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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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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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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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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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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을 거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여름에 뉴욕에 왔다가 완연한 가을이 되어서야 LA로 돌아왔다.

LA의 가을 날씨는 여전했다.

낮에는 덥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

일교차가 제법 크다.

처음으로 LA를 방문하는 이들이 옷차림에서 난감해하는 시기다.

암튼 LA로 복귀한 류지호는 <tsogang> 프로젝트부터 챙겼다.

할리우드 업계에서는 무수한 영화가 기획되고 또 그 만큼 무산된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파이낸싱과 캐스팅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 어떤 영화 투자·배급사나 캐스팅을 투자결정에 가장 중요 요소로 여긴다.

티켓 파워를 가진 특급 스타를 원할 경우가 많다.

명성 높은 감독과 주연배우 캐스팅은 영화 파이낸싱에서 필수요건이다.

특정 타깃을 겨냥한 영화는 조금 다르지만.

가령 B급 영화와 다이렉트 비디오 전문 영화사 디멘션필름은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콘셉트와 예산이 우선시 된다.

류지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JHO Pictures는 여타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영화사의 의사결정 구조와 다른 편이다.

류지호가 기획한 영화는 프리패스다.

프로듀서가 투자·배급사를 찾아가 굽실거릴 이유가 없다.

스튜디오 간부들과 대화를 풀기가 매우 쉽다.

JHO Company 계열 투자배급사들도 딱히 불만이 없다.

흥행이 보장된 류지호가 연출하고 예산도 대체로 합리적인 편이기에.

이번에는 ‘필름 영화 파괴자’라는 이명으로까지 불리는 류지호가 필름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서 노이즈마케팅 요소까지 감안이 되었다.


“버젯을 5,000만 달러에 맞추려고 했더니 ParaMax에서 그렇게 해 줄 수 없대.”


게리 캠프가 투덜댔다.

내심 류지호가 제작비 일부를 부담해 주길 바라면서.


“제작비가 부족할 것 같아요?”

“해외 올 로케이션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빡빡하지.”

“아프리카 로케이션을 미국으로 돌리자니까요.”

“남아공에서 촬영하는 건 싫다며?”

“케냐 정부는 뭐래요?”

“촬영을 온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대.”


두 나라 정부가 제작비나 현물을 지원할 순 없다.

행정적 편의를 봐주는 것 정도.

아프리카에서 그것만 해도 엄청나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케냐는 한국의 가온그룹이 현지 업체들과 협업을 하고 있어서 제법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세로웨 촬영을 제외하고 남은 아프리카 분량을 케냐에서 찍는 걸로 검토해 봐요.”

“아프리카 분량을 전부 미국에서 찍을 순 없는 거야?”


류지호는 단호했다.


“안 됩니다!”


<tsogang> 미술팀이라면 미국의 사막지역에 1950년대 보츠와나 세로웨를 훌륭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현지 로케이션을 고집했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실제 아프리카 분위기까지 만들어낼 순 없기에.

<tsogang>은 전작인 <Christmas Cargo>과 마찬가지로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할 생각이다.

70mm 필름의 색감과 해상도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번 출장길에 영국도 들러서 올 거지?”

“그럴 생각이에요.”


잠시 베니스 영화제에 다녀올 계획이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컨테이젼>의 홍보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500만 달러 정도 예비비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새로 편성해 보세요.”

“좋았어! 건강하게 잘 다녀오게.”

“2주 후에 봐요.”


며칠 후.

류지호가 수행원들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니스로 날아갔다.


✻ ✻ ✻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는 한국영화가 단 한편만 초청되었다.

그 때문인지 필름마켓을 위해 방문한 업계관계자 외에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경쟁부문 초청작 <컨테이젼> 월드프로모션에 참석한 류지호는 포토콜에 참석한 후로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다.

머리를 시원하게 삭발한 친구 매트 데이만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헤이. Jay!”


현재 트라이-스텔라가 투자·배급하는 영화 <엘리시움>을 촬영하고 있다.

여담으로 처음 배역을 제안 받은 것은 래퍼 M&M이었다.

주요 촬영지 등 제작사와 큰 이견을 보인 끝에 탈락하고, 결국 매트 데이만에게 배역이 돌아갔다.

오랜 만에 만난 스티븐 사더버그가 류지호와 붙잡은 손에 힘을 잔뜩 줬다.


꽈악!


도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류지호는 그러려니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묘했는데.

