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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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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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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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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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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나는 세계의 왕이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백스테이지로 퇴장한 류지호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오스카 트로피를 바라봤다.


“....!”


속내가 조금 복잡했다.

<타이타닉>을 자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무려 1.4억 달러를 댄 것은 대단한 일이긴 했다.

이전 삶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작과정 중에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영화다.

촬영 내내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여주인공 캐런 윈슬렛(Karen Winslet)은 수중촬영 중 무호흡증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본래 여름시즌 개봉으로 잡혀 있었다.

제이미 캐머론이 컴퓨터 그래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부 장면을 재촬영하기도 했다.

당연히 트라이-스텔라와 패러마운틴 고위직들이 발끈했다.

그때 류지호가 나서서 정리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다면 GARAM이 제일 마지막에 배분을 받겠다.”


너희들 투자금은 보장해줄게, 감독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둬라.

메인 투자자가 손해를 모두 떠안겠다했다.

더 이상 군소리를 낼 사람은 없었다.

이런 사실이 할리우드에 알려졌다.

모두가 류지호를 미쳤다고 했다.

‘청년재벌의 치기어린 돈자랑‘이라는 조롱까지 들었다.


[그에게 경영을 맡기지 않은 것은 매우 현명한 일이다. 투자자들은 절대 그가 트라이-스텔라 경영에 나서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에게 영화감독으로서 재능이 있을 순 있어도 경영에는 소질이 없음이 이번 사건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 포브스 매거진.


요행 같았던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그것들을 분석하면 어떤 패턴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런데 류지호의 투자에는 패턴이 없다.

명확한 기준도 없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도 그렇다.

어떻게 그린라이트를 켠 영화가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중에 실패를 한 영화가 단 한 편이라도 있어야 정상이다.

물론 수익측면에서 실패한 영화도 분명 있다.

대신에 작품성을 인정받음으로써 해외 판매와 부가시장을 통해 최소 본전치기를 했다.

배가 아픈 것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슬슬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견제가 들어올 터.

특히나 이번 제 70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부문 거의 전부를 독식했으니.

견제라고 해서 별다른 수가 아니다.

영화등급에서 장난을 친다든가, 트라이-스텔라가 준비하는 영화와 유사한 영화를 미리 제작해 개봉함으로써 김을 빼는 것 같은 것들이다.

심할 경우 트라이-스텔라 영화를 걸려고 하는 스크린을 차지하기 위해 극장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경쟁사 보다 먼저 제작해 개봉하는 수법은 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아주 기본적인 스튜디오 전략이다.

더욱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면 된다.

또한 극장은 스튜디오의 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손님이 잘 드는 영화를 극장에 걸려고 하기 때문에.

JHO Company는 빅 식스가 탐내는 Timely 캐릭터를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예전부터 협력관계에 있는 소닉-콜롬비아스에 이어 이번에 패러마운틴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DVD 규격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워너-타임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다.

워너 타임의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인 에드윈 터너와도 친하고.

그들과는 <타이타닉> 같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는 함께 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봤다.

메이저 중에 메이저인 LOG를 제외한 PARKs나 유니벌스가 수작을 부린다고 해서, 호락호락 당해줄 정도로 허약한 트라이-스텔라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트라이-스텔라가 미국영화협회 정식 회원사가 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앞으로 인수합병 제안이 더 노골적이겠네....!’


LOG와 유니설스, PARKs가 호시탐탐 트라이-스텔라를 노리고 있다.

여러 통로로 류지호에게 인수의사를 전하고 있었다.

류지호는 더욱 거세질 인수합병 제의를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미스터!”


류지호는 시상식 진행요원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오스카 트로피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납을 해야 하는 겁니까?”

“추후 위원회에서 이름을 새겨 보내줄 수도 있고, 오늘 트로피를 가져가시겠다면 이곳에서 이름을 새기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류지호는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로비로 나갔다.

한편에 마련된 부스로 향했다.

이미 몇몇 수상자가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었다.

진행요원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보통은 애프터 파티에 참석하느라 트로피를 나중에 수령하는 편입니다.”

“밖에서 비서가 대기하고 있어요. 그에게 전하면 안전하게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다 놓을 겁니다.”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에 이름을 새긴 류지호는 애프터 파티로 향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수상소감을 전했다.

짧게 소감만 전하고 아카데미 공식 애프터 파티 가버너스 볼(Governors Ball)에 참석해 만찬을 즐겼다.

수백 명의 게스트 사이에서 수상자들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수상작의 관계자들도 동료들에게 둘러싸였다.

