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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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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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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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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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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위험으로 내몰지도 않을 테니 걱정 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사라예보>.

<Remo : The Destroyer> 프로젝트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부르는 워킹타이틀, 즉 가제다.

제2대 레모 윌리엄스 배역은 ParaMax Films가 제작하는 코미디 영화 <She's all That>에 출연한 윌리 워커(Willy Walker)가 차지했다.

<She's all That>에서 윌리 워커는 주인공의 친구역할로 출연해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저예산 영화라 촬영기간도 짧았다.

윌리 워커는 최근 패러마운틴의 미식축구 영화 <그들만의 계절> 촬영까지 모두 마쳤다.

미식축구 선수역할이었기 때문에 그간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영화 속 쿼터백의 역할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때문에 윌리 워커는 액션영화에서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근사한 근육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대신 난생처음 무술을 배워야 했다.

주로 코미디영화나 하이틴 영화에 출연했던 윌리 워커다.

이번 영화가 본격적인 성인역할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한 마음을 먹었다.

비록 단독 주연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다.

할리우드 무비스타가 된 양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은 스스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헤이 Vic.”

“왔어?”


체육관에 윌리 워커가 나타나자, 빅키 햄휴즈가 잃어버렸던 동생이 찾아온 것처럼 반가워했다.

함께 일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들도 마찬가지다.

윌리 워커는 가르칠 맛이 나는 배우다.

운동신경이 제법 쓸 만했다.

단기간 고급 기술을 소화할 순 없겠지만, 영화적 그림이 될 만큼의 기술을 충분히 배우고 습득할 것이 기대가 되었다.


“윌리, 권총 사격은 좀 해봤어?”

“아니.”

“한번도?”

“응.”

“각종 총기 다루는 건 여기 알렉스에 배우고. 무술은 헨리와 초이에게 배우도록 해.”


건액션 코디네이터 알렉스 코트니, 마샬아츠 코디네이터 헨리 깁슨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온 최영웅과도 인사를 시켰다.


“초이는 방사룡의 스턴트팀에 있었어. 네 훈련에 많은 도움을 줄 거야.”


이들 세 명의 코디네이터들이 촬영이 시작되는 10월까지 윌리 워커를 훈련시킬 예정이다.

소설 원작에서 레모 윌리엄스는 주로 무술로 악당들과 대적한다.

영화에서는 각종 총기류까지 다루게 된다.

소설 설정에서 레모 윌리엄스는 그린베레 출신의 뉴어크 경찰관이다.

당연히 각종 총기를 다루는 것에 능숙할 수밖에 없다.


[총은 (암살)예술을 망쳐놓는다.]


레모 윌리엄스가 총기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사부인 치운과 티격태격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암살자인 치운으로서는 제자의 일탈(?)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빅키는 윌리 워커를 위해 합기도, 주짓수, 태권도의 실전 발차기 훈련을 준비해 두었다.

그 외에 기계체조와 파쿠르 기본기도 배워야 했다.

물론 고난도 기술은 스턴트 더블(대역)이 한다.

다만 기초는 익혀둬야 타이트한 쇼트 촬영에서 어색함을 줄일 수 있다.


“액션 시퀀스는 나와 있어?”

“3개월 후에 나올 거야. 그 기간 너는 기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하고.”


윌리 워커는 깜짝 놀랐다.


“3개월씩이나?”


계약서에 6개월 스턴트 트레이닝 조항이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었다.

무려 3개월간 기본훈련만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해보면 알아. 각오 단단히 해둬.”


빅키의 장담대로다.

다음 날부터 윌리 워커와 주요 조연급 배우들은 빅키팀의 훈련 스케줄에 맞춰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을 굴렸다.

배우라고 봐주는 것 없다.


“순탁, 잘 부탁해요.”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윌리 워커에게 오순탁이 껄껄 웃었다.


“나야 말로.”


오순탁은 작년까지도 TV영화와 비디오용 영화에서 액션연기를 펼쳤다.

젊은 사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스턴트 훈련은 매우 고된 일이다.


“나이를 먹으니까 말이야. 더 열심히 해야 젊은 친구와 비슷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더라고. 그렇다고 프로가 칭얼거릴 수 없고 말이지.”


