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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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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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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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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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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미국의 비밀병기....?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 달 전이었다.

Berk-Hath의 에드워드 버펫 회장이 바룩 오밤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났다.

해소될 기미 없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

재정절벽.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규제 개혁법안.

온실가스 대책 마련.

바룩 오밤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계의 의견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JHO Company Group 오너 류지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는 와중에 미국 재계 거물들을 차례로 백악관으로 불러 협조와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가 백악관이 추진하는 정책들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있다.

이 시기에 미상공회의소와 백악관 간 대립이 상당히 험악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에 선거운동 자금을 몰아주고, 약 7,200만 달러를 들여 민주당에 반대하는 선거광고를 낼 정도로.


- 오밤 대통령의 경제정책엔 기업을 위한 건 없고 각종 규제로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 고용창출의 숨통을 조이는 규제를 즉각 해제해야 한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백악관과 의회에 보낸 공개서한의 내용이었다.

그는 전임 조디 워커 정부 시절의 감세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백악관도 즉각 반박성명을 내면서 양측이 감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지경이다.

바룩 오밤 대통령으로서는 재계와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들부터 미팅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나 바룩 오밤 대통령은 최근에 언론 기고를 통해 에드워드 버펫이 주장한 슈퍼리치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류지호의 생각의 궁금했다.

각종 경제지가 추정한 세계최고 부자가 바로 류지호였기에.


[나는 작년 4,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세금을 694만 달러 밖에 내지 않았다. 이는 과세소득의 17.4%에 불과하며 평균 36%의 세금을 내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보다 낮다. 이는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에드워드 버펫이 The New York Times에 기고한 글의 일부였다.

미국의 샐러리맨들은 소득에 따라 10~35%의 세금을 낸다.

중산층은 보통 15%나 2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자본이득, 펀드의 성과보수 등 이른바 ‘머니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돈에는 15%의 세금만 부과된다.

또 10만 6,800달러를 초과하는 연봉에는 고용안정에 쓰기 위해 거두는 ‘고용세’가 붙지 않는다.

이러저런 명목들로 인해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일반 월급쟁이보다 더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낸다.

일명 ‘부자 증세‘를 통한 재정확보를 원하는 오밤 행정부는 슈퍼리치에게 걷는 세금에 에드워드 버펫의 이름을 따서 ’버펫세‘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 세금을 장기 재정적자 감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사실 ‘부자 증세’는 미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프랑스는 연간소득이 50만유로(7억 6천)가 넘는 고소득자에게 3%의 추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스페인 정부도 부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부자 증세’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안을 준비 중이시라구요?”

“슈퍼리치들의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원칙적으로 부자들이 최소한 샐러리맨만큼의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에는 동의하는 입장이긴 합니다. 다만 버펫세가 도입된다고 해서 갑자기 슈퍼리치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둘 것 같진 않습니다.”


슈퍼리치들의 회계사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게다가 미국 세법 역시 완벽하지 않다.

조세피난처를 통해 소득이 많이 희석되고 기부를 통해 혜택은 혜택대로 챙기고 있고.

류지호가 보기에 실효성은 그다지 없어보였다.


“어쩌면 세율이 낮은 제3국이나 조세회피처로 부자들이 재산을 옮길 수도 있겠죠.”


실제로 내년에 프랑스에서 연소득 100만 유로(약 14억)를 초과하는 부자에게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기존 41%에서 75퍼센트로 인상된 세금을 징수하는 부유세를 도입하게 된다.

고소득자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지면서 프랑스를 떠나는 부자들이 줄을 잇는다.

프랑스 국민배우로 불리던 이까지 러시아로 귀화한다.

부자들의 세금망명으로 인해서 도리어 프랑스 세수가 줄어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경기는 더 악화되어 실업률까지 치솟게 된다.

물론 프랑스 경제 악화가 부자들이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다만 로빈후드 효과(Robin Hood effect)를 보여준 사례다.

로빈후드는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그로인해 로빈후드의 약탈에 시달리던 부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당시 시대 배경에서는 부자 대부분이 상인이었다.

그들이 떠난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치솟게 된다.

로빈후드가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행한 것은 틀림없다.

역설적이게도 가난한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든 결과를 낳았다.

