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54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09 14:38
조회
379
추천
7
글자
10쪽

함정 너머에 있는 것

DUMMY

"으어어어...죽겠다아아아."


그리고 시간상으로는 한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일 뿐이었지만, 내게는 억겁과도 같이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아이템들을 보면서 기뻐할 기력조차 없이 만신창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진짜 개빡세네..."


몬스터들의 웨이브는 총 9번이 밀려왔고, 다섯번째 웨이브부터는 골렘들에게 버프를 넣는 버퍼 골렘이 등장했고, 일곱번째 웨이브부터는 다른 골렘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를 가진 방어형 골렘이 등장하기 시작했기에 내구도를 절약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홉번째 웨이브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골렘들이 몸에 금칠이라도 한 건지 전신이 번쩍이는 황금색이 된 채로 등장했는데, 진짜로 드X곤볼의 골든 프X져라고 되는 건지 힘과 속도가 배는 빨라진 상태였던지라 아홉번째 웨이브에서만 포션을 두 병이나 마셔버렸다. 아무리 나라도 그만한 숫자에 강화까지 된 적들을 검심 없이 상대하기는 힘드니까 말이지.

그야말로 고생 중의 상고생. 제아무리 경험치를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었...지만.


"흐, 흐흐흐흐...흐하하하하!"


아무리 험한 경험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 그딴 고생 따위는 지금 내 앞에 쌓여있는 전리품들의 산과, 던전에 들어오기 전과는 천지 차이가 되어 있는 내 상태창에 의해 깔끔히 씻겨나가버렸다.


-----


헌터명 : 류진

Lv : 15(봉인됨)

칭호 : ???(봉인됨)

직업 : ???(봉인됨)

보유 어빌리티 : 검심(EX), 일당백(S), ???(???), ???(???), ???(???)

스테이터스

힘 : 20(봉인됨) 기량 : 20(봉인됨) 체력 : 10(봉인됨) 마력 : 110(봉인됨)


-----


내 레벨은 결국 이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레벨인 6에서 그 두배가 넘는 레벨인 1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헌터가 15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걸리건만 내가 15레벨을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경이로운 속도였다. 대충 머릿속에서 견적을 내놓고 있기는 했지만, 당장 나만 해도 이 놀라운 광렙의 현장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란 말이지. 결국 100을 넘겨버린 마력 스텟은 덤이고 말이야.


"그리고 이건...생각도 못한 깜짝 선물이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보유 어빌리티칸에 새롭게 생긴 일당백이라는 어빌리티를 바라보았다. 흐흐흐. 신규 어빌리티라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배가 부른 기분이구만.


-----


어빌리티명 : 일당백

등급 : S

분류 : 패시브

효과 : 단신으로 군대에 대적할 수 있을 만한 힘을 지닌 강자의 증명. 그대는 행동으로 그것을 증명했다.

대적하는 적성 개체와 아군 사이의 전력차에 비례해 모든 스테이터스가 증폭됩니다.

소모값 : 없음


-----


EX급은 아니지만, S급이라는 상상 이상으로 높은 등급을 가진 어빌리티. 그리고 그 효과 역시도 등급에 걸맞는 사기적인 효과였다.


"하긴, 나같은 경우가 아니면 보통 던전에 들어올 때는 가급적 많은 인원으로 파티를 꾸리는 게 정석이니까 말이지."


애초에 파티를 짜고 던전을 돌아다니면 얻을 수 없을 법한 어빌리티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이 어빌리티를 얻게 된 계기는 업적에 의한 것이었다. 대충 여덟 번째 웨이브를 클리어할 때쯤이던가, 뜬금없이 이런 상태창이 올라왔었던 것이다.


-위업 달성! '일인군단'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S급 패시브 어빌리티 '일당백'을 습득하셨습니다.


업적의 이름을 봐서는 달성 조건은 아마 단신으로 일정 수 이상의 몬스터들을 처치하거나 하는 거겠지. 정확한 수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지만 아마 아홉번째 웨이브의 상상 이상으로 높은 난이도는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 일당백이라는 어빌리티의 효과를 본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포션도 조금은 남겼고 말이야."


나는 딱 두 병 남은 마나 포션을 찰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팔아치우면 얼마 정도 하려나?


"그리고 드랍된 아이템들도 문젠데...혼자 와서 이걸 다 독차지할 수 있다는 건 좋은데, 가지고 가는 게 문제란 말이지. 끙차."


나는 간신히 상반신만을 일으켜 자리에 앉아 산처럼 쌓인 전리품들의 무더기를 멍하니 쳐다보며 생각했다.


"나 혼자서는 반의 반도 못 가져갈 것 같은데...그렇다고 버리기는 또 아깝고..."


