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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86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23 15:56
조회
306
추천
7
글자
11쪽

룸메이트 아저씨들(7)

DUMMY

이제 검심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0초.

빈말로도 여유가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강철환의 방어력이 약간은 떨어진 지금이라면 내 공격도 조금 정도는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었기에 남은 시간 동안 가급적 위력이 강한 스킬들을 때려박는다면 가능성이 조금은 보일 것이었다.


"환영검무!"


환영검무. 마력으로 이루어진 분신을 여럿 소환해 엄청난 속도의 검무를 펼치는 고급 스킬이었다. 분신의 공격은 본체로 펼치는 검격에는 미치지 못한다지만, 가진 마력 스테이터스에 비례해 위력이 올라갔기에 엄청나게 뻥튀기된 내 마력 스테이터스의 특성상 분신이 펼치는 공격은 내가 직접 베는 것에 살짝 못 미칠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었다.


"본 적 없는 기술들 투성이로군...! 까다롭게!"

"하하하하! 나도 마냥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리고 분신이 열심히 공격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강철환을 베어내고 있었고, 강철환은 빠르게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나와 분신을 구별하기가 힘든 것인지 나를 제대로 요격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일권마다 분신이 하나씩 터지면서 사라지는 게 좀 무섭긴 하지만.


"큭..."


조금 전과는 다르게 착실하게 늘어가는 강철환의 상처. 그래봤자 생채기 수준에 불과하기는 하지만...그래도 아예 체력에 손실을 주지 못하던 조금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남은 시간 20초...!'


보는 사람이 어지러워질 만큼의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나는 착실히 MP계산을 하고 있었고, 계산 결과 시전 시간이나 소모 MP 같은 걸 고려했을 때 큰 스킬 한 방이면 검심의 사용이 종료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난감한데...아직 저 아저씨의 방어력이 충분히 떨어지지는 않았단 말이지.'


흑염검에 의한 디버프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최대치에 도달하는데 흑염검을 급소에 맞추지는 못했기에 흑염검에 의한 디버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10초 정도가 더 지날 필요가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건 포기하고...당장 기용 가능한 MP로 최대한 위력이 강한 걸 때려박는 수밖에 없지.'


"슬슬 끝장을 보자고 아저씨!"


나는 그렇게 외치며 뒤로 펄쩍 뛰며 강철환과 크게 거리를 벌렸고, 그 모습을 본 남궁민이 외쳤다.


"이, 이제 와서 도망치는 거냐!"

"맘대로 생각하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본래대로라면 최대한 거리를 좁힌 채 난타전을 펼치는 것이 내 전투 스타일이라지만, 지금 내가 사용할 스킬이 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거리가 멀 필요가 있었다.


"거리를 벌렸다라...설마?"

"아 맞다 젠장. 저 아저씨도 내가 이거 쓰는 걸 본 적이 있었지 참."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실책. 하지만 시간이 없는 나였기에 이제와서 다른 수단을 준비할 수도 없었고, 별 수 없이 강행 돌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피하지도 못할 테니까!"


강철환은 지금 내가 쓸 스킬이 무엇인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고, 당연히 이 스킬의 위력또한 알고 있었기에 원래라면 그냥 피해버리면 됐겠지만 내 표적은 강철환이 아닌 남궁민. 그렇기에 사전에 내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 강철환은 별 수 없이 그 몸으로 내 스킬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유성, 일도!"


스킬을 사용한 나는 검이 아닌 다리에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붇기 시작했고, 마력이라는 연료로 풀 충전이 된 내 다리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지를 박차며 질주했고, 내 육체는 흡사 하나의 유성과도 같은 기세로 남궁민을 향해 쇄도했다.


"히, 히이이익!"


남궁민은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꼴사납게 팔다리를 놀리게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제길...!"


그리고 강철환은 그런 남궁민을 향해 혀를 한번 차고는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유성일도라는 스킬은 가진 마력을 속도로 바꾸어 강력한 찌르기를 날리는 스킬. 내가 가진 스킬 중에서도 관통력으로는 순위를 다투는 스킬이었기에 이 스킬이라면 약화된 강철환의 내구력을 충분히 뚫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당연히 질주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위력이 올라가는 스킬이었기에 파훼를 위해서는 애초에 거리를 내주지 않는 것이 베스트지만 이렇게 된 이상은 데미지를 면치 못할...


"으, 응?"


가능한 한 방어에 집중할 거라고 생각했던 강철환은 내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그가 취한 행동은 바로 방어를 도외시하고 이쪽을 향해 돌진하는 것. 아니 뭐 저런 미친 놈이!


"크으윽!"


순식간에 이쪽과의 거리를 좁힌 강철환은 내 검이 향하는 경로에 스스로 자신의 왼쪽 어깨를 내주었고, 아직 위력이 충분히 올라가지는 않았던 유성일도지만 강철환이 이쪽으로 돌진하는 기세와 스킬 본연의 위력이 합쳐졌기에 드디어 내 검은 강철환의 단단한 육체에 제대로 틀어박히며 강철환의 육체는 피를 흩뿌리며 내 돌진에 의한 기세로 뒤로 주르륵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멈추었다. 하지만.


"이, 이런 젠장...!"

"드디어, 붙잡았다고."


