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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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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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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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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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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WaW는 아주 살판났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에서 아카데미 주간까지 끝이 나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반면에 한국에서의 아카데미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인 최초 아니 아시안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마지막을 장식한 인물 바로 류지호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 체제 하에서 시름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려온 국제적인 희소식에 한국이 들썩일 수밖에.

사실 아시안으로 아카데미 최초 수상 기록은 아니다.

1984년 <킬링필드>의 항 응오가 남우조연상을 받은 바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에서는 류지호가 최초라고 기사를 썼다.

항 응오가 계속 연기활동을 했다면 이런 타이틀로 기사를 내지 못했을 터.

몇 해 전 사망하면서 반짝 주목을 끌었다가 잊혀졌다.

암튼 희망적이고 좋은 뉴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기다.

류지호의 성과가 정말 자랑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온 매스컴 헤드라인마다 ‘최초’가 붙었다.


“캠페인 광고?”

“한국의 공영방송에서 캠페인 광고에 보스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을 써도 되겠냐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ABC만 문제없다고 하면 내 초상권을 써도 좋다고 하세요.”


참고로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대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략 5,500만 명이 생방송을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방송공사는 류지호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을 중심으로 캠페인 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무려 한 달 동안 주구장창 캠페인 광고가 나갔다.

연일 신문과 TV뉴스에서는 류지호와 그가 소유한 영화사들을 조명했다.

한남동 UN 빌리지 본가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쳤다.

언론에서는 류지호의 가족까지 접촉을 시도했다.

국민들은 마치 자신의 아들·형제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처럼 기뻐했다.

매일 쏟아지는 기사를 봐도 질리지 않았다.

워낙 기사가 많다보니 류지호의 성장담이 하나 둘 밝혀졌다.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할 정도로 사방에서 제보가 쏟아졌다.

류지호의 인생 드라마에 많은 한국인들이 감동했다.

그것이 포장된 인생사였든.

사실적인 드라마틱한 성공담이든.

사람들에겐 상관없었다.

한국 사람이 뭔가 대단한 것을 해냈다는 것이 중요할 뿐.

칭찬을 넘어 류지호를 찬양하는 듯한 분위기다.

당연하지만,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 영화가 밥 먹여 주냐? 왜 난리야?

- 걔 미국인이잖아. 한국인도 아닌데 왜 한국인이 탄 것처럼 떠들어!

- 노벨상이라도 탔냐?

- 국위선양 같은 소리 한다. 류지호가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이라도 땄냐?


국민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진우 선수의 활약에 큰 위로를 받고 있다.

그리고 7월 7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리게 될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선희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또 한 번 국민들이 위로를 받게 된다.

류지호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박선희 선수의 맨발 샷이 등장하는 공익광고가 나오기 전까지 KBC 광고시간마다 주구장창 방영된다.


[일주일 간 G.O.M Cinemas 전국 상영관 모든 영화 할인.]


G.O.M이 일주일간 티켓 반값 상영을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 행사에 아카데미 영화 주간이란 이름을 걸었다.

이에 따라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타이타닉>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수상작인 <이 보다 더 좋은 순 없다>와 <굿 윌 헌팅>, <LA 컨피던셜>이 예매율과 점유율에서 유의미한 증가폭을 보였다.

한국영화로는 슬슬 관객이 줄어들고 있던 <8월의 크리스마스>에 다시 한 번 관객이 모여 들었고, 3월에 개봉한 <바이준>까지 덩달아 관객이 늘어났다.

두 영화에 류지호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충무로 무비서비스 사무실.

직원들이 재방송으로 방영되고 있는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말했다.


“난 놈은 난 놈이다.”

“감독이란 놈이 사업도 잘한다는 거냐! 제기랄 부럽잖아!”

“빌어먹을, WaW는 아주 살판났네.”

“왜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고 미국영화인데?”

“류 감독이 미국에서 영화 하니까 그렇지.”


사장실 앞에서 직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은석이 툭하고 한 마디 내뱉었다.


“...멋진 자식.”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레벨이 다른 인물이라고.

라이벌이 아니다.


‘저 친구 쫓아가려면 뭣 빠지겠어.’


피식 웃은 강은석이 몸을 돌렸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박종환이 보던 신문을 내려놨다.