왜 들어올 때 미리 아이템들이 드랍될 건 생각을 못했을까. 아마 예전에는 인원이 많이 줄기는 했어도 드랍된 아이템들을 수거할 수는 있을 정도의 인원은 남아있었고, 또 동료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잠겨서 아이템 같은 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생각이 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빌리티가 절실하단 말이지. 당장 전투하는 데에는 필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 또 그리워지는구만."


예전에 획득했지만 스틱스의 저주에 의해 지금은 잠겨 있는 어빌리티. 잠겨 있는 세 개의 어빌리티 중에 두 개는 직업에 걸려있는 봉인을 해제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들이지만 나머지 하나의 어빌리티는 이번에 얻은 일당백이라는 어빌리티처럼 우연한 기회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기에 다시 달성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해제할 수 있는 것이었다.


"뭐, 없는 건 없는 거고,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아깝긴 하지만...다른 사람이 여기로 들어와버리면 함정이 다시 작동해버릴 거니 외부 인력을 충당할 수도 없으니까 그나마 돈되는 것들만이라도 추려야겠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련을 통과한 자여. 그대는 훌륭히 자신의 용맹을 증명했노라.

"씨발 깜짝이야. 뭐야 이거?"


나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경계하며 옆에 널브러져 있던 파쇄의 대검을 집어들며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전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뭐지?


-시련을 통과한 그대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주어졌노라, 첫 번째 길은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


그 목소리와 동시에 왼쪽에 있는 벽이 갈라지며 시커먼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누군지도 모를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라면 아마 저게 출구였고,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예전에도 저렇게 열린 문으로 나갔더니 이 던전의 초입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두 번째 길은 다시 한 번 그대의 용맹함을 발휘해 나, 몰렉을 마주하는 것. 자, 용맹한 자여. 선택하거라.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쪽에 있는 벽이 갈라지며 마찬가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건...확실히 예전에는 없었는데 말이지.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뜨는 이벤트 같은 건가."


그 말인즉슨 예전에 왔을 때는 어떠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 조건을 만족했다는 뜻. 나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고민에 잠겼다.


'어떻게 하지? 솔직히 저놈이 시련이라고 떠들어대는 이 몬스터 웨이브도 제법 빡셌는데, 이걸 끝내고 척봐도 나 보스요 하고 등장하는 저놈을 상대하는 게 이것보다 쉬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몰렉이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쪽수로만 수백 마리가 넘어가는 골렘들의 무리보다 강한 한 마리라면 지금의 나로서는 상대하기가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흠."


나는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등에 메여 있는 대태도 한자루와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두 병의 마나 포션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해서 검심만 있다면 몬스터 웨이브의 난이도도 별 거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고, 아직 두 병의 MP포션이 남아 있으니 검심은 제법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15레벨이 되면서 한성기업에서 빌려온 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승산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적도 잡히는 것이었다.


'고민되는걸...여기서 스톱해? 아니면 못 먹어도 고?'


남자라면 못 먹어도 고라는 말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여기서 실패한다면 잃게 되는 판돈은 돈이 아니라 내 목숨이었기에 그리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쫄보라고 해도 상관없다. 목숨이라는 건 그만큼 중요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미 여기까지 들어온 목적 자체는 이루었다. 이 정도의 페이스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는 없지만...대충 계산해도 일주일 뒤의 조사까지는 20레벨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야.'


즉, 굳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 하지만...


"뭔가, 느낌이 싸해."


수년간의 던전 활동으로 알게 된 점은 직감이라는 놈은 헌터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나는 이 직감이라는 놈 덕에 피를 본 일도 많고,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일도 많다. 정말로 중요한 상황에 그저 직감이 가리킨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지금 이 순간 저 탈출구랍시고 열려 있는 저 시커먼 공간을 향해 내 직감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단 말이지.


"흠...어쩌면 좋지?"


내 이성은 여기서 만족하고 물러날 것을 종용하지만, 뭔가 껄끄러운 감각이 자꾸만 그 이성적인 판단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 뭐, 별 일이야 있겠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열려 있는 문 중의 한 곳으로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작가의말

남자는 못 먹어도 고! 라고 하지만, 사실 작가는 제법 쫄보입니다.

주식 같은 것도 안해요 그래서. 애초에 할 돈도 없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답사 준비 +1 21.05.12 210 4 11쪽
58 강철의 남자(5) +1 21.05.11 215 4 11쪽
57 강철의 남자(4) +1 21.05.10 208 5 9쪽
56 강철의 남자(3) +1 21.05.07 216 5 9쪽
55 강철의 남자(2) +1 21.05.06 214 4 9쪽
5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7 5 9쪽
53 초능력자(2) +1 21.05.04 211 6 11쪽
52 초능력자 +1 21.05.03 247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4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6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7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1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6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7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8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