오순탁은 매일 체육관을 찾아와 2시간 정도 운동을 했다.

짧은 시간에 스턴트맨들과 호흡을 맞추는 능력을 발휘했다.

30년 가까운 연기 경험이 만들어낸 괴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스턴트 코디네이터들은 단 한 번도 칭찬을 하지 않았다.

스턴트맨들과 합을 맞춰보는 오순탁을 지켜보고 있던 워커에게 헨리가 물었다.


“어때 보여?”

“잘하네.”

“저 모습이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구나.”


윌리 워커가 보기에 오순탁은 스턴트맨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순탁도 늙었어. 예전에는 방방 날아다녔는데.... 나이가 드니까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

“...저 모습이 힘들어 보이는 거라고?”


나이 때문에 속도감은 떨어졌지만, 연기로 만회했다.

자신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고 임팩트가 달랐다.

맹훈련을 거듭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든 자신과 비교하면, 오순탁의 몸놀림은 한 마리 곰을 보는 것처럼 느렸다.

그럼에도 무술고수의 절도와 여유가 느껴졌다.


“그래서 Jay가 무섭다는 거야.”


뜬금없는 말에 윌리 워커가 운동을 멈췄다.


“이번 영화에서 순탁과 네가 동시에 나오는 장면들은 빼고는 모든 액션 시퀀스가 너와 샘에게 몰아 놨어. 무슨 뜻인지 몰라?”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런 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몇 주 전에 Jay가 나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어. 액션 시퀀스의 가이드라인을 결정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야. 그때 Jay가 그러더군. 대본에 나오는 액션 시퀀스의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윌리 워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헨리의 입을 지켜봤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할 때는 침묵을 지켜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나는 액션 시퀀스의 수정을 제안했어. 순탁의 액션을 줄이고 너와 샘의 액션을 늘이자고 강하게 주장했지.”

“왜...?”

“네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으니까. 아니 매우 쓸 만하니까.”


윌리 워커는 칭찬에 인색했던 헨리가 웬일이가 싶었다.


“샘에게는 맨손격투가 아닌 총을 쥐어주기로 결정되었고.”


어릴 때부터 서핑을 하며 잡힌 균형감과 근육들 그리고 농구와 미식축구로 깨어난 운동신경까지.

윌리 워커는 빅키팀의 훈련 프로그램을 잘 따라왔다.

솜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기본적인 동작들을 한 달 사이에 어느 정도 장착했다.

무술로서가 아니라 연기로 몸에 붙였다는 의미다.


“<사라예보>는 Jay의 영화지만 액션만큼은 빅키팀의 영화이기도 해. 그래서 욕심이 생기더라. 순탁도 왕년에 잘나가던 액션 배우였지만, 그가 스크립트에 묘사한 것처럼 와이어 스턴트를 소화할 순 없어. 더블이 대신 스턴트를 펼친다고 해도 순탁이 해야 할 건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순탁의 스턴트 시퀀스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을 생각이야. 그 말은 곧 네가 진짜 리얼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지.”

“스크립트 수정을 했다는 게 그 의미였군.”

“그래 맞아. 원래 샘은 미국에서 출연분량이 적었어. 하지만 대본 수정을 거치면서 순탁은 유럽에 남고, 샘과 네가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지.”

“고마워.”

“고마울 거 하나도 없어. 나중에 힘들다고 질질 짜지만 말아.”


빅키 햄휴즈는 호주 시드니에서 <매트릭스> 스턴트를 지휘하고 있다.

현재 컬버시티에 남아있는 코디네이터들이 <Remo : The Destroyer>의 액션 안무가들이다.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스턴트 액션을 반기지 않았다.

흔히 땀내 나는 스턴트 액션이란 말이 있다.

헨리 깁슨은 육체를 극한까지 혹사시키는 스턴트 안무의 신봉자다.


“내 팀이 격투액션 하나만큼은 탑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 마침 Jay는 태권도를 수련해서 맨몸으로 펼치는 안무를 존중해 주지. 우리가 할리우드에 보여주자. 컴퓨터 그래픽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내가 <사라예보> 스턴트팀에 탑들만 골라서 채운 건 다시 한 번 액션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멋진 액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야.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줘.”

