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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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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2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17 23:54
조회
29
추천
3
글자
12쪽

키스신 (3)

DUMMY

매니저는 차를 타고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반면 허공을 응시하며 가만히 서있는 차준혁.


‘잠깐.’


그는 우두커니 뭔가를 감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그가 손가락을 휘적거리며 발견한 것은.


【레벨업 시킬 페르소나를 선택하십시오.】

【▶차준혁】

【▶백민혁】


다름 아닌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페르소나를 레벨업할 수 있다는 문구가 보였던 상황.

그렇다는 건 대본 속의 백민혁 뿐 아니라 차준혁이라는 인물의 어떤 능력 또한 향상시킬 수 있는 뜻이었다.


‘이거 대박인데?’


잠시 멈칫하며 아리송한 표정의 차준혁이었다.

둘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현명한 선택일 지에 대한 판단.


‘아니, 애초에 이 두 개가 분리될 수 있는 개념인가?’


연기를 할 때엔 백민혁 부장이라는 인물에 몰입을 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백민혁 또한 차준혁이 살아온 인생과 감정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라는 건 칼로 무 자르듯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일단 보류해보자.’


급할 건 없었다.

아직 두 번째 촬영 날까진 하루의 시간이 남았었으니까.


“저기요.”


그때였다.

차준혁을 향해 날아오는 목소리.


“네?”

“차준혁 오빠 맞죠?”


후드티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의문의 소녀.

작은 체구의 그녀가 차준혁을 향해 부끄러운 듯 조심스레 다가왔다.


“저 오빠 데뷔했을 때부터 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차준혁은 앳돼 보이는 얼굴의 팬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자 소녀팬은 악세사리가 주렁주렁 달린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요청했다.


“저,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

“아유 그럼요!”


-찰칵! 찰칵! 찰칵!


대답을 마치기가 무섭게 연사로 사진을 찍는 그녀였다.

마치 패션모델처럼 표정과 손짓을 자유자재로 빠르게 바꾸는 그녀.


잠시 후.


“감사합니다 오빠! 저 진짜 팬이에요. 너무 잘생겼어요!”

“아유, 저도 압니다.”


너스레를 떠는 차준혁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이 어린 팬에게 물어볼 것이 생겼다는 것이 떠올랐다.


“맞다.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네? 당연하죠! 뭔데요? 설마 제 번호?”


이번엔 팬의 너스레에 당황스러워하는 차준혁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게 아니라. 요즘 제일 유행하는 챌린지가 뭐에요?”

“챌린지요? 음···. 고양이 챌린지죠 지금은!”

“고양이 챌린지?”


당최 무슨 내용인지 알 리가 없는 차준혁이었다.

챌린지라는 용어조차 팬카페에서 우연히 주워듣고는 검색해서 안 그였으니까.


“고양이 챌린지라.”

“오빠. 제가 이따 영상 찾아서 DM으로 보내드릴게요. 어때요?”

“오, 그럼 저야 좋죠. 감사해요!”


싱글벙글 뿌듯한 얼굴을 하며 손을 흔드는 소녀였다.

차준혁 또한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을 만나 사진도 찍어주고 소중한 정보까지 듣은 것에 대해 뿌듯한 심정이었다.


‘이제 갔겠지?’


소녀팬이 사라진 걸 본 후 차준혁은 자신이 사는 빌라에 들어갔다.

자칫 집의 위치가 노출됐다간 곤란해질 것이 뻔했으니까.


-솨아아.


먼저 욕실에서 촬영으로 찌든 땀을 씻어낸 차준혁은 개운함과 함께 거울을 바라보았다.

운동도 꾸준히 했는지 잔근육이 퍽 인상적이었다.


‘맞다. 나도 운동 좀 해야되는데.’


몸을 승계받은 입장에서 원래 주인이 하던 것을 게을리 하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지는 법이었다.

그는 냉장고에 있는 오렌지 주스를 마신 후 매니저의 차에서 가져온 뉴 매뉴얼 2화 대본을 읽었다.


‘역시. 2화도 조금씩 수정됐네.’