사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더 걷는 부유세 같은 것은 사회적 정의라고 볼 수 없다.

조세 부분의 정의는 부자에게 더 걷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조세 회피 행위에 대해 정당한 과세를 함으로써 실질적인 형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부유세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게 된다.

미국 역시 오밤 정부에서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증가시키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게 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양극화 해소와 조세형평성 부분에서 노력했다고 칭찬 받을 순 있어도, 실제 세수증가 효과는 거의 없으니까.


“법인세를 인하해서 해외로 떠났던 다국적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제조기업의 본국귀환을 의미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 막대한 고용창출로 이어지진 않는다.

리쇼어링한 업체들은 대부분 인력 고용보다는 자동화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즉 리쇼어링이 실업해소에 만능은 아니다.


“버펫세는 재선에 아주 좋은 아젠다일 겁니다.”

“......”

“다만 기업과 부자 개인을 철저히 분리해서 정책을 펴줄 것을 건의합니다.”

“미스터 류. 재계에서는 내가 좌파적 반기업 정책을 편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더 많이 재계와 소통하셔야 합니다.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병행해 우호적인 기업 경영환경 조성에 노력하면서 정부가 기업과 함께 간다는 강력한 신호를 줘야 합니다.”


류지호는 기업 입장에서 의견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일자리를 가져오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강력한 당근이 필요합니다. 가령 제조업의 설비투자 세제혜택 기간 연장, 이전 비용 지원 등을 더욱 확대해야 제조업 일자리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바룩 오밤 정부 1기의 통상 및 실업 관련 정책은 성과가 거의 없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안 좋다.

재선 승리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이 매우 중요했는데.

미국의 대기업 동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권 후 금융개혁, 의료보험개혁 등으로 인해 오밤 정부와 기업들 사이가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관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변호사 바룩 오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사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 오밤의 목표는 공공이익이나 공공의 선이 아니다.

정권 획득과 재창출이 모든 것의 우선이다.

설사 바룩 오밤이 여전히 공공의 선을 추구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터.

오밤 정부는 중간선거 패배에서 드러난 민심의 변화를 읽어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사실상 ‘비즈니스 프랜들리’ 기조로 시작했다.

기업 친화 및 규제완화 카드를 꺼냈다.


“규제완화 정책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 그를 통해 경제 여건이 나아지게 되면 중도보수층을 일부 끌어안을 수 있겠지요.”

“미국으로 돌아올 만한 JHO의 사업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한국의 가온그룹 사업부문은 적극적으로 미국진출에 나설 것 같더군요. 서비스보단 제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부겠지요?”

“모릅니다. 여러 주와 논의 중이기에.”


류지호는 오밤 정부의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실질적인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미국에 자동차와 2차전지 및 제조업 현지공장 계획을 들려주었다.

한편으로 백악관에 방문한 김에 북핵문제를 포함 한반도 사안,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적극적인 통상압박, 친미 내각이 들어설 일본에 대한 관리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제시했다.

오밤 대통령과 류지호의 면담은 예정된 시간을 한 시간이나 초과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외교와 경제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아도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장으로서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아프리카의 안보와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략 수립에 고심 중에 있지요.”

“아시다시피 미국의 민간부분에서 아프리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기업 가운데 한 곳이 JHO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좀 더 적극적인 개발원조와 외교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재국가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미국의 정치인들은 절대 바꿀 생각이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지금까지는 석유 메이저와 자원개발 중심으로 아프리카에 접근했습니다. 서비스업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미국 CIA 자본이 아프리카의 영화계에 은밀하게 지원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놀리우드) 영화가 2008~2009년 사이에 붕괴직전까지 갔다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새롭게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른바 ‘뉴 놀리우드‘에 CIA의 위장 해외법인의 자본이 들어가 나이지리아 영화 제작을 암중으로 지원 중이다.

몇 년 사이에 나이지리아 영화들이 미국 로케이션을 자주 온다.

제작비도 과거에 비해 수십 배가 늘어났고.

다 이유가 있다.


“아마도 CIA 자금이 JHO와 가온이 공을 들이고 있는 케냐(리버우드)와 탄자니아(봉고우드) 외에 우간다(우가우드)까지 들어가 있을 겁니다. 미스터 류가 하는 사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CIA를 통해 아프리카 영화판까지 손을 뻗치는 미국을 보면서


‘미국 정부는 정말 돈이 썩어날 정도로 많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협조할 것은 하고, 받을 것도 받는 것이 거래의 기본.