“무섭습니다. 아버지.”


강은석이 박종환의 맞은편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류지호 말입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충무로 사람들 누구도 꿈도 꾸지 못한 걸 하고 있지. 그런데 그 녀석을 한국영화인으로 봐야 할까?”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한국인이라는 게 중요하지.”

“그렇긴 하다. 헌데 그 놈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영화 다 잡아먹는 거 아니냐?”

“솔직히 말씀드려요?”

“해봐라.”

“류지호 그 친구가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거 보면 마치 영화진흥공사 같습니다.”


박종환은 납득하지 못했다.


“아버지나 나 같은 영화쟁이들 그리고 대기업은 포스트프로덕션 업체나 세트장 같은 건 안 차리죠.”

“신강이가 컴퓨터 그래픽 회사 차렸잖아. 요새 젊은 애들 유행인가 보지.”

“그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답답해서 그러는 거죠. 무슨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차린 건 아닙니다.”

“돈이 많아서 돈 자랑이라도 하려나 보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맨땅에 돈을 파묻지는 않아요. 류 감독 그 친구는 이상주의자인가 싶었습니다만,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현실적이다?”

“영화 스태프 재교육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일 하는 걸 보세요.”


IMF 구제금융 체제로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반 토막 났다.

수많은 현장스태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스태프들이다.

IMF 한파로 더욱 안 좋아졌다.

이에 WaW 픽처스는 영화 스태프 재교육이란 명목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기술 파트 조수들에게 강연을 해주면서 교통비를 지급했다.

4주 교육을 받으면 재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간주, 교통비 100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


“막내들 하고 기사들이 반발한다면서?”


모두가 재교육 대상자가 아니기에 그렇다.


“박건호 대표는 어디서 개가 짓느냐는 듯 1년 간 시범 운영할 것임을 분명히 했지요.”

“돈이 썩어나니 돈을 뿌리겠지.”


재벌도 망하는 판이다.

최연소 억만장자라고 할지라도 돈이 남아돌 리가 없다.


“그지 새끼들도 아니고 그걸 또 넙죽넙죽 받고 말이야. 영화는 가오로 시작해서 가오로 끝나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근성이 영 글러먹었어.”

“돈 자랑이라고 해도 누가 요즘 같은 시절에 100만 원이라는 돈을 공짜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습니까?”

“그럼 무슨 수작이라도 부리려나 보지.”

“류지호 그 친구 한국에서 영화를 해본 건 단편영화 찍은 게 다에요. 우리와 생각이 달라요. 마치 영화인들을 자기가 다 먹여 살릴 기세랄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건방진 생각이야.”

“조수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영화사가 와웁니다.”

“그럼 뭐해? 기사들이 다 싫어하는데. 십 원 단위까지 따지고 들어서 툭하면 제작부 아이들하고 싸운다고 하더라.”

“다 헛소문이에요. 조수들은요.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쉬게 해주면 장땡이에요. 와우는 그걸 잘합니다. 그 동안 조수들 용돈조로 찔러주던 진행비도 모조리 없애버렸지만, 생각보다 반발이 크지 않더란 말입니다. 왜? 조수들이 받는 페이가 올랐으니까요.”


관행이라 불리던 비공식적인 비용을 일절 없앴다.

대신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정식 인건비를 대폭 올려주었다.


“와우 그 미친놈들 때문에 인건비만 올랐어. 어디 영화 제작 함부로 하겠냐? 대기업이나 창투사 애들이 예산서보고 자꾸 망설인다며?”

“아버지도 김준현 감독이 <퇴마기록> 조감독 한 건 아시죠?”

“걔는 입봉까지 한 놈이 뭐가 아쉬워서 다시 조수를 해?”

“김 감독이 3000 받았답니다.”


박종환 회장이 버럭 화를 냈다.


“뭐? 이, 미친놈들이!”


이 당시 신인감독 개런티가 3,500만 원이다.

제1 조감독에게 3,000만 원을 줬다는 것은 감독급 계약을 해줬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입봉작품을 너무 심하게 말아먹어서 당분간 감독하긴 힘들겠지만, 연출부 경험도 많고, 감독까지 해 봤으니 현장 깜이야 누워서 떡먹기 아니겠어요? 와우 제작부 애들이 일을 잘하긴 하지만, 경험 많은 조감독이 붙어서 배 감독이 편했을 겁니다.”

