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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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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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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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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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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0.1% 부자란....!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봉투 안에서 나온 내용물은 메가요트 카탈로그였다.

요트(yacht) 중에서 매우 값비싼 개인소유 요트를 럭서리 요트, 슈퍼요트, 메가요트라고 부른다.

요트 산업계에서 공식적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없다.

법률상 길이 24m 이하와 이상으로 단순하게 분류할 뿐.

다만 암묵적인 분류법이 있는데, 120ft(36m)~최대 200ft(60m)를 슈퍼요트로, 200ft(60m) 이상을 메가요트라고 칭한다.

류지호가 윌슨 변호사를 향해 카탈로그를 들어보였다.

무슨 의미냐는 듯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회사와 계약하라고 하시더군.”

“가격 상관없이요?”

“물론 계약은 자네 돈으로 하는 걸세.”


레오나의 입에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킥.


남편이 할아버지에게 한방 먹었다고 여긴 것이다.


툭.


류지호가 메가요트 카탈로그를 테이블 위에 던져놓았다.

흥미가 순식간에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더 서명할 서류는 없는 거죠?”

“없네.”

“그럼, 잘 부탁해요. 윌슨.”


상속과 관련한 사안은 류지호의 비서실이 아니라 캐서린 & 윌슨 로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더 전 할 말씀 없으면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류지호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자, 윌슨 변호사가 얼른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따로 전해야 할 말이 있어.”

“저에게요?”

“어르신의 전언은 자네만 들어야 하네.”

“전할 이야기가 길어요?”

“아니.”


따로 류지호가 들은 말은 별 거 없었다.


“앤소니와 충돌할 일이 생기면 단 한 번. 자네가 양보해 주길 바란다고 하셨네.”


윌리엄 파커는 류지호에게 파커가문과 갈등이 불거지면 세 번을 양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대니얼 그레이엄은 가문이 아닌 장남을 콕 집어서 한 번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것도 따로 유언장에까지 적시해 가면서.


“그게 끝....?”

“이 말은 레오나도 함께 들어도 상관없지만, 삼남인 맷도 부탁하셨네.”

“굳이 유언장에.... 가족끼리 싸우지 말란 말씀은 좀 그러네요.”

“원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고, 그 중에 가족끼리 싸우면 누가 이기든 상처가 큰 걸세. 제 아무리 위대한 제국이라도 왕위쟁탈전으로 국운이 기울기 시작하는 법이지.”

“할아버지는 제가 앤서니의 잠재적인 적이라고 보신거로군요?”

“아니.”

“....?”

“앤서니가 자네에게 가진 감정이 가문의 이익보다 앞 설 것을 걱정하신 걸 테지.”


아마도 질투 혹은 과도한 경쟁심일 터.


“나와 앤서니는 가는 길이 달라요.”


그러니 부딪칠 일 자체가 없다.


“길은 달라도 어차피 정상에서 만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때가 되면 영화감독으로 살 거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 만큼 류지호가 일궈놓은 것이 많았고.

그것들이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를 정도이기도 하고.


“유언으로 남기셔서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마지막까지 할아버지답다고 해야 할까요.”


미국 재계에서 높게 평가되는 대니얼 그레이엄이 인정한 것을 좋아해야 할지.

당신 후손의 최대 경쟁자 혹은 적이 되어 경계 받는 것을 슬퍼해야 할지.


‘아들 잘 봐달라고 청탁하면서 겨우 섬이 뭐야....?’


겨우 섬이 아니다.

주민 3,000명 정도가 살고 있고, 섬 전체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지만 하와이 제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며, 럭셔리 리조트도 있고, 2개의 골프코스도 갖추고 있는 천혜의 녹색섬이다.

어쨌든 졸지에 대형 부동산이 부부 공동명의 재산에 추가되었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파파라치도 함부로 라나이섬까지 쫓아와 괴롭히지는 못할 터.

뜻하지 않게 가족들과 조용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가 생겼다.