미국 위성방송 JHO/DirecTV가 영국의 bSkyb를 인수해야 하는 이유도 조목조목 설명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중국시장의 높은 벽을 이른 시간에 무너뜨릴 수 없다면, 아프리카에 뿌려둔 씨앗을 잘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온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바룩 오밤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키워주고 있다.

미국의 금융과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은 프랑스계 Le Sat, 남아공의 DSTV, 미국계 JHO/DirecTV가 치열하게 위성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중국의 자본으로 설립된 위성방송이 케냐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를 ‘희망 없는 대륙‘으로 치부하고 기계적인 원조를 할 때 중국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특히 위성방송과 통신분야에서 중국에게 시장을 내준다면, 이르면 10년 안에 미국의 아프리카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 겁니다.”


중국정부는 독재자든 살인마가 통치하는 국가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개발원조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중국의 지원을 환영하고 있다.

그것이 서서히 중독되는 치명적인 독인 줄도 모르고.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위성TV까지 진출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지구적 이슈에 대한 중국 관영방송의 논조가 전파되고 중국의 위상이 강화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으시겠죠?”


미국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개발원조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를 외교적으로 관리하고, 미국의 민간기업들은 막강한 소프트파워로 아프리카에서 미국에 대한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파워다.

따라서 역대 어떤 미국정부도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했다.

잭 발렌티(Jack Valenti).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직을 38년간 역임하며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할리우드의 전설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영웅이지만, 미국 밖에서는 할리우드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상압력을 행사하는 악명 높은 존재이기도 했다.


- 미국의 비밀 병기, 즉 초특급 영상무기가 전 세계의 극장과 안방 화면을 점령하도록 해야 한다!


생전의 잭 발렌티가 틈만 나면 주장한 말이었다.

전 세계의 스크린쿼터 축소·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한 인물이다.

한때 한국영화계의 적이었다.

2007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아직까지 그 만한 할리우드 대표성과 강력한 로비력을 보이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조차 생전의 잭 발렌티에 비해 손색이 있다.

물론 할리우드의 대표나 로비스트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류지호라지만.

그러나 자신이 나설 생각은 없더라도 대리인은 필요한 법.

내심 모리스 메타보이를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직에 앉힐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늘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습니다. 미스터 할리우드.”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류지호 이후로 바룩 오밤 대통령은 다양한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빌 블라이드 전 대통령도 동석시키며 미국 재계와 화해를 도모했다.

재계 인사들과 백악관 면담을 마친 후부터 미국의 대중국 외교통상 부문에 있어서 영상·게임 등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해 미국의 통상대표부의 목소리가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영화수입시장 확대에 대한 압력도 좀 더 강해졌고.

마침 내년에 미국은 중국과 새로운 통상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류지호는 외국영화 수입 쿼터 조정이 있길 기대하면서 백악관을 떠났다.


[백악관 대변인은 류지호 의장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갔다고 전하며 “상당히 오랜 시간 경제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투자와 미래 산업에 대한 남다른 혜안을 가진 류지호 의장의 경제 훈수 내용에 미국의 눈과 귀가 쏠렸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CNBC 등 미국 언론은 “류지호가 지속적인 정부 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지호는 2008년 금융위기부터 “미국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부채한도는 재미삼아 잠깐 생각해 보고 할 문제가 아니며 만약 부채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해왔다. 또 그 같은 일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재앙과 같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 The Wall Street Journal.


✻ ✻ ✻


뉴욕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커피타임을 갖고 있는데, 불쑥 매튜 그레이엄이 찾아왔다.


“출근 안하고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의논할 게 있어서.”


서재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매튜 그레이엄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뜸을 들리는 의형을 보며 류지호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동생아,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제발 그런 고백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일론 리브스와 위성인터넷 사업을 궁리 중이라며?”

“....응?”

“나도 끼자. 아니 합병하자.”

“앞 뒤 다 잘라먹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버지가 Aerospace & Ground Systems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상속했어.”

“축하해.”