“족보가 꼬이잖아 족보가.”

“그래서 걔들이 족보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퍼스트는 다섯 작품 채우지 못하면 아예 받아주지도 않고, 막내는 대학생들 인턴으로 데려다 써요. 조감독 몇 작품 하면 개나 소나 입봉하는데, 와우가 교묘하게 그걸 조절하고 있죠.”

“감독 자신 없는 놈들은 차라리 퍼스트로 주저앉아라, 이건 가?”

“삥땅 안치고 일머리 확실한 놈으로 두서넛 붙이면, 경험 없는 신인감독 데려다 연출 맡겨도 기본은 뽑아냅니다.”


박종환도 동의했다.

소위 삥땅으로 새는 돈을 무시 못 하는 것이 이놈에 영화판이다.


“아버지는 돈 남아돌면 세트장 짓겠어요?”

“그거 만들어봐야 돈이 되겠냐? 매년 적자로 허덕이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러니 나라가 나서야 하는 거고.”

“그걸 짓겠답니다. 와우에서.”

“미국에서 영화 찍다보니까,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부러웠나 보지.”


류지호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툴툴거리는 박종환이다.


“한국영화가 일 년에 100편, 200편이 만들어진다면.....? 그 친구는 멀리 보고 있는 겁니다. IMF가 지난 다음을요.”

“다 좋다 이거야. 헌데 놈은 안 만들어도 될 적을 만들고 있어.”

“솔직히 말씀드려. 오성그룹도 영화사업만 놓고 보면 류지호에게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설마 그럴라고?”

“작년 트라이-스텔라 매출만 40억 달러가 넘었답니다. 자그마치 4조에요. <타이타닉>은 미국에서만 6억 달러를 벌었답니다. 영화 한 편으로 7,000억 넘게 매출을 올린 거죠. 우리는 10억 20억 벌어도 빚잔치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말입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패기와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했는데.”

“기죽을 거 없다. 내가 전폭적으로 밀어준다고 하지 않았냐?”


강은석 감독은 대답을 아꼈다.

노는 물이 다르니 후배 감독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문제는 충무로에서조차 따라가기에는 너무 아득하다는 것이다.

WaW 픽처스의 행보는 오성그룹, 대유그룹 등 대기업들이 그간 충무로에서 보였던 모습을 아득히 뛰어 넘고 있다.

그것이 한국영화의 독이 될지 훌륭한 영양분이 되어줄지, 지금으로는 알 수 없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있다.

한국영화 시장을 두고 적이 되어 피를 흘리는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면, 친구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BS와 광성이 수도권에 멀티플렉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우리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

“아버지가 소유한 지방 극장과 임대극장들을 묶어서 법인 하나 만드는 것이 좋겠어요.”

“곰처럼 말이냐?”

“예.”


류지호가 한국영화에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경쟁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무비서비스에서 논의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내용들이 BS, 광성, 풍국 세 개 그룹에서도 똑같이 오가고 있었다.

IMF 구제금융 체제 하에서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급감하리라는 예상했다.

헌데 올해만 넘기면 회복될 것 같은 분위기다.

내년부터 다시 예전 제작편수로 돌아갈 것 같은 조짐이 보였다.


❉ ❉ ❉


부산 태화백화점.

1983년 5월 문을 연 이 백화점은 변변한 유통시설이 없던 부산최고의 쇼핑장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95년 전성기에는 연간 매출이 2,312억 원을 기록했다.

전국 최고의 단위면적당 매출을 기록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렸다.

경일과 광성백화점의 진출에 맞서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 신관을 지었다.

또 덕천동 분점을 내기 위해 땅을 매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렸다.

그때 가온의 백화점 사업단이 태화백화점에 인수제의를 했다.

가온은 시중에 토착자본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나타난 신흥자본이다.

무려 20억 달러라는 자금은 은행까지도 줄 세울 정도였다.

가온 백화점 사업단과 태화 측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최초 금액인 1,000억에서 930억까지 낮춘 금액에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연면적 1만8천여 평의 태화백화점 본관과 신관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한 뒤 새로운 형태의 패션몰로 탈바꿈해 2000년 전에 문을 열 예정이다.