작년 애프터 파티에서 류지호는 자신 주위가 섬 같다고 느꼈다.

보이지 않는 벽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번에는 달랐다.

파티참석자 수백 명이 자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류지호는 수상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축하를 건넸다.

공식 애프터 파티가 끝나기 전에 베벌리힐스로 이동했다.

Vanity Fair 파티에 참석했다.


찰칵찰칵.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사건이 찍혔는지 모른다.

류지호는 쉴 새 없이 사진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Vanity Fair 파티장 입구 한쪽에 따로 포토 존 세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연예정보 및 패션잡지답게 포토존 세트에 꽤나 공을 들여놨다.

북유럽풍의 실내 세트 중앙에 가죽 소파가 놓여 있다.

파티 입장객들이 한 번씩 그곳을 지나쳐 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 찍은 사진 가운데 몇 장이 잡지에 실리기 때문에 배우들은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으로 촬영되기 위해 온갖 멋을 다 부렸다.


“Jay! 우리와 함께 찍자.”


매트와 밴틀리가 류지호를 이끌었다.

류지호는 맥클로닌 윌리엄스와 함께 찍고 싶었다.

그는 다른 일정 때문에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잘생긴 두 배우 사이 끼어 촬영 했다.

그나마 캐서린이 골라준 턱시도를 입지 않았다면, 두 배우 친구로 인해 존재감이 완전 흐렸을 터.


찰칵찰칵!


파티장에 들어가서도 지겹도록 사진이 찍혔다.

패션전문 포토그래퍼들이 곳곳에서 배우들을 상대로 스냅샷을 찍었다.

제이미 캐머론이 한눈에 보기에도 글쟁이처럼 보이는 30대 후반의 백인남자를 데리고 왔다.


“Jay!"

"헤이 데이브.“

“축하해.”

“고마워.”


류지호에게 축하를 전하는 남자는 각본가 데이브 켑(Dave Koepp)이다.

류지호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작가 중에 한 명이다.

그와의 인연은 톰 메이포더의 <미션 임파서블>부터다.

그 전에 <쥬라기 공원>을 썼고, 류지호가 좋아하는 영화 <칼리토>의 각본을 썼다.

최근에는 <스네이크 아이>를 썼다.

제이미 캐머론이 다짜고짜 물었다.


“<스파이더 맨>은 어쩔 셈이야?”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후에 열리는 애프터 파티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대 놓고 차기작과 관련해 제안을 하는 것은 보면.

초대받지 못한 이들이 볼 때는 축하파티일 뿐이겠지만.

어쨌든 아카데미 시상식 주간에 열리는 무수한 파티에서 많은 영화가 기획되고, 캐스팅 관련 구두 약속이 이루어진다.


“그것 말고 나와 할 게 있잖아요?”

“당장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 너야.”

“이번 영화로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었으면서 뭐가 그리 급해요?”


몇 년 후 제이미 캐머론은 3번째 부인과 헤어질 때 위자료로 4,000만 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터미네이터Ⅱ>와 함께 <타이타닉>의 엄청난 흥행으로 얻은 부는 그런 막대한 위자료를 지불하고 나서도 끄떡없다.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감독이라도 있는 거야?”

“미안하지만, 말해줄 수 없어요.”

“그럼 나도 <녹색지구>는 PARRKs와 해야겠군.”


<녹색지구>는 <아바타>의 워킹 타이틀이다.

이후로 한 차례 더 워킹 타이틀을 바꾸게 된다.

바로 <프로젝트 880>이다.

참고로 <타이타닉>의 워킹 타이틀은 <얼음 행성>이었다.


“맘대로 하세요.”


상관없다는 투의 류지호를 보며 제이미 캐머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지만, 하나는 알려줄 수 있어요.”

“.....?”

“앞으로 Timely가 직접 자사 캐릭터를 영화로 만들게 될지도 몰라요.”


확정을 짓지 않고 교묘하게 말했다.

Timely Entertainment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쉽게 영화 콘텐츠 생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류지호 때문이다.

Timely의 세계관 정리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

수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들, 거기에 평행세계까지.

류지호는 코믹스의 재정립 외에 영화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길 원했고, 인수합병 작업이 끝나자마자 이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코믹스가 워낙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랐다.

겨우 중요한 캐릭터부터 정리 작업을 마쳐가고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정리가 되는 것은 2000년 즈음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트라이-스텔라는?”

“그건 모르죠.“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Moe와 샘이 알아서 하겠죠.”

