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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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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7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05 21:10
조회
227
추천
5
글자
9쪽

강철의 남자

DUMMY

내가 의아한 기분을 느끼는 와중에 박선호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박선호가 순식간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진 형님! 헤엑...여기 형님의 아우 박선호가...흐억, 드디어 도착했습니닷!"


누가 아우냐...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뭐, 이번 일에서 공로한 바가 매우 크니 한동안은 원하는 대로 하게 냅둘까. 게다가 저놈도 일단은 헌턴데 저렇게 숨이 찰 정도면 대체 얼마나 빨리 뛰어온거야...단순히 살쪄서 그렇다기에는 지나치게 숨이 찬 것 같은데.


"그런데 너 분명 청와대 대회의장에 있다고 하지 않았었냐?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 회의는?"

"형님을! 한시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서! 힘냈습니다!"

"..."


대체 내가 저녀석의 뭐라고 저렇게까지 나에게 지극정성인 건지 모르겠다. 뭐, 그래도 딱히 불편한 점 같은 건 없으니 상관 없지만서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힘낸 건지 묻는 건...무서우니까 하지 말자.

잠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던 박선호는 썩어도 헌터라는 것인지 금새 평소의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는 그런 박선호에게 일단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야. 근데 내 휴대폰은 어떻게 한 거야? 일어나보니까 옆에 없던데."

"아. 그것 말입니까? 형님이 쓰러져 계신 곳 옆에 떨어져 있었는데 화면이 엉망진창으로 박살나있길래 수리를 보내 놨는데요. 아마 지금쯤이면 수리가 끝나 있을 겁니다."

"오, 오우. 고맙긴 한데...나 수리비 낼 돈이 없는데."

"에이~우리 사이에 무슨 수리빕니까? 그런 건 추호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라. 진짜로 그래도 되냐? 이거 치료해준 것도 그렇고 신세를 너무 많이 지는 거 아닌가."

"아이고오~굳이 형님이 아니더라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었는데 그렇게 삭막해서야 되겠습니까? 게다가 전 무려 형님께 목숨을 빚졌는걸요!"

"그래도..."

"아무튼! 형님께서는 무엇 하나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얘기는 여기서 끝! 자자. 우리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 나누죠.

"어, 엉..."


묘한 박력까지 느껴지는 박선호의 적극적인 태도에 나는 얼떨떨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박선호에게 손을 잡힌 채로 응접실로 끌려갔고, 그런 우리의 뒤를 양수연이 헐레벌떡 쫓아오기 시작했다.


-----


그렇게 한동안 박선호의 폭풍같은 질문 공세에 시달리던 나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질문들 사이의 틈새를 간신히 잡아내어 쭉 신경 쓰이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 그런데 그 아저씨들이 입원했다는 병원에는 연락 넣었어?"

"그야 물론이죠 형님! 그러고보니 좀 이상하네요. 연락을 넣은지가 꽤 됐는데 왜 아직도 연락이 없는..."


박선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그 순간,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 처럼 딱 맞게 박선호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선호도 나랑 똑같은 폰을 쓰는군. 무려 재벌가 도련님이랑 같은 기종을 쓰고 있다니 새삼 감회가 새로운데.


"오오! 병원에 보냈던 애들한테 드디어 전화가 왔군요. 그럼 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려서 형님도 전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고, 고마워."


마침 그렇게 부탁하려던 찰나에 선수를 쳐버리니까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런 걸로 판단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머리 좋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아. 그래. 얘들아. 부탁했던 건 잘 해결됐고?"

-도, 도련님이십니까? 큰일났습니다!

"뭐, 뭐라고!?"


어째 첫마디부터 대화 내용이 영 불안하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설마 류진 형님의 소중한 룸메이트 분들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

-그, 그렇습니다!

"뭬, 뭬야아앗!"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마치 자기 일인 것 마냥 분통을 터뜨리는 박선호. 나는 그런 박선호를 보며 조용히 입에 검지를 세워 가져다대며 우선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보냈다.


"지, 진정하라구요? 아, 알겠습니다."


좋아. 말귀를 잘 알아먹는 녀석은 싫어하지 않아.

물론 지금의 나도 격앙된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기껏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건만, 조금 쉴 시간도 없이 쉴새없이 사건이 터지니 정말 미쳐버릴 노릇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통을 터뜨리며 날뛰어봤자 정보 수집이 늦어질 뿐이니 우선은 침착하게 사건의 개요를 듣도록 하자.


