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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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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3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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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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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주인공 (4)

DUMMY

상암에 위치한 Tns 방송국.

복도 끝 가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본부장실에선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오랜만인데? 이원식이 얼굴에 여유 있는 건.”


그러자 이원식 감독은 말없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자신의 이름값으로 비교적 쉽게 받아낸 편성 날짜.

그 날짜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차나 마실 여유가 없다는 것쯤은 이원식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중심이 잡혔어.’


내심 2% 정도 부족하다고 느꼈던 드라마 뉴 매뉴얼.

신인 작가 특유의 신선함과 반짝임은 분명 있었지만 완성도는 기성 작가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려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차준혁은···.’


너무나 예상 외였다.

외모가 남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연기력까지 그 정도였을 줄이야.

어쩌면 신은 ‘아주 몇 몇’의 사람에게는 가끔 모든 걸 내려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아니 형.”


강일환 본부장은 오랜만에 보는 이원식 감독의 모습에 몸을 앞으로 기울여 물었다.

이원식 감독이 Tns에서 갓 입봉했을 때의 그 패기어린 청년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 녀석의 눈빛은 분명 살아있었다.


“형이 봤어야 돼.”


말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닌 평소의 이원식 감독.

그러나 지금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높은 상태였다.

무언가의 이유 때문에 상기됐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뭐를.”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는 느낌의 강일환 본부장이었다.

이래봬도 드라마제작1팀의 높은 자리.

이원식 감독 정도가 아니면 감히 본부장실에서 독대를 할 수 없는 위치였다.


“결정했거든. 남주.”

“그래?”


이원식 감독의 대답에 강일환 본부장은 가벼운 숨을 내뱉었다.

회당 10억 원의 제작비가 책정된 텐트폴 드라마 <뉴 매뉴얼>.

편성도 그렇고, 제작비도 그렇고 채널에서 이만큼 밀어준다는 건 그만큼 큰 부담으로 동시에 다가오는 법이었다.


‘무조건 성공해야 돼.’


뉴 매뉴얼의 편성 채널은 다름 아닌 ‘왓칭’.

바로 Tns의 모기업이 보유한 토종 OTT였다.

글로벌 OTT인 넥스트림이 세계는 물론 한국까지 휩쓸고 있는 지금, 왓칭은 분명한 도전자의 위치였다.


‘내 직함이 걸려 있다.’


그야말로 출범 이후 적자에 허덕이는 왓칭.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의 몸값은 물론 모든 방면에서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지금, 드라마로 돈을 벌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원식 감독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기용해 최소한의 흥행은 확보하고자 한 것.


“너가 생각을 많이 했겠지.”

“음.”


이원식 감독은 턱을 긁적이다가 강일환 본부장을 보며 씩 웃었다.


“아니야 형. 사실 생각 많이 안 했어.”

“뭐?”

“보는 순간 딱 이거다 싶었거든.”


대체 뭔데 이럴까.

강일환 본부장은 이원식 감독의 다음 말을 듣기 전에 얼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준혁 어때. 뉴 매뉴얼 남주.”

“···차준혁?”


강일환은 생각보다 무게감 낮은 이름이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내렸다.

드라마 시장은 너무나도 냉정한 법.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얼굴이 제일 잘 생겼다는 차준혁이라 해도 배우는 무엇보다 연기를 잘해야 했다.


하지만.


“흠···.”


강일환 본부장은 조금 전 이원식이 그랬던 것처럼 턱을 긁적였다.

둘은 같은 행동이었지만 전혀 다른 의미였다.


“그걸로 되겠어?”


짧지만 묵직한 한마디.

이원식은 믿지만 차준혁은 부정적인 입장인 강일환이었다.

그도 어떻게 보면 회사원이었기에 회사에서의 입장이 존재하기 마련.

배우 하나로 해외 수출을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에 이름값은 너무도 중요한 요소였다.


‘사실상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자본주의는 솔직했다.

배우의 출연료는 드라마 제작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감독과 작가는 그 다음이었으니까.

즉, 제작비에서 할당된 금액이 곧 드라마에서의 존재감이라는 뜻이었다.


"난 솔직히 모르겠는데.“

“형. 난 봤어.”

“뭐를?”


이원식 감독이 왜 이럴까.

신중하고 장고 끝에 겨우 말 한마디 하던 녀석이.


“형. 대본 리딩을 잠깐 했는데 말이야···.”

“그래 뭐 어느 정도는 잘 했겠지.”

“그게 아니야. 연기를 진짜 잘해.”


이원식 감독이 짧고 굵게 말했다.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데?”

“형.”


강일환 본부장을 보며 이원식 감독이 가방에서 대본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흩날리는 글씨가 빼곡이 적혀 있는 뉴 매뉴얼 1화 대본.


“이거 물건이야.”


차준혁이라는 이름이 1화 대본 표지에 큼지막하게 적혀있었고.

고개를 내민 강일환 본부장은 그 아래에 적힌 파란색 볼펜으로 써진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무조건 너다!


이원식 감독은 확신하고 있었다.

차준혁 말고는 이 드라마의 남주를 맡을 수 없다고.


***


“음. 안할래요.”


어리지만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성이 대본 하나를 테이블에 툭 내려놓고 말했다.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년의 남자는 그녀를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니, 얘가 또 왜 이러나 하는 얼굴이었다.


“왜?! 이유라도 말해줘 소리야.”

“그냥 제 마음이잖아요. 배우가 드라마 하기 싫다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한소리.

한국에서 가장 예쁘다고 불리는 여배우였다.

단순히 외모가 예쁜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는 대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진짜 안 한다고? 이원식 감독 건데?"

“네.”


하지만 작품을 보는 눈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그녀였다.

