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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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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10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5.22 21:02
조회
133
추천
10
글자
13쪽

차부장과 차준혁 (2)

DUMMY

가히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인생에서 이렇게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따가운 시선은 전혀 아니었고, 말도 안 되지만 우호적이며 따뜻한 눈길들뿐이었다.


‘이게 스타의 삶인 건가···.’


아니지.

그것보다는 차준혁의 이 얼굴 때문일 것이다.

방송 모니터링 화면으로 슬쩍슬쩍 본 결과, 이 차준혁이란 놈의 얼굴은···.


‘빌어먹게 잘 생겼다.’


차부장은 깨달았다.

잘 생긴 남자의 삶이란 이런 것임을!

그것도 보통 잘 생긴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최최최상위권 얼굴이었다.


‘뭐라 그랬더라···. 그래, 얼굴천재 차준혁!’


그게 자신이었다.

차부장은 다시금 깨달았다.


“저, 차준혁 씨?”


TV에서만 보던 눈앞의 문지영 아나운서가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말이다.

이제 차준혁은 자신이었다.

지금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 네!!”


차준혁은 힘차게 대답했다.

기력 없고 진부한 40대 중년의 차명진이 아니라 파릇파릇한, 20대 청년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인터뷰는 그럭저럭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현재 생중계 되고 있는 이 스튜디오에만 해도 차준혁의 팬들이 수십 명.

그런데 평소 그의 모습과 전혀 다른 대답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며 팬들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집에서 쉬실 땐 주로 무얼 하시나요?”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우리 오빠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매일 한다니.

어린 팬들은 스타크래프트는 어떤 게임인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랑 이문세죠.”


10대 소녀팬들의 엄지손가락이 또다시 바빠졌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까만 얼굴의 아저씨와 길쭉한 말상의 아저씨를 알게 되었다.


“즐겨하는 운동은?”

“등산, 족구.”


X세대인 그, 정확히는 차부장의 취향이 인터뷰 답변에 철저히 반영되었다.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을 접한 팬들은 기꺼이 오빠 취향을 공부하기 위해 메모하고 또 메모했다.


평소 과묵하기로 유명한 차준혁이기에 더욱 특별한 날이었다.

그야말로 좀처럼 보기 힘든 우리 오빠 ‘입 터진 날’!


“배우님께서는 스트레스는 주로 어떻게 푸시나요?”

“어. 제가 야근이 좀 많은데요. 그럴 땐 주로 먹을 거로 풉니다.”

“야근이라면···. 아, 웹드라마 촬영 후 말이군요?”

“아, 그렇죠.”


중간중간 회사원이었던 차부장의 정체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아나운서는 알아서 그의 말을 정리해 주었다.

차준혁이 잘 생겨서인지, 그녀가 그저 본업에 충실한 것인지는 몰랐다.


지금 차준혁은 매우 신이 날 뿐이었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 피가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나간다.

모두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 어떤 직책이나 업무 때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말이다.


“주로 김치찌개나 삼겹살을 먹습니다.”

“오, 한식파시군요? 저도 한식을 참 좋아합니다만.”

“쏘삼 아시죠? 쏘삼! 삼겹살에 소주 한잔 곁들이면···. 크으-!”

“······?!”


차준혁은 금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조용해지고 위화감이 겉도는 공기를 말이다.


‘맞다. 난 지금 배우 차준혁이잖아···?’


20대 잘생긴 청년이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크으-!’라니! 수더분하게 아저씨처럼 말이다.

조금 전 자신의 과오를 깨달은 차준혁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좋아해···?’


저마다 목에 사원증을 건 여성 스탭들의 표정이 예상 밖이었다.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뭔가를 이야기하는 얼굴들.

그런데 그 표정은, 불편하다거나 이상하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고요해진 주위 덕분에 들리는 속삭임들.


-야···. 들었어? 크으-!

-미친, 존나 귀여워.

-원래 술 한 모금도 안 먹지 않았어?

-우리 차느님 오늘 반전미 개쩔어!


뭐야, 반응이 왜 이래.