상속·증여 관련한 것도 캐서린 & 윌슨 로펌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 줬고.


“혹시 라나이섬에 사설 비행장이 있던가요?”


류지호가 제니퍼 허드슨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도널드 제이콥의 입에서 나왔다.


“섬의 남서쪽에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시설이 있습니다.”


워낙에 거물의 장례식이라서 JHO Security Service 최고경영자인 도널드 제이콥이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

류지호 부부에게 하와이 제도의 섬 하나가 상속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취합해 왔다.


“셀럽들이 애용하는 섬이라지요?”

“그 동안 휴양섬에 큰 관심이 없으셨지만,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휴양지로 업그레이드하는 건 아주 좋은 투자입니다.”

“전 세계 휴양지가 포화상태 아니었어요?”

“물론 일반인들이 쉴 만한 휴양지는 어느 정도 다 개발이 되긴 했습니다. 다만 0.1% 부자들이 비밀리에 쉴 수 있는 곳은 항상 수요가 있습니다.”


‘그 놈에 0.1% 부자란.....’


슈퍼리치에게 허영과 투자는 한끗 차이일 때도 많지만.


“섬을 사둘 수만 있다면 다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갑니다. 유럽의 부자들 중에서 섬을 구입한 후 리조트 개발에 집중해 섬 하나의 명목 가치를 최고 400배 이상까지 끌어올린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섬을 활용해 이미지 관리에 힘쓰는 부자도 있습니다. 작은 섬의 생태계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세계적인 환경단체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거기서 자신과 가족만 즐기는 휴가는 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셀럽이 레오날드 그레이프입니다.”


슈퍼리치들이 단순히 외부의 시선을 따돌리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만 섬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관리든 자산증식이든.

섬을 구입해 두면, 두고두고 이득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본래 라나이섬은 파인애플 아일랜드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 쿡 앤 캐슬이 1965년 섬을 구입한 후 농장을 폐쇄해버리고 럭셔리 리조트와 골프코스를 만들어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매년 1,800만~2,500만 달러씩 손실을 기록해 매각했다고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로는 수익성이 전혀 없는 투자대상으로 결론지어졌다.

개발계획이 완전히 백지화됐다.

결국 5.2억 달러에 대니얼 그레이엄에게 섬의 98% 소유권을 매각했다.


“나머지 2% 소유권은 하와이 주정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주정부는 소유권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최소한의 소유권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섬과 관련해 감시·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개발해서 관광지로 활용하는 것은 손실만 쌓일 것이고. 제주도 1/5이나 되는 섬을 내 개인 휴양지로만 사용하는 것도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고.”


대니얼 그레이엄이 줘도 하필 계륵 같은 섬을 상속이랍시고 물려줬나 싶은 류지호다.


“비서실을 통해 계획을 세워보시죠. 꼭 수익창출 목적이 아니더라도 뉴멕시코의 J&L Bell Ranch처럼 자체적으로 운영·유지될 수 있는 체계만 잡아놔도 되지 않겠습니까?”

“항구는 있어요?”

“슈퍼요트급 이상이 정박할 항구시설은 없습니다. 만약 바다를 통해 입도한다면 메가요트에서 헬기를 타고 날아가거나 소형 요트로 갈아타고 섬 남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류지호가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을 돌아봤다.


“메가요트 구입하는데 문제 있을까요?”

“기가요트를 구입하셔도 보스의 재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어요.”

“Don이 건조를 맡길만한 요트제조사 리스트 정리해서 보내줘요.”

“새로 건조하려면 몇 년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사이에 탈 적당한 요트도 알아 봐요.”

“알겠습니다!”


도널드 제이콥은 어떤 급 얼마짜리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매물로 나와 있는 메가요트를 조사해서 보고하면 된다.

어차피 새롭게 초대형 요트를 건조하게 되면 승무원도 채용해야 한다.

그 부분은 의장비서실과 자신의 회사 오너 전담 보안팀에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몇 년 후부터 한국의 조선소 수주 사정이 나빠지지 않나....?’