“혹시 내게도 기회가 있는 거야?”

“안타깝게도 내겐 Timely 영화에 대한 그린라이트 권리가 없네요.”


대신 총지휘자다.

영화 기획부터 개발순서까지 정하고, 심지어 프로듀서와 감독까지 내정하는.

적어도 TCU에 있어서는 전제군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샘을 설득한다면....?”

“그럼 라이트닝스톰과 하겠죠 뭐.”


제이미 캐머론은 그 정도에서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만큼 <스파이더맨>은 감독들이 탐을 낼만한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데이브는 지금 어디와 계약해서 일하고 있지?”

“아티잔 엔터테인먼트.”

“그 작업 끝나면?”

“그 외에 계약한 것도 생각한 것도 없어. 왜?”

“나중에 내 사무실 한 번 방문해 주겠어?”

“그러지.”

“내 비서가 따로 개인 연락처 줄 거야.”


캐롤코 픽처스에 캐머론이 예전에 작업해 놓았던 <스파이더맨> 초안이 보존되어 있었다.

류지호도 읽어 봤다.

그가 기억하는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다.

모든 장면을 기억할 순 없다.

하지만 꽤나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그렇다는 것은 류지호의 기억 속의 <스파이더맨>은 사무엘 레이미과 데이브 켑의 각본으로 탄생한 것이다.

원래대로 두 사람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각본을 쓰는 것이 맞았다.

여담으로 제이미 캐머론은 <스파이더맨> 연출을 하지 못하게 되자, TV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그 시리즈가 바로 마리아 알바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는 <다크 엔젤>이다.

TV시리즈 이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2005년에 가서 <총몽>과 함께 <프로젝트 880>을 발표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3D영화라고 밝히며 <총몽>을 먼저 찍고, <프로젝트 880>을 차례로 찍는다고 발표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면 삼부작으로 가게 될 거라고 밝힌다.

실제 워킹타이틀 <프로젝트 880> 정식 타이틀 <아바타>가 삼부작으로 만들어진다.

아직은 멀고 먼 이야기다.

류지호는 파티가 마무리 될 즈음 Vanity Fair 편집장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았다.


“난 배우가 아닙니다만.”

“<Dream Come True>에서 주인공 연기를 했지 않나?”

“진지한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알다시피 D-Cinema가 메인이었던 프로젝트라서.”

“거절하지 말아주게. 비록 안나가 보그로 옮겼지만 그녀는 Vanity Fair를 위해 여전히 굉장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네.”


작년까지 Vanity Fair에서 포토그래퍼로 활약한 안나 리버비츠는 세계적인 여류 사진작가다.

세계적인 유명 스타나 저명인사들의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해 왔는데, 대표작으로는 존 레논 커플, 톰 메이포드 부부, 데미 가인스의 만삭 사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녀가 사진을 찍었다는 말은 세계적인 인물이란 의미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다음 달에 실릴 예정이라 너무 오래 고민할 시간을 줄 수는 없다네.”


Vanity Fair는 95년부터 4월호에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모아 사진을 찍어 잡지커버로 내보내고 있다.

올해도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표지모델로 예정되어 있다.

20~30대 초반의 남녀배우들이 모델로 캐스팅 된 상태다.


“내 자리가 비워져 있다면 그 자리를 다른 전도유망한 배우에게 양보하고 싶네요.”

“나중에 자네가 연출한 영화가 개봉할 때에 맞춰 커버를 비워두겠네.”

“Vanity Fair를 위해서라도 영화를 잘 찍어야겠군요.”


결국 파티장을 떠나기 전 Vanity Fair 편집장에게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배우들이 잡지커버를 장식한다.

류지호가 들어갈 자리는 아니다.

대신에 추후 <REMO : The Destroyer> 개봉에 맞춰 Vanity Fair 표지모델이 되기로 했다.

당연히 공짜는 없다.

추후 그들에게 단독기사나 특종을 주어야 했다.

어쨌든 공식 애프터 파티에서 좋은 비즈니스를 한 건 얻어냈다.

유명 잡지 표지모델이라는.


✻ ✻ ✻


류지호는 시상식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파티를 돌아다녔다.

놀러 다닌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파티마다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만이라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친분이 없는 감독과 배우들과 안면을 트고 인맥관리도 할 수 있다.

나중에 수월하게 캐스팅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파티에 참석해야 했다.

그 중에 재미있었던 파티는 OAA가 주최한 파티였다.