그 덕에 고생하는 건 그녀를 관리하는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


‘작품 보는 눈이 높은 게 아니라, 그냥 철부지인 거잖아···!’


한소리의 매니저는 속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이원식 감독의, 그것도 왓칭이 밀어주는 드라마를 자기 스스로 찼다는 사실을 대표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볶아지는 건 매니저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후회 안 해? 너 이거 쉽게 오는 기회 아니다?”

“알아요. 저도 생각 하고 말 한 거예요 오빠.”


엄청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그녀의 미모가 모든 것을 커버했다.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서 모든 걸 떠받쳐준 삶.

한소리는 그래서인지 모든 결정을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대로 움직였다.


'아무리 이원식 감독이라고 하지만.'


왓칭에 편성됐다는 뉴 매뉴얼.

감독은 좋지만 작가는 무명인이다.

하지만 한소리의 결정은 그런 외적인 것보다 드라마 속 이야기 그 내부에 있었다.


‘백민혁에게 대드는 MZ 여자 직원···. 너무 뻔하잖아.’


재벌 3세 백민혁과 견원지간처럼 지내는 부하 직원.

백민혁 부장을 보며 누구나 떠받들고 눈치 보는 주변 직원들.

그러나 한소리가 맡은 역할은 당연히 여주인공답게 도도하고 제멋대로였다.


“안 맞아.”

“안 맞아? 뭐가!”

“나랑 이 배역. 하나도 안 맞잖아 오빠.”


그러나 그녀 말곤 다 알았다.

뉴 매뉴얼의 여주인공 역할은 배우 한소리가 제격이라고.

단순히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제일 딱인데.'


배우 한소리랑 성격이 너무 잘 맞잖아.

저 봐.

지금 소속사 대표님한테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거.


“네 대표님. 저 이거 안 할래용!”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배우 한소리가 실제로는 철부지 어린애 같다는 걸.

뭐? 시크하고 냉미녀?


“개가 웃겠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오빠?”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을 한소리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그리고 그때.


-지이잉!


매니저가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리야.”

“안 한다니까 오빠? 나 지금 대표님한테도 말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들은 건데. 거기 남주가 정해졌대.”


그러자 한소리는 자신이 아끼는 명품백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미리 잡힌 약속에 가기 위해서였다.

물론 작품이나 연기에 관한 것은 아니었고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 자리였다.


“남주가 차준혁이래.”


멈칫.

한소리가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걸어나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선 매니저를 향해 몸은 그대로 둔 채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그녀였다.


“남주가··· 누구라고요?”

“차준혁. 걔 알지? 잘생긴 애.”


당연히 안다.

우연히 시상식장에서 본 후 차준혁의 SNS에 들어가 팔로잉을 신청한 것도 그녀였으니까.

그날 이후 혼자 속으로 상상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모끼리 열애설이 나는 그런 혼자만의 생각.


“그런 애를 남주를 쓴다고? 하 참.”


고개를 갸우뚱하는 매니저를 향해 한소리가 가까이 걸어왔다.


-또각, 또각.


매니저가 흠칫 놀랐다.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한소리의 요청 이후에 그녀를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녀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다시생각해보니까···.”

“응?”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뭐, 뭐가?”


매니저가 또다시 어리둥절하자 한소리는 테이블에 있던 물건을 집어올렸다.

다름 아닌 아까 전 자신이 관심없는 듯 내팽겨친 뉴 매뉴얼 대본이었다.


“저 할래요. 이 드라마.”


* * *


어느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고.


문자 하나를 받아들은 차준혁 진지한 얼굴을 했다.

다름 아닌 성화제과 주아영 과장이 보낸 어느 한 병원의 주소였다.


‘이곳에 내 몸이 있단 거지. 그것도 의식을 잃은 채로.’


차명진 부장은 의식을 잃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곳을 찾아가지 않은 건 일종의 형이상학적인 이유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나와 또 다른 내가 마주치면 생기는 일.

소위 도플갱어가 만나면 어느 한쪽은 죽는다는 그런 유치한 설화.


‘근데 난 진짜로 겪었잖아.’


어느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최근의 일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이제 ‘현실적이지 않다’는 요소 또한 차준혁에게 고려해볼 사안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여전히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

차준혁은 이제 핸드폰을 확인하는 일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보도자료가 이렇게나 힘이 크구나.’


오늘 아침에 올라온 차준혁의 뉴 매뉴얼 남자 주인공 확정 사실.

뉴스 기사에 도배되더니 댓글은 물론 SNS와 온갖 통로를 통해 축하 메시지가 말 그대로 쏟아지고 쏟아졌다.


[배우 차준혁! 이원식 감독 드라마 주연]


물론 댓글 중에는 악플 또한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럴 겨를 따윈 없었다.

보도자료보다 더욱 중요한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벌써 대본리딩 날이구나.’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준비했지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제일 몰입이 잘 될 때는 자신의 모습을 녹여 대본 속 대사를 읽을 때였다.

차명진으로 살 때의 기억을 적절하게 녹여 애드리브를 섞는 것이다.


“준혁아!”


마침내 매니저가 도착했고 리딩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헐.”

“준혁아. 저분 알지?”


다름 아닌 처음 보는 미모의 여배우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저분이 여주래. 배우 한소리.”

“한소리···?”


차준혁은 몸이 굳은 듯 그 자리에서 멈췄다.

뜨악하고 입이 저절로 벌린 그였다.

지금 그의 머릿 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진짜···. 개이쁘다.’


어느새 그녀는 지척에 다가왔고 둘은 가만히 멈춰 서로를 쳐다봤다.

차준혁은 꿀꺽 침을 삼킨 뒤 용기를 내기로 했고.

마침내 그는 한소리에게 묵직한 한마디를 날렸다.


“저기···.”

“네?”

“진짜 얼짱이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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