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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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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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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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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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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줄 알론소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헐크를 계승하진 않고요?”


아줄 알론소가 한숨을 내쉬고는 난감한 투로 말했다.


“조카가 그러더군요. 아마데우스 조가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일단 조카를 안심시키긴 했습니다.”


참고로 아줄 알론소의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러니 조카라고 칭한 아이 역시 한국계일 수밖에 없다.

아마데우스 조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는 Timely팬들은 그가 헐크가 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차라리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면 몰라도.

Timely 셰계관 공식 설정상 지구 7위를 차지하는 두뇌를 자랑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음.”


사실은 골치 아픈 문제다.

<Young Avengers>는 코믹스 스토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 TCU 페이즈Ⅳ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에.


“다양성이 화두죠.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짜 다양성을 추구하려면 미국 작가들하고만 작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과도 협업을 모색해 보길 바랍니다.”


아줄 알론소는 멕시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다.

때문에 Timely 히어로들의 인종문제에서 많이 열려 있다.

흑인 스파이더맨, 동성애자 히어로, 무슬림 여성 히어로 등.

이전 삶에서는 그가 내놓았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런데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믹북이 2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예전만 못한 만화책 시장에서 엄청난 히트였다.

논란이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불러와 코믹스팬이 아닌 사람들까지 사서 봤을 정도다.

그것으로 LOG company의 오판이 시작되었다.

다양성이 돈이 된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고, 결국 폭주하게 되었으니까.

TCU의 멀티버스 사가 이후의 세계관이 진성 Timely팬에게까지 비판을 받았던 판단의 시작이 코믹북 매출이었다.

Timely Comics에서 비백인 편집장이 새롭게 임명되고, 여성 편집인이 늘어났다고 해서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PC' 묻은 콘텐츠의 매출에서 기인했다.

LOG company 내부적으로 ‘PC주의’ 신봉자들이 경영권과 의사결정을 장악한 것도 크게 작용했었지만.

아줄 알론소와 새롭게 합류한 여성 편집장들은 기존의 코믹스 방향과는 다른 다양성 작품들을 속속 내놓게 된다.

앞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좀 더 주체적인 위치에서 히어로 팀을 이끄는 리더로 등장하게 된다.


“히어로 코믹스를 잘 읽지 않는 여성 독자층을 유인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TCU까지 확장하길 기대합니다만.... 나와 Timely가 보기에 기존 올드 타임리 팬들만으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모든 인종, 모든 국가, 남녀노소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Timely는 세상의 질서와 이념을 뒤집어엎는 혁명가 집단이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요. 다양성조차 하나에 카테고리화 되면 더 이상 다양성이 아닌 겁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70년이 넘은 시간 동안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지워지는 불상사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잘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건드려서 망치지 말고.

더 현대적이고 더 시의성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새로 개발하라는 의미다.

전형적인 사이드킥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Timely 세계관 안에서 천재적 두뇌와 맥가이버식 재치가 빛을 발하면서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한 아마데우스 조의 사례처럼.


“결코 쉬운 길로만 가지 않겠습니다.”


스파이더맨을 가지고 흑인, 여성, 무슬림으로 활용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베리에이션(variation)일 뿐.

차라리 동아시아에서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요괴 구미호(九尾狐)에 히어로 슈트를 입히는 것이 혁신에 가깝다.

혹은 아프리카 물소를 키우던 딩카족 목동이 미국에서 래퍼로 성공하고 또 한편으로 물소의 뿔과 근력을 활용해 슈퍼히어로 활동을 벌이는 설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고로 딩카족의 평균 신장이 190cm다.

전투민족으로 유명하고.

미국 중심 그리고 성경에서 한 발만 떨어져 생각하고 시선을 세계 곳곳으로 돌리면 다양한 문화를 가져다 쓸 수가 있다.

이전 삶의 LOG나 현재의 아줄 알론소나 미국적 사고에 갇혀서 ‘다양성‘을 인식하고 있다.

안전할 길로 가기 위해서 기존의 슈퍼히어로의 인종을 바꾸고 성별만 바꾼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라고 우겨댄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다양성‘이 아니라 그저 ‘상술‘일 뿐이다.

암튼 2014년부터 한국계 히어로들이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속 캐릭터도 등장한다.