"천천히 읊어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박선호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스마트폰을 인계받은 내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질문했고, 내 질문에 여전히 당황한 것 같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 그게 말입니다. 저희가 이 병원에 찾아오기 조금 전에 침입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기 하나 없이 맨손으로 침입한 괴한이었다는데...움직임이 워낙에 빨라서 인상착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감시 카메라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강철환이로군. 역시 보고 있었던 건가. 제길."


적수공권에 카메라조차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 최소한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 중에서 그런 괴물같은 놈은 강철환 말고는 떠올릴 수가 없다. 아저씨들을 회수할 때 시선 같은게 느껴졌다더니 뒤를 밟혔던 건가. 제기랄.


-다른 것에는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오직 그 노숙자 두분만을 데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더군요.

"쯧. 골치 아프게 됐군...! 제대로 해독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텐데."

-그, 그리고 그 노숙자 두 분이 사라진 방에서 이런 쪽지가 발견됐습니다.

"...쪽지?"


이 블러드 머니 놈들. 요즘 같은 하이테크 시대에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통신 수단을 좋아하는 놈들이다.


-내, 내용을 읽어 드릴까요?

"그래."

-아, 알겠습니다. 어흠. 인연이 시작된 그곳으로. 반드시 혼자 와라...라고 쓰여있네요. 발신인 같은 것도 안 적혀있구요.

"..."

-너, 너무 뜬금없는 말만 쓰여 있어서 도무지 저희 쪽에서는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부근은 치안이 불안정해서 길에 설치된 CCTV도 너무 적구요. 어, 어쩌면 좋죠?

"아니. 그쪽에서 굳이 뭔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저건 분명히 나를 노린 메세지인게 분명하니까 말이야."

-네, 네? 그게 무슨...


거기까지 말한 나는 이어지는 말은 듣지 않고 박선호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박선호는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하고는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가시려는 겁니까? 너무 위험해요 형님! 최소한 호위를 몇 명 붙여서..."

"아니. 그 아저씨 성격이라면 혼자 오랬으면 진짜로 혼자 가는 편이 훨씬 안전해. 애초에 호위가 따라붙는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군."


진심이 된 그놈을 상대로는 어중간한 실력의 헌터는 몇 명이 있어도 의미가 없다.


"그, 그렇지만...!"

"뭐, 해 줄 거면 근처에서 대기시켜 달라고. 그 아저씨가 아무리 괴물 같아도 쪽도 못쓰고 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뭔가 소란이 벌어진다 싶으면 진입해주면 되잖아?"

"아, 으...그게 그러니까."


내 말에 박선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반박할 거리를 찾으려는 듯 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가능한 한 정예들을 추려서 주변에 배치해두겠습니다. 그런데 쪽지에 적혀 있던 장소는 대체 어딥니까? 인연이 시작된 곳이라니..."

"아 거기? 저 아저씨와 내가 처음 만난 곳."

"처음...만난 곳이요? 대충 짐작이 가기는 했습니다만, 그 강철환이라는 남자와 류진씨는 역시 구면이었던 겁니까?"

"어. 참으로 징글징글한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도 그럴 것이, 무려 던전 입성 첫날에 만나서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아재니까 말이야. 뭐, 요즘은 못 만났지 꽤 됐지만서도."


모종의 사정으로 강철환이 블러드 머니 쪽으로 소속을 변경한 후부터는 얼굴도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오늘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지.


"아하~그렇군요."


빠르게 납득하는 박선호. 그래, 조금 전에도 생각한 거지만 말이 잘 통하는 녀석은 싫지 않...잠깐만.


'내가 이녀석한테 그 얘기를 했던가?'


하마터면 무심코 넘어갈 뻔 했지만, 박선호와 처음 만난 날의 내 레벨은 단 1. 그리고 박선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기억이 있다. 물론 박선호에게 내가 힘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은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 반응. 마치 내가 레벨은 낮지만 던전 경험이 굉장히 오래되었다고 알고 있는 것 같은...


"야. 박선호."

"네? 왜 부르십니까 형님?"


나는 굉장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박선호의 이름을 불렀고, 박선호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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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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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초능력자 +1 21.05.03 247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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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4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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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8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1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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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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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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