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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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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46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16 15:53
조회
331
추천
6
글자
9쪽

룸메이트 아저씨들(2)

DUMMY

"...지금 몇 시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째선지 아저씨들은 나를 깨우러 오지 않았기에 나는 완전히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꿀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이 아저씨들이 나 피곤하다고 배려 같은 걸 해줄 리가 없는데 말이야."


딴 건 몰라도 밥 앞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지금 몇 시지? 내가 열두시쯤에 들어왔으니까...아 맞다. 나 폰 생겼었지."


아저씨들과 함께 거처하는 곳에 있는 시계는 배터리가 다 되어서 멈춘 지 오래였기에 우리는 시간을 대강 체내 시계로 유추하거나, 아니면 저 멀리 광장까지 나가서 시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무려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어디 보자, 지금이 여섯 시...여섯 시!?"


시간을 확인한 나는 경악하며 매트리스에서 벌떡 일어났고,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쥔 채로 헐레벌떡 방 밖으로 나가 바깥의 풍경을 확인했다.


"진짜 여섯 시잖아?"


한겨울인지라 여섯 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는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이건 아무리 그래도 이상한데. 정말 만에 하나 아저씨들이 내 노고를 고려해서 기다려줬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나 기다린다는 건 말이 안 돼."


아마 길어봤자 한 시간 정도가 한계였을 터. 그런데 여섯시간이나 지날 동안 아저씨들이 나를 깨우지 않았다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이 아저씨들도 기다리다가 잠들었나? 춘삼이 아저씨! 덕구 아저씨!"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아저씨들의 이름을 부르며 좁은 집 안을 샅샅히 뒤졌지만, 아저씨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역시...없어. 이 아저씨들이 이 시간에 어딜 간 거지?"


나야 원래도 제 한 몸 건사할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헌터로서의 능력을 되찾기도 했기에 야간에 슬럼을 활보하기도 했지만, 치안이 불안정한 슬럼에서 헌터로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밤에 슬럼을 돌아다니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 없는 짓이었고, 당연히 아저씨들도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내 의문은 커져만 갔다.


"밖에서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서 술이라도 한 잔 걸치러 갔다는 게 가장 희망적인 관측이지만..."


영 감이 좋지 않다. 내가 아는 아저씨들이라면 설사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 있더라도 무슨 핑계를 대서든 공짜 밥을 먹으러 올 작자들이니까.


"나가봐야겠어."


나는 굳은 표정으로 스마트폰과 무기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벽에 걸려있는 보랏빛 망토에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보니 레벨을 올렸으니 저것도 사용이 가능하겠군. 쓸데없이 눈에 띄는 건 지양하고 싶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챙겨둘까.'


사람 찾으러 갔다가 역으로 체포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한성기업 사원증도 가지고 있고, 몰골도 그리 수상쩍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전에도 말했던 거지만 느낌이 영 좋지 않다. 필시 뭔가 험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


"응? 덕구 아재랑 춘삼 아재? 못봤는데."

"그런가요. 여기도 없으면 대체 어딜 간거지."


그 뒤로 나는 한동안 슬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덕구 아저씨와 춘삼이 아저씨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둘의 행방은 어디에도 없이 묘연했다.

목욕탕에도 없지, 자주 들리는 술집에도 없지, 진짜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 아저씨들.


"그건 그렇고 그 수상해보이는 망토는 대체 뭐여?"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만약에 혹시라도 아저씨들을 보게 되면 제가 찾고 있다고 전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어 그래. 잘 가고~밤에는 위험하니까 가급적이면 돌아다니지 말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술집 아저씨. 나는 이번에도 별 수확을 올리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며 가게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응? 근데 이게 뭐여? 쪽지?"

"네?"


뭔가 신경 쓰이는 말이 들렸기에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아저씨 쪽을 돌아보았다.


"이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대? 어디 보자...류진에게? 어랍쇼? 이거 진이 너한테 온 거 같은디?"

"저한테...말입니까?"

"응. 그렇게 적혀 있네?"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네모난 모양으로 접혀 있는 쪽지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바로 쪽지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류진에게 고한다

친구들은 잘 데리고 있다

찾아가고 싶으면 아래에 적힌 장소로 오도록

-오랜 친구 혈전


"..."

"뭔 내용이여?"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별 거 아닌 전언이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쪽지로 주머니 속에 구겨넣었고, 술집 아저씨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잠깐 이쪽을 쳐다봤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그리고 나는 잠시 말없이 그 자리에 서있다 이내 뒤로 돌아 가게 밖으로 나와 다시 구겨진 쪽지를 펴서 대충 그려진 약도와 쪽지의 발신인 부분을 노려봤다.


"혈전...설마."


혈전이라는 생소한 단어 자체는 들어본 적 없지만, 그 단어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이름 하나를 연상할 수 밖에 없었다.


"블러드 머니...대체 나와 아저씨들의 관계를 어떻게 알아챈거지?"


블러드 머니. 지금 내가 자그마치 1조나 되는 빚을 지고 있는 대부업체의 이름이었다.

상대가 누가 되었건, 얼마를 원하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빌려준다는 모토를 달고 있는 대부업체. 대부업체들의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블러드 머니라는 업체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업체였고, 그런만큼 불법과 합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업체였다.


"그만큼...위험한 놈들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빌려준다는 모토를 걸고 있는 놈들이지만, 이놈들이 유명한 이유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떼인 돈은 받아낸다는 점에서였다.

모든 것을 잃고 쫓기고, 또 쫓기다가 간신히 정착할 수 있었던 슬럼. 드디어 떨쳐냈다고 생각했건만, 이놈들은 대체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내 위치와, 주변인들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염려하던 일이 벌어졌군. 제기랄! 좀 더 주의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렇게 외치며 뒷골목의 벽을 후려쳤고, 벽에 금이 쩌억 하고 가며 돌 부스러기가 흘러내렸다.

한성기업 소속의 헌터로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정체가 드러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운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그런 놈들이 아저씨들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은...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내 표정은 자연히 어두워질수밖에 없었다.


"...가지 않으면."


끔찍하기 짝이 없던 도피 생활과, 정말 찰거머리같이 끈질기게 따라붙던 일수꾼들을 떠올린 나는 잠깐, 아주 잠깐 또 한 번의 도주를 생각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어 헛된 생각을 떨쳐냈다.


"재수 없는 아저씨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소중한...룸메이트들이니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리춤에 찬 검집을 만지작거리며 망토를 덮어쓰고는 쪽지에 그려진 약도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그때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해야 했던 무력한 류진이 아니니까 말이지.'


-----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조명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어느 폐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적막하군."


정말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의심스러운 정도로 적막만이 감도는 폐공장. 하지만 쪽지에 적혀 있는 장소는 분명히 이곳이 맞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폐공장의 입구에 손을 올렸다.


"무사해야 할 텐데..."


블러드 머니가 제아무리 막장이라지만 설마 살인에까지 손을 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그 말인즉슨 살인 정도가 아니면 그 어떤 심한 짓이라도 할 수가 있다는 게 놈들의 무서운 점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서 주저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아저씨들은 무슨 짓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지.

나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는 묵직한 철문을 밀었고, 쇠가 긁히는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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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79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31 휴식(3) 21.04.02 348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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