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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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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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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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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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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7.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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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복합미디어기업 JHO Company와 가온은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국가와 도시에 지사들이 상당히 많이 깔려 있다.

지역마다 거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용하는 의전차량도 많았다.

가온그룹이 두 개의 자동차 회사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의전차량이 단순화 되었다.

뉴 체어맨W 리무진과 재규어 X351 두 개 차종으로.

올해부터 가온모터스와 경일자동차그룹은 플래그십 대형차로 북미시장 공략에 나선다.

양사 모두 미국에서 광고 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뉴체어맨W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데까지는 대성공했다.

뉴 체어맨W이 세계 최고부자로 알려진 류지호가 타는 차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언론과 각종 SNS 노출이 많이 됐다.


‘아쉬운 점은 관심만큼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가온모터스 브랜드는 북미시장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으니까.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가온모터스가 철저하게 내수 브랜드라고 알고 있다.

판매대수가 형편없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수출기업이다.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 수출이 되고 있고, 가온그룹 산하로 편입되면서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루과이, 온두라스 등 신흥국에서 판매망을 회복했다.

가온모터스 국내 공장은 연간 24만5천대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풀가동했을 경우에.

미국에는 2천여 대를 수출했다.

1천 300여대를 수출한 유럽보다 많다.

중국에도 3,000여 대를 팔고 있다

분명 이전 삶보다 해외수출에서 긍정적이다.

게다가 큰 족쇄 하나도 제거되었다.

체어맨 브랜드는 DMB AG와의 계약 때문에 수출에 제약이 많았다.

체어맨H까지는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었다.

지난 1997년이었다.

다임러벤츠 개발자들은 체어맨 완성차를 보며 굉장히 놀랐다.

자동차 산업의 변방 중에 변방, 그 변방 안에서도 작은 자동차 회사에서 제작한 최고급 대형세단의 완성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놀라움은 곧 경영진의 우려로 바뀌기 시작했다.


“체어맨이 해외시장에 진입할 경우 일정 부분에서 다임러벤츠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체어맨의 가격경쟁력이 문제입니다.”

“체어맨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된다면 다임러벤츠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 일부로 빠르게 파고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기술 공유와 관련한 계약을 변경해야 합니다.”


결국 다임러벤츠는 기술제휴를 해주는 대신 체어맨의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고, 체어맨은 국내 판매만 한정되면서 철저히 내수용으로 묶었다.

시간이 흘러 다임러벤츠는 더 이상 체어맨 브랜드가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보게 되었고, 2세대부터 해외 수출을 용인했다.

이전 삶과 달리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류지호의 존재다.


-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부자, 류지호가 타는 고급 세단, 뉴 체어맨W!

- 영국 왕실의 의전차량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 미스터 할리우드의 1호 차량으로.


가온모터스가 엄청난 광고비를 지불하거나 수십 억 원짜리 방탄차량을 무상으로 공여해줘도 모자랄 판에 세계적인 명사를 공짜로 체어맨W 광고홍보에 활용할 수가 있다는 것.

자기 회사 차량을 의전용으로 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의 가온모터스가 특수 제작한 오너 및 VVIP 의전용 체어맨W는 미국의 LA와 뉴욕, 대한민국 서울, 유럽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에서 운용 중이다.

이번 영국 방문에 맞춰 런던도 새롭게 의전차량이 추가되었다.

다임러벤츠가 자랑하는 V8엔진, 총탄은 물론 폭발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티타늄합금 차체, 타이어가 터져도 시속 80km이상으로 30분 이상 주행이 가능한 시스템, SANYO가 자랑하는 공조시스템,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한 별도의 산소 공급 및 응급처지 시스템 등 각종 특수 장치를 장착해 공차 중량 3톤에 문 한 짝의 무게만도 50kg에 달하지만 무거운 차체를 견뎌낼 수 있는 특수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편의장치 역시 최고급으로 도배가 되었다.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TFT LCD 계기판, 전동식 사이드 커튼, 뒷좌석 냉난방 통풍시트,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이 달려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새롭게 SANYO와 Eye-MAX가 공동 개발한 7.1채널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가온모터스 개발팀과 JHO Security Service의 오너 경호전담부서가 차량을 독일로 가져가서 방탄 부품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바꿔 끼워서 완성했다.