아카데미 주간 동안에 가장 규모가 큰 에이전시 세 곳이 파티를 주최한다.


- 벤틀리 애플렉과 메트 데이만이 당신을 OAA 파티에 초대합니다.


올해 OAA는 <굿 윌 헌팅>으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두 청년의 이름으로 초청장이 배분됐다.


“봤지? 이 파티는 우리 두 사람이 호스트인 파티라고. 하하.”


매우 들뜬 얼굴의 매트 데이만이 류지호에게 자랑했다.


“아까 톰 메이포더와도 대화를 나눴어. 무비 스타들의 스타라는 그 톰과 말이야.”

“너도 언젠가 그렇게 될 텐데.... 뭘 그리 흥분해?”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긴 한데. 톰은 레벨이 다른 배우라고.”


사실 톰 메이포더는 꽃길만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배우든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톰 메이포더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안 좋았던 적이 없다.

심지어 평론가들이 썩 좋아하지 않았던 <칵테일>도 히트했을 정도다.


“매트, 어리숙하게 굴지 마. 네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바로 할리우드야.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것, 확실히 예상할 수 있는 것 따윈 없어.”


류지호가 웃으며 매트 데이만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대형 에이전트들이 주최하는 파티는 배우와 프로듀서들 그리고 감독들이 주로 모인다.

은근히 캐스팅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


“그거 나와 하자.”


레온 부룩하이머가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말을 던졌다.


“뭘요?”

“말 돌리면 없던 걸로 한다?”

“인내심 좀 길러봐 요.”

“명예를 가지면 저절로 인내심이 따라오는 법이야.”

“권력이나 폭력을 가진 자는 인내심이 부족하지요. 항상 그걸 쓰고 싶어 하니까.”


유명을 달리한 동료이자 친구 돈 심슨이 여자와 돈을 위해 할리우드에 들어왔다면, 레온 부룩하이머는 오직 영화로의 성공만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성격적으로 지나치게 성실하고 꼼꼼한 사람이다.

자기 마음에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때문에 영화에서 있어서 자신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사람이다.

그는 현장에서 전제군주, 독재자로 악명이 높았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배워.”

“레온, 친구 없어요?”

“너보다 많아. 할리우드에서는.”

“외롭죠?”

“당연한 거 아냐?”

“너무 워커홀릭이에요. 레온은.”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뭐가 어때서요?”

“너처럼 미친 듯이 영화만 하는 놈은 본 적이 없어. 마약도 안하지, 여자문제도 깔끔하지, 럭셔리 카를 수집하지도 않고. 넌 무슨 재미로 사냐?”

“영화 하는 재미로 살죠.”


피식.


레온 부룩하이머가 입가를 씰룩거렸다.


“네 주변에 아부하는 이들이 득실거리지? 부자는 항상 외로운 법이다.”

“별로 안 외로워요. 친구들이 있어서.....”


그는 친한 친구를 잃었다.

류지호는 순간 아차 싶었다.

다행히 레온 부룩하이머는 그렇게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네 영화 촬영은 언제 해?”

“가을 즈음.”

“처음부터 5,000만 달러짜리 영화를 하다니 배짱이 좋아.”

“누가 5,000만 달러래요?”

“JHO에서 2,400만 달러라고 아무리 주장해봐야. 나 같은 사람은 못 속여.”

“어련 하겠어요?”

“기대하지.”

“내가 부담 가져야 되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던 할리우드에서 D-Cinema란 걸 해낸 건 신선한 바람이야. 넌 이번에도 뭔가 재미난 짓을 벌일 것 같아.”

“레온이 지금까지 보여준 블록버스터만 하겠어요?”

“조지를 이길 수 있겠어?”

“우린 경쟁을 하고 있지 않아요. 누구든 해내는 게 중요하죠.”

“겸손한 척 하기는.....”

“영화계가 디지털화되면 가장 이로운 사람이 레온과 베이씨일 걸요?”

“왜?”

“두 사람은 필름을 많이 쓰잖아요.”

“반론을 펼 수 없는 아주 치명적인 지적이야.”

“오스카 주간 끝나면 내 사무실로 오세요. 진지하게 <과학수사>에 관해 대화를 나눠 봐요.”

“그러지.”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너도.”


지금까지 아시아계가 할리우드 파티에서 메인이 되는 일은 없었다.

가까운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할리우드에서 류지호는 더 이상 아시아계로 분류할 수가 없게 됐다.

영화업계에서 만큼은 주도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파워 맨이니까.