서로 존중은 하지만, 친구는 되지 못하는 관계라고 할까.

스티븐 사더버그는 인터뷰를 잘하지 않는다.

가끔 인터뷰할 때마다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비판하곤 했다.

강연을 할 때는 작정하고 할리우드를 욕한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오너인 류지호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류지호의 덕을 본 주제에.

2000년이었다.

클루니와 사더버그가 <오션스 일레븐> 제작을 위해 설립한 영화사가 있었다.

섹션 에잇 프로덕션이다.

놀란의 <인썸니아>, 길로이의 <마이클 클레이튼>, 라이너의 <그녀가 모르는 그녀와 관한 소문> 및 클루니 본인이 직접 연출한 영화들을 제작했는데, 그들 영화에 류지호가 투자를 했다.

스티븐 사더버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감독의 비전과 철학이 담긴 영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메이저 중에 메이저 트라이-스텔라를 예로 들곤 했다.

덧붙여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의 영화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곤 했다.

정작 류지호가 ParaMax Entertainment를 통해서 독립·예술영화에 투자하면서 누구보다 비주류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음에도.


- 메이저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 시리즈 전략이 할리우드 영화를 망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열어젖힌 것은 조지프 루카스와 스티븐 아들러 감독이지만.

현대에 와서 꽃을 피운 것은 류지호다.

스티븐 사더버그는 류지호의 기획영화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삼류감독이었다면, 주목도 못 받았을 터.

도리어 손가락질 당했겠지만.

데뷔작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내놓은 영화마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덕분에 오만할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지호는 스티븐 소더버그 같은 감독들의 발언에 대해 일절 신경을 안 쓴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미 류지호 주변에는 스티븐 사더버그 같은 인간이 수두룩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태런티노와 고언형제다.


‘그런 쪽으로 끝판왕은 스티븐 아들러라고 할 수 있지.’


바쇼비츠 남매처럼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이가 까불지만 않으면, 류지호는 영화인들이 자신을 두고 뭐라 비난하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스티븐 사더버그는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촬영까지 한 후 최종적으로 편집까지 본인이 마무리하길 원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때문에 마찰이 잦았다.

그러니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어떤 면에서는 류지호와 비슷한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스티븐 사더버그는 다작 감독이다.

심지어 TV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열린 태도를 보여 왔다.

<컨테이젼>에 나름 콧대 높은 배우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스티븐 사더버그가 믿을 만한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 만큼 썩 훌륭한 감독이자 영화예술가다.


‘본인은 히치콕이나 큐브릭 급에 도달할 것이라 믿겠지만, 글쎄....’


어쨌든 섹션 에잇 프로덕션은 재능 있는 감독들을 잘 뒷받침하고 상업적인 성공에 연연하지 않으며 예술성에 비중을 두는 작품을 만드는 영화사로 좋은 평판을 쌓아왔다.

그러다 2006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영화 만드는 일이 사업이 되는 순간 그만 두기로 했다.”


너무 많은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다보니 자잘한 회의들이 많아져 진짜 영화를 할 수 없게 되었다나.

JHO Pictures와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섹션 에잇 프로덕션은 해체되고 공동설립자들이 따로 스모크 하우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클루니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모크 하우스는 그 동안 워너-타임 스튜디와 제휴계약을 맺고 있었다.

계약종료를 앞두고 트라이-스텔라로 옮겨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 특유의 긴장감 넘치면서 다이내믹한 스토리 전개를 기대한다면 졸음이 몰려올 영화다.”


기자회견장에서 스티븐 사더버그가 밝힌 영화 <컨테이젼>에 대한 소개였다.

셀프 디스도 아니고.

감독이 자기 영화 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컨테이젼>은 나름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다.

다만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나름 홍콩, 시카고, 애틀랜타, 일본, 한국, 샌프란시스코, 런던, 제네바 등 대규모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그런데 장대한 장면 연출을 선사하진 않는다.

오락성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대신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영화는 진지하고 묵직한 편이다.

가볍게 영화를 즐기려고 극장을 찾게 된다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컨테이젼>은 틀에 박힌 재난오락영화를 뛰어넘어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시대를 냉소하는 작품이다. 인류의 존망에 관한 주제를 다룰 때조차도 짜릿하고 달콤한 재미를 찾도록 중독된 이 시대에, 비록 건조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자극시켜보려는 스티븐의 시도에 지지를 보낸다.”


