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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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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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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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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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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아리랑 겨레.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너 리스크.

기업 소유주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기업을 길들일 때 소유주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보도를 쏟아낸다.


“왜 가만히 있는 지호를 공격하는데!”


연예부도 아니고 경제면에서 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기에 매니지먼트 CHAN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

매니지먼트 CHAN의 걱정과 근심이 깊어갈 때 즈음 뜻밖에 반전이 일어난다.

YNTV '글로벌 청년 리더'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류지호다.

LA에서 한국 브랜드의 승용차를 자가용으로 타고 다니는 모습, 한국 브랜드 옷을 입고 할리우드를 활보하는 모습, JHO Pictures 사무실에서 <Remo : The Destroyer>를 준비하는 모습, 한인 사업체(주로 UCLA 동문) 사장들과 한인타운 민속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소탈한 모습 등.

억만장자라는 류지호가 한국 브랜드를 애용한다는 모습이 노출된다.

스포츠신문에서는 류지호가 입은 국산 패션브랜드를 소개하는 기사까지 나간다.

일종의 애국자 코스프레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벨에어의 메가멘션은 공개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는 류지호의 지인들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다.


- 미스터 류가 ParaMax 임원들과 회의를 할 때면 항상 그럽니다. 지금 한국영화 시장은 이렇다. 한국의 영화인들의 크리에이티브는 이렇다. 한국에 이런 감독이 있고, 이런 배우가 있으며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런 것을 알립니다. ParaMax는 매년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모니터링 하고 북미에서 통할 영화를 선별합니다. 그로인해 WaW를 통해 북미에 소개되는 한국영화 편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ParaMax CEO 알버트 마샬.


“그게 내 일이고,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곳 관객들이 우리 영화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비록 이런 일들이 지루하고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해외에 우리 영화를 계속해서 알릴 생각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류지호 감독이 소유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산하에 다양한 저예산 영화 전문 제작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류지호 감독은 그 영화사들이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YNTN 송일성 특파원.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프랜차이즈를 독점 보유하면서 블록버스터 위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JHO 계열 영화사는 영화의 생명력이란 것이 다양성에서 기초한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참고로 류지호 감독의 첫 미국 법인명인 가람은 ‘강’이란 순 우리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주회사 JHO는 오너인 류지호 의장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산하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ParaMax, 디맨션 필름,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 IVE 엔터테인먼트, 타임리 스튜디오 등 다양한 제작사들이 있고, 그곳에서 크고 작은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문화가 개방되고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 등으로 영상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의 잇따른 퇴출까지 겹침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복잡다단한 과도기적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일일 겁니다. 한동안 큰 형 노릇을 자처했던 대기업들이 아예 사업을 접거나 여느 중소업체와 같은 소규모 사업자로 내려앉음에 따라 이들 대기업과 관계를 맺어왔던 중소업체들이 위축되고, 이 틈을 타서 그 공백을 외국 업체들이 고스란히 차지해 국내 영상산업이 대외종속 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건호 대표가 한국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장황한 인터뷰를 한 모습도 프로그램에 담겼다.


- 한국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류지호 회장은 힘주어 말했다.


YNTV ‘글로벌 청년 리더’.

영화감독 겸 JHO Company 의장 류지호 편.


(주)가온 의장비서실과 CHAN 매니지먼트는 <타이타닉>의 흥행돌풍이 거세질 때까지 계속해서 류지호와 관련된 이미지 메이킹에 힘을 쓰게 된다.

여담으로 <타이타닉>은 서울관객 220만을 동원하게 되고, 전국 620만을 동원하게 된다.

일부에서 <타이타닉> 보지 않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게 된다.

소용없다.

도리어 WaW 픽처스의 배급라인이 아닌 극장들에서도 <타이타닉>을 상영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WaW 픽처스는 지방배급망 관리를 위해 선별적으로 영화를 배급한다.

상도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원하는 모든 극장에 배급했다면, 800만까지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박건호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 시기는 신구 배급사가 충돌하며 지방배급 시스템이 혼탁했다.

WaW 픽처스가 그 판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가 있다.

한국영화계를 사랑하는 박건호 대표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암튼 WaW 픽처스의 행보는 지방극장들도 멀티플렉스에 대해 좀 더 적극성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기업들은 더더욱 몸이 달아오르게 된다.

멀티플렉스가 전국적으로 갖춰진 시대였다면 1천만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관객동원이라는 자체적인 분석 때문이다.

전에는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배급을 WaW 픽처스가 보여주고 있다.

UPI나 무비서비스도 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WaW 픽처스만 할 수 있는 전국동시 배급과 투명한 매표관리다.

또한 <타이타닉>은 WaW 픽처스가 지금까지 수입한 외화 가운데 가장 비싼 수입가의 영화다.

환율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입가의 두 배를 지불한 셈이 되다.