모델명만 체어맨W다.

사실상 속은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고 보아야 했다.

즉 세상에서 단 한 대 밖에 없는 차량이다.

실제 차량 가격은 21억 원.

일반 체어맨W 풀옵션의 10배가 넘는다.

미국 대통령이 타는 캐딜락원의 가격이 17억 원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류지호가 타는 차량에 얼마나 많은 돈을 발랐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전용 및 경호 차량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벤틀리 리무진으로 가격은 약 1,450만 달러(한화 약 160억 원)로 알려졌다.

즉위 5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차량인데, 전 세계 어느 나라 정상들의 의전차량 보다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한다.

재규어-로버스 브랜드의 의장 전용 리무진은 내년에나 인도될 예정이다.

영국의 코벤트리 근처에 설립된 특별 차량 전담 센터(Special Vehicle Operations)가 이제 막 가동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암튼 류지호 전용 차량이 영국에도 한 대 배치된 것을 두고 주요 언론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미스터 할리우드 베니스 영화제 참석 후 곧장 영국행. 선시커 등 영국의 선박 회사 CEO 연이어 미팅. 관련 업종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 돼. 조선업에 투자하나?]

- The Daily Telegraph.

[두 건의 대형 M&A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스터 할리우드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으로 관측.]

- The Guardian.

[왜 지금인가. EU탈퇴 논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영국에서의 류지호 행보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The Times.

[미스터 할리우드가 영국의 부총리, 내무부, 산업경제부, 국제통상부 장관 등 면담이 잇따라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 Financial Times.


류지호의 영국행에 대한 다양한 추측에 기름을 끼얹는 뉴스가 추가되었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런던 켄싱턴 팰리스 가든에서 고가의 맨션을 매입했다. 맨션의 가격은 8,000만 파운드(약 1,400억 원)로 알려졌다. ‘빌리어네어 로우’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평균 집값은 4,200만 파운드(약 763억 원)다. 이 지역이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왕세손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켄싱턴궁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켄싱턴궁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거주자가 아닌 사람이 이 동네를 거닐면 경찰에 검문을 받는 등 보안이 엄격해, 사생활을 중시하는 빌리어네어들에게 인기가 높다.]

- Daily Express.


뉴체어맨W 의전차량이 영국으로 배달된데 이어서 류지호가 런던에서도 부촌으로 유명한 켄싱턴 팰리스 가든에 주택을 구입했다는 뉴스가 떴다.

억만장자들이 거주해서 ‘빌리어네어 로우(Billionaire’s Row)’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들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족, 브루나이 국왕 등 외국 왕족의 저택이 몰려있고 각국 대사관도 위치해 있다.

특히 류지호가 구입한 호화 맨션에서 가까운 곳에 러시아 출신 석유 재벌이자 EPL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도 최근에 이사해 왔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부자 동네로 이사 온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은 내년 크랭크인 하는 영화를 런던 일대에서 촬영한다. 때문에 호텔에서 머무는 것 대신 주택을 구입해 생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켄싱턴 팰리스 가든은 보안이 우수해 자녀들과 함께 머물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켄싱턴에 살고 있는 이들 가운데 비유럽계 억만 장자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 동계올림픽 유치전부터 비유럽권 유력자들과의 네트워킹에 공을 들이는 류지호의 런던 입성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런던의 부동산 진출을 위해서 더불어 EU집행위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M&A 건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머물 곳이 필요했던 류지호가 철저한 보안과 치안을 고려해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BBC.


대부분의 언론이 소설 같은 추측을 기사화한 것과 달리 BBC가 가장 근접한 추측을 내놓았다.

한동안 류지호는 영국에 머물 예정이다.

중동과 중국의 부자들이 바글거리는 런던시내 호텔에 아이들과 함께 장기투숙하고 싶지 않았다.

사치를 부려도 정도껏이지.

일부 억만장자들의 저렴한 행실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암튼 류지호가 구입한 호화 맨션은 중세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졌다.

10개의 침실, 9개의 욕실과 실내 수영장 및 스파 등이 갖춰져 있다.

켄싱턴 지역의 호화 주택들은 벨에어처럼 마당이 넓거나 하진 않았다.

런던에서는 건물 높이도 제한되고, 재건축도 철저히 관리감독 받는다.

