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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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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77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27 21:14
조회
264
추천
5
글자
9쪽

룸메이트 아저씨들(9)

DUMMY

'쓸만한 효과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일정 시간 동안 모든 회복 효과를 두 배로 늘려주는 목걸이의 효과. 이 목걸이의 효과로 증폭되는 것은 포션이나 힐러의 회복뿐만이 아닌 헌터 특유의 자연적인 회복력까지 포함되는 것이었기에 나는 딱히 들어주고 싶지도 않은 남궁민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상태로는 남궁민 놈조차 이길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어떻게든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이 상태로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언어도단. 사실 지금만 해도 아주 짧은 거리를 움직였는데도 가만히 있을 때와는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의 강도가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엄살 부릴 때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이를 악물며 망가진 왼팔로 격통이 느껴지는 배를 누르며 묶여있는 아저씨들 쪽으로 뛰었고, 강철환은 그런 내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를 갈며 남궁민 쪽으로 달려갔다.


"끄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악!"

'잘 타는구만. 레벨 차이가 워낙에 많이 나고, 또 마나도 오링이라 얼마나 있을지는 몰랐지만 역시 위력 하나는 쓸만해. 소모 MP 때문에 실전에서 써먹을 만한 스킬은 못 되지만.'


드래곤 브레스. 용력의 전투 문신이 발동했을 때 단 한 번만 사용 가능한 일종의 궁극기 같은 느낌의 스킬이다.

그에 걸맞게 위력 자체는 출중한 스킬이기는 하지만 가성비로 따지자면 심히 계륵같은 스킬인데, 그 코스트를 나열해보자면 우선 한번 쓰는데만 가진 MP를 전부 날려먹고, 또 일단 사용해버리면 즉시 용력의 전투 문신의 발동 효과가 종료되어버린다. 그럼 MP가 모자란 상태에서 사용하면 되냐고 말할수도 있지만 이거, 발동 시의 MP량에 비례해서 위력이 결정된다. 즉, 조금 전같이 MP가 바닥을 기는 상태에서는 그만큼 위력도 약해진다는 것.

척 봐도 안 쓰는 게 더 이득인 미친 가성비를 자랑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뜩이나 검심 어빌리티 때문에 MP가 부족한지라 이런 스킬에 할애할 마나는 없었고, 또 이거 한 번 사용할 바에는 용력의 전투 문신의 지속 효과를 유지하는 게 훨씬 나았기에 이걸 실전에서 쓴 건 단 한 번 뿐이었다.


'기록 갱신이군. 딱히 달갑진 않지만 말이지.'


하지만 그런 계륵같은 스킬이라고는 해도 쓸 곳은 있기 마련이었고, 지금 이 순간 이 써먹기 힘든 스킬 덕에 구사일생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아무리 풍년을 부르는 푸른 눈 덕에 MP가 회복되었다지만, 너무 적었으니까 위력은 좀 떨어졌지만 말이지.'


내 MP가 반만 차있었어도 남궁민 정도의 내구력으로는 흔적도 남지 않고 불태워버릴 정도의 위력을 냈을 테지만, 가진 MP가 워낙에 적었고, 또 브레스가 분사되는 순간에 강철환이 잽싸게 남궁민놈을 뒤로 빼버리는 바람에 위력이 많이 죽었기에 불이 제대로 옮겨붙지는 못한 듯 했다.

저 정도면 아마 죽을 정도는 아닐 거다. 죽을 만큼 아프기야 하겠지만 말이지.


"끄아아아아아!"


실제로도 절찬리에 온 동네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주고 계시는군.


"딱히 사과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나는 여전히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러대는 남궁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아저씨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와중에 잘도 자는구만. 아니, 차라리 못 볼 꼴 안 봐도 돼서 다행일지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저씨들을 묶은 밧줄을 거칠게 뜯어내며 아저씨들을 양 옆구리에 끼고 일어섰다.


"커흡...!"