[네오,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꾸어본 적이 있나? 만약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꿈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현실로 향하는 네오에게 모피어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또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알약을 내민다.

빨간 알약을 선택하면 비참한 현실의 삶을, 파란 알약을 선택하면 평범한 가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함으로써 질서 있는 세계 속에서의 행복을 거부한다.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의 선택이다.

가상이니 미망의 세계이니, 류지호에게 중요하지 않다.

고통스럽지만 인간은 실재를 인식할 수 있고 선택을 통해 그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가 중요할 뿐이다.

아카데미 주간 마지막 날에 JHO Company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들 위주로 초대해 축하하는 자리였다.

파티에 다녀간 인원만 1,200여명에 이르렀다.

음식 값만 50만 달러가 소요됐다.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다.

일주일 간 이어진 아카데미 주간이 막을 내렸다.

1998년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이견의 여지없이 JHO다.

모두가 전설을 쓴 JHO를 칭송했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였다.

그렇다고 해도 주요 부문을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가 독식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충격적이었던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기도 했다.

신문의 모든 면을 할당해도 다 쓰지 못할 각종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JHO Company 산하의 배급사는 <타이타닉>, <이 보다 좋은 순 없다>. <굿 윌 헌팅>, <LA 컨피던셜>의 해외배급에도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아카데미 프리미엄 때문이다.

할리우드 빅 이벤트가 끝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류지호는 아카데미가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 전미극장주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제작자상을 수상했고, 미국출판인협회 선정 ‘올해의 극영화 흥행상’을 받았다.


‘왜 미친 듯이 기쁘지 않은 거지?’


무뎌지는 것일까.


‘남의 영화에 숟가락을 얹어서....?’


류지호가 제작비만 댄 프로듀서라서 그럴 수도 있다.

현장을 뛰며 <타이타닉> 제작진과 함께 땀 한 방울 흘려본 적이 없기에.

본인 스스로 프로듀서보다 연출자로서 무게를 더 두고 있기도 했고.

그러니 류지호가 받고 싶은 아카데미상은 감독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에 중계된다.

작품상 수상자인 류지호는 명실 공히 글로벌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간 미국과 아시아권에서만 알려졌던 그의 유명세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너무 이른 나이에 거둔 성공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이전 삶부터 따지면 40여 년간 영화판에 몸담았던 류지호다.

이르고 늦은 성공이란 없다.

본인은 영화로서 성공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영화감독으로는 세상에 보여준 것이 없었으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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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The Destroyer. (7) +9 22.12.07 3,944 144 25쪽
356 The Destroyer. (6) +10 22.12.07 3,830 131 25쪽
355 The Destroyer. (5) +9 22.12.06 4,094 141 26쪽
354 The Destroyer. (4) +8 22.12.06 3,904 132 27쪽
353 The Destroyer. (3) +8 22.12.05 4,006 142 21쪽
352 The Destroyer. (2) +7 22.12.05 4,025 121 25쪽
351 The Destroyer. (1) +12 22.12.03 4,349 146 26쪽
350 위험으로 내몰지도 않을 테니 걱정 마.... +8 22.12.02 4,311 137 26쪽
349 WaW는 아주 살판났네! +8 22.12.01 4,429 141 28쪽
» 나는 세계의 왕이다! (3) +8 22.11.30 4,230 145 22쪽
347 나는 세계의 왕이다! (2) +11 22.11.29 4,230 160 24쪽
346 나는 세계의 왕이다! (1) +13 22.11.28 4,323 153 24쪽
345 구차하지 맙시다. (3) +12 22.11.26 4,344 141 30쪽
344 구차하지 맙시다. (2) +10 22.11.25 4,274 132 26쪽
343 구차하지 맙시다. (1) +8 22.11.24 4,272 135 25쪽
342 아리랑 겨레. (3) +11 22.11.23 4,255 131 24쪽
341 아리랑 겨레. (2) +4 22.11.22 4,165 149 22쪽
340 아리랑 겨레. (1) +11 22.11.21 4,291 151 25쪽
339 일단 눈앞에 닥친 것부터..... +14 22.11.19 4,422 145 33쪽
338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6 22.11.18 4,271 147 26쪽
337 페가수스는 계속해서 날아오를 겁니다! (2) +6 22.11.17 4,258 147 28쪽
336 페가수스는 계속해서 날아오를 겁니다! (1) +13 22.11.16 4,331 150 24쪽
335 스파이영화의 전통을 망치지 않기를..... +11 22.11.15 4,338 15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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