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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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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80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14 11:31
조회
173
추천
6
글자
9쪽

답사 준비(3)

DUMMY

"뭐야이거."

-전투 시뮬레이션 기기에 대한 접속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미확인된 사용자. 사용자의 생체 데이터를 스캔합니다.


잠깐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상태창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 그러고보니 머리에 쓴 장치가 어느샌가 사라졌는데. 이미 가상현실로 들어와서 그런가?"


나는 머리를 더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사이에 스캔이 끝났는지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이터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 헌터명 류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권한 확인중.

-사용자의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활성화된 전투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이동됩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상태창이 내는 목소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살짝 다른 점이 느껴졌다.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낸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그리고 상태창의 목소리는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이 있는데 이건 실제로 귀에 들린다는 점도 그렇고 말이야.

아무튼 그 목소리와 함께 잠깐 내 시야가 번쩍하더니 다음 순간 내 몸은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로 이동해 있었다.


"오오. 제법 리얼한데 이거."


내 눈앞에 펼쳐진 가상의 공간은 현실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리얼했다.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 발치에서 흔들리는 잔디.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태양의 열기까지.


"그런데 이거...움직임이 조금..."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움직임을 실제 움직임이 살짝 늦게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다. 하긴, 기계 덩어리가 아무리 빨라봐야 뇌신경이 직접 신체로 보내는 반응보다 빠르겠냐. 가상 공간이니까 이 정도는 감안을 해야겠지.


"조금 있다 보면 적응이 되겠지."

"어~이. 여깁니다 류진씨!"


그렇게 손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쥐락펴락하고 있자 저 멀리서 양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을 쳐다보자 양수호가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오. 빨리 왔네."

"하하. 위치 검색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디에 있던지간에 찾을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거리가 얼마 되지 않은 곳에 있어서 도보로 뛰어왔습니다만, 거리가 멀더라도 텔레포트 기능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접근할 수 있답니다."

"텔레...포트? 그 순간이동?"


그런 스킬을 쓰는 헌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거 MP도 엄청나게 많이 들고 사용 가능 레벨도 굉장히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시뮬레이션 내부에서는 누구나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역시 가상세계. 편리하구만.


"그 외에도 이것저것 기능이 많이 있습니다만, 설명해 드릴까요?"


이 자식, 설명하는 거에 재미라도 붙였는데 뭔가 설레는 표정이다. 왜 저래.


"필요 없을 것 같네. 용건만 후딱 끝내고 나가자고."

"흠. 류진씨는 특이하군요. 보통 류진씨 나이 정도 되는 헌터들은 여기 들어오면 굉장히 설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줬는데 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래? 음...나도 뭐, 헌터가 되기 전이었다면 좀 재밌었을지도 모르겠네."


뭐랄까. 헌터 짓을 오래 해오다보니 온갖 종류의 자극에 무뎌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있다. 이것도 어쩌면 생존 전략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던전 안에서는 섬세한 채로는 버티기 힘든 일들이 잔뜩이니까 말이지.


"아무튼 시작하자고."

"그러죠."

"아. 그런데 여기 무기 같은 건 어디다 뒀지? 설마 맨손으로 싸우는 거야? 아니면 모 광부 게임처럼 직접 제작을 한다거나?"

"아. 물론 아닙니다. 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우선 개인 단말 오픈이라고 말해보실래요?"

"그래. 개인 단말 오픈."


그 말을 중얼거리자 눈앞에 상태창과 비슷하게 생긴 창이 올라오며 뭔가 엄청나게 많은 항목들이 우루루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뭐여.


"거기서 장비 카테고리를 찾으시면 됩니다. 못 찾으시겠으면 우측 상단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시면 되고요."

"그, 그 정도는 찾을 수 있어."


아마도 말이지.

어디보자...분명 이쯤에, 옳지! 찾았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장비라고 적힌 항목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고, 그러자 레벨별과 등급별로 항목이 분류되어있는 폴더가 나타났다.


"호오. 설마 모든 장비를 다 이용할 수 있는 거야?"

"후훗. 그게 바로 이 전투 시뮬레이션 기기의 굉장한 점이죠. 저희 한성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장비라면 뭐든지 직접 체험해 볼 수가 있답니다. 아직 착용 레벨이 모자란 장비까지도요."

"헤에, 그거 굉장한걸."


오오오.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현역 시절에 자주 썼던 손에 익은 검들을 여기서는 다시 써볼 수 있다는 건가? 그건 좀 괜찮은데?