류지호는 한국 조선소에 맡겨볼까 생각했다가 바로 접었다.

한국이 선박 강국이라지만, 럭셔리 크루즈나 최고사양의 대형 요트를 만들 기술이나 역량이 없었기에.

럭셔리 초대형 요트의 강국인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선박회사에 수주를 주는 것이 속편했다.


‘작정하고 라나이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면 섬 구입비의 몇 배가 들어갈 수도 있겠지....’


딱히 류지호가 고민할 바가 아니다.

JHO Security Service 호텔&리조트 사업 부문이 맡아서 개발해도 되고.

한국의 가온호텔에서 개발해도 된다.

JHO Company Group 차원에서 직원 휴양지로 활용해도 되고.

한국과 미국의 두 그룹의 전 세계 직원 숫자를 합하면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두 그룹과 계약해서 직원들에게만 개방하는 방식도 있다.

철저하게 사유지로 유지하면서 지인들에게만 제공하는 특별한 휴양섬으로 운영해도 되고.


‘그리스의 ’눈물의 섬 세일’은 어떻게 되고 있지?‘


그리스의 경제상황이 최악을 거듭하고 있다.

공항이며 하다못해 섬까지 매물로 내놓고 있다.

류지호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지의 섬을 구입하는 것을 궁리해봤다.


‘부루마불 하는 것도 아니고....’


✻ ✻ ✻


류지호가 Timely Entertainment의 경영권을 확보했을 때가 9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만 해도 연매출 4~5억 달러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중견기업 수준이었다.

매해 1,500만 달러의 적자로 힘겨워하던 시절이었고.

경영권을 확보한 류지호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IP 단속이었다.

다음으로 기업사냥꾼 무리를 비롯해 Timely에 방해만 되는 이들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모그룹에 부담만 주는 자회사들도 정리했다.

JHO Company가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Timely 자체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후 처음 시도한 것이 자사 IP를 활용한 실사화였다.

첫 자체 실사화 프로젝트가 <블레이드>였다.

시리즈로 만들어져 총 8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뒀다.

부가시장까지 포함하면 누적 17억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Timely Entertainment의 매출 그래프는 복잡한 파동을 그렸다.

미국 경제의 장기침체 영향으로 코믹스와 캐릭터 상품 판매가 과거 전성기 시절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사업 부문의 매출에 따라 그래프가 요동쳤다.

마침내 TCU가 닻을 올리면서 매출 그래프가 안정된 우상향으로 고정되었다.

작년에 Timely Studios는 <아이언맨Ⅱ> 단 한 편만 선보였다.

두 편의 실사화 영화를 개봉했던 2009년보다 전체 매출이 줄었다.

그럼에도 무려 14.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믹스 사업이 Timely Entertainment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 시기의 미국의 코믹스 시장 규모는 대략 5억 달러다.

그 중 46%의 점유율을 Timely Comics가 차지하고 있다.

AC가 40% 정도를, 나머지를 독립 레이블들이 나눠가지고 있다.

TCU와 <X-맨> 프랜차이즈 영화가 개봉하는 해에는 코믹스 점유율이 50%를 가볍게 뛰어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까지 개봉하던 시절에는 미국 만화책 매출의 60%를 Timely Comics가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JHO Company가 Timely Entertainment를 품에 안은 지도 15년이 넘었다.

그 사이 한 번의 편집장 교체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인물이 편집장에 임명되었다.

그 주인공은 만화가 아줄 알론소(Azul Alonso)다.

2000년에 경쟁사 AC Comics에서 옮겨 와 지난 10여 년 동안 <스파이더맨>과 <X-맨> 시리즈의 편집자로 활약하며 Timely Comics 부활에 큰 힘을 보탠 인물이다.

그가 편집장을 맡자마자 Timely Comics의 슈퍼히어로 라인업을 과감하게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미국사회에 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을 반영해서 여성과 다양한 인종을 히어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흑인 십대 소년 마일스 모랄레스가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활약을 시작했다.