물론 12개 관 규모의 G.O.M 서면점까지 입주하게 된다.

한 때 부산 최고의 백화점으로 명성을 날렸던 태화백화점이다.

쇼핑몰과 복합상영관으로 성공적으로 부활할 경우 고용창출과 함께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지역 경제계는 기대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명동의 유림빌딩.

G.O.M Cinemas의 부사장 오동석이 유림극장 사무실을 방문했다.

심사가 몹시 복잡했다.


“후우. 처음 영화를 시작했던 곳을 인수하게 되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더니,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유림극장은 명동의 터줏대감이다.

오동석이 처음 영화를 시작했던 곳이었고, 한때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악연이 있었던 곳이다.

류지호가 돕지 않았다면 성 실장의 비리를 옴팡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을지도 모른다.

전과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의 일뿐.

자신은 류지호를 만나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때 자신의 청춘을 받쳤던 유림극장은 회장의 구속수감과 무능한 경영진 그리고 IMF의 거센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극장을 매물로 내놓았다.

극장 건물은 300억 원을 제시한 금액에서 30억 원을 깎아, 27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유림극장은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성 사장으로서는 WaW가 제시한 금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명동의 중심 건물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IMF로 인해 시중 자금이 말라가는 시기라 부동산 시장에 매물도 꽤나 나와 있다.

큰 자금이 소요되는 부동산을 살 주체가 없을뿐더러, 은행 대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국적 체인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G.O.M Cinemas에게는 알짜배기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사무실에서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 오동석이 극장 곳곳을 둘러봤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영사기사까지 바뀌어 있었다.

극장을 떠난 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은 느낌.


‘성 사장이 극장을 얼마나 개판으로 운영했으면....’


성 회장이 실형을 받은 후, 유림극장은 그의 아들이 경영했다.

아들은 극장 운영보다 영화인들과 어울리는 걸 더 즐겼다.

믿었던 이사와 부장들은 책임감 없이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매출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그걸 만회하겠다며 충무로에서 유행처럼 번진 해외합작 영화에 투자했다.

영화가 판판이 엎어지면서 손해만 봤다.

주먹구구식, 전 근대적인 방식의 영화사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결국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오동석은 다온 로펌의 변호사와 함께 익숙한 얼굴이지만 결코 만남이 반갑지 않은 유림극장 성 사장과 마주했다.


“니들은 이런 돈을 다 어떻게 마련했냐?”


상대가 반말로 나오자, 오동석 역시 반말로 대꾸했다.


“영화 하면서 벌었지.”


성 사장이 ‘어쭈 이 놈 봐라‘ 하는 표정으로 오동석을 쳐다봤다.

오동석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이미 인수가격과 계약조건은 양측이 다 합의를 보았으니까. 빨리 서명이나 합시다.”


성 사장은 궁금해죽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달싹거렸다.

오동석은 더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 계약서를 펼쳐 확인했다.


“오 실장, 우리 집안이 애지중지 키워온 극장인 거 알지?”

“.....”

“언젠가 내가 다시 이 극장 되찾는다. 그때까지 잘 간수하고 있어.”


오동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계약서에 회사 직인을 찍었다.

성씨 일가가 다시 유림극장을 되찾을 일은 절대 없어보였다.

설사 그런 상황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성 사장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러든가....”


가온 백화점 사업단과 G.O.M Cinemas는 4월부터 서울 명동, 부산 서면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대전 등지에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 ❉ ❉


20대 후반 나이의 최선주는 3년차 영화 기자다.

업계에서는 다소 쌀쌀맞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영화인들의 신변잡기나 영화 리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영화산업적인 부분을 탐사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충무로의 시스템 부재와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풍토에 대해 신랄한 비판 기사를 내고 있다.

종종 WaW 픽처스에 관해서도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류지호와 WaW가 몸 사리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WaW 픽처스 대표실에서 박건호 대표가 최선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때 해외합작 영화가 유행처럼 충무로를 휩쓸고 지나갔어요. IMF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는 엎어졌지만, 여전히 몇 편은 추진 중이지요. WaW 역시 해외합작 영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도 진행 중인가요?”