류지호 역시도 억지로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포장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호화 캐스팅으로 인해 영화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배우들도 오락영화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언행에 신경을 썼다.

바이러스 재앙 속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을 부각시킨 <아웃브레이크>같은 드라마틱한 재앙영화의 재미가 <컨테이젼>에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원래는 그렇게 홍보하면 안 된다.

관객들이 실망하든 말든.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홍보를 해야 첫 주 관객몰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로 벌벌 떠는 약한 인간들의 모습부터, 목숨 걸고 정체불명의 질병과 맞서다 자기 자신도 감염되는 전문가들, 대혼돈의 와중에도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사람, 치료약을 얻어내려고 전문가를 납치해 인질로 잡는 사람,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아수라장을 만들고 군 트럭까지 습격해 전투식량을 탈취하는 사람, 그런 와중에도 음모론을 퍼트려 유명세를 얻으려는 언론인 등. 우리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라는 미지의 것과 마주했을 때 보일 수 있는 황폐한 모습을 차갑게 담아낸다. 이 영화처럼 이기적으로 굴다가 다 같이 파멸되는 길로 가는 어리석은 결과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류지호는 영화를 홍보하는 동시에 ‘팬데믹(Pandemic)‘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14세기에는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절반 사망했고,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 사망, 1957년의 아시아 독감은 100만 명 사망, 1968년의 홍콩독감은 800만 명 사망, 2002년의 사스, 2003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의 신종플루까지. 지금 세계는 전염병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분명 영화 자체는 상업적으로 심심한 편이다.

다만 호화 캐스팅이 강점이랄까.

그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부가시장에서 돈을 좀 번다.

박스오피스는 본전치기에 머물게 되지만.

돈을 벌려고 했다면 <딥 임팩트>나 <아마게돈>처럼 찍었어야 했다.

메가폰도 스티븐 사더버그에게 맡기지 않았고.

배급을 맡은 이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류지호는 멋모르고 재난블록버스터인줄 알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사기를 치지 않는 정직한(?) 홍보를 이어갔다.

더해서 류지호는 영화보다는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인류가 경각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 ✻ ✻


<컨테이젼> 월드프리미어와 뒤풀이 파티만 소화한 류지호가 바쁘게 리도섬을 떠났다.

바로 영국으로 넘어가지 않고 비아레지오로 향했다.

그곳에서 유럽 최대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AB Yachts 본사가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두 개의 요트 전문 기업을 더 방문했다.

이탈리아는 요트의 최대 건조 국가다.

다음으로는 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 순이다.

특히 슈퍼급 이상 요트 부문에서 독일과 함께 최대 건조를 자랑한다.

류지호가 가장 먼저 방문한 AB Yachts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메가요트 건조 기록을 9년째 이어오는 기업이다.

베니스영화에서 열심히 <컨테이젼>을 홍보하고.

인류에게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주문했건만.

정작 매스컴의 관심은 류지호가 이탈리아 최대 요트 회사들을 잇달아 방문한 사실에 쏟아졌다.


[미스터 할리우드, 유럽의 럭셔리 요트 브랜드에 관심.]

[불황에도 끄떡없는 요트사업, 미스터 할리우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길까....]

[슈퍼리치 가운데 유일하게 럭셔리 요트를 소유하지 않고 있는 검소한 미스터 할리우드.]

[메가요트 구입하는 김에 조선소까지 M&A?]


영국으로 넘어온 이후로도 선시커, 페어라인, 프린세스 등 럭셔리 요트 제작사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뉴스가 나가고 독일과 네덜란드의 럭셔리 요트 회사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세계 굴지의 요트 회사들은 향후 4~5년의 건조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자신들의 건조 능력을 상회하는 주문량이 기다라고 있다.

그럼에도 유명 요트 회사들이 들썩들썩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류지호가 타는 요트를 주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장 길고, 가장 비싸며, 가장 호화스러운 요트로 ‘Eclipse’가 꼽힌다.

러시아 부호이자 첼시의 구단주이며 억만장자가 소유주다.

건조 비용만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류지호가 구입하는 요트가 과연 러시아의 억만장자가 타는 요트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매스컴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다.

요트 업계에서는 최소한 ‘Rising Sun’ 정도 사양의 요트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약 3억 8천만 달러짜리 요트 수준 이상.

현재 건조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초호화 요트는 독일의 유명 요트사가 제작하고 있는 ‘Azzam’이다.

