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57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4.02 19:46
조회
348
추천
7
글자
12쪽

휴식(3)

DUMMY

그리고 다음 날, 어제 배불리 먹고 간만에 꿀잠을 잘 수 있었던 나는 새로 맞춘 옷을 입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사랑스러운 식당...이 아니라 직장으로 출근했다. 정장을 입으니 진짜로 출근하는 기분이 드는걸?


"여어 친구."


오늘도 한성기업 본사 건물 앞에 서있는 것은 예의 그 이름모를 경비원. 이렇게 자주 보다 보니 이제는 슬슬 정이 들 지경이다.


"음? 누구십니까? 그 복장은...저희 표준 근무복이긴 한데, 못 보던 얼굴이군요. 잠깐만, 그런데 왜 낯이 익지...?"


예상대로 이 친구는 내 깔끔히 정돈된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고, 나는 짐짓 서운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하하. 못 알아보다니 서운한걸. 이래뵈도 함께 바닥을 뒹군 경험까지 있는 사이인데 말이야."

"그, 그게 무슨...! 이, 일단 목소리를 좀 낮추세요!"


한창 출근 시간이라 대로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자칫 잘못하면 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쪽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소, 소속과 이름을 밝혀 주십시오. 이상할 정도로 낯이 익기는 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를 않는군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뭡니까?"

"나야 나! 왜 기억을 못하는거야? 바로 어제만 해도 만났었잖아?"


슬슬 이 친구를 놀리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는 나였지만, 그런 내 사소한 장난은 정문에서부터 걸어나온 신혜씨에 의해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왔군요. 류진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 김신혜 보안실장님!"

"어라. 신혜씨. 내가 온 건 어떻게 알고 기다리고 있었대? 시간 약속 같은 것도 안 했는데 말이야."

"당신의 인상착의 정도는 감시팀에 알려져 있으니까요. 외부 감시를 담당하는 인원에게 당신이 찾아오면 제게 연락을 넣어달라고 해뒀습니다."

"흠. 그렇군. 그럼 친구. 만나서 반가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여전히 이름모를 그 친구에게서 떠나갔고, 경비원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내 폰은 준비가 된 거야?"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드릴 것이 있습니다."

"드릴 거라니. 뭔데?"

"사원증입니다. 오늘 류진씨의 임시 사원증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서 신용카드처럼 생긴 것을 꺼내는 신혜씨. 정황상 그게 바로 내 임시 사원증이라는 것 같았다.


"오, 오오오! 그게 있으면 여기 식당에서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지!?"


어제 식당에 들어갈 때 신혜씨가 저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꺼내 나는 원리를 잘 모르겠는 기계 같은 거에 대고 들어가는 것을 봤던 나였기에 대충 그게 사원증이라는 것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렇긴 합니다만...이건 식권 같은 게 아닙니다. 임시라고는 해도 자랑스러운 한성기업의 일원이라는 증표를 그렇게 막 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아하하하. 물론이지. 소중히 다룰게."

"그렇게 침을 흘리시며 말하셔도 설득력이 없는데요..."

"아차차."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흘린 침을 소매로 닦은 뒤, 얘기를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흠. 어쨌든 이걸로 나도 한성기업 측에서 제공하는 헌터 복지 시스템을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거지?"

"네. 그렇습니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메뉴얼이 있는데, 하나 드릴까요?"

"음...독서에는 영 취미가 없는데 말이야. 일단 받아는 두겠는데,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좋습니다. 그럼 우선 지금의 류진씨께서 이용할 수 있는 혜택들에 대해서 설명해드리죠."