심지어 필리핀계 히어로도 탄생한다.

정식 세계관은 아니다.

주로 비디오게임, 웹툰 등에서 지역 맞춤형 전략으로 데뷔시킬 계획이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되면 정식 세계관으로 들어오게 된다.


‘나중에 <뉴 어벤저스 오브 아틀라스> 판권을 사다가 WaW에서 아시아판 <어벤져스>를 제작해 볼 수 있겠지.’


이전 삶에서는 2019년 <워 오브 렐름> 이벤트에서 지미 우를 중심으로 아시아계 영웅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었다.

팀 멤버 중 다섯이 한국계 히어로였다.

StreamFlicks에서 K-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게 된다면.

혹은 다솜미디어의 버라이어티채널을 통해서라도

아시아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는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만 했다.


“혹시 <프리스트>라고... 한국 코믹스가 원작인데 아십니까?”

“잘 알죠.”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

“코믹스 실사화가 망하는 것은... 언제나 원작을 존중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만화 <프리스트>가 소닉-콜롬비아스 산하 공포·스릴러 전문 프로덕션 스크린잼스에서 제작됐다.

6,000만 달러짜리 예산치곤 영화를 너무 못 만들었다.

소설, 만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화의 성공은 어렵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할리우드에 알려준 영화다.


“제발 부탁입니다. Timely 영화를 다른 스튜디오에서 제작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아니 모든 Timely 실사화 영화를 Timely West에서만 컨트롤 하게 해주십시오.”


뜨끔.


WaW에서 아시아판 히어로 무비를 제작해볼 생각을 꿰뚫어보기로 한 것일까.

절묘한 타이밍에 말을 꺼낸 아줄 알론소 편집장이었다.


“하하. 좋은 쪽으로 되지 않을까...합니다. 아마도.”


나중에 어찌 될지 알고 덥석 약속부터 할까.

자신이 한 말을 쉽게 뒤집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 ✻ ✻


오랜만에 뉴욕 방문이었다.

만나자는 이도 많고, 각종 행사 초대장도 나날이 쌓여갔다.

류지호는 중요한 미팅만 선별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롱아일랜드 파커저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데이트 할까?”

“아기들은?”

“어머니에게 봐달라고 하지 뭐.”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긴 부부가 맨해튼으로 나들이에 나섰다.

데이트 행선지로 정한 곳은 맨해튼의 예술의 거리 소호였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을 뿐 따로 변장을 하진 않았다.

간혹 긴가민가한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러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경호팀도 노출경호와 위장경호를 적절히 섞어서 부부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간혹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줬다.


- Kimchi Chic.


The New York Times 섹션인 Dining and Wine에서 한식을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었다.

지난 2005년이었다.

맨해튼에서 한식당 다섯 곳이 연달아 개업했다.

일식당만 찾던 뉴욕커들이 한국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때는 제법 잘 나갔다.

불경기에 따른 여파로 최근에는 맨해튼 한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

특히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 가운데 하나였던 우래옥마저 건물 임대기간 만료와 오랜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소호의 레스토랑을 최근 폐업했다.

이 시기의 맨해튼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은 ‘가람’이 유일했다.

가온웨딩컴퍼니의 북미법인이 투자했는데, 웨딩앨범 촬영장소와 결혼 피로연을 위해 90년대 말에 개업한 정통 한식당이다.

한식당이라고 해서 퀸즈 한인타운의 한국식 고깃집 인테리어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서양식 레스토랑 실내 인테리어로 고급화를 추구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모델 지망생 등 수려한 외모의 현지인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쉐프와 재료도 최고만 추구하고 있고.

별 한 개도 받기 어렵다는 The New York Times 음식 평가에서 별 두 개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류지호의 장인장모, 의형 매튜 그레이엄의 단골 레스토랑이기도 하고.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들도 자주 찾는다.

뉴욕의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다.

한식이 건강에 좋고 음식 맛도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식당 가람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쳐다보던 레오나가 물었다.


“몇 년 계약이야?”

“20년짜리였던가, 그럴걸.”


한식당 가람이 입주해 있는 유럽풍의 5층 건물의 건물주가 류지호다.

업주와 장기계약을 해주었다.