알려진 가격은 6억 달러다.

한화로 대략 7,000억 원짜리 요트.

서울 테헤란로의 초고층 빌딩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건조 중인 독일 요트사는 소유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중동의 왕족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암튼 세계 최고부자라는 류지호가 체면 때문에라도 시시한 요트를 제작하지 않을 터.

업계에서는 6~10억 달러짜리 요트를 수주함과 동시에 세계 최고 요트 타이틀까지 동시에 노려볼 수 있는 기회다.

류지호가 영국의 주요 요트 회사들과 잇따라 미팅을 하자, 총리실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UMG의 EMI 인수 건.

BSkyb M&A 건.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서 레킷 벤키저의 전향적인 협조.

류지호와 영국 사이에서 복잡하면서 미묘한 사안들이 제법 있다.

총리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쩌랴.

류지호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글로벌 레저 보트 시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대략 450억 달러.

금융위기, 장기 경기침체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 중에 하나가 레저 보트산업이다.

영국은 전통의 조선 강국이었다.

근대까지 그랬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에 밀린 지 오래다.

심지어 요트 분야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에게 밀린다.

이젠 네덜란드와 미국에도 밀려서 3대 요트 강국이란 말도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류지호의 메가요트 수주를 따낼 수만 있다면.

선박건조 강국의 무너진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터인데.


“미스트 할리우드는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주요 요트사 최고경영자들과 미팅 이후로 옥스퍼드 캠퍼스를 하루 종일 탐방하고 있습니다. 대학 관계자들과도 만나 차담을 나눈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옥스퍼드?”

“차기작 로케이션 후보지 가운데 하나랍니다.”

“다음 일정은 뭐랍니까?”

“왓포드를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거기도 촬영지랍니까?”

“트라이-스텔라의 촬영스튜디오가 왓포드에 있습니다.”

“선시커에서 뭐라고 합니까?”

“일단 요트회사를 M&A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로 메가요트 건조 능력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하고. 최근 메가요트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하와이제도의 섬을 상속받았다고 하더니 요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모양이군요.”

“특이할 사항이 있습니다.”

“뭡니까?”

“만약 이번에 요트를 주문하게 된다면 한 척이 아닐 것 같다는 겁니다.”

“오, 그래요?”

“최소 두 척을 동시에 주문할 것 같답니다.”

“메가요트를 두 척이나?”

“예. 선시커는 최소 10억 달러 수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의 요트산업은 대략 100여 곳의 중소기업들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초호화 대형요트는 단순히 선박 제작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기술과 실내 인테리어, 첨단 소재, 심지어 군사관련 장비까지 아우른다.

선박산업뿐만 아니라, 10여 개의 다양한 산업까지 파급효과가 있다.

영국의 요트회사가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수주를 따낼 수만 있다면, 가뜩이나 처참한 영국의 수출지표에서 작은 숨통이 되어줄 수 있다.

수십 개의 중소기업에게도 파급효과가 있고.


“영국의 요트회사가 수주를 따내면 건조할 여력은 된답니까?”

“메이저 두 곳이 각각 한 대씩 건조하면 가능할 것도 같답니다.”


참고로 대형요트 건조는 일반적으로 2~4년 정도 걸린다.

총리가 골치가 아픈 뒷목을 주무르며 투덜거렸다.


“반독점과 상관없는 요트회사나 하나 인수할 것이지....”


영국경제는 수출 감소,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준금리를 2년 넘게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총리와 집권당은 도청 파문 등으로 정치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고.

보수당이 주장하는 EU탈퇴 이슈로 인해 전례 없는 영국의 분열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가 불러온 유로존 위기와 그로 인한 영국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영국에게 무려 47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한 나라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외교에서 순수한 호의는 없는 법이다.

영국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걸 알기에 중국의 제안을 유보한 상태다.

영국은 내년에 열리게 될 런던올림픽이 반등의 기회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 정도로 경제분야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총리를 중심으로 영국의 경제관료들이 류지호를 놓고 복잡한 셈법을 돌리고 있을 때.

류지호는 왓포드, 맨체스터를 옮겨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런던으로 복귀해서는 피카딜리 서커스 옥외 광고판에 SANYO 대신 들어간 JHO 광고를 확인하며 흐뭇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파파라치가 줄기차게 쫒아 다녔다.

류지호가 신경 쓸 정도로 거추장스럽지는 않았다.


