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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73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12 19:20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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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답사 준비

DUMMY

"그건 그렇고, 물어볼 게 있는데 말입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미소를 짓는 데스크 아가씨.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는데 이거 영 껄끄럽구만.


"그...뭐시냐, 사냥 중에 발생한 대여 장비의 손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면 됩니까?"

"대여 장비 손실이요? 그것에 관해서라면...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데스크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컴퓨터를 잠깐 조작하며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이내 찾던 걸 발견했는지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금 류진 헌터님께서 대여중이신 장비는 '평범한 철검'과 '스톤 브레이커'가 있네요. 손실이 발생한 장비는 둘 중에 어떤 것인가요?"

"...둘 다..."


방긋 웃으며 물어보는 데스크 아가씨의 질문에 나는 모기 날아가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데스크 아가씨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되물었다.


"네? 죄송하지만 목소리를 조금만 키워주시겠어요?"

"그...둘 다, 잃어버렸는데..."

"네, 네?"


아무리 데스크 아가씨의 투철한 직업 정신이라고 해도 이 말에는 살짝 당황한 듯, 데스크 아가씨가 어이없어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에...기록에는 두 장비 모두 이틀 전에 대여하신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혹시 기록이 잘못되거나 한 건..."


스톤 브레이커는 확실히 이틀 전에 빌린 게 맞지만 싸구려...아니, 평범한 철검은 그보다 전에 빌렸는데. 아. 그때는 아직 내 사원증도 발급이 되지 않았을 때 임시방편으로 빌려온 거라 스톤 브레이커를 빌려올 때 같이 기록이 남은 모양이군.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고,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이, 이틀 전에 빌린 게 맞습니다. 여, 여기..."


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아니 이 경우엔 죄를 진짜로 지은 게 맞군. 회사 공공재를 박살내놨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고이 싸놓은 평범한 철검의 잔해를 데스크 아가씨에게 내밀었고, 아가씨는 내가 내민 보따리를 받아들어 열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나. 이거 그 평범한 철검의 자루...맞죠? 이게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죠?"

"그...어쩌다 보니 말입니다."

"어쩌다 보니 정도로 일어날 파손이 아닌데요? 던전제 장비의 특성상 탱크가 밟고 지나가도 제때 관리만 해준다면 이렇게까지 부서질 일은 없는데..."


곤란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데스크 아가씨. 그야 물론 탱크가 밟고 지나가는 것 이상의 주먹을 막다가 부서지긴 했지만 돈 아깝다고 관리를 제때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나였다.


"그럼 스톤 브레이커는 어떻게 된 건가요?"

"어...그건 잃어버렸..."

"네에? 다른 것도 아니고 던전제 아이템을 잃어버리셨다구요?"

"윽."


딱히 악의는 없는 것 같지만, 데스크 아가씨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틀어박혔고, 나는 멘탈에 가해진 지대한 데미지로 인해 비틀거리며 대답했다.


"어, 어쩌다 보니..."


나와 블러드 머니 사이의 일을 설명하려면 필연적으로 내 정체까지 밝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이번의 일은 감춰야만 했었고, 다른 변명을 딱히 생각해오지는 않은 나였기에 이런 수상쩍기 그지없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데스크 아가씨는 살짝 수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잠깐 내 쪽을 살피더니 정말로 투철하기 그지없는 직업 정신으로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헌터님. 헌터님께서는 대여받은 장비를 손실했을 때의 대처를 알고 싶으신 거죠?"

"네, 네."

"회사 규정에 의하면 대여받은 장비가 불의에 의한 사고로 손실되었을 경우에는 동일, 혹은 그에 준하는 성능의 비슷한 장비를 구비해 회사에 기부하거나, 아이템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는 것이 첫 번째 절차구요."


으으윽. 당연히 갚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기는 하지만, 역시 그런 건가. 그런데 잠깐만, 첫 번째 절차라고?


"가, 갚는 거 말고 또 뭐가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단순히 손해 배상에만 그칠 경우에는 무분별한 장비 대여와 무책임한 관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화, 확실히..."


묘하게 가시가 느껴지는 말이다. 설마 날 돌려까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기에 장비의 착용 레벨과 등급에 비례해서 일정액의 배상금을 책정하고 있답니다. 류진 헌터님 같은 경우에는...어디보자. 착용 레벨 1에 커먼 등급인 평범한 철검과, 착용 레벨 15에 커먼 등급인 스톤 브레이커를 분실하셨으니 계산해보면 합계 천오백만원의 배상금을 배상하셔야 됩니다."

"...뭐요?"


방금 내가 뭘 들은거지. 너무 놀란 나머지 뇌기능이 순간 정지되고, 영 좋지 않은 곳에 총탄을 맞고 그걸 병원에서 깨닫게 된 사람 같은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그...계산 제대로 된 거 맞아요? 혹시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였다던가."