이전 삶과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다.

한국계 만화가들을 제법 많이 영입했다.

기존의 왜색 외에 한국색이 Timely Comics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또한 TCU 세계관으로 최고 실력자들이 대거 배치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아줄 알론소가 창조하는 세계는 파격의 연속이 될 터.

흑인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뉴저지 빈민가 출신의 파키스탄 이민자 무슬림 소녀가 미스 마블이 되고, 여성 토르, 한국계 미국인 헐크, 천재 흑인소녀가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활약하기도 한다.

류지호는 아줄 알론소 편집장 이전과 이후의 Timely Comics 기조가 확연히 바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아줄, Timely의 캐릭터 개편을 옹호하는 팬들만큼이나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캐릭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에게 저항감이 클 겁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보스. 다 괜찮을 겁니다..”


아줄 알론소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류지호를 안심시켰다.


“책을 다 보고 책장에 꽂으면, 모든 반발은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90년대까지는 그래왔다.

이젠 아니다.


“너무나 노골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되진 말아요. 철학이 없는 정치적 구호는 공허할 뿐. 지금까지 Timely가 쌓아온 세계관을 모두 부정할 정도로 PC주의가 절대 진리는 아닙니다.”


'PC주의‘가 본격적으로 창작영역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고 얄팍한 상업주의의 도구가 된다.

기계적 균형은 올바른 철학이나 이념이 될 수 없다.

예술가들의 소명 중에 하나가 작품을 통해 무너진 휴머니즘을 복원하는 것이다.

휴머니즘을 빙자한 얄팍한 상술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잘 알고 있습니다. Timely의 다양한 캐릭터 창조는 정치적인 면보다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스와 내가 Timely에 없었을 때는 다양성이 상당히 부족했습니다. Timely가 힘들었던 것은 진정성 면에서 현실을 쫒아가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는 뒤쳐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아줄 알론소의 지적대로였다.

과거에는 철저하게 백인 남성 그리고 미국 중심이었다.

그렇기에 류지호가 Timely를 완전히 손에 넣은 후에 최초 작품부터 최신 작품까지 낱낱이 해부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진단할 수 있고, 현재를 정확하게 알아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Timely로 옮기겠다고 했을 때 많은 AC의 동료들이 미쳤다고 했습니다. Timely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 것이죠."


당시만 해도 AC Comics가 Timely보다 진취적이었다.

재능 있는 작가들을 더 잘 알아보았고, 트렌드도 정확하게 읽었다.

사실 코믹스 부문에서는 여전히 AC Comics쪽이 좀 더 진중하고 파격적이다.


“90년 초중반만 해도 ‘안티 히어로’가 트렌드였습니다. Timely는 과거의 영광을 계속 재탕하거나 AC Comics를 훔쳐보기만 했죠.”

“Timely는 그때의 실수를 통해 많은 걸 배웠어요.”


영화사업부문이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맞았지만, 2000년대 이후에 탄생하는 Timely 세계관들이 90년대 보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JHO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재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Timely 크리에이터들은 독자들에게 이 시간 창문 밖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있습니다.”


아줄 알론소가 편집장에 선임되기 전부터 Timely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Timely에는 여성 편집자가 단 한 명뿐이었다.

이제는 5명의 여성편집자가 다양한 Timely 프랜차이즈에서 활약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코믹스 스토리 작가가 인하우스로 묶여 있었다.

이제는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영화사업부문과 협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Timely West는 언제나 원작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아주 좋은 협업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참고로 뉴욕의 본사에서 영화 파트를 ‘Timely West'라고 지칭하고 있다.

류지호가 TCU 창작위원회를 사실상 지휘하면서 모든 Timely 실사영화는 원작 분석을 매우 꼼꼼하게 한 후에나 기획에 들어가도록 했다.

Timely Studios의 핵심인 개빈 페이지부터가 원작 중심주의자다.