"뭐, 그래도 장비빨로 이겼다는 소리 같은 건 듣기 싫으니까 이걸로 할거지만."


그렇게 말하며 내가 선택한 것은 이제 슬슬 정까지 들 것 같은 싸구려, 아니 평범한 철검. 단말에서 그걸 손가락으로 누르자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그 검이 내 눈앞에서 뿅하고 나타나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불러낸 검을 본 양수호는 자존심이라도 상했는지 표정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하, 하하하.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리는군요. 좋습니다. 류진씨가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그에 걸맞는 핸디..."

"싫어."

"네?"

"핸디캡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최대 전력으로 와. 유니크 등급까지의 템빨까지는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레전더리 등급부터는...글쎄. 좀 자신이 없어지기는 하는군. 에픽 등급은 논외고."

"..."


내 말에 표정이 굳어버리는 양수호. 그야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하면 자존심이 상하기야 하겠지.


"좋습니다. 굳이 가시밭길을 걸으시겠다면야,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전력으로 가도록 하죠."


정색하며 단말을 조작하는 양수호. 그가 단말을 이러저리 조작하자 조금 뒤에 거대한 타워 실드 하나가 나타나 쿵 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고, 양수호는 그 타워 실드를 집어들었다.


"어라. 너 탱커였어?"

"이름값은 해야죠. 다들 꺼려하는 일이지만, 저는 이게 적성에 맞더군요."

"훌륭하군."


헌터로 복귀하고 나서 묘하게 탱커들을 자주 만나는 기분인걸. 요즘은 거의 멸종 위기종에 가까운 상태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그 검은 분명히 평범한 철검이겠죠. 아무 효과도, 능력도 없는 그저 평범한 철검."

"그렇지."

"나만 상대의 장비에 대한 정보를 아는 건 불공평하니 저도 제 장비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것까지 말리려 하지는 마시길, 이런 상태라면 오히려 이겨놓고도 이쪽이 찝찝할 판이니까요."

"그러냐. 뭐, 좋을대로."

"이 방패의 이름은 하멜의 대문. 착용 레벨 70의 유니크 등급의 장비입니다."

"유니크라. 굉장한걸."

"유니크 등급의 장비에 비해 능력치 자체는 그저 그런 수준입니다만, 이 장비의 진가는 그 특수 능력에 있죠. 이 장비를 착용하게 되면, 착용자의 방어력에 비례해 공격력이 올라가게 됩니다."

"오오."


확실히 저건 굉장하다. 탱커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스로는 몬스터들을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다는 단점을 보완해주는 거니까 말이지.


"그러니 탱커라고 우습게 보셨다가는 큰코다치실 겁니다. 이걸 착용한 저는 딜러에 견줄만한 공격력을 가지는 거니까요."

"애초에 우습게 본 적은 없다만."

"웃기지 마십쇼. 이 정도의 레벨 차에 헌터 랭크도 없으신 분이 저를 그정도나 얕잡아보는데 그게 우습게 보는 게 아니면 뭡니까?"

"그야...팩트에 충실하다?"

"이익...! 뭐 좋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더 이상 말로 떠들 필요는 없겠죠. 여기서부터는 진검 승부입니다."

"한쪽은 방팬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자! 준비하세요!"

"예이예이. 바라시는 대로."


나는 양수호가 바라는 대로 자세를 잡았고, 양수호도 방패 뒤에 몸을 숨기며 전투를 준비했다.


"아.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여기서 다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통각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현실의 10%도 안 되게 설정되어 있으니 일부러 고문 같은 걸 하지 않는 이상은 쇼크가 올 일은 없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통각을 느끼게 되면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되는 안전장치도 있구요. 괜히 생존률 100%의 장비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

"좋아. 그럼 적당히 할 필요는 없겠군."


예전에 헌터끼리 맞짱을 뜰 때는 상대가 죽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게 고역이었는데 그런 제약 같은 것도 없다라. 이거 오랜만에 가릴 것 없이 마음껏 날뛸 수 있겠군.

그러고보면 요즘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참 많았는데 마침 잘 됐어. 일단은 탱커라고 했으니, 두들기는 맛이 있겠군. 괜히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부디 원망은 말라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질주하며 어빌리티를 발동시켰다.


"검심,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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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9 5 9쪽
53 초능력자(2) +1 21.05.04 212 6 11쪽
52 초능력자 +1 21.05.03 249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9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6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4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8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9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3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5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8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3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9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90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1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8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90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51 7 12쪽
30 휴식(2) 21.04.01 3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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