“내게도 이번 영화는 엄청난 기회라고.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난 최선을 다 할 거야.”


윌리 워커와 코디네이터들이 근육질의 남성미를 뽐내면서 브로맨스를 상징하는 팔씨름 악수를 나누며 의기투합했다.

할리우드 액션을 정리하자면 간단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콩이나 한국 출신 스턴트맨들이 할리우드 액션을 펼친다면 쉽게 소화할 수가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스턴트를 펼친다.

소위 ‘합’이란 걸 일순위에 놓는다.

반면에 홍콩이나 한국의 무술팀들은 ‘합‘의 정확한 느낌보다 생동감에 무게를 둔다.

최영웅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솔직히 이곳에서 스턴트를 한다면 나이 60을 먹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최영웅이 자신감을 드러내자 헨리가 반발했다.


“할리우드 맨몸 액션을 무시하지 말라고.”

“우리는 맨몸 격투를 찍을 때 주로 ”야! 좀 더 악을 쓰란 말이야!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라고 주문하지. 근데 이 동네는 ”내가 때리면 넌 왼쪽으로 피한 다음 넘어져” 라는 식이더라고.“

“신속, 정확, 단순. 스턴트 디자인의 기본이야.”

“맞아 기본이지. 근데 감정? 느낌? 그런 게 없잖아. 그저 폼을 과시하는 것뿐이라고.”


액션은 폼생폼사다.

겉으로 드러내는 멋이나 모습만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태권도 발차기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작정하고 차면 어디 뼈 한군데 부러져. 합에도 감정이 섞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진짜 육체의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

“마치 실제로 싸우는 것처럼?” “맨몸액션 연기라는 게 정확도보다는 실감 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


윌리 워커가 두 사람 사이에서 다소 자신 없는 소리를 했다.


“미안한데.... 난 방사룡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마. 위험한 스턴트에 내몰지 않을 테니.”

“그럼. 우리만 믿어.”


호언장담하는 헨리와 최영웅을 보며 윌리 워커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왠지 이 영화에서는 몸이 성할 날이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빅키와 <블레이드>, <매트릭스> 두 번의 작업을 하면서 스턴트맨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들었어.”


육체로 펼칠 수 없는 액션이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가능하다는 걸 실감했으니까.

혹시 미래에는 자신들이 영화에서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불안한 한편 오기도 생겼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게, 확실히 증명해 보이겠다.


“CG가 스턴트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영상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해. 모션캡처를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니까.”


류지호가 빅키팀에게 해준 말이다.


“자존심도 버려. 그리고 아시아 스턴트맨들에게서 배울 건 배워야 해. 할리우드가 최고라고 믿다가는 정체될 뿐이야.”


할리우드 스턴트맨들은 아시아 액션을 다소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었다.

스턴트의 원류가 할리우드에 있었기에.


“The Great Stone Face께서 제시한 맨몸 스턴트가 현대에 와서는 때려 부수는 것으로 바뀌었지.”


위대한 무표정은 무성영화시대를 이끌던 전설, 그리고 스턴트 액션의 대가이자 대부, 위대한 영화인 중 한 명인 버스터 키튼의 트레이드마크다.

그가 제시했던 스턴트들이 지금에 와서는 차량, 기구, 소품을 이용한 액션으로 전형화되었다.

총격전이 기본이고, 폭발도 기본적으로 따라온다.

사람의 육체를 망가뜨리는 폭력보다, 건물, 차량, 기물 등을 파괴하는 것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물량과 스펙터클.

그건 할리우드 액션 장르의 오랜 공식이다.


“적어도 스턴트 액션의 대부가 꿈꿨던 스턴트의 세계는 아니었을 것 같아.”


최영웅의 말에 스턴트맨들은 토를 달 수 없었다.

“분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턴트 디자인도 발전하고 있으니까.”

“스턴트맨의 위험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스턴트 디자인이 발전하는 것일까?”


최영웅이 가볍게 던진 말로 인해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Vic & Jay에 속한 스턴트맨들은 스턴트의 본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이 날 수 없는 토론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튀어 나왔다.

땀은 체육관과 카메라 앞에서 흘리는 거다.

사무실에서는 연구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몸 쓰는 직업인 스턴트맨이라고 할지라도.

