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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7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21 17:26
조회
301
추천
7
글자
11쪽

룸메이트 아저씨들(5)

DUMMY

"이제 알겠군. 너. 애초에 날 곱게 보낼 생각이 없었던 거지?"

"하하하.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군요."


애초에 아저씨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찾아온 나다. 그런 내가 이제와서 아저씨들을 버리고 도망칠 리는 없다는 걸 놈들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뻔뻔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거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등에 메고 있던 대태도를 천천히 뽑기 시작했고, 그것과 동시에 강철환이 남궁민을 살짝 뒤로 밀어내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게 좋을거다."


역시 저쪽이 막아서는 건가. 정말 골치아프군.


"그쪽한테는 미안하지만 저 애송이 쪽이랑 차분히 대화를 좀 해야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대화를 원한다면, 무기는 넣어두는 게 좋을텐데."

"내가 원하는 건 몸의 대화 쪽이라서 말이...지!"


나는 그 말과 동시에 대지를 박차고 앞으로 질주했고, 남궁민은 내 사전 동작도 거의 없는 돌진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강철환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무기도 없이 오른손만을 살짝 들어올릴 뿐이었다.


"흡!"


나는 남궁민을 향해 질주하며 검을 내질렀지만, 어느새 강철환이 내 검이 향하는 곳으로 끼어들어 들어올린 오른손으로 내 검을 막아내었다. 분명히 맨살에 검이 닿았는데도 불구하고 철과 철이 부딫히는 것 같은 청명한 마찰음과 함께 내 검이 뒤로 튕겨나왔다.


"으윽...!"


당최 인간같지도 않은 비정상적인 단단함. 조금 전에 실제로도 돌로 만들어진 몰렉의 신체조차 종이 자르듯이 쉽게 베어내던 내 검이었지만 강철환의 신체에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힘은...? 과거에 비하면 없는 거나 다름 없는 수준이지만 분명히 헌터의 힘...이군."

"뭐, 뭐라고!? 가, 강철환! 너 지금 검성이 과거의 힘을 되찾았다고 말하는 거냐!?"

"도저히 전성기의 검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그런 것 같습니다."


설마 내가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지 극도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궁민. 그리고 강철환은 여전히 이쪽을 향한 시선을 떼지 않고 조금 전보다 더욱 진중해진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어떻게 이렇게까지 빈틈이 없을 수가 있지."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것은 강철환이지만, 지휘권을 가진 것은 남궁민이었기에 남궁민만 어떻게든 베어버린다면 어떻게든 아저씨들을 데리고 자리를 이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남궁민을 지키고 서 있는게 저 강철환이라는 것이 문제.


"역시, 여기서는 가진 것들을 모조리 사용하지 않으면 돌파가 불가능해 보이는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자세를 잡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검심. 발동."


어빌리티의 발동과 동시에 내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고, 그리고 역시나 그런 내 변화를 눈치챈 강철환이 입을 열었다.


"그 경지는...과거엔 보지 못했던 경지로군. 보아하니 힘을 되찾은지는 얼마 되지 않는걸로 보인다만."

"그러는 아저씨는 많이 물러졌군. 과거에는 말보다는 주먹이라는 방침 아니었나? 언제부터 천하의 강철환이 전장에서 주먹보다는 입을 놀리게 되었지?"

"..."


강철환은 내 도발적인 말에도 묵묵부답. 조금쯤은 동요해줘도 좋을텐데 진짜로 목석같은 아저씨다.

오히려 시끄럽게 반응하는 것은 뒤에 있는 남궁민. 놈은 내가 자신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하! 웃기는군요! 제아무리 검성이라지만 이 정도나 되는 인원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과거의 당신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당신으로는 도저히 무리일 겁니다!"

"그거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상단세로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소드 웨이브!"


남궁민을 향해서 날아가는 거대한 검풍. 하지만 내가 쏘아낸 검기는 강철환이 팔을 한번 뿌리치자 캉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가 애꿎은 벽을 날려버렸고, 뒤에 일어난 후폭풍도 강철환의 오른팔에 의해 간단히 사그라들어버렸다.


"스킬도 안 먹히나. 젠장...공격력이 너무 부족해."


솔직히 말하자면 저항하지 않는 상대라면 뭘로 되었든 간에 베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제대로 결을 따라 베어낸다면 대부분의 것들은 베어낼 수 있으니 말이지. 하지만 상대는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는 돌덩어리가 아니다. 무려 대한민국 최정상급의 실력을 자랑하는 강철 덩어리가 상대이니 제아무리 정확한 일격을 넣어도 간단히 흘려내버리니 허접하기 짝이 없는 공격력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 설마 예전보다 검을 다루는 기량이 늘었을 줄이야."


내가 강철환의 단단함에 진저리를 치고 있자 강철환은 그 나름대로 내 공격에 놀랐는지 눈꼬리를 아주 조금 치켜올리며 말했다.


"공격은 무섭도록 날카롭지만...스테이터스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것 같군."

"거 쪼렙이라 미안하게 됐네. 그러니까 쪼렙끼리 좀 붙어보게 고인물 씨는 자리를 비켜 주면 고맙겠는데?"


저 남궁민 놈의 레벨이 몇인지는 몰라도 저 수준이라면 내가 확실히 베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강철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내 요청을 간단히 묵살해버렸다.


"뭐, 역시 그렇겠지. 사실 기대도 안했어."

"이...뭐하고 있는 거야 강철환! 저놈이 아까부터 나를 노리고 있잖아! 언제까지 거기 멀뚱히 서서 방어만 하고 있을 건데!?"