누르고 있던 내장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이 내장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놀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엎어질수도 없는 노릇. 나는 이를 악물며 아저씨들을 옆구리에 낀 채로 내가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욱...제기랄. 진짜 개빡세네."


얼마나 뛰었을까. 평소 같았으면 아저씨들 정도는 들쳐메고 마라톤 두 바퀴 정도는 뛸 자신이 있었건만 부상이 생각보다 심한 건지 1km도 제대로 달리지 못한 것 같은데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허억, 허억...잠깐만 숨 좀 돌리자."


그래도 추적이 따라붙는 것 같은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뒷골목으로 들어가 아저씨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나도 그 옆에 기대어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우...좀 살겠군. 어디보자, 아저씨들의 상태는..."


나는 쓰러진 채로 의식을 되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저씨들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급한 부상에 대한 응급조치 같은 걸 제외하면 의학 쪽에는 젬병인지라 약에 당한 사람의 상태 같은 것을 알 수는 없었기에 별 다른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호흡이 좀 거칠어진 것 같기는 한데...척 봐도 좋은 징조 같아 보이지는 않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의 목적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무작정 아저씨들을 데리고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아저씨들에게 투여된 독한 자백제를 해독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미처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기에 앞길이 막막한 상태였다.


"우선은 병원에, 가야겠지? 벼, 병원은...어디에 있더라?"


뇌에 산소가 부족한 탓일까.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를 않고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그래...휴대폰. 휴대폰이 있었지. 이걸로 지도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 주머니 안 쪽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런 젠장."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휴대전화는 액정이 엉망진창으로 박살난 채였다. 하긴 넣어둔 위치가 위치였으니 말이지. 주머니 위치가 조금만 높았더라면 아예 가루가 되었을지도...강철환의 그 무식한 주먹에 맞고도 일단은 켜지기는 하는 게 용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러면 없는 거나 다름 없잖아..."


젠장. 역시 공짜 폴더폰이나 하나 장만하는건데. 그랬으면 액정이 뽀개져도 버튼만 누르면 작동 될 거 아냐. 하여간에 요오즘 스마트폰들은 버튼이라고는 싹 다 없애버려서 불편...


"젠장.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길을 모르면, 그만큼 더 돌아다니다 보면 뭐라도 나올 거 아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꼴사납게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으윽, 무리했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아무리 늦어도 지금쯤이면 남궁민 놈도 회복을 끝냈을 거고, 놈의 성격상 지금은 분노로 미쳐 날뛰며 나를 잡아 족칠 생각이 가득할거다. 그러니까 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움직이라고 이 멍청한 몸...!"


당최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주먹으로 두들겨가며 몸에 힘을 주고 있는 그 순간, 다시 주머니 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뭐야...! 아니 잠깐만. 이 번호를 안다는 건?"


순간 스팸인줄 알고 홧김에 전화를 던져버릴 뻔 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내 전화번호를 아는 건 애초에 이 회장님, 신혜씨. 그리고 박선호 뿐이다.


"박선호 놈이면 꽝이고...이 회장님이나 신혜씨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그렇게 판단한 나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발신인을 확인했지만, 액정에 엉망진창으로 새겨진 균열 때문에 발신인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아오 씨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요!"


일단 받아보자는 생각에 수신 버튼이 존재하는 부분을 미친 듯이 두들겼건만 액정은 반응이 없이 그저 벨을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 좀 돼라!"


그렇게 실시간으로 혈압을 올리는 스마트폰과 한동안 씨름을 하던 나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연결음에 대한 불안함과,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시 한 번 눈앞이 핑 돌며 의식이 희미해졌고, 이번에는 몸까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라 스스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 안돼...!"


하지만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가 직면한 상황은 후자에 가까웠고, 나는 멀어져가는 의식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내 의식은 서서히 암전되면서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주변의 소리 역시도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무슨 목소리가...들리는 것 같기도...'


그게 바로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생각이었고, 나는 더 이상 의식을 붙잡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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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5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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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9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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