매튜 그레이엄은 이 상속을 통해 기존 Rehman & Global Parks Group 지분과 합쳐서 내년에 발표될 the Forbes 400에서 10위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암튼 Aerospace & Ground Systems는 그레이엄 가문의 항공 사업이다.

90년대 Hughes Aircraft Company를 인수합병하며 인공위성사업에도 발을 뻗쳤다.

주로 정부나 미군과 거래를 하고 있는 알짜 비상장기업인데, 자회사만 15개에 기업가치 190억 달러의 대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헬리콥터와 경비행기 생산, 레이더 시스템, 항공관제 시스템, 미사일 시스템, 우주용 이온추진엔진, 우주 태양전지 및 패널, 위성제작, 위성 발사 및 관리, 위성 기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등이다.


“두 그룹이 합병을 하게 되면 네가 전 지구적 위성인터넷망 구축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봐.”

“MARS-X가 아니라 JHO와?”

“거기는 NASA의 영향력 아래 있잖아.”


MARS-X Corp.은 NASA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심지어 고급 기술까지 아낌없이 지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어떤 민간 우주항공 회사도 제공받지 못한 전폭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당연히 미국 정부와 NASA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이야기 하려고 일부러 출근도 미루고 찾아온 거야?”

“가문에서 나를 A&GS 그룹 CEO로 앉히려고 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지. CEO 하기 싫다고 기업을 매각한다는 게 말이 돼?”

“R&GP는 어떻게 하고?”

“형의 후임이 없을까봐.”

“가문과 엮이기 싫어.”

“상속받은 지분을 가문에 다시 팔면 되지 않아?”


우주항공과 위성인터넷 사업은 대니얼 그레이엄이 말년에 역점을 둔 사업 분야였다.

전통적인 가문의 사업에서 벗어나서 자신 대에서 새롭게 개척한 미래사업이란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사업체를 그룹의 후계자가 아닌 관계가 틀어진 막내아들에게 물려줬다.

왜 대니얼 그레이엄은 생전의 꿈과 야망이 담긴 역점 사업을 관계가 썩 좋지 않은 막내아들에게 남겼을까.

가문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는 모양이다.

별다른 잡음이 없는 것을 보니.


“날 골탕 먹이려고 했던 게 분명해. 내가 왜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 원했다면 아버지는 성공한 거지만.”

“그 반대였다는 게 더 합리적인 추측 아닐까?”


매튜 그레이엄도 안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나는 거다.


“형...”

“...왜?”

“형이 지금 100살이라고 쳐봐. 100살을 살 때까지 뭘 가장 후회할 것 같아?”

“...글쎄.”

“그럼 형이 3년 밖에 못 사는 시한부 통보를 받았다고 쳐. 이제 뭘 할 것 같아?”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하다고 치면,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조금 다르다.

의외로 하고 싶은 것도 또 할 것도 많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걸 시작할 수 있다.


“8살 때 형이 하고 싶었던 건 뭐였어?”

“....”

“내 생각을 말해 볼까?”


매튜 그레이엄이 대답 대신 고개만 까딱했다.


“형도 어릴 때는 우주에 대한 꿈을 꿨을 거야. 보통 아이들은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아. 대니얼이 형에게 A&GS를 남겨준 것은 그것 아니었을까? 형과 대니얼이 어릴 때 가졌던 그 꿈. 그걸 이뤄보라고....”


매튜 그레이엄은 사실을 회피하고 싶은 모양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우주여행을 꿈꿔. 부모의 영향이 없어도.”

“실제 해낼 수 있는 건 극소수야. 그 극소수에 형이 포함돼.”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일방적으로 떠넘긴 것뿐이야. 내 의사와 상관없이.”

“대니얼은... 형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뚜렷이 하길 원했을지도 몰라.”

“조카들 크는 거 보면서 살고 싶을 뿐이야. 인간에게 반드시 삶의 의미와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냐.”

“세상에 아무 의미 없는 삶은 없어.”

“케네디가 NASA를 방문했을 때 청소부를 발견하고 다가가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하지. 그 청소부는 ‘저는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해. 얼마나 멋진 이야기냐.”


유명한 일화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대한 일이 삶의 목적이 되고 그걸 달성했을 때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그 에피소드가 이야기 하는 것과 형이 책임을 회피하는 건 다르지 않나? 해석이 잘못된 것 같은데?”