거의 코등이 부분이 어깨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박힌 검에 의해 나와 강철환 사이의 거리는 서로가 내뱉는 호흡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근접한 상태였고, 강철환은 어깨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호랑이같은 눈빛을 번뜩이며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근접전을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주먹은 닿지 않고 내 검은 닿을 정도의 적절한 거리가 좋다는 거지 이런 검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정도의 거리는 심히 곤란했다.

나는 급히 강철환의 어깨에 틀어박힌 검을 뽑아내려 했지만 강철환은 왼쪽 어깨의 근육을 옥죄어 내 검을 완전히 봉쇄했고, 동시에 다시 한 번 오른손의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제법 애먹였군. 경의를 표하도록 하지."

"하, 하하...그럼 좀 살살..."

"잘 가라!"


나는 검을 뽑는 게 무리라고 판단하는 순간 검을 놓고 뒤로 빠지려 했지만, 강철환의 움직임이 한 발 빨랐다.

지근거리에서 발해진 원인치 펀치. 용력의 전투 문신에 의해 방어력이 두 배로 뻥튀기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내 남은 HP는 10%가 채 되지 않는 상태.

나는 내구도가 모자란 상태였던 싸구려 장검을 검집째로 들어올려 강철환의 일격을 막으려는 시도는 했지만, 내구도가 딱 1 남아있던 싸구려 장검은 강철환의 일격에 의해 두동강이 나며 박살나버렸고, 나는 강철환의 강렬한 원인치 펀치에 의해 내장이 뒤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이번에도 벽면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 헙!"


떠엉! 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벽면을 찌끄러뜨리며 쳐박힌 나는 순간 의식을 잃을 뻔 했지만,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그야말로 끝장인 상황.

나는 흩어져가는 한 줌의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는 스스로 혀를 깨물었고, 그 날카로운 통증에 의해 희미해지던 의식은 제자리를 되찾았고, 덕분에 스스로 혀를 깨문 고통은 별 거 아니게 느껴지게 되었다. 배가 존나게 아프다는 소리다.


"크, 허어억! 쿨럭쿨럭!"

"죽지는 않을 정도의 위력으로 쳤다. 하지만 내장이 모조리 진탕이 되었으니 움직일 수는 없을거다."

"허억...쿨럭. 그거 참...존나게 고맙네...케흑!"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내었고, 내장이 진탕이 되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용력의 전투 문신이 발동되는 과정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강철환의 말대로 당장 움직일 수는 없는 부상.


"진...건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MP도 바닥을 드러내며 자동으로 검심이 해제되어 버렸다.

헌터로 복귀한 뒤로 처음 겪는 패배. 진다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언제나 패배 후에는 소중한 것을 빼앗기기 마련이었기에 패배는 늘 가슴이 쓰린 일이었다. 엉망진창이 된 육체보다도 더.


"크윽...아저씨들. 미안..."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가진 것도 모조리 사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철환이라는 벽은 너무나도 거대한 벽이었고, 혼신의 힘을 다한 도약에도 넘어설 수 없었다.


"뭐, 뭐야...저거 죽은거야?"

"...죽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 그래? 하하...꼬, 꼴 좋게 됐군. 어디서 거지 새끼 주제에 건방지게 이몸에게 덤비고 난리야."


드래곤 피어의 공포 효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남궁민이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야 류진. 지금부터 니가 어떻게 될 건지 아냐?"

"..."


실실 쪼개며 말하는 남궁민의 말에도 나는 대꾸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러자 남궁민은 제멋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네 몸뚱아리를 가지고 경매를 열거야. 이 세상에는 특이한 거라면 껌뻑 죽는 어르신들이 널리고 널렸거든. 아마 검성 정도의 인물이라면...부르는 게 값이지 않을까?"

"..."

"뭐, 정확히 어떻게 가지고 놀지는 아무리 이몸이라도 정확히 예측을 못하겠군. 일단은 서른도 안된 젊고 팔팔한 육체니 육노예로 사용하려는 아가씨들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뭐, 비슷한 용도로 쓰려는 도련님들도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겪어본 바로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취향이 이상한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더라고. 크크크큭."

"..."

"어이 류진. 뭐라고 대답을 좀 해보라고?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게 안 들리냐고!"


말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급발진을 하며 나를 걷어차려는 듯이 다리를 올리는 남궁민이었지만.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빈사 상태인 자입니다."


어느샌가 남궁민에게 다가온 강철환이 남궁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를 제지했다.


"너 뭐야? 이 손 안 떼?"

"...죄송합니다."


강철환은 어느새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채로 조금 전에 나와 박터지게 싸우던 그 살벌한 모습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얌전히 남궁민의 말을 따랐고, 남궁민은 한숨을 내쉬며 일단 나를 걷어차려던 것을 멈추었다.


"이런...건방진 새끼가!"


그리고는 갑자기 다시 성질을 내며 강철환의 따귀를 올려붙이는 남궁민. 사실 강철환의 방어력으로는 남궁민의 팔이 부러져야 정상이고, 강철환에게 남궁민의 따귀 따위는 멈춘 것처럼 느리게 인식될 터였지만 강철환은 일부러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얻어맞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문득 떠오른 거지만 얘기하다 말고 급발진하는 사람들이 좀 대처하기가 까다로운 유형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무슨 폭탄도 아니고 뜬금포로 터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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