그래야 일류를 유지할 수 있다.


❉ ❉ ❉


미국 최대의 비디오대여 체인 업체는 블록버스터다.

그 뒤를 이어 할리우드 비디오가 2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둘의 미국 내 대여점 숫자만 2천여 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메이저 비디오 대여점 체인은 매년 200개 이상의 점포가 증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VTR 보급률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로스 개토스 지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도널드 제이콥이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매주 6,500만 명, 매달 미국인의 절반이 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하고 있으며, 대여점 이용횟수가 33억 회, 대여점수가 2만 5천 개, 비디오시장 총규모가 15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제 막 DVD시장이 열렸다.

그럼에도 비디오 대여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인들의 영상오락 이용형태의 순위는 대략 다음과 같다.

비디오 대여가 1위, 그 다음이 영화관, 스포츠 관람, 케이블 TV 순이다.

고객 만족도는 홈비디오가 80% 이상을 상회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트라이-스텔라의 영화 관련 총수입을 차지하는 각 배급채널을 보면 영화가 23%, 비디오 57%, PPV(Pay-per-view : 유료 콘텐츠) 2%, 케이블TV 10%, 공중파 TV 8%, 기타 1%로.... 비디오 소프트 관련 매출이 트라이-스텔라의 재정적 위험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홈비디오 의존도가 심하니 DVD에 미온적일 수밖에요.”

“할리우드 업계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생태계가 급박하게 변화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우리는 절대 그래선 안 되지만.”


업계에서는 비디오의 호황이 영화산업의 활성화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신작품은 비디오 대여로 감상하고 고전명작은 비디오 구입으로 소장하면서 감상하고.

미국의 영화팬들의 경향이다.


“비디오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블록버스터 같은 대형 업체는 애니메이션, 교육 기획물을 중심으로 멀티패키지형 오프라인 메가스토어로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개별 대여점의 규모를 키운다는 의미다.

그런 비디오 대여 시장에 StreamFlicks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4월 14일.

실리콘 밸리 지역의 로스 개토스(Los gatos)시 레이크 카운티 공원 근처 건물.

소박하기 짝이 없는 건물에서 StreamFlicks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퓨어 소프트웨어에서부터 함께 일한 동료 마크 버네이스를 포함해 새롭게 고용한 30명의 직원이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개시했다.

영업개시에 맞춰 보유한 콘텐츠 숫자는 925개다.

회사명 ‘StreamFlicks’에서도 엿볼 수 있듯, 단순히 비디오테이프를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비즈니스를 넘어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스트리밍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마크 버네이스는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함께 사업을 하자고 했을 때 StreamFlicks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잘 몰랐다.

막연히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회사라고만 생각했다.

StreamFlicks의 아이디어는 모두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류지호의 머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마크 버네이스는 두 사람의 아이디어에 따라서 온라인 서점 Amazonia.com이 개척한 전자상거래 모델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석보좌관 도널드 제이콥을 대동한 류지호가 StreamFlicks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직은 소박한 회사다.

이전 삶에서는 전 세계 직원 숫자가 1만 2천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었다.


“축하해. 윌.”

“왔나?”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최대 지분을 가진 것이 GARAM Ventures다.

류지호의 개인자금으로 운영되는 벤처캐피탈이다.

류지호가 StreamFlicks에 간섭하려 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단 의미다.


“어때? 본격적으로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한 소감이?”

“쉽지 않아.”


윌모트는 지난 1년 동안 비디오와 DVD 우편배송을 실험했다.

확신이 서고 나서야 창업을 단행했다.


“네 말이 맞았어. 때를 기다려야 하나봐.”


윌모트는 비디오 대여와 감상이 모두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길 원했다.

이 당시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현실과 타협을 해야만 했다.

일단 StreamFlicks의 비즈니스모델은 비디오대여점을 인터넷으로 옮긴 수준이다.

기존 대여점과 다른 점은 철저히 배달 서비스라는 것.

사용자가 StreamFlicks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주문하면 해당 콘텐츠가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우편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이후 반납일이 되면 사용자는 우편으로 비디오테이프를 StreamFlicks에 반납하면 된다.


“실망하지 마. 비디오테이프를 빌리거나 반납하기 위해 대여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제거하는데 일단 성공했잖아.”