몇 주 전, 4화까지 대본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 받은 2화의 대본은 군데군데 수정한 흔적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차준혁의 새로운 모습을 반영해 백민혁 부장의 대사와 이야기의 사건 전개 같은 것을 재배치 혹은 수정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키스신이라···.’


차준혁은 약간의 피곤함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사실 오랜 기간 촬영을 했으니 곧장 뻗어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차준혁의 몸은 그렇지가 않았다.


‘역시 젊음이 좋다 야!’


그는 순간 새로 할 일이 떠올랐다.

바로 팬들에게 공유한 SNS 게시물이었다.


‘첫 촬영도 성공적으로 마쳤겠다. 팬들한테 이 사실을 공유해야지.’


차근차근 온스타그램 어플을 켜는 차준혁.

아직 작동법이 서투른 그였지만 메모장 어플에 적어둔 순서가 도움이 됐다.


‘아직까진 공책이 더 편한 거 같긴 하다만.’


차준혁은 누운 채로 핸드폰을 들었다.

침대에 누운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침대 셀카’를 찍기 위함이었다.


-찰칵!


‘원샷 원킬이잖아?’


한방에 만족스런 사진을 얻은 차준혁은 이제 게시물에 담을 글을 적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톡, 토독.


엄지손가락을 천천히 놀리며 그는 진심을 담아 팬들에게 전할 문구를 완성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차준혁입니다,,, 많이덥죠~? 무더운 여름이네요 하하^^ 저는 이맘때쯤이면 쿨의노래가 떠오르는데요,,]


상큼한 안부 인사로 시작한 그는.


[젊은 팬 여러분,, 재테크 중요합니다.... 코인이런거하지마시고 할거면 미국주식을 하시길,,,^^;;]


흡족한 표정의 차준혁은 확신에 찬 얼굴로 게시물을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띠링!

-띠링!

...


수 십개의 댓글이 곧장 달렸다.


-오빠!!!

-와진짜 차준혁맞네~~~ 글쓴거밬ㅋㅋ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차어르신.

-진짜 말투 부장님 같아욬ㅋㅋㅋㅋ

-미국주식 할게요 아빠.


부장님, 심지어 아빠라고도 부르는 팬들.

차준혁은 자신의 말투만은 포기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반응을 오히려 즐겼다.


‘핸드폰 만지는 것도 어려운데 말투까지 어떻게 신경 써.’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차준혁에게 온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동영상을 확인하세요.]


‘동영상?’


궁금증에 바로 확인해보는 차준혁이었다.

동영상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오빠 ㅋㅋㅋㅋ 저 좀 전에 사진찍은 팬이에용. 고양이 챌린지 영상보내드려욬ㅋㅋ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집 앞에서 만난 소녀팬이었다.

그녀는 약속대로 차준혁이 부탁한 고양이 챌린지 영상의 링크를 보내주었다.


-와, 감사합니다. 잘볼게요,, 약속 지켜주는 멋쟁이^^


차준혁식 감사의 인사를 남긴 후 그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러자.


[고고고양이 한마리가♬ 냥냥냐냥냥♬...]


챌린지에 걸맞는 30초가량의 짧은 동영상.

노래에 맞춰 요란한 춤을 추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고양이 챌린지?’


차준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챌린지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웠던 거였다니.


‘이런 노래는 누가 만드는 거야···?’


요새 유행은 도통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런 망측한 춤을 내가 어떻게 춰.’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챌린지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어볼 셈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도전하는 법.

차준혁에겐 지금 이 젊은 감성은 도저히 자신이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차준혁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바쁘게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휘적이는 그였다.


‘오, 역시 있다!’


차준혁은 아까 전 페르소나를 레벨업시킬 수 있다는 문구를 찾아냈다.

확실히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키워드가 보였다.


【유행】


다름 아닌 차준혁이라는 인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 중 하나였다.

만약 이 ‘유행’이라는 글자를 선택할 시 벌어질 일은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좀 더 감성이 젊어지는 건가?’


차준혁은 눈앞에 보이는 욕망에 잠시 사로잡혔다.

늦은 나이지만 마케팅을 공부했던 그는 유행에 대한 감각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야.’