“최 기자가 이야기 하는 영화가 박은상 감독이 준비하는 영화인 것 같은데,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요.”

“IMF로 관객도 줄고, 일각에서는 외화유출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요.”

“최 기자, 라르스 트리에 감독 좋아해요?”

“도그마 선언의 트리에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요.”

“그가 만든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어느 나라 영화인지 알죠?”

“당연히 알죠. 덴마크죠.”

“덴마크 감독이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영국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만들었지요. 제작 국가는 덴마크, 프랑스, 영국 세 나라입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 제작한 <타순가>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를 보면 미국영화 같지만 제작국가는 유럽 3개국이고 촬영은 노르웨이에서 했어요. 다국적 영화는 유럽영화에선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할리우드의 세계 지배에 맞선 약자들의 연합생존전략인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영화도 그들처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연간 시장 규모가 2000억 원에 불과하고, 할리우드 영화에 압도당한 한국영화야말로 살길은 해외합작이다?”

“내가 보기에 해외에 별로 나가보지도 않고, 영화제나 필름마켓에 가서 본 것만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들 때가 있어요.”

“합작영화 가운데는 해외 유학파 감독도 있는 걸요?”

“어느 나라 관객들 보라고 해외 합작 영화를 만드는 걸까요? 냉정하게 말해 우리는 합작을 하려고 하는 나라보다 영화를 못 만듭니다. 그런데 한국의 영화사가 주도적으로 제작한다고 쳐보자고요. 그 영화를 합작한 국가의 관객들이 자국영화처럼 봐줄까요?”

“그래도 중국보다는 충무로가 더 잘 만들지 않을까요?”

“어떻게 해서든 시장을 개척해보려고 애쓰는 동료들에게 미안합니다만.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창밖에 보이는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아 타보려고 바동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봐요.”

“시기상조라고 보시는 건가요?”

“일단은 내실을 다져야죠. 역량을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WaW가 투자·제작했던 영화 정도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먹힐 것 같은데요. 특히 <은행나무 침대>의 경우 아시아에서 꽤나 흥행몰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가 자국에서 영화를 잘 만들어서 수출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봐요. 우리 영화사들은 합작 경험이 일천한 만큼 현지 스태프와 한국 제작진의 의견조율 문제부터 제대로 된 현지 배급망 확보까지. 뚫고 나가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어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영화만의 신선함을 간직하면서도 외국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건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외양은 서구적인데 내적 논리는 한국적 정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그런 걸 봤을 때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을 조금 바꿔서 해볼게요. 외화부문에서 WaW는 할리우드 직배사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어차피 트라이-스텔라에 종속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한계가 있어요. 결국 한국영화 최대 영화사와 콘텐츠를 할리우드에 빼앗기게 되지는 않을까요?”

“뺏긴다고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봐요. 반대로 우리가 나갈 길이 열린 거지요. 언젠가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해 줄지 누가 압니까?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를 지배하거나 판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양분을 공급할 수는 있지요. 최 기자도 알다시피 80년대부터 할리우드는 외부의 재능을 자양분 삼아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2000년대는 우리 영화를 만드는 시스템과 자원이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류 감독님의 트라이-스텔라를 통해서요?”

“미국의 ParaMax와 WaW는 합이 꽤 좋아요. 또 그들은 우리 시장을 존중해 줍니다.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 달리.”

“그럼 현재 WaW가 벌이고 있는 투자들이 모두 2000년대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합작이 아닌 직접적인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고?”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작업에 일환이지요. 언젠가 한국 영화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두고 방화라고 낮춰 본다고 해서 영화인들도 덩달아 우리 영화를 낮춰봤어요. 하지만 잘 만든 우리 영화가 미국에서 꽤나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어요. 우리는 판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리우드 안에 시스템을 심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해외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류 감독님이 강조하고 계시지요.”

“솔직히 류 감독님은 반칙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류 감독님은 충무로 영화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영화는 신경 쓰지 말고, 할리우드에서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요.”


딱딱했던 분위기가 일순 풀어졌다.


“하하. 그렇게 될 겁니다. 최 기자도 류 감독님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도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지지하고 응원해 줘야죠. 외국 나가서 욕보는데.”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준 최 기자가 본분으로 돌아왔다.