그 스스로 원작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원작자와 편집자들과도 충분히 논의를 하며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

TCU 영화에 참여하는 감독들은 대체로 창작위원회 방식을 간섭으로 인식했다.

종종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는 것은 개빈 페이지가 조율을 훌륭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위원회(Timely 만화사업부)와 영화 제작팀(Timely West)의 이견이 너무 커서 갈등으로 비화될 것 같으면 류지호가 나섰다.

류지호는 대체로 직접 메가폰을 잡는 감독의 의견을 배려해주는 편이다.

창작위원회의 간섭이란 것이 대부분 지엽적인(오타쿠스러운) 문제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좋네요. 앞으로도 원활한 의사소통에 노력을 기울여 주세요.”


Timely는 재정적으로 힘겨웠던 시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코믹스 시장은 90년대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했습니까?”

“거의 다 회복했습니다. 디지털 구독과 신문 가판대, 서점을 모두 합할 경우 미국 내 코믹스 총매출이 10억 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과거에는 없던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성장세 또한 무섭습니다.”

“WAW24와 컬래버레이션은 어떻습니까?”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Timely가 웹툰 포맷이란 것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소수의 만화마니아를 제외하고 더 이상 종이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만화독자 대부분이 아직도 종이책을 소장한다.

디지털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종이책 시장이 없어지진 않는다.


“미국에서는 상당 기간 하드커버 코믹스 종이책과 디지털 시장이 공존할 것이라고 봅니다. 꾸준히 소장할 사람도 있고, 디지털로 볼 사람도 있을 겁니다. Timely는 하드카피를 문학서적처럼 취급하고, 디지털시장은 새로 생긴 판매대로 보고 있습니다. 배급망이 추가 됐다고 생각하고 플랫폼 같은 디지털 유통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웹으로 보는 코믹스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요. 불법 다운로드 역시 팽배해 있고. 미국도 만만치 않아서 그와 관련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온라인상에서 파일을 불법으로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 솔직히 우리는 모릅니다. 그걸 알 도리도 없습니다.”


할리우드는 스튜디오 차원에서도 불법 복제 영상물과 오랜 시간 싸우고 있다.

쏟아 붓는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의견도 많다.


“내 생각에는 불법 다운로드의 확장세보다 우리가 성장하는 속도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불법 다운로드는 사실 혼자보다는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AC코믹스, 독립 레이블들과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불법 다운로드는 근절되지 않는다.

다만 정상적인 시장이 그 몇 배가 성장한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용요금 역시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유료 디지털 플랫폼과 스마트폰 환경에 아주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주요 시장 중에서 중국 정도를 빼고는 불법 이용자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우리는 WAW24의 서비스를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Timely Comics 사업에서 가장 큰 성장 분야가 디지털 코믹스이기 때문이다.


“현재 2~3억 달러의 코믹스 매출 가운데 상당부분을 인터넷 다운로드에서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 매해 디지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한국에서는 DVD 타이틀이나 종이만화책 매출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 일본, 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영화 DVD, 만화책 판매 비중이 온라인 매출보다 훨씬 크다.

앞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당장은 출판물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케이트 비숍이 호크아이를 계승하진 않아요?”


비즈니스 문제에서 콘텐츠로 화제를 돌렸다.


“알 수 없습니다.”

“.....?”

“다만 호크아이 솔로 스토리가 내년 연재를 시작합니다. 케이트 비숍이 다른 파트너들보다 클린트(호크아이)와 팀을 더 자주 이룰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디 케이트 비숍도 아마데우스 조처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듣기에 따라 압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너가 하는 말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삶의 케이트 비숍 캐릭터가 아시안으로 바뀌었다.

본래라면 2005년에 첫 등장한 케이트 비숍(여성 호크아이)이 푸른 눈동자의 흑발 백인 소녀여야 했다.

류지호가 개입하게 됨으로써 한국계 소녀로 인종이 바뀌었다.

그것도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오리지널 한국인이다.