잠시 ‘유행’을 레벨업 시킬까 고민하던 차준혁은 이내 고민을 접었다.

고작 챌린지에 목숨을 걸다니.

아니, 돈이 대체 뭐라고.


‘내가 미쳤지.’


순간 자신이 한심해지는 차준혁이었다.

돈은 얼마든지 연기로 많이 볼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왜 간과한 걸까?


‘빨리 써버려야지 이거.’


차준혁은 우매한 선택을 하기 전에 얼른 행동에 옮겼다.

이상한 것을 레벨업 시키기 전에 얼른 올바른 선택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내 선택은 바로···.’


차준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검지손가락으로 허공의 어느 지점을 콕하고 찍어 눌렀다.


그러자.


“그래. 이거지.”


【스킨십(Lv.3)】


차준혁은 자신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내일 모레에 있을 대망의 키스신.

그것에 가장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스킨십이라는 이 키워드였다.


‘포옹도 그정도였으니 키스는···.’


무슨 상상을 했는지 얼굴이 빨개진 차준혁이었다.


‘그래. 챌린지고 뭐고···. 이번 작품만 제대로 끝내자.’


차준혁은 굳은 결심을 했다.

팔자에도 없는 연기였지만 뉴 매뉴얼이란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눈에 띌 엄청난 기회란 걸 그는 알았으니까.


“하아암. 갑자기 피곤하네.”


어느새 긴장이 풀리자 잠이 쏟아지는 그였다.

그렇게 스르르 차준혁의 눈이 감겼다.


* * *


“드디어 오늘···. 그 날이네.”


차준혁은 결의에 찬 얼굴로 현관문에 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봤다.

오늘은 백민혁 부장과 유하린 사원의 키스신이 있는 날이었다.


‘아 떨려.’


나이 40 먹고 젊은 여배우와 키스신이라니.

그는 차명진 부장으로 살 당시 자신의 형편없는 키스 실력을 알았기에 잠시 걱정에 잠겼지만 이내 집어넣었다.


【스킨십(Lv.3)】


‘그렇지. 이것만 있으면 돼.’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차준혁이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현관을 나가려던 그 순간.


“아참. 제일 중요한 걸 깜빡할 뻔 했네.”


그는 거실 찬장에서 미리 준비해둔 간식을 하나 챙겨 마침내 집 밖에 나섰다.


“준혁아!”

“형. 대표님한테 한 소리 들었지?”


표정만 봐도 이젠 척 알 수 있는 장현우 매니저의 얼굴.

방금 전 전화로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이 갔다.


“에이, 아니야.”

“성화제과 광고 건 때문에? 징하다 그 깡패도.”

“뭐? 말조심해 준혁아···!”


깡패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 차준혁에게 매니저가 화들짝 놀랐다.

물론 실수로 말한 단어였지만 차준혁은 매니저의 얼굴을 보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진짜 깡패 출신인가? 심성일 대표.’


큰일날 뻔 했다며 혼자 안도의 한숨을 쉬던 매니저는 차준혁의 바지 주머니를 가리켰다.


“근데 주머니에 그건 뭐야?”

“아 이거?”


차준혁은 바지 주머니 속 불룩한 그것의 정체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폴로···?!”

“응. 아 형은 잘 모르려나. 추억의 간식인데.”


빨대 모양의 불량식품 간식.

휴일이었던 어제 차준혁이 어렵게 구한 것이었다.


매니저는 이리저리 나폴로를 만지작대다가 차준혁을 응시했다.


“촬영 때 먹으려고?”

“아니. 오늘 키스신 있잖아.”


차준혁의 엉뚱한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장현우 매니저였다.

그의 표정을 본 차준혁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었다.


“이따 보면 알아.”

“뭔데! 키스신이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준혁아.”

“아니야 그냥···! 간식이야 간식!”


오히려 숨기는 차준혁 때문에 더욱 궁금해지는 매니저였다.


하지만···.

차준혁에게는 큰 그림이 있었다.


‘해보자.’


그러면서 그는 나폴로 봉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형형색색의 빨대들 중 하나를 꺼내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키스신을 만들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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