“케이블TV에도 진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투명하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하는 한 편,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려고 해요. 우리는 상당한 양질의 영화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죠. 지금까지 부가시장의 판권 판매는 지나치게 불공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한국영화 위상이 워낙 낮았다.

따라서 방송사와 비디오 업체가 갑의 위치에 있었다.

이 같은 구조는 일부 시장의 이익만 남길 뿐 영상산업 전체적으로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헌신과 희생만으로는 발전 없이 정체될 뿐입니다.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있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건 딴 이야기인데요.... 류 감독님은 항상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셔요?”

“감독님이 어릴 때 미국에서 조금 위험한 동네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그 사건 이후로 웬만하면 경호원과 함께 다니기로 어른들과 약속을 했답니다.”

“요새 류 감독님 따라하는 감독들이 나오고 있는 건 아세요?”

“양 감독 말이지요?”


<은행나무 침대>를 연출한 양성규 감독이 최근 전속 매니저를 고용했다.

일각에서는 영화 성공에 취해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경호원은 아니지만 매니저를 따로 두고 있죠. 비서 겸 매니저라고 하더라고요.”

“나와 가온 계열의 사장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따로 비서를 두지 않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화를 내시면서 승용차와 운전기사에 비서까지 임명해 주시더군요. 그게 할리우드에서 일반적인 거랍니다. 하하.”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가장 큰 불만이 아마도 광고일 듯 합니다. 대한뉴스가 없어지면서 상영 간 휴식시간에 최대 20편의 광고를 상영할 수가 있게 되었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의외로 간단합니다.”

“.....?”

“지정좌석제와 예매가 정착되면 관객들이 일부러 일찍부터 상영관에 입장할 필요가 없지요. 광고가 거의 끝날 즈음에 맞춰 입장하시면 되는 겁니다. 멀티플렉스는 극장시설 밖에 쇼핑이나 시간을 보낼 만한 것들이 많지요.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면, 이미 예고편을 봤다면, 상영 1분 전에 입장하시면 될 거라고 봅니다.”


사실 극장의 수입 중 매점 수익보다 광고 수익이 훨씬 크다.

전적으로 체인망을 갖춘 멀티플렉스에서나 가능한 수익구조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이전 삶에서 최대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우 연간 광고료 수익이 800억에 이르렀다.

멀티플렉스 체인에서는 상영 중간 휴식시간에 많은 광고를 상영하려 하고, 관객은 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정좌석제와 예매가 완전 정착하게 된다면.

상영 5분 전에 상영관에 입장하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가 된다.

극장에서는 상영 직전 상영하는 광고료를 상당히 비싼 값을 받게 된다.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멀티플렉스가 망하는 거겠네요.”

“멀티플렉스만 놓고 보면 망할 이유는 별로 없지만, 외부요인으로 주로 망하게 되겠죠. 과다경쟁이라는.”


자유시장체제에서 영원한 건 없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여럿이 망한다.


“한국에서 영화 제작자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박 대표께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다음 세대에게도 비전을 주어야 한다는 고민을 늘 합니다. 마침 운 좋게 WaW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이것이 한국 영화의 미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이 자리를 맡고 있죠. 상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와 WaW는 충무로와 영화인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올바른 길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저와 우리가 독선과 아집에 빠진다면 쓴 소리를 아끼지 말아주십사 당부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시네마21 특집기사에 류지호의 인터뷰도 실릴 예정이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대체했다.

의장비서실에서 대리 작성해 류지호의 승인을 받아 최선주에게 전달했다.

류지호의 할리우드의 사업들 못지않게, 충무로 영화사업들도 큰 어려움 없이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반드시 위기 시에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송곳은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류지호의 사람들은 제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할리우드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

충무로의 박건호 대표.

산전수전 공중전에 이어 수중 전까지 치른 백전노장들이다.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GO’의 리더십을 펼치는 메타보이 회장.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로 ‘Let's go'의 리더십을 펼치는 박건호 대표.

둘은 성격도 스타일도 다르다.

같은 부분은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리더들이란 점이다.

두 사람이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든든하게 사업을 이끌고 있다.

류지호가 별 걱정 없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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