손님이 없어 매달 적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폐업할 걱정이 없다.

가온웨딩컴퍼니 뉴욕 지점이 어떻게 해서든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줄 테니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예약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테이블을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으로 보이는 손님은 두개 테이블만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손님이 비아시안이다.

류지호 부부는 잘생긴 남자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예약석에 자리를 잡았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메뉴를 고르고 있는데, 홀 매니저가 찾아와 인사를 했다.

사장까지 일부러 찾아와서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잠시 후.


노부부가 류지호 부부의 테이블로 찾아왔다.

전 유니벌스뮤직그룹 회장, 현 소닉에픽뮤직그룹 회장인 덱스 모리스와 그의 아내다.

서로 안부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메인 셰프가 찾아와 메뉴판에 있는 한국음식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한식을 접해보지 못한 모리스 부부가 메뉴를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되는 친절이었다.

참고로 메인 셰프가 직접 테이블까지 나온 경우는 지난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방문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손님들의 시선이 류지호 테이블로 모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EMI 인수가 쉽지 않지?”


저녁식사가 중반을 넘어서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대화로 넘어갔다.


“최근 SEMG에 제안이 하나 가지 않았어요?”

“왜 워너-타임이 아니라 우리지?”

“워너-타임이 자꾸만 따로 놀려고 해서요.”


덱스 모리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지난 2009년이었다.

UMG, SEMG, EMI, NeTube가 온라인 M·TV를 표방하며 뮤직비디오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VeVo를 런칭했다.

메이저 중에서 워너-타임뮤직만 합류하지 않았다.

당시에 VeVo의 산파역을 했던 인물이 덱스 모리스였다.

그는 온라인 분야에서 음반사업자가 아닌 MacIntosh, Amazonia.com 같은 플랫폼 판매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류지호의 추천으로 Spotty-M이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긴 했지만, 아이튠즈의 디지털 음원시장 점유율과 비교하면 안쓰러운 상황이다.

덱스 모리스는 뮤직 비디오만큼은 자신들이 주도하면서 수익을 취해야 한다면서 경쟁사들을 설득했다.

꾸준한 설득 끝에 뮤직비디오 전문 스트리밍 VeVo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처음 런칭할 당시에는 겨우 20여 개 광고만 붙었다.

2년이 지나서 50여 곳으로 늘었다.


“빅4가 너무 협조가 잘되면, 담합 소릴 듣네.”

“그래서 덱스 의견은 어떤데요?”

“클래식 퍼블리싱 사업만 가져오는 건 조금 아쉬워....”


UMG의 EMI 인수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은 독과점이다.

EU집행위는 합병 후 UMG의 유럽에서의 점유율을 40%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가져오라고 요구 했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것이 EMI 클래식 부문이다.

만약 두 기업이 합병을 하게 된다면 유럽 클래식 음반시장에서 64%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소닉에픽뮤직그룹에 EMI를 분할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EMI의 음악사업(레코드 레이블)과 유통사업 부문은 UMG가 인수하고, 클래식음악 퍼블리싱은 소닉에픽뮤직그룹이 인수하는 제안이었다.


“SEMG의 미국 본사 실적이 좋지 못해 현금이 많이 부족하다면서요?”

“.....”

“UMG에 월가 사모펀드들과 딜을 해보라고 해야겠네요.”


사실 칼자루는 UMG가 쥐고 있다.

소닉에픽뮤직그룹으로서는 UMG의 제안을 무턱대고 거절할 수 없었다.


“EMI 클래식과 버진 클래식만?”

“자세한 건 덱스가 직접 루크에게 물어보세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한데... 자네도 알다시피 미국본사 사정이 썩 좋지 못해.”


소닉에픽뮤직그룹 북미법인의 실적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맨해튼의 본사 건물 매각 소문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그러니까 덱스를 구원투수로 불렀겠죠.”

“괜히 골치 아픈 자리를 떠안았나 싶어. 말년에....”

“잘해내실 겁니다.”

“모두가 내게 의문부호를 던지는데, 경쟁 회사 오너가 믿어주는 군.”


실제로 덱스 모리스는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산하의 몇 개 레이블을 합병하고, 그렇게 합병한 레코드 레이블을 다시 RCA Records에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시행 중이다.