✻ ✻ ✻


9월 중순의 어느 날.

류지호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0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ivart's Hotel의 한 바.

등받이가 높은 의자가 인상적인 실내에 중동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몇몇 테이블에서는 중동 손님의 말을 열심히 받아쓰는 변호사도 보였다.

손님 중에서 아시안은 류지호가 유일했다.

Mivart's Hotel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것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다.

높은 등받이와 모조 대리석 기둥에 가려져 있는 테이블 배치는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이 호텔의 메뉴 가격은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싸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770파운드(약 136만원)짜리 벨루가 캐비어, 570파운드(약 101만원)짜리 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했다.

류지호 역시 마찬가지고.

그의 테이블에는 영국계 흑인배우와 그의 에이전트가 동석 중이다.

치웨텔루 에지오포(Chiwetelu Ejiofor).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영화·TV시리즈·연극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는 스티븐 아들러 감독의 <아미스타드>로 데뷔했는데, 최근에는 영국 BBC에서 제작, 방영하고 있는 범죄 수사 드라마 <루터>에도 나오고, 그 밖에도 다양한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노예12년>으로 대중에게 얼굴 도장을 찍었다.

보통 아프리카계 흑인배우들은 깡패, 마약중독자, 빈민 등 거칠거나 가난한 배역을 자주 맡게 되는데.

치웨텔루 에지오포는 지적인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다.

그것이 류지호에게 가산점을 받았다.

류지호는 <tsogang>의 주인공 배역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

많은 할리우드 흑인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전해오기도 했고.

최근까지 <하이트하우스 다운>과 류지호의 영화를 놓고 저울질 하던 에디 비숍을 유력한 주인공 물망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에디 비숍을 탈락시키고 치웨텔루 에지오포를 확정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 <노예 12년>의 인상이 류지호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각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 12년>에서 자유인이었지만 노예상에게 납치되어 12년 동안 억울한 노예생활을 하고 풀려난 캐릭터와 <tsogang>에서는 고귀한 부족장의 핏줄이었다가 왕위계승권을 박탈당해 평민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캐릭터를 치웨텔루 에지오포가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합류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치웨텔루 에지오포 대신에 에이전트가 먼저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


류지호가 뚱한 얼굴로 에이전트를 쳐다봤다.


“<노예 12년>은 내년 6월에 촬영을 시작해 7월 말에 크랭크업하는 일정입니다. 주로 뉴올리언스, 루이지애나 등지에서 7주간 촬영이 예정되어 있지요. 게리 캠프 프로듀서에게 듣기로 <tsogang>은 9월 중순 영국 런던에서 크랭크 인 한 후, 보츠와나와 케냐 등을 거쳐 2013년 1월 LA에서 크랭크업하는 일정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보인 류지호가 치웨텔루 에지오포에게 시선을 두고 물었다.


“츠와나어도 익혀야 하는데, 가능할까?”

“부모님이 나이지리아 출신입니다. 연극을 하면서 아프리카 각국의 언어에 대해 연구를 해본 적도 있고.”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ADR 할 수 있으니까, 너무 부담 갖진 마.”

“배려에 감사합니다.”


의도적인지 알 수 없지만, 치웨텔루 에지오포는 대화 내내 영국식 억양을 썼다.

실존 인물을 영화화 할 때 싱크로율을 많이 고려한다.

그런 면에서 치웨텔루 에지오포는 그리 좋은 캐스팅이 아닐 수도 있다.

실존 인물 세레체 카마와 외모 상으로 닮은 구석이 거의 없기에.

다만 흑인 캐릭터에 대한 전형성이 치웨텔루 에지오포에게 많이 묻어있지 않다는 것이 류지호에게 끌렸다.

영국에서 출연한 TV시리즈의 배역도 지적인 인물이었고, 첫 주연 작품이었던 <더티프리티 씽>에서는 의사 출신 불법 이민자를 연기했다.

<노예 12년>에서도 노예제의 피해자인 자유인이자 지식인이고.


“세레체 카마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무턱대고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그리진 않을 거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렵다.

의외로 쉽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이든 등장인물은 성격이나 마음가짐이 반드시 변화를 겪게 된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으로든.

그때 감독이 성격이 바뀐 결과에 집중하면 안 된다.

그 과정을 납득 가능하게 전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성격과 심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건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걸 놓치면 안 된다.