그럼에도 수입사인 WaW와 G.O.M이 얻은 수익은 어지간한 흥행영화 두 편과 맞먹는다.

1~2달 후에나 벌어질 일들이다.

오동석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나저나 올해 한국영화 라인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 형. 우리에겐 신안주가 있잖아.”

“예? 이번에 미국에서 찍는 <Remo : The Destroyer> 말씀이세요?”

“한국인이여, 누가 도발하든 겁먹지 마라. 우리에겐 신안주의 마스타가 있지 않은가.”


오동석은 류지호가 자신의 영화에 너무 빠져있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태풍이 나무를 뽑고 돌을 박살내도 잔디는 해칠 수가 없다. <Remo : The Destroyer>에서 치운 노인네가 한 말이야. 걱정 마. 우린 지구상에서 가장 신성한 민족이래잖아. 우리가 그런 게 아니라 미국 작가가 그랬어. 잘 버틸 거야. 아니 잘 헤쳐 나갈 거야.”


류지호의 말을 들으며 오동석은 별안간 군가가 떠올랐다.


‘밟아도 뿌리 뻗는 잔디풀처럼, 시들어도 다시 피는 무궁화처럼, 끈질기게 지켜온 아침의 나라, 옛날 옛적 조상들은 큰 나라 세웠지. 우리도 꿈을 키워, 하나로 뭉쳐, 힘세고 튼튼한 나라 만드세.... 제대한 지가 언젠데.... 군가가 다 떠오르고 난리냐....’


오동석이 내심 실소를 짓고 있는데.


“무슨 생각해?”

“아, 네! 지오엠의 뿌리를 땅에 더욱 단단하게 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류지호는 힘차게 대답하는 오동석을 보며 생각했다.

한국의 직원들은 최선이란 말이 입에 붙었다고.


“아무튼,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도 그 안에 괜찮은 영화는 분명 있어. 관객 잘 든다고 지방극장에서 무리해서 장기상영하지 않도록 관리 잘 해줘.”

“알겠습니다! 최선을....”

“그만! 열심히 하는 거 잘 아니까, 1절만 하세요. 본부장.”


류지호는 오동석 등 주요임원들과 함께 종로로 넘어가 매튜 그레이엄과 합류했다.

실로 오랜만에 피맛골에서 초창기 WaW 멤버들과 막걸리를 마셨다.


❉ ❉ ❉


다음 날.


류지호는 대통령 초청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꼼꼼한 보안검사를 통과하고 나서야 청와대 오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70여 명이 거대한 홀 안에 앉아있다.

주요 경제 5단체장과 주요 대기업 총수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협회장들도 초청받았다.

‘ㅁ’ 자로 만들어진 식탁 중앙에 대통령 자리가 비워져 있다.

악수순서, 기념촬영, 식사자리 등 모두 지정되어 있다.

류지호의 자리는 구석이다.


꾸벅.


류지호는 홀에 들어서자마자 기업 총수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특정인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의례적인 행동이다.

류지호는 청와대 의전팀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류지호는 옆 자리에 앉은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작은 소리로 인사했다.

이곳에 모인 총수들의 나이는 기본 50줄.

젊은 기업가는 류지호와 백설그룹의 이문현 회장 둘뿐이다.


“......”


류지호는 본인이 이 자리에 낄 짬인가 생각했다.

한명 한명이 30대 기업에 속해있는 재벌 중에 재벌 총수들이다.

재벌 총수들의 시선이 류지호에게 쏠렸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관심 없는 사람은 관심 없는 존재.

2,000억 시장 규모 한국영화산업의 최고 실력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들기 일보직전인 복합미디어 기업을 소유한 청년 기업가.

특히 오성, 풍국, 광성 그룹 회장들의 눈빛에 호기심이 물들었다.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본격적인 오찬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간담회의 내용을 정리하자만 한 마디로.


-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테니, 니들도 알아서 잘 해라.


류지호는 적당히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치며, 청와대 음식을 맛 볼 것을 기대했다.


헌데.


“가온의 류지호 의장.”


대통령이 저 멀리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류지호를 호명했다.

주목받기 싫었다.

류지호는 생각이 드러나지 않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슬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의전팀이 재빨리 마이크를 가져와 건넸다.


“네. 대통령님. 가온의 류지호입니다.”

“영화산업과 관련해서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까?”


류지호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총수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다.

아주 사소한 것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인 간담회에서도 건의 드린 내용입니다. 극장입장권통합전산망을 속히 마련해주시길 건의 드립니다. 또 현재 배급사들이 극장에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영화상영신고를 해야 합니다. 즉 관할 구청이나 시청에 배급사 직원이 직접 가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현행법 상 스크린당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플렉스의 경우 1관 따로, 2관 따로, 3관 따로 스크린 마다 따로 신고를 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는 배급사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류지호가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입장권통합이라는 걸 하면 극장들이 과연 따라줄까요?”