건축 관련 규제 때문에 호화 주택의 콘셉트가 재밌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개발 제한규정을 피하려고 지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간은 우리 가족에겐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이번 구입한 지하2층에는 나이트클럽과 실내 암벽등반시설이 만들어져 있었다.

풍성한 수염이 인상적인 건축가가 류지호에게 물었다.


“벨에어의 저택처럼 Eye-MAX 홈시어터를 만드시겠습니까?”


로버트 아담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영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명 건축가다.


“그게 좋겠어요.”


로버트 아담이 풍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실내를 슥 눈으로 훑었다.

지하 1층에 홈 시이어터가 존재하긴 했다.

로버트 아담에게 성이 차지 않았다.

이미 벨에어의 저택에서 Eye-MAX 3D 홈시어터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Eye-MAX 홈시어터는 미국 일부 억만 장자와 중동 부자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 부자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Eye-MAX 3D 홈시어터는 전 세계에서 류지호의 벨에어 주택에 설치 된 것이 현재로써는 유일했다.


“지하 2층 전체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풀 바를 너무 크게 디자인만 하지 말아요.”

“두 개 라인의 볼링장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지하 2층을 증축해서, 운동시설도 함께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바닥은 어떻습니까?”

“좋은 아이디어에요. 매트리스를 깔게 되면 아이들이 넘어지고 굴러도 다치지 않을 테니까.”

류지호는 지하 공간만 확인하고 그대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지상의 시설은 아내 레오나의 몫이다.

역사적 가치 때문에 지상의 맨션을 확장하지 못한다.

마당도 좁아서 지하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벨에어와 달리 런던 고급 주택가의 경우 인구가 조밀하다.

건축관련법까지 엄격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지하 거주공간들이 생겨났다.


“리모델링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아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그러죠.”


여담으로 리모델링 비용에 약 5,000만 파운드(870억)가 들어간다.


✻ ✻ ✻


뉴 체어맨W가 런던 시내를 관통해 동부 올드 스트리트의 오피스 숲을 지나갔다.


잠시 후.


오피스 빌딩 숲과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층고가 낮은 오래된 건물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건물벽에는 갖가지 그래피티가 인상적이다.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지만, 대부분 노후화되고 장시간 관리되지 않은 건물들이다.

런던 시민들이 ‘시티’라고 부르는 중심부와 맞닿아 있는 쇼디치(Shoreditch)지역이다.

중심부와 가깝지만, 방직공장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우범지역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지금은 Googol의 런던 캠퍼스, BoTafone, 잉글랜드텔레콤 등이 들어와 있다.

방직공장과 창고 건물들은 스타트업 사무실과 창업보육센터로 쓰이고 있다.

옷과 구두 같은 패션 소품을 파는 매장으로 하나둘 변신하고 있고.

뉴체어맨W가 들어선 지역은 일명 ‘테크시티(실리콘 라운드 어바웃)‘이다.

이 지역은 스타트업들이 값싼 임대료를 찾아 모여들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층노동자들의 거주지며 소규모 공장들이 있던 런던의 낙후지역이었다.

그랬던 지역에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입주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식당과 카페, 지원시설 등도 하나 둘 들어섰다.

슬럼이었던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바뀐 것이다.


끼익.


뉴체어맨W가 그래피티가 인상적인 노란색 건물 앞에 멈췄다.

노란색은 OMDb의 로고색이다.


“환영합니다. 보스!”


OMDb 창립자이자 CEO 폴 니드햄이 류지호를 격하게 환영했다.

반면에 류지호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아주고 OMDb가 입주한 건물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 분위기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가 있는 골목을 떠올리게 했다.

건축양식은 전혀 다르지만, 빛이 바랜 건물 외벽이나 썩 깨끗하지 않은 거리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실망하셨나 봅니다. 보스?”


영국에서 만난 관료들이 입을 모아 이 지역을 육성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헌데 분위기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신축 사옥을 지어주겠다니까....”

“30년 전의 실리콘밸리도 이렇지 않았겠습니까? 이 동네가 테크시티가 된 것은 이런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집값이 싸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오기 딱 좋은 조건 아닙니까. 게다가 런던 시내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썩 좋지 못한 이들이 찾기 시작했고, 이 지역에서 특히 IT기업들이 모인다는 점에 주목해 총리까지 나서서 육성하려고 하는 겁니다.”