신혜씨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설명을 시작했고, 지금의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한 달에 한 번, 사용하는 장비 하나를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하다. 레벨이 낮은 지금에야 별 거 아닌 혜택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비의 착용 가능 레벨이 올라갈수록 수리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기에 굉장히 마음에 드는 혜택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헌터 본인의 레벨에 따라 HP 포션과 MP 포션을 일정량 지급받을 수 있었다. 이건 바로 전의 혜택과는 다르게 레벨이 낮은 헌터일수록 크게 느껴지는 혜택이었는데, 헌터 생활 초창기때는 최하급 HP포션의 가격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마련이었으므로 무상으로 포션을 제공한다는 혜택은 초보 헌터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었다. 게다가 미사용시 반납을 해야 된다는 규정조차 없었기에, 쓰고 남은 포션은 팔아치우던, 미래를 위해 비축하던 본인의 자유라는 점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 혜택. 한성기업의 장비 창고에서 장비를 대여할 수 있다는 것. 진짜 이거 처음 들었을 때는 기겁했지. 무려 던전 드랍 아이템을 공짜로 대여할 수 있다니.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장비 아이템이라는 것은 늘 귀했고, 요즘에도 경매장 같은 곳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장비 아이템들이건만,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등급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그런 아이템들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은 첫번째와 두번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혜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혜택으로는, 한성기업 독점의 마석 환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마석을 환전하는데 있어서 바가지를 쓸 확률은 굉장히 높다. 그런데 바가지를 쓸 염려 없이 늘 평균 이상의 시세로 환전을 해주는 한성기업 독점의 환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세번째 혜택 정도는 아니지만 돈이 궁한 내게는 굉장히 체감이 크게 다가올 것 같은 혜택이었다.


그 외에도 한성기업과 제휴하는 카페의 음료 할인이나 식당 할인 같은 자잘한 혜택들도 많았지만 내가 공짜 식당을 냅두고 굳이 돈주고 다른 데서 뭘 사먹을 리가 없으니 사실상 내게는 의미 없는 혜택들이라 할 수 있겠다.


"헤에, 이거 굉장한데. 이 작은 카드로 그렇게나 많은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역시 한성기업이라 해야 할지. 대한민국의 최선두를 달리는 헌터 복지 계열의 선구자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군."


정말로 이런 수준의 혜택은 어느 기업을 찾아가도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 정도의 혜택을 몰아받으면 초보 헌터의 입장에서는 죽고 싶어도 죽기 힘들 정도로 말이지.


"좋아. 앞으로 던전에 들락거릴때마다 뻔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주 이용해주지. 각오하라고."

"회사 소속 헌터의 적극적인 활동은 회사의 번영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 말대로 분발해주시면 좋겠군요."


신혜씨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 옆에 있던 데스크의 안내 직원과 뭔가 얘기를 나누더니, 딱 스마트폰 하나가 들어갈 것 같은 크기의 고급스러운 케이스를 받아 내게 내밀었다.


"여기 연락용 스마트폰입니다. 류진씨쪽에서 먼저 빚쟁이들 쪽에 연락을 하는 게 아닌 이상은 추적당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헤에, 드디어. 지금에야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지만 처음 폰을 버리고 난 뒤에서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스마트폰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깊게 침투해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지 뭐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신혜씨에게 케이스를 받아들어 그 자리에서 열었고, 그러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디자인의 깨끗한 스마트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한 일주일쯤 전에 출시한 최신 기종 스마트폰 아니야? 길에서 겁나게 광고해대는 그거."

"맞습니다."

"...이거 한 몇백만원쯤 한다고 들었는데."


마석 기술과 첨산 과학의 결합이니 뭐니 해서 성능에 비해 몇 배로 가격이 뻥튀기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난다. 확실히 성능 자체는 세계적으로도 최선두를 달리지만, 가성비가 너무 구리다던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뭐, 그냥 한성기업의 어마어마한 자금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을 뿐이야."

"...류진씨가 놀라는 포인트는 항상 묘하게 어긋나 있어서 적응이 안되는군요."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던전 관련 혜택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면이 체감이 훨씬 더 잘 되는걸. 길에서 광고하던 그걸 내가 직접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이거 떨어뜨릴가봐 겁나서 쓰겠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긴장한 채 스마트폰을 케이스 안에서 꺼내 화면을 켰고, 그러자 눈이 편안해지는 옅은 푸른 색상의 배경 화면이 뜨며 별 탈 없이 스마트폰이 켜졌다.


"확실히 가볍구만. 괜히 최첨단 기술을 모조리 때려박았다는 게 아니었군."

"내구성도 확실할 겁니다. 무려 마석으로 재련이 된 기기니까요."

"그건 다행이군. 화살을 막거나 할 정도는 아니어도 격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바로 망가질 정도는 아니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화면을 이리저리 슬라이드하며 앱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느닷없이 내 스마트폰의 화면이 바뀌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추적 안 된다며? 이거 모르는 번혼데?"

"네? 그럴 리가...회장님이나 제 번호는 이미 연락처에 저장이 되어 있으니 회장님이 거신 건 아닐테고..."