류지호로서는 다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극장업주들을 잘 계도해 주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극장입장권통합전산망에 가입하는 극장에 한해서 영화상영신고제를 생략하게 해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류지호는 영화산업과 관련해 할 말이 많다.

다만 가만히 있는 것이 중간은 간다는 말에 따라 입장권 관련 건의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영화상영신고제가 폐지되면 폐단도 생긴다.

일반적으로 금요일에 개봉을 하다 보니, 현재는 한번 신고한 영화는 관 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고제가 폐지되면 극장입장에서 신고 없이 마음대로 관 교체가 가능해지게 된다.

상영관 교체, 퐁당퐁당 상영 등 다 극장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

한 마디로 편법 상영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류지호는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찬이 끝나고 나서야 자신이 극장입장료통합관리의 순기능만 생각하고, 부작용을 미처 고려하지 않고 말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에라 모르겠다. 정부가 하든 말든. 남들이 하든 말든. 우린 우리대로 그냥 직진이다.’


오찬 간담회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했다.

역시 류지호와 이문현 회장은 구석자리에 섰다.

3대 재벌 총수부터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한명씩 청와대를 떠나갔다.

이문현과 류지호가 맨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두 분, 나와 잠시 차 한 잔 할 시간 있어요?”

“.....!”


싫습니다.

당연히 못한다.

두 청년 기업가가 대통령을 따라 대형 홀과 붙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가 나왔고.

이문현이 입을 뗐다.


“10대 재벌이 영화 사업에서 발을 뺐습니다. 이제 한국영화에서 WaW의 발언권이 더욱 강해지겠군요?”

“그들을 대체할 대안이 나타나겠지요. 백설이나 풍국, 광성은 여전히 영화산업에 관심이 무척 많은 것으로 압니다.”

“충무로는 할리우드처럼 영화협회(MPAA)가 없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 영화계에서도 기득권 카르텔이 필요하지 않냐라고 묻는 거다.


“빅 식스의 역사는 100년에 이릅니다. WaW는 아직 10년도 채우지 못했네요.”

“많은 대기업이 영화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손해만 봤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대기업의 영화 사업 후퇴는 막연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허상에 빠져서 2,000억 원 규모 밖에 되지 않는 영화 시장에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장의 이윤에 몰두해서 산업 인프라 구축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백설의 형제 기업인 오성의 경우도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면 쉽게 물러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하십니까?”

“반반입니다.”

“나는 주먹구구식 충무로의 제작 관행에 투명성을 높였다든지 젊은 감독들을 대거 데뷔시키며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 등 대기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정부분은 동의합니다.”


류지호는 특별할 것 없다는 듯 태연하게 이문현을 상대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대통령이 들어왔다.


벌떡.


두 사람은 얼른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영화 사업을 하는데 애로사항에 대해 주로 물었다.

이문현이 주로 이야기하고 류지호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오랜만에 인내력을 발휘했다.


“작년 스티븐 아들러가 <쥬라기 공원Ⅱ>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전에도 저희 측에 멀티플렉스를 제안했지만, 작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극장업 진출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과연 한국에서 미국의 멀티플렉스 같은 복합상영관이 성공하겠느냐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기 류 의장의 곰 시네마스가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곰 시네마스와 함께 한국의 선진적인 극장문화를 선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인 후 류지호를 쳐다봤다.


“류 감독의 영화사에서 미국에 영화를 많이 수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수출하지요?”


호칭이 이채로웠다.

기업가가 아니라 영화인으로써 대하는 투다.


“처음 3편을 ParaMax를 통해 배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7편이 제한상영으로 북미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북미에서 통하던가요?”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것이고, 미래를 위해 자신만의 걸음을 걷는다고 생각한다면 희망이 보인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류 감독은 미국영화로 돈을 벌고, 한국영화로도 돈을 버는 셈이군요?”

"한국도 충분히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가 원하는 게 예술적 성취인가, 상업적 성공인가. 그것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술 하려면 지금 하던 대로 계속 하면 되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류 감독 말대로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요?”

“세계시장에서의 영화 경쟁력이란 게 자국 문화만 앞세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콘텐츠 맞춤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관객만을 위한 영화가 세계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면 발전이 더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계시장에 나가기 전에 한국영화 관객들이 제일 먼저 외면하겠지만 말입니다.”


아직 한국 관객들도 준비가 덜 됐다.

한국인들이 지독한 콘텐츠 소비자가 되는 것은 인터넷이 더욱 발달되고 난 후다.


“류 감독의 시각은 일반적인 한국 문화예술인들과 다르군요.”

“우리 것, 우리 전통을 담아야 세계에서 통한다는 논리 말씀이십니까?”