“다 좋은데... 꼭 낡은 건물을 그대로 써야겠어?”

“내부를 완전히 뜯어고쳐서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넉넉한 업무공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잖아.”

“재택근무도 병행하고 있어서 공간에 문제가 없습니다.”

“본인들이 좋다는데 더는 뭐라 하진 않을 게. 단 나중에라도 새 건물로 이사하고 싶으면 런던 헤드쿼터에 건의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보스.”


OMDb는 Box Office MoCo를 인수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캘리포니아의 Playa Vista 지역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 총리까지 나서서 쇼디치 지역을 개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저렴한 임대료는 물론이고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가 있기에.


“EU보다 세금이 낮다고?”

“비자 발급도 수월한 편이라서 외국의 인재들을 쉽게 수급할 수 있죠.”


류지호는 영구 체류권을 받아 놓은 상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유명 축구선수조차 노동허가서를 받고 일정 점수를 넘어야 취업비자를 내 주는 국가가 영국이다.

또 비자는 발급 후 1년 단위로 갱신을 해야 한다.

테크시티는 외국인 투자, 외국 기업 입주, 외국인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비자 및 노동허가 부분의 까다로운 조건을 대폭 낮춰주었다.


“절 따라오세요. 테크시티 투자청장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폴 니드햄이 류지호를 삭막한 분위기의 공단 동네 한 건물로 이끌었다.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쇼디치 하우스’였다.

80여 평 정도 공간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발표는 물론 토론을 벌이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눈에 띠었다.


“사실은 테크시티가 이제 겨우 2년차라 영국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아마 외국인이 히드로 공항 입국 심사대에 테크시티 간다고 하면 그곳이 뭐하는 곳이냐고 되물을 겁니다. 하하.”


그럼에도 TCIO(테크시티 투자청) 청장은 열정적으로 테크시티를 어필했다.

캐머론 총리가 미디어와 기술 허브로 키우겠단 얘기를 꺼내면서 Techcity Investment Organisation(테크시티 투자청)가 세워지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지원이 시작됐다.

한편으로 다국적 IT기업 사무소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단다.


“2005년만 해도 이 지역에는 15~20개 정도 기업만 있었습니다. 올해 200여개, 내년에는 1,200여개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과거의 암울함을 떨쳐낸 쇼디치 지역은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있으며 각종 정보가 집약되고 공유될 수 있어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Googol을 시작으로 Amazonia, FaceNote도 테크시티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짧은 시간 이룬 성과를 자랑하려는 듯 청장이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류지호를 슬쩍 쳐다보는 걸 잊지 않았다.

반응을 보여 달라는 의미다.


“대단하군요.”


청장이 만족한 듯 하하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테크시티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순수하게 IT기업이 모인 곳이라면, 테크시티는 IT기업은 물론, 금융, 출판, 음악, 영화, 미디어 등 각종 산업이 모여 있는 런던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리콘밸리가 되려는 게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부터 소비자까지, 광고 에이전시, 음악, 영화 산업 등 IT기업이 연계할 산업이 모두 모이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입니다.”


가온그룹은 새만금간척지에 한국식 실리콘밸리 모델을 궁리하고 있다.

영국 정부와 런던시가 추진하고 있는 테크시티 개발 계획이 좋은 참고 모델이 될 것도 같았다.

한국정부는 판교 신도시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개발할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다.

류지호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미국식 실리콘밸리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고 확신했다.

미국과 기업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며 자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판교와 상암 같은 곳에 기술 기반 지구가 조성되고 있지만, 스타트업만이 주는 활기차고 설레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조금은 무모한 사람들이 모인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NAVE은 같은 대형 IT기업이 발벗고 나서서 스타트업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벤처캐피탈의 창업 지원 자본 규모도 1,000억 원도 안 된다.

몇 백 억 원 수준이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가는 문화도 없다.

카피하고 빼돌리고 빼앗는 문화가 팽배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테크시티 덕분에 런던에 활기를 더하고, 각종 투자가 벌어지고, 세계 각지의 인재가 모이며, 영국 내 다른 산업군으로 이 분위기가 퍼지길 바랍니다. 영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테크시티를 활성화하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TCIO의 주요 역할은 그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당장 몇 개 기업이 사무소를 냈느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기업이 오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무원인데, 공무원 같지 않은 마인드다.