“내 말은 그 청소부처럼 내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가문과 기업 경영에 얽매는 삶이 아니야. 나도 사회에 뭔가 의미 있는 영향력을 남기고 싶어.”

“화성에 인류가 살아갈 정착촌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야. 또 지구적으로 봤을 때 위성인터넷은 아프리카 오지, 남미와 동남아시아의 저소득층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류 문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A&GS를 통해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상과 단절된 이들에게 소통의 문을 열어 줄 수 있지 않겠어?


매튜 그레이엄은 의동생의 충고가 듣기 싫은지 화제를 전환했다.


“일단 가문의 지분을 모두 사들일 생각이야.”

“얼마나?”

“39%.”

“형이 그만한 자금이 있어?”

“R&GP 계열의 펀드 하나를 동원할 생각이야.”

“내 것도?”

“네가 동의해 준다면.”


회사 차원이든 매튜 그레이엄 개인 차원에서든, 조세회피처에 등록된 헤지펀드는 제법 많았다.

그걸 통해서 가문이 가진 지분을 모두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IPO하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형이 직접 경영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응!”

“앤서니는 뭐래?”

“너의 것은 네 마음대로, 라고 하더라.”

“가문에서도 형의 결정에 동의해 줄까?”

“싫다고 뻗대봐야 자기들만 손해지.”

“알겠어. 그 문제는 bSkyB 합병이 무사히 이루어질 때까지 형하고 나만 아는 것으로 해.”

“좋았어!”


사실 대니얼 그레이엄의 상속과 상관없이 매튜 그레이엄은 억만장자다.

그럼에도 수십 억 달러 재산이 추가된 것이 싫을 리 없다.

다만 자신이 통제해야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싫을 뿐.

남 주기는 아깝다.

차라리 의동생 소유이자 자신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JHO Company Group에 넘기는 편이 좋을 것이란 판단이다.

게다가 류지호가 구상하고 있는 전 지구적 위성인터넷망에도 도움이 되고.


1년 4개월.


JHO Company Group의 위성방송 사업과 Aerospace & Ground Systems가 합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두 기업이 합병한 후로 JHO Company에서는 우주인터넷 서비스용 군집위성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된다.

이 시기 저궤도 위성인터넷 및 위성전화 서비스는 4개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용요금이 상당히 비쌌다.

내년에는 원웹(Oneweb)을 시작으로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 프로젝트 룬(Project Loon) 등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이들 사업은 엄청난 선행투자가 있어야 한다.

어지간한 기업은 쉽사리 뛰어들기 힘들다.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는 스타링크의 안정적인 사업 개시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략 25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MARS-X Corp.의 위성발사체와 운용 기술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위성인터넷 사업은 백지 상태다.

JHO Company Group이 Aerospace & Ground Systems를 얻게 되면 굳이 일론 리브스에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bSKYb까지 얻게 되면 관련 사업의 선행투자가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이르면 5년 내 시범 서비스가 가능할 수도 있고.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인도의 빈민굴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인터넷 세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동등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미국의 빈민가와 시골 혹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 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 세계를 평등하게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는 이들이 있고, 지역 간에 또 계층 간에 격차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으니까.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년도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현재도 미국, 남미, 아프리카 빈민가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손전등 앱’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겐 류지호가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보다 어둠을 밝혀줄 작은 불빛이 더욱 가치가 있다.


3억 명!


2020년까지 JHO Company의 위성 및 케이블 유료채널 및 OTT 플랫폼의 목표 고객수다.

NeTube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 및 BattleNet 3.0 유저를 제외한 목표치다.

지금 추세로는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당장 bSKYb만 인수해도 달성 가능한 수치다.

만일 우주인터넷 서비스용 군집위성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면 2030년에 10억 명도 꿈은 아니다.

다른 경쟁자들이 구경만 하고 있진 않겠지만.


‘JHO가 우주에 위성도 쏘아 올리게 생겼구나....’


하다하다 군수산업에까지 발을 들이게 되는 JHO Company Group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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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 이 사건에서 국가는 책임이 없다... +4 24.06.27 1,034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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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133 62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158 67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3 24.06.19 1,120 6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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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174 65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198 59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195 62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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