"앗! 그, 그렇네요. 계산이 좀 잘못됐네요. 잠시만요."


화들짝 놀라며 계산을 수정하는 데스크 아가씨. 그리고 잠시 후, 아가씨는 화사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다시 계산해본 결과로는 류진 헌터님의 배상액은 천육백만원이 되겠습니다."

"느, 늘었어!?"


젠장! 말하지 말걸!

심지어 저건 회사 규정에 따른 배상액일 뿐이고, 아이템 값은 별개로 계산된다. 아이템 값이 정확히 얼만지는 모르지만, 내 형편으로는 저 배상액조차 낼 능력이 없는데...

박선호 건에 대한 의뢰비가 내일 들어온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척 봐도 달랑 한 건의 의뢰비로 해결될 금액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해 보인다. 제, 제기랄.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이런 난관에 봉착할 줄이야.

물론 이런 내 사정을 알고 있는 이 회장님이나 신혜씨에게 기댄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지만...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내 신뢰도가...

그렇게 내가 나라 잃은 표정으로 오만상을 짓고 있자 내 뒤에서 반갑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라? 이게 누군가요. 류진씨 아니에요?"

"...누구?"

"어머. 양수호 헌터님 아니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네 나영씨. 좋은 아침."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양수호라는 이름의 헌터. 그나저나 갑자기 뭐지. 최근에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인데 날 언제 봤다고 아는척일까.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여기 류진씨가 굉장히 곤란해 보이시는데."

"그게 말이죠..."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나영이라는 이름의 데스크 아가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설명을 끝까지 들은 양수호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이거 류진씨가 곤란하겠어요."

"곤란하긴 하지. 그런데 대체 누..."

"그도 그럴 게, 류진씨 어제 카지노에서 당장 가진 자산을 모조리 날려먹고는 남는 게 없잖아요? 하하하."

"...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여? 정체부터 시작해서 가면 갈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는 녀석이다.


"아...그러셨구나."


저거 봐. 저기 데스크 아가씨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안 되네? 왜 묘하게 납득한 표정이지.


"하하하. 반면에 저는 땄으니 이거 참 곤란하겠습니다?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제가 한 턱 쏘겠습니다. 배상금 정도야 제가 대신 내 드리죠."

"어, 방금 뭐라고...?"

"어머나. 괜찮으시겠어요 양수호씨?"

"안 될 거 뭐 있나요. 곤란해 보이는 사람을 그냥 두고 지나치기도 뭐하고 말입니다. 하하."


뭐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혼란에 빠진 내가 멍하니 서서 사고를 정리하는 동안, 양수호와 데스크 아가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더니 서로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양수호라는 헌터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날 이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하하. 뭐, 어떻게 잘 해결 됐네요. 잘 됐죠?"

"아니, 잘 된 일이기야 한데...당신, 대체 누구지? 아까부터 절 아는 것처럼 구시는데 전 당최 기억이..."

"하하하.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우린 초면이 맞으니까요. 뭐, 당신에 대해 조사를 좀 해보기는 했습니다만."


조사? 설마 이놈도 내 정체를...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회장님께서 직접 스카웃해오신 헌터라는 것 말고는 나오는 게 없어서 곤란해하던 차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대화를 해보려고 오던 중에 방금 전의 상황을 목격한거죠."


...알아챈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이놈은 대체 왜 나에게 접근한 거지?

나는 갈수록 커지는 의구심을 담은 눈초리로 양수호라는 헌터를 쳐다보았고, 양수호는 그런 내 시선을 받고는 예의 그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보아하니 자기만 일방적으로 내 쪽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인데."

"아~그렇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대화를 나누기 전에 서로에 대한 소개는 필수죠. 제 이름은 이미 들었다시피 양수호고, 헌터입니다. 레벨은 63이구요."


63이라, 나이 치고는 제법 레벨이 높군. 상위권...까지는 아니지만 중상위권 정도에 위치할 정도의 실력자. 아니, 사실 실력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분위기만 봐서는 별 거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동 레벨 대보다 약해 보이기도.


"어째서 제가 류진씨의 조사를 했는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이군요."

'그런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뭐, 함부로 남의 뒷조사를 하는 게 실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가 워낙에 호기심 덩어리라서 말이죠. 앞으로 함께할 사람의 정보 정도는 알아두고 싶은 게 보통이잖아요?"

"...앞으로 함께한다?"


나한테 파트너를 배정해달라는 소리는 한 적 없는데. 그런 말도 못 들었고. 아니, 잠깐만...그렇다면.


"설마 5일 뒤에 있을 던전 답사의 일원?"

"오호라. 눈치가 빠르시군요. 마침 설명하려던 참이었는데 말입니다."


정답이라는 듯이 박수를 치는 양수호. 확실히 레벨 63 정도라면 사전 답사의 팀원으로 선정될 수 있는 레벨이긴 하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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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초능력자 +1 21.05.03 247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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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6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8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1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6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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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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