주요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태도가 변화했는데, 사건이 고정되어 있다면 캐릭터 역시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장편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모든 인물이 입체적일 필요는 없다.

도리어 스테레오타입의 인물을 주인공 주변에 잘 배치해야 한다.

익숙하고 친숙한 캐릭터들이 독자에게 이야기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제각각 역할과 기능이 있는 법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입체적이라면 이야기가 난잡해지고, 각각의 인물에게 집중이 잘 안 될 위험성이 크다.

때문에 익숙하고 뻔한 캐릭터들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든 망설이지 말고 물어봐.”

“이번 영화는 스펙터클한 영화가 아닌 걸로 아는데... 70mm 영화라고 들어서.”

“영국에도 알려진 모양이네.”

“이유가 있습니까?”

“이야기의 장대(長大)한 특성 때문이라고 할까....”

“Eye-MAX를 즐겨 작업하지 않으십니까?”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만 아프리카의 풍경과 환경을 담기에 울트라 파나비젼(Ultra Panavision) 화면비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 화면비는 큰 영화, 장대한 이야기에 적합하다고 보니까. 나는 이전에 Eye-MAX로 그런 재미를 많이 보기도 했고. 그렇다고 캐릭터들을 풍경 속의 부속물로 담겠다는 것은 아니야. 내 화면에 많은 영감을 준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오마주도 조금 있을 것 같고.”


사실은 영국의 제국주의를 까는 문제가 음흉하게 숨겨져 있지만.

참고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내용을 거칠게 압축하면 영국으로부터 온 한 사나이가 아랍민족주의에 불을 당기게 되고 아랍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사막의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다.

<tsogang>은 유럽의 제국주의의 희생자였던 아프리카인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자신의 조국에 정착시킨 이야기기고.

영국의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은근슬쩍 비판할 생각이다.


“한 인간의 장대한 이야기라.....”

“난 유럽이 특히 영국이 포장한 ‘세기의 로맨스‘ 스토리에는 관심 없어. 세레체 카마가 어떻게 자신의 조국에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게 됐는지가 메인 스토리가 될 거야.”


지독하게 가난한 아프리카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민주화 과정이 과연 재미가 있을까.

제 아무리 보조출연자를 수천 명씩 동원한 군중씬을 보여주고, 유혈충돌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줘도 서구 관객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상당수 유럽인들에게 아프리카는 1980년에 남아공에서 만든 영화 <부시맨>으로 기억되고 있기도 하고.

이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 가운데 하나임에도 서구권의 편견은 지독하리만치 견고했다.

그래서 류지호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영화를 풀어갈 생각이다.

<부시맨> 따위를 떠올리기 보다는 차라리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복수의 꽃>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번 영화는 그런 지독한 마이너스한 감정은 없어. 그래서 내면을 표현하는데 배우로써 꽤 어려울지도 몰라.”

“맡겨주십시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걱정 안 해. 잘 할 거야.”

류지호는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를 선호한다.

제 아무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배우를 캐스팅했더라도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면 따로 연기트레이닝을 받도록 할 때도 있고.

치웨텔루 에지오포는 연극무대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다.

연극 및 오페라 배우에게 시상하는 로런스 올리비에상 수상자다.

다양한 연기활동을 통해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따로 연기를 검증할 필요가 없다.


“보스.”


수행원으로 따라온 영업/마케팅 보좌 비서 애러너 오스틴이 영국의 부총리와 내무부장관이 차례로 면담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에서 남은 일정 잘 마치고 돌아가십시오.”

“연말에 LA에서 보자고.”


치웨텔루 에지오포 일행과 헤어진 류지호가 출장업무에 복귀했다.

로케이션 헌팅을 하는 틈틈이 부총리 겸 추밀원 원장을 비롯해 영국 관리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의사결정 권력도 많이 내려놓고 보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류지호의 업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산이 늘수록 편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작가의말

900회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오리지널에 없던 영화와 드라마가 세 편 정도 추가될 예정이고, 시간 대도 2020년대까지 이어질 계획이라서 적어도 1000화까지는 더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마무리 잘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한 회 한 회 연재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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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 나르시시즘의 시대. (3) +3 24.06.22 1,125 69 23쪽
889 나르시시즘의 시대. (2) +2 24.06.21 1,133 62 23쪽
888 나르시시즘의 시대. (1) +6 24.06.20 1,158 67 24쪽
887 노욕(老慾)과 노추(老醜). (4) +3 24.06.19 1,120 6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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