"이, 일단 받는다? 여, 여보세요?"


아는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는 전화번호를 누가,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끊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긴장하며 전화를 연결하고는 말했다.


-아, 연결됐다! 형님! 잘 들리십니까?

"...형님?"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최근에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건 그렇고 음질 장난 아니구만. 진짜로 바로 옆에서 말하는 걸 듣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 목소리는...혹시 박선호씹니까?"

-아! 기억해 주셨군요! 네 맞습니다. 류진 형님!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생뚱맞게도 박선호였다. 대체 이 도련님이 뭣하러 나한테 전화를 건거야? 아니, 애초에 어떻게 건 거야?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겁니까? 저도 조금 전에야 전화기를 받은 참인데요."

-에이~우리 사이에 존댓말이 뭡니까 형님! 편하게 말 놓으십쇼!


대놓고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 기억은 없는데. 대체 하룻밤 사이에 이놈에게 뭔 일이 있었던 거야?


"뭐, 말을 놓으라니까 놓겠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부터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냐?"


애초에 별로 존대를 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었기에 나는 바로 말을 놓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캐묻기 시작했고, 신혜씨도 그런 내 모습을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신혜씨 정도 되는 헌터의 청력이라면 굳이 스피커 모드로 바꾸지 않아도 대화 내용은 다 들릴 테니 아마 상대가 박선호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아하하하. 알다시피 저희 아버지와 이 회장님께서 친분이 조금 있으시지 않습니까. 제가 류진 형님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부탁을 드렸더니 이 회장님께 연락을 넣으시더니 알아와 주셨습니다.


이 회장님께서 직접 알려 주신 건가. 확실히 중산기업 회장이 직접 요청을 하는 거라면 거절하기도 애매하기는 하다. 근데 보통 그런 일로 회장 대 회장으로 직접 통화를 하던가? 이거 굉장히 별 거 아닌 일에 쓸데없이 일이 커진 거 아니야?

중산기업의 회장이 박선호를 애지중지 한다는 말을 민철이 놈에게서 들은 기억은 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작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굉장한 일을 벌인 건지는 모르는 눈치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답사 준비 +1 21.05.12 210 4 11쪽
58 강철의 남자(5) +1 21.05.11 215 4 11쪽
57 강철의 남자(4) +1 21.05.10 208 5 9쪽
56 강철의 남자(3) +1 21.05.07 216 5 9쪽
55 강철의 남자(2) +1 21.05.06 214 4 9쪽
54 강철의 남자 +1 21.05.05 227 5 9쪽
53 초능력자(2) +1 21.05.04 211 6 11쪽
52 초능력자 +1 21.05.03 247 4 10쪽
51 낯선 천장(3) +1 21.04.30 248 4 9쪽
50 낯선 천장(2) +1 21.04.29 234 6 10쪽
49 낯선 천장 21.04.28 270 6 11쪽
48 룸메이트 아저씨들(9) 21.04.27 264 5 9쪽
47 룸메이트 아저씨들(8) 21.04.26 302 6 14쪽
46 룸메이트 아저씨들(7) 21.04.23 306 7 11쪽
45 룸메이트 아저씨들(6) 21.04.22 297 6 10쪽
44 룸메이트 아저씨들(5) 21.04.21 301 7 11쪽
43 룸메이트 아저씨들(4) +1 21.04.20 294 7 9쪽
42 룸메이트 아저씨들(3) +1 21.04.19 316 8 12쪽
41 룸메이트 아저씨들(2) +1 21.04.16 332 6 9쪽
40 룸메이트 아저씨들 21.04.15 356 6 10쪽
39 함정 너머에 있는 것(4) 21.04.14 387 5 10쪽
38 함정 너머에 있는 것(3) 21.04.13 350 7 9쪽
37 함정 너머에 있는 것(2) 21.04.12 388 7 12쪽
36 함정 너머에 있는 것 21.04.09 380 7 10쪽
35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3) 21.04.08 375 6 9쪽
34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2) 21.04.07 377 6 12쪽
33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21.04.06 387 6 12쪽
32 휴식 끝, 폭렙 시작 21.04.05 393 8 12쪽
» 휴식(3) 21.04.02 349 7 12쪽
30 휴식(2) 21.04.01 35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