엄마가 한국 국가대표 양궁선수 출신이며 아빠는 한국의 재벌이다.

한국 이름은 정슬기.

이번 삶에서는 <Young Avengers>에서 활약 중이다.

케이트 비숍이 탄생할 때,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4연패 중이었다.

20년 넘게 세계 최강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무려 올림픽 6연패 중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체육수업에 양궁이 포함되어 있어서 모든 한국의 어린이들이 양궁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을까.

류지호도 지인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다.

대한민국 남자 어린이는 태권도, 여자 어린이는 양궁이 기본이라고.

케이트 비숍을 창조한 작가는 류지호와 인연이 제법 있다.

류지호가 기획한 <섹스 앤드 더 시티>와 <그레이 아나토미>의 각본가로 참여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류지호는 작가에게 한국의 애기살을 소개했다.

비잔티움제국과 인도 등에서 사용된 편전을 알려주기도 했다.

작가는 한국의 궁도협회까지 찾아갔다.

조선시대 애기살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원리까지 배우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Young Avengers>에서 중요한 순간 케이트 비숍이 특수하게 제작된 편전을 암살무기처럼 사용하는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암튼 2005년 처음 연재를 시작한 <Young Avengers>는 십대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적 올바름’의 영향 때문이지 시대의 화두인지 모르겠지만, 마이너리티가 넘치는 팀 구성을 보여준다.

흑인, 아시아계, 성 소수자, 혼혈, 편부모 가정 출신 등.

질풍노도의 십대답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StreamFlicks에서 TCU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획 중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캐릭터들로 만들어진다고.”

“그 중에 제시카 존스가 있어요. 그 시리즈에 케이트 비숍을 사이드킥으로 출연시킬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전 삶에서 <데어데블>에 등장했다가 단독 TV시리즈로 독립한 <퍼니셔>처럼.

시청자 반응에 따라서 케이트 비숍도 가지치기를 해 나가는 전략을 궁리 중이다.


“아마데우스 조는 어떻게 됩니까?”

“모릅니다.”


편집장이 모르면 누가 안다고....

류지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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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나의적은나
    작성일
    24.07.02 09:14
    No. 1

    디즈니와 마블을 말아먹은 염병할 PC타령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4.07.02 09:33
    No. 2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4.07.02 14:47
    No. 3

    90년대는 마블 작가들이 독립해서 이미지 코믹스 만든 시기기도 하죠. 스폰이 그렇게 탄생한 작품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해진 작가). 한국계 만화가 짐 리 (엑스맨으로 유명해짐)도 그중 하나였고. 전 짐 리보다 재이 리가 더 좋았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7.03 00:57
    No. 4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7.04 11:31
    No. 5

    원작은 그 시대상을 표현한거기에
    지금 마음에 안든다고 수정하는 밀은
    절대 반대 입니다.
    인어공주는 붉은머리 백인이 그 시대에 맏는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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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 나르시시즘의 시대. (4) +5 24.06.24 1,054 67 25쪽
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099 69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109 62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137 67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3 24.06.19 1,103 62 28쪽
886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3) +2 24.06.18 1,119 67 23쪽
885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2) +2 24.06.17 1,168 64 27쪽
884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1) +4 24.06.15 1,214 68 23쪽
883 Think The Unthinkable! (4) +3 24.06.14 1,161 65 25쪽
882 Think The Unthinkable! (3) +6 24.06.13 1,184 59 24쪽
881 Think The Unthinkable! (2) +6 24.06.12 1,179 62 28쪽
880 Think The Unthinkable! (1) +8 24.06.11 1,198 68 25쪽
879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4) +3 24.06.10 1,217 71 23쪽
878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3) +2 24.06.08 1,219 77 23쪽
877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2) +5 24.06.07 1,177 72 24쪽
876 우리 보스께서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 (1) +4 24.06.06 1,220 69 23쪽
875 이기적인 행동의 끝이 어디인지 한 번 가봅시다! (2) +3 24.06.05 1,164 6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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