"...죄송하지만 상대는 검성입니다. 도련님과 거리를 둔 상태로 검성의 검으로부터 도련님을 지킬 자신은...없군요."

"이, 이 쓸모없는...! 얘들아! 갈겨버려!"

"네! 도련님!"


부들거리며 외치는 남궁민의 말에 떨거지들이 내게 일제히 어딘가에서 꺼낸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여기 한국 맞냐? 니들 총기소지법은 어디로 팔아먹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총구가 불을 뿜으며 내게 총알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수환검!"


하지만 나는 총알이 아니라 무려 레이저도 흘려내는 몸이다. 떨거지들의 위치 정도야 진즉에 파악이 끝난 상태였고, 그렇기에 기껏해야 열댓명 정도의 총격 정도는 하품하면서도 흘려낼 수 있단 말이지.

"으아아악!"

"끄어억!"


그리고 검심에 의해 강화된 유수환검의 효과로 내가 튕겨낸 총알들은 모조리 발사한 놈들에게 돌아갔고, 떨거지들은 각각 어깨나 다리 같은 곳을 붙들고 바닥으로 자빠졌다.


"죽은 놈은...없군. 다행이야."


아무리 블러드 머니 쪽의 건달들이라고는 해도 사람을 죽이는 건 영 찝찝한 일이다. 아무리 내가 유수환검에 대한 숙련도가 높다고는 해도 튕겨낸 총알들을 모조리 정확한 곳에 명중시킬 수는 없었기에 재수 없으면 머리에 총알을 맞고 골로 가는 놈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내가 튕겨낸 총알들은 모조리 급소는 피해간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한동안 누워 있으라고. 뒤지기 싫으면 말이야."


사람 죽이기 싫다고 이쪽이 죽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저 꼴이 되고도 일어선다면 더더욱 철저하게 짓밟아 눕힐 뿐이다.

제아무리 겉절이 역할 정도밖에 못하는 떨거지들이라지만 강철환과의 전투 중에 끼어든다면 대응하기가 곤란하니까 말이지. 저런 놈들은 강철환이 남궁민에게 발이 묶여있는 사이에 미리 쓸어버리는 게 베스튼데 마침 총격 같은 걸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뭐, 뭐냐...방금 저 많은 총알들을 모조리 튕겨낸거야? 심지어 그걸 모조리 쏜 사람들에게 돌려보냈다고!?"


아까부터 일일히 반응이 시끄러운 남궁민.


"이, 이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 어이 강철환! 저거 진짜로 약해진 건 맞는 거겠지!?"

"...확실합니다."

"인간 같지도 않다니 말이 심하잖냐. 게다가 괴물 같은 걸로 따지자면 지금 널 지켜주고 있는 그 아저씨가 제일인데 말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남궁민을 향해 질주했고, 남궁민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강철환이 어김없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야말로 철벽이 따로 없군.


"애들 싸움에 끼지 말고 좀 꺼지쇼 아저씨!"

"...불가능하다."

"아 진짜!"


내가 휘두른 검날을 오른손으로 굳세게 붙들고 있는 강철환. 분명히 맨손인데 어떻게 칼날을 잡고 있는건지, 아무리 우월한 헌터의 신체라지만 이건 반칙 아니야? 육체가 냉병기를 이긴다니.

강철환은 말없이 검날을 잡은 손을 우악스럽게 옥죄기 시작했고, 우그극하는 불안한 소리와 함께 내 검의 내구도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기겁하며 검을 뿌리치며 다시 거리를 벌리고는 살짝 옆으로 이동해 재차 남궁민에게로 질주했다.


"이해가 가질 않는군. 어째서 그렇게나 무모하게 달려들지? 미안하지만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좁힐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미안하지만 내가 시간이 좀 많이 부족해서 말이지!"


아저씨들의 몸 상태도 몸 상태지만 일단 검심을 발동한 이상 1분 40초 안에는 끝장을 내야 한다. 내가 말해놓고도 존나 어이가 없네. 저 괴물같이 쎈 아저씨를 상대로 시간 제한까지 걸린 상태로 싸워야 된다고?

게다가 이러는 와중에 대략 20초 정도가 지나간 상태였으니 남은 시간은 80초. 젠장할...! 이 시간으로는 컵라면도 다 못 끓인다고!


"뇌섬!"

"흠."


눈에 보이는 것은 단 일격. 하지만 내질러진 내 검은 섬광이 되어 강철환의 온 몸을 난자했어야 했지만 강철환의 몸에는 마찰에 의한 불티만이 튀기며 여전히 생채기조차 나지 않은 상태였다.


"씨발! 진짜 아저씨 사람 맞아!? 사람은 보통 검에 베이면 죽잖아!"

"...헌터는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오른팔을 뒤로 당기는 강철환. 여태껏 방어 일변도였던 태세에서 처음으로 취하는 공세였다.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순순히 제압당해 줘야겠다."

"이런 젠...!"


그리고 그 순간 쏘아진 일권. 사람 주먹을 휘두르는 건데 쏜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주먹은 쏜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느릿했던 사전 동작과는 전혀 딴판인 출수. 나의 동체시력으로도 주먹이 움직이는 궤적을 포착하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로 내질러진 주먹은 용서없이 내 명치를 관통할 기세로 내질러졌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반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쏘아진 철권에 맞고는 엄청난 속도로 뒤로 날아가 공장 벽에 쳐박혔다.


작가의말

짱쎈 아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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