참고로 RCA는 콜롬비아스, 에픽과 함께 소닉에픽뮤직그룹의 주력 음반사다.


“위트니는 여전합니까?”

“그건 왜?”

“궁금하니까 묻죠.”

“위트니도 자네 레이블로 데려가려고?”


한때 ‘3대 디바’라고 불린 마리 디온과 마리아 캐리는 이미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로 옮겨 온 상태다.

만약 위트니 휴스턴까지 유니벌스뮤직그룹 레이블과 계약하게 된다면 ‘3대 디바’를 모두 소속 가수로 두게 된다.


“불가능하단 건 덱스가 더 잘 알잖아요.”


위트니 휴스턴은 데뷔부터 현재까지 Arista Records과 쭉 함께 하고 있다.

레이블의 사장이자 프로듀서가 위트니 휴스턴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파트너다.

멘토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결별할 리가 없다.

정 위트니 휴스턴을 영입하고 싶다면 Arista Records를 인수해야 한다.

모회사인 RCA가 매각할 리가 없다.


“여전히 안 좋아.”


덱스 모리스는 음악계에 몸담은 이후로 망가진 가수를 한 둘 본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위트니 휴스턴에 대해 말하면서도 어떤 연민도 없이 담담하기만 했다.

그녀의 비극은 결혼생활부터 시작됐다.

남편이란 작자는 2003년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6번이나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위트니 휴스턴은 술과 마약에 빠져들었고.

전성기 시절의 그녀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11개의 1위곡을 기록한 위대한 팝의 디바였다.

1992년 이후로는 단 한 곡만이 1위에 올랐을 뿐.

잊힌 가수가 되었다.

2000년대에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채 재활시설을 들락거렸다.


“완벽에 가까웠던 목소리는 거친 쇳소리가 날 정도로 상했어. 고음을 내지 못해 자신의 노래를 제 음역으로 부르지 못하지.”


음악보다는 주로 사생활과 가십 위주로 언론의 도마 위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랜 팬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두가 끝났다고 한다.

맞다.

그녀는 빛을 잃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를 떠올릴 때면 디바라는 화려했던 모습보다는 마약중독, 사생활 문제를 먼저 떠올리게 되니까.


“재작년엔가 낸 앨범이 괜찮지 않았어요?”

“마지막 불꽃이었지.”


이혼한 뒤, 멘토와 다시 한 번 손잡고 새 앨범을 발표했다.

<I Look To You>였다.

잠시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올해는 1976년 개봉한 영화 <Sparkle> 리메이크의 제작자로도 나섰다.

안타깝게도 흥행은 비관적이다.

작년에는 한국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도 나섰다.

야심차게 재개한 월드투어가 날개 잃은 천사의 추락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을 뿐.

이제는 재기불능의 처지가 되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지인들에게 100달러를 빌려서 생활할 정도라던데. 파산설도 돌고.”

“그 정도는 아냐.”

“마약 때문에 루머가 도는 모양이군요?”


위트니 휴스턴은 마약을 완전히 끊지 못했다.

재기에 실패하면서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네 가수도 아닌데 왜 관심을 가져?”

“동료잖아요.”

“.....참. 자네는 알다가도 모르겠어.”


덱스 모리스는 류지호의 저런 모습이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쓸데없는 참견이나 간섭 혹은 값싼 연민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아니다.

자신의 사람을 끔찍이 챙기는 것이 진심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로서는 감상주의적 태도로 어떻게 거대한 JHO를 일궈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이보게.”

“예?”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은 우리가 돌봐줘야 할 아기가 아니야. 자신이 한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해. 계약관계로 맺어진 파트너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자네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 없어. 연민까지는 좋지만, 너무 감정이입하진 말게.”


글쎄....

명색이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감정이입(공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창작활동을 하지 말란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류지호는 오래 전부터 위트니 휴스턴을 모른척하지 않았다.

꾸준히 UMG 산하 레이블로 데려오려고 노력했다.

그 때문에 음반업계에서는 류지호가 ‘3대 디바’를 수집하려고 한다고 수군대기도 했고.

아쉽게도 위트니 휴스턴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Arista Records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소닉에픽뮤직그룹 역시도 그녀를 놔줄 생각이 없었고.

