. 어디까지나 감일 뿐이지만 말이야.


"...네게 전언이 있다."

"전언이라니, 남궁민 놈의 전언은 아닌 것 같고, 설마?"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것이 맞겠지. 남궁혁에게서 온 전언이다."

"남궁혁이라...그 미친놈이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다는 거야?"

"...모르고 있었나? 그는 예전부터 네게 아주 관심이 많았다."

"허. 그거 참 소름 끼치는 일이네. 남자 새끼의 관심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데. 하물며 그게 남궁혁의 것이라면 세 배는 더 싫고 말이야."

"...아무튼 전하겠다. 그가 말하기를,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좋을 대로 하라더군."

"...뭐?"

"전언은 이게 끝이다. 이 노숙자들은 알아서 챙겨가도록. 그럼."


강철환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저씨들을 방치한 채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리려는 듯 했고, 나는 급하게 외치며 그런 강철환을 제지했다.


"자, 잠깐만잠깐만! 야 아저씨! 스톱!"

"...뭐냐. 용건은 끝이다."

"아니 좀 아저씨. 예전부터 그 자기 할 말만 툭 내뱉고 땡이라는 태도는 당최 고쳐먹을 생각을 안 하네. 그런 태도는 오해를 부른다고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나?"

"..."

"불리해지면 입 꾹 닫는 버릇도 그렇고 말이야. 아무튼간에, 진짜로 전언은 그게 끝이야? 뭐,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의미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숨겨진 의미 같은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전해들은 전언은 그게 끝이다."

"..."


이번에 내 쪽에서 침묵. 아니 진짜로 이거에 대해선 당최 할 말이 없다. 남궁혁 그 미친놈은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아 좀 아저씨! 스톱! 잠만 기다리라고!"

"...뭐지?"

"우리 되게 오랜만에 만난 거 아닌가? 우리 대화를 한번 해보자고. 난 아저씨에 대해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

"..."


애초에 전언 같은 걸 전하겠다면 다른 사람을 써도 됐을 것이다. 이놈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쪽지 같은 걸 써도 되고 말이다.

그런데도 굳이 병원에서 아저씨들을 채가면서까지 저 아저씨가 직접 왔다는건...말은 안 해도 솔직하지 못한 저 아저씨의 성격상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이 던전 개방되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좀 있단 말이지. 지금이 한 여섯 시쯤 됐었나 아마. 그러니까 두 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다는 말이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던전에 입장이 가능한 시간은 오전 여덟 시부터 오후 열한 시까지. 조금 전에 박선호의 차 내부에 있던 시계로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던 현재 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들어왔냐고? 그야 물론 저 아저씨는 무단 침입일 테고, 내 쪽은 박선호의 인맥을 활용한 프리 패스다. 인맥이 좋긴 좋구만 역시.


"..."

"아 진짜. 말 좀 하라고요 아저씨."

"이제 와서...할 말 따위는."

"이거 진짜 솔직하지 못한 아저씨일세. 딴 사람도 아니고 나니까 말이야. 아저씨가 생긴 건 그래도 제법 외로움을 잘 타는 소심한 아재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단 말이지."

"...무슨."

"흐흐흐흐. 아저씨가 그렇게 나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 온 게 있지."

"그러고보니 들어올 때부터 신경이 쓰이더군. 그 수상쩍은 봉투."


강철환은 내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 봉투를 가리키며 말했고,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비닐 봉투 안으로 쑥 손을 집어넣었다.


"하하! 짜안! 이게 뭐게!"

"...술이군."

"그래 술이야! 아저씨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참쏘주!"

"..."

"게다가 아저씨가 특히나 좋아하는 안주인 커피땅콩도 사왔다구! 자 어때! 이거면 대화할 기분이 좀 들겠지!"


나는 그렇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고, 강철환은 그런 나를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넌, 여전하군."

"에. 그런가? 난 제법 많이 바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확실히 분위기가 조금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 특유 느낌 자체는 바뀌지 않았어."


거기까지 말한 강철환은 목석같던 무표정에서 조금은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대화...라. 조금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지."

"오케이! 좋았어. 그럼 바로 자리 깔자고! 시간도 그렇게 길게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할 얘기는 차고 넘친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대뜸 벌여진 술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아하하. 오늘은 좀 일찍 글이 올라가네요.

사실 원래 금토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월~금 주간 알바가 또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은 일정이 굉장히 빡세단 말이죠...미리 써두면 해결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은지라. 어쨌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답사 준비 +1 21.05.12 211 4 11쪽
58 강철의 남자(5) +1 21.05.11 216 4 11쪽
57 강철의 남자(4) +1 21.05.10 208 5 9쪽
» 강철의 남자(3) +1 21.05.07 217 5 9쪽
55 강철의 남자(2) +1 21.05.06 214 4 9쪽
5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8 5 9쪽
53 초능력자(2) +1 21.05.04 211 6 11쪽
52 초능력자 +1 21.05.03 248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5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3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7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8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1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7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8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8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9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