“그렇지. 일단은 그렇게라도 시장에 진입해야겠지.”

“뒤는 내가 받칠 게. 윌은 생각한 그대로 진행해. 자금이 필요하면 다이렉트로 여기 보좌관 Don에게 말하고.”

“데이브가 아니라?”

“Don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장 내가 안다는 것과 같아.”

“올해는 StreamFlicks 시스템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주력할 생각이야.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진 않아.”

“내년부터 월간 구독서비스가 시작되는 거지?”

“응.”


StreamFlicks 서비스의 핵심은 월간 구독이다.

월마다 일정 금액(5달러)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StreamFlicks가 보유 중인 콘텐츠를 무제한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번에 하나의 콘텐츠만 대여할 수 있다.

대여한 콘텐츠를 반납하면 다시 새 콘텐츠를 대여할 수 있는 형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연체료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회원 가입 도중이라면 한 콘텐츠를 계속 빌리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알기로 네가 소유한 회사들은 증권거래소에 공개를 하지 않은 걸로 알아. StreamFlicks도 그러길 원해?”

“그 문제는 아직은 성급하다고 생각해. 내가 볼 때는 3년 동안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윌의 생각은 어때?”

“3년이라.....”

“내년에 회원가입 규모와 향후 신규 회원가입률에 대한 계산이 서면 그때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줄게.”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비디오의 규모는 잘 알고 있지?”

“당연하지. 향후 전망까지도 얼추 예측하고 있어.”

“당장 미국 각주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캘리포니아와 인접한 주에는 센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 너도 알다시피 우리 사업의 관건은 사용자가 빠르게 대여하고, 우리가 그에 즉각 반응을 하는 거니까.”

“당일 대여 신청하면 당일 또는 최소한 다음 날이면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어야겠지. 하지만 서두르지 마.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윌도 알다시피 콘텐츠를 담는 매체가 비디오테이프와 함께 DVD로 다각화되고 있잖아. 크기, 부피, 무게 모두 비디오테이프에 비해 월등한 매체인 DVD는 대량 유통이 가능해. 그 말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물류가 많아진다는 의미가 되지.”

“그게 언제가 될 줄 알고? DVD 플레이어 보급률, 타이틀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야.”

“내가 어떤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는지 잊었어?”

“아! IVE 엔터테인먼트!”

“JHO 계열 영화사들이 보유한 필름라이브러리만 800편이 넘어. 현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게다가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도 제작하지. 그뿐인 줄 알아? 곧 Timely Studios가 자사 캐릭터를 이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거야. 나의 회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들 역시 자사 필름라이브러리를 DVD로 발매하는 편수를 계속 늘려갈 거야. 그렇다는 말은 StreamFlicks가 서비스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는 거지.”


실제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저장매체가 이동하면서 StreamFlicks는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매출까지 늘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몇 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흐름은 분명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에도 내가 강조했지만, 난 StreamFlicks 전용 단말기는 반대야. StreamFlicks 서비스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PC, 노트북, 셋톱박스, 비디오게임기 등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서 StreamFlicks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안했던 건 아니었다.

시범 삼아 출시한 셋톱박스가 크게 망하고 말았다.

이후로 아예 관심을 끊어버렸다.


“10년 안에 StreamFlicks가 실현해 보이겠어.”

“윌이 반드시 해낸 다는 것에 내 벨에어 주택을 걸지.”

“만약 실패한다면 그 주택은 누가 갖게 되는 거지?”

“자선단체에 기부하지 뭐.”

“차라리 그 돈을 나에게 줘. 새로운 사업을 창업할 테니.”

“난 윌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어.”


StreamFlicks의 소유문제다.


“걱정 마. 난 StreamFlicks에 간섭하거나 관여할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윌도 알아봤겠지만, 난 내 회사들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최소한의 권리만 주장하고 아이디어만 제공할 뿐이야. 그걸 수용할지는 최고경영자에게 달렸고.”


윌모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류지호에 대한 소문과 진실들을 확인했다.

소문대로 혹은 듣던 대로라고 할까.

리틀 버펫이란 별명답게 회사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아예 흥미가 없어 보였다.

다만 특이한 것은 주식 상장 부분이다.