“그렇지요.”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 영화가 유럽에서 꽤 주목받은 바가 있지만, 생각보다 소수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세계의 영화팬들은 우리 전통이나 문화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돈 내고 볼 만한가 아닌가... 그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 민족은 반만년 역사를 가졌지요. 그 기간의 역사가 모두 스토리고, 그것은 세계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겠어요?”

“한국영화가 기존의 영화시장의 견고한 성을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류지호의 단언에 이문현까지 깜짝 놀랐다.

대통령 면전에서 건방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통령님도 잘 아실 겁니다. 결국 문화라는 것도 국력과 연계됩니다. 국력이 신장되는 만큼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이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고 현재에 만족해야 합니까?”

“그래서 WaW가 북미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지 않는 것, 관심이 덜한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개구멍일 지라도요.”

“개구멍? 하하하.”


대통령이 대소를 터트렸다.

류지호는 순간 찔끔했다.

잠시 긴장이 풀어져 편하게 말한다는 것이 그만....

대통령은 웃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정부도 IT첨단산업, 디지털 산업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아요. 혹시 국내 기업과 협력할 생각은 없어요?”

“외람되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이문현이 움찔했다.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요?”

“아닙니다. 국내 가전 3사 혹은 관련 기업들은 보편적인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저희는 전문가용 그러니까 영업용 장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류 의장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영화란 걸 성공했다고 하던데....?”

“D-Cinema 실험에 15개의 미국 연구기관과 업체가 참여했습니다. 저 혼자 잘나서 한 건 아닙니다.”

“그걸 한국에서 진행할 순 없겠어요?”

“현재로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의장 소유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어요?”

“전문경영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허허허.”


대통령은 류지호가 맹랑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관련 기술 축적을 위해 한국에서 많은 테스트와 실험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혹시 대전에 만든다는 그 디지털 센터.....?”


미리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꽤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설립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Cinema 부분은 미국과 일본도 아직 명확한 방향이 서있는 건 아닙니다. 늦었지만 한국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도 전문 인력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축적된 노하우나 매뉴얼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기술적인 한계나 장비 개발 문제 못지않게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우리 기업들도 도전해 볼만하다는 것이겠군요.”


대통령은 토론을 무척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꽤나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대화가 되니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우리에겐 새로운 성장 동력 신산업이 필요하지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새로운 시대의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회사도 이미 그걸 알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겠지요?”

“예.”

“네.”


류지호와 이문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맞는 D-Cinema는 뭐라고 보고 있지요?”

“D-Cinema를 위한 표준화는 요원합니다. 일단 전문 연구단체보다는 ‘Task Force’ 또는 ‘Study Group’의 성격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LA에 자체 연구소도 있지만, 한국 카이스트와 산학협력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5년 내에 할리우드 빅 식스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은 영화를 넘어 게임 산업, 출판만화, 음반 등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이문현도 류지호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의견을 내놓았다.

대통령은 대기업 두 회사가 한국영화 산업이 무너지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서는 안 되는 불공정한 것들에 대한 규제는 옳습니다만, 때로는 그걸 넘어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막아버리는 것이 법이고 규제인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문현은 영화산업 관련 규제 해제와 법률 재검토를 역설했다.

류지호는 이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상당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감히 금 모으기 운동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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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The Destroyer. (2) +7 22.12.05 4,025 121 25쪽
351 The Destroyer. (1) +12 22.12.03 4,349 146 26쪽
350 위험으로 내몰지도 않을 테니 걱정 마.... +8 22.12.02 4,311 137 26쪽
349 WaW는 아주 살판났네! +8 22.12.01 4,429 141 28쪽
348 나는 세계의 왕이다! (3) +8 22.11.30 4,230 145 22쪽
347 나는 세계의 왕이다! (2) +11 22.11.29 4,230 160 24쪽
346 나는 세계의 왕이다! (1) +13 22.11.28 4,323 153 24쪽
345 구차하지 맙시다. (3) +12 22.11.26 4,344 141 30쪽
344 구차하지 맙시다. (2) +10 22.11.25 4,274 132 26쪽
343 구차하지 맙시다. (1) +8 22.11.24 4,272 135 25쪽
342 아리랑 겨레. (3) +11 22.11.23 4,256 131 24쪽
» 아리랑 겨레. (2) +4 22.11.22 4,166 149 22쪽
340 아리랑 겨레. (1) +11 22.11.21 4,292 151 25쪽
339 일단 눈앞에 닥친 것부터..... +14 22.11.19 4,422 145 33쪽
338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6 22.11.18 4,271 147 26쪽
337 페가수스는 계속해서 날아오를 겁니다! (2) +6 22.11.17 4,258 147 28쪽
336 페가수스는 계속해서 날아오를 겁니다! (1) +13 22.11.16 4,332 150 24쪽
335 스파이영화의 전통을 망치지 않기를..... +11 22.11.15 4,338 15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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