세제 혜택, 저렴한 임대료, 유연한 비자정책은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화와 분위기는 정부가 나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암튼 여기까지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영국 시장은 너무 보수적입니다.”


TCIO 청장이 움찔했다.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국 현지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압니다.”

“....그것은.”

“영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벤처캐피탈을 조달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영국의 IT기업들이 영국 런던 증시보다는 미국 나스닥에 주목하고 있지요.”


미국은 투자자 기반이 엄청나게 넓은 뿐 아니라, 자금 조달 절차 또한 간단하고, 인수합병 대금 결제수단이 훨씬 광범위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IT기업들이 미국증시 상장을 통해 미국에서 투자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R&GP를 통해 IPO를 추진 중인 영국과 유럽 고객들의 대부분이 미국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 역시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됩니다.”

“두고 보면 알겠죠.”


TCIO 청장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쇼디치 로터리로 들어선 류지호의 눈에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 들어왔다.


Spectrum Studios Stadium!


한국의 가온 그룹이 조성 중인 E-스포츠 전용 멀티경기장이다.

Spectrum Battlefield.

LoL PARK.

SnowStorm Arena.

Halve Stadium.

가온과 JHO 산하 게임개발사들의 E-스포츠 종목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멀티경기장이다.


"이곳이 유럽에서는 최초입니다. 하하.“


자신이 유치한 것도 아님에도 TCIO 청장은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영국에 E-스포츠 비즈니스 진출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bSkyb에 대한 M&A의 밑작업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와 경기장 건설, 스타트업 투자, IT기업의 영국 진출 등.

영국에 제법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영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다른 부분이다.

바로 돈이다.


웅성웅성.


영국 언론사와 외신들이 쇼디치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BBC 중계차와 로이터 통신, 외신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쇼디치 지역을 둘러본 류지호가 수행원들과 함께 5층짜리 볼품없는 건물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영국과 유럽 주재 JHO와 가온그룹 관계자들이 류지호를 맞이했다.

기자들이 운집한 건물은 과거 방직공장 노동자들의 싸구려 숙소였던 역사가 있다.


JHO SeedCamp UK.


단순 벤처캐피탈이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와 같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및 인큐베이팅 전문 투자사다.

런던 경찰 수십 명이 동원되어 일대를 통제하는 것에 짜증이 난 시민이 화를 냈다.


“벤처 캐피탈 지점 하나 오픈하는데 이게 다 무슨 난리야?”


작가의말

평온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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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2,985 0 -
911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이름! (3) NEW +1 13시간 전 585 44 24쪽
910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이름! (2) +8 24.07.16 759 55 23쪽
909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이름! (1) +4 24.07.15 866 58 23쪽
908 누군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어야 하겠지.... +2 24.07.13 924 59 25쪽
907 떠먹여 주기까진 할 수 없잖아. (2) +3 24.07.12 969 63 30쪽
906 떠먹여 주기까진 할 수 없잖아. (1) +1 24.07.11 963 66 25쪽
905 이런 삶이 삼류인생일 리가 없지. +3 24.07.10 1,018 66 24쪽
904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3) +2 24.07.09 1,029 63 24쪽
903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2) +6 24.07.08 1,058 61 24쪽
» 내 앞에서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1) +2 24.07.06 1,088 66 23쪽
901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7 24.07.05 1,081 80 29쪽
900 미국의 비밀병기....? +8 24.07.04 1,134 72 26쪽
899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4 24.07.03 1,109 64 23쪽
898 0.1% 부자란....! (2) +5 24.07.02 1,113 63 24쪽
897 0.1% 부자란....! (1) +8 24.07.01 1,109 72 24쪽
896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2) +4 24.06.29 1,146 68 22쪽
895 나란 사람을 아주 잊은 줄 알았어. (1) +5 24.06.28 1,129 62 26쪽
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145 70 27쪽
893 나르시시즘의 시대. (6) +4 24.06.26 1,143 65 25쪽
892 나르시시즘의 시대. (5) +5 24.06.25 1,127 71 25쪽
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174 69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213 70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216 63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241 68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3 24.06.19 1,201 65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217 68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259 6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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