증권거래소에 기업 공개를 하면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음에도 상장할 생각이 없다.

인수합병에 있어서 굉장히 보수적이다.

최근에도 LOG가 수십억 달러를 제시했음에도 콧방귀만 뀌고 있다.

한편으로는 억만장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우린 프로 스포츠 팀이지 동호회가 아니잖아. 난 직원들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해. 마치 양키스처럼. 스타플레이어들은 그 능력만큼 대접을 받아야 해. 대신 그 만큼 최고의 성과도 내야하고. 그게 프로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결국 부담을 주는 군.”

“난 양키스 구단주처럼 팀에 간섭하는 사람이 아니라니까.”


류지호는 윌모트에게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콘텐츠 제작자와 계약을 맺으라고 당부했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은 GMG Lab과 협력하라고 일렀다.


“아까도 말했지만, 문제가 생겼거나 의논할 일이 있으면 Don에게 연락을 하도록 해.”


류지호는 한 동안 영화를 찍어야 했다.

자잘한 일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거 알아?”

“....?”

“라디오가 위성으로, 위성이 케이블로. 50년마다 콘텐츠 전달 방식에 변화가 있었어. 난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대라고 생각해. StreamFlicks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앞에서 이끌 거야.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StreamFlicks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콘텐츠를 동시 제공하는 거야.”

“행운을 빌어.”


류지호는 1시간 동안 StreamFlicks에 머물렀다.

기술부문을 책임진 마크 버네이스와도 대화를 나눴다.

2010년대 중반부터 StreamFlicks는 HD, 풀HD급 동영상뿐만 아니라 4K, HDR급 동영상도 제공했었다.

사용자가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StreamFlicks가 제공하는 고품질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데이터 절약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의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이전 삶에서 그 정도 수준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던 곳은 넷튜브, 아마조니아프라임과 StreamFlicks 단 세 군데뿐이었다.

류지호는 넷튜브를 제외한 두 곳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5~2006년 서비스되기 시작하는 넷튜브까지 지분을 보유하거나 인수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미디어기업이 꿈만은 아니다.

벨에어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FDA(미국식품의약국)에서 칼파이저의 비아그라 판매를 승인했다고 합니다.”


MD(Merck Darmstadt)와 더불어 칼파이저앤컴퍼니는 세계 최고 제약회사다.

이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GARAM Invest는 출범 초기부터 칼파이저의 주식을 꾸준히 모았다.

현재는 전체 발행주식의 5.4%를 보유하고 있다.


‘Googol만 확보하게 되면 내 기억 속에 있는 알짜배기 기업들이 바닥이 나겠구나.’


류지호는 차라리 홀가분했다.

유명했던 기업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기억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 대부분의 주식이나 지분을 확보했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에 웬만한 주식을 다 처분하는 것만 남은 건가....?’


작가의말

소설 속에서 X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비디오 대여점의 절대 강자였던 블록버스터를 주인공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했지만....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시킬지 주인공이 주워서 재활용할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습작에서는 X플릭스의 경쟁사였기에 망하는 걸 두고 봤지만, 생각해보면 블록버스터의 유통망(물류시스템)도 미국 전역에 깔려 있었을 테니..... 암튼 X플릭스는 만성적인 적자기업이라 블록버스터를 역으로 삼킬지 내버려둘지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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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The Destroyer. (12) +9 22.12.10 3,783 127 26쪽
361 The Destroyer. (11) +9 22.12.09 3,925 146 28쪽
360 The Destroyer. (10) +9 22.12.09 3,758 12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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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The Destroyer. (8) +14 22.12.08 3,768 132 26쪽
357 The Destroyer. (7) +9 22.12.07 3,944 144 25쪽
356 The Destroyer. (6) +10 22.12.07 3,830 131 25쪽
355 The Destroyer. (5) +9 22.12.06 4,094 14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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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The Destroyer. (2) +7 22.12.05 4,024 121 25쪽
351 The Destroyer. (1) +12 22.12.03 4,349 146 26쪽
» 위험으로 내몰지도 않을 테니 걱정 마.... +8 22.12.02 4,311 137 26쪽
349 WaW는 아주 살판났네! +8 22.12.01 4,428 14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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