비록 그녀가 한 물 갔다고 해도 히트곡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에.

마이키 잭슨의 재기(?)를 보며 소닉에픽뮤직그룹이 소속 가수 단속에 바짝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도 하고.


“아무리 자네라도 그녀를 예전으로 돌려놓을 수 없을 거야.”

“예전으로 돌리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럴 수도 없고.”

“그럼 왜?”

“안타까워서요.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퇴장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디바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쓸쓸히 잊힌다면 마음이 안 좋잖아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아무나 못하는 거다.

특히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어쨌거나 덱스 모리스에게 위트 휴스턴 문제는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MJ는....?”

“바쁘게 지내고 있죠. 곧 투어를 시작할 것 같아요.”

“내가 죽기 전에 MJ의 앨범이 나오다니... 왜 자네를 미다스의 손이라고 하는지 알겠어.”

“SEMG에 있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위트니도 자네에게 가면 구원 받을 수 있을까?”

“몰라요.”


그녀의 재기는 류지호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은퇴시킬 생각은 있다.

암튼 소닉에픽뮤직그룹은 마이키 잭슨과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중이다.

솔직히 그가 화려하게 재기할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 소닉에픽뮤직그룹 회장 앤서니 모톨라는 미국 대중음악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마이키 잭슨에 이어서 전 부인인 마리아 캐리까지 UMG에 빼앗기고 말았다.

천하의 바보가 되었다.

음악업계에서 놀림감으로 전락했다.

본래라면 앤서니 모톨라의 수작질로 마이키 잭슨과 마리아 캐리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이번엔 아니다.

그들의 보호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스터 할리우드였으니까.

자칫 수작을 부렸다가 류지호와 갈등이라도 벌이게 된다면.

누가 손해를 보게 될지는 쉽게 예상이 되는 일이다.

물론 제니 로페즈를 이용해서 마리아 캐리를 엿 먹인 일이 있긴 했다.

<Loverboy> 무단 샘플링 사건이다.

법정 소송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마리아 캐리와 제니 로페즈 사이의 불화가 시작된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둘 사이가 좋지 못하다.

배후에서 수작부린 것이 바로 앤서니 모톨라다.

암튼 류지호는 위트 휴스턴이 월드투어를 재개했을 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응원을 보냈다.

성공을 기원했건만....

당시 그녀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던 모양이다.

더 이상 ‘환상적인 과거’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월드투어 내내 힘겨운 모습을 보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는 해냈다.

혹자들은 억지로 투어를 감행했다고 떠들어댔다.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일부 팬들이 그녀의 망가진 목소리가 너무 고통스러워 공연 도중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그녀가 처한 역경을 이겨내길 바랐기 때문이다.

누구도 잘나갔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저 끊임없이 평범해진 현재와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삶이 그런 거다.


‘토니도 아프고 맥도 아프고... MJ는 여전히 아프고.’


아직 한창임에도 아픈 이들이 너무 많았다.

몸이 아프니까 마음도 아픈 것인지.

마음에 골병이 들어 육체까지 망가진 것인지.


“위트니가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말아주세요.”

“멘토인 클라이브가 잘 돌 봐 줄 걸세.”


이전 삶에 얽매여서 오지랖을 떨지 말자고 수도 없이 다짐하곤 한다.

류지호는 것이 잘 안 된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살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고 어디서 올까.

책임감이다.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때 비로소 표출되는 정신 에너지다.

책임감이야 말로 류지호의 삶을 발전시켜 준 큰 힘이었다.

류지호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갖게 되었다.

더는 이룰 것도 별로 없어 보일 정도로.

그런 그가 남은 삶을 살아갈 동력이 뭘까.

바로 책임감이다.

삶의 궁극적 목적을 찾아 헤매는 도덕적 삶은 그의 길이 아니다.

그래서 류지호는 종교가 없다.

누군가 그랬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졌거나 진화해 온 것이 인간이라고.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커다란 기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기쁨이라도 여러 번 자주 쌓였을 때 인간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행복이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서 온다고 한다.


‘깊고 심오한 삶의 목적을 찾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렇게 하다보면 소소한 기쁨들이 자주 찾아올 터.

그것에서 보람을 느끼다보면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두 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류지호 삶에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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