게다가 차느님···?

차준혁은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별명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별명도 참···. 재밌게 잘 지었네.’


그는 눈알을 굴려 스튜디오 안을 슬쩍 훑어본 뒤, 시선을 눈앞으로 옮겼다.

문지영 아나운서의 얼굴 또한 살짝 빨개져 있었다.


‘와···.’


차부장이 감히 넘보지 못할 여자들을, 차준혁은 시작부터 호감을 쌓고 시작한다.


“소주를 좋아하시는 군요 차 배우님.”

“맞습니다. 혹시···.”

“네?”


차준혁은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나중에 쏘삼 한잔이나 같이 하자고 말할 뻔했다.

이내 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참는 데 성공했지만.


“맞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요? 그게 뭔가요?”


준혁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꺼내기로 했다.

한때는 가장 사랑했던,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애증의 그 회사가 만든.


“와밤바.”

“와밤바요? 아, 그 밤맛 아이스크림 말씀이신가요?”


또다시 토끼눈을 하는 아나운서.


“네. 너무 맛있지 않나요? 와밤바. 이름도 맛있는 와밤바. 와밤바가 맛없다고요? 너 이리 와밤마!”


그러자 그녀는.


“하하하, 너무 재밌으세요!”


당최 적응이 안 된다.

재밌단 말을 듣기가 이리도 쉬운 거였나.


‘그냥 뭘 해도 좋아해 주는구나.’


잘생긴 얼굴은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깨달은 그였다.

상상 이상으로 말이다.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평생 죽을 때까지 겪어보지 못했을, 완전히 다른 세계 그 자체였다.


처음에 그는 얼떨떨할 뿐이었다.

회사로부터 버려진 후 비 맞은 생쥐 꼴로 있던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번쩍하더니 눈부신 조명이 비추는 이곳에 와있지 않았나.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미모의 아나운서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답하며, 지금 여기, 미약한 희열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지금은 뭔가···.’


그야말로 양가감정.

무얼 하든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이는 주변 여자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 이토록 사랑받는 최초의 감정 같은 것이 가슴 벅차면서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누구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전혀 다른 세계.

차준혁은 이 달콤쌉싸름한 의문의 감정에 대해 곱씹으면서 어느덧 인터뷰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럼 이걸 빼놓을 순 없겠죠···. 차준혁 배우의 트레이드 마크 부탁드려도 될까요?”

“트레이드 마크요?”


알 턱이 없었다.

드라마, 심지어 남자배우라고는 전혀 관심 없던 그였으니까.

차준혁이란 존재도 당장 오늘 접하지 않았는가.


“카메라 저쪽 보시고···. 멜로눈깔 한번 부탁드려요.”

“멜로눈깔?”


처음 듣는 단어였다.

눈깔사탕은 들어봤어도 멜로눈깔이라니.

대체 왜 요즘 사람들은 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인가.


차준혁은 남몰래 머리를 굴렸다.

40년 넘은 나이는 괜히 먹은 것이 아닐 테니.

사람이 나이가 들다 보면 눈칫밥이 자연스레 생길 터였고, 더군다나 차부장 같은 영업직이라면 영민하게 사람들의 속마음을 캐치하는 능력이 발달돼 있었다.


“지금 여성 스탭들이 한껏 기대하고 있는데요. 와, 여태껏 저런 얼굴들은 처음 봐요.”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스마트폰을 들어 촬영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차준혁은 몸속에 들어있는 차부장에게 외쳤다.


‘빨리, 멜로눈깔!!!’


그때였다.

마치 조금 전 맞은 벼락처럼, 눈앞에 뭔가가 번쩍 떠오른 그였다.


‘홍보팀 주아영 과장···!’


성화제과의 대표 미녀인 홍보팀 주아영 과장.

그녀의 핸드폰 배경화면이 다름 아닌 차준혁, 나 자신이 아니었는가.


‘그래, 그 눈빛이야.’


무언가 사연 있어 보였던 배경화면 속 차준혁의 그 눈빛.

표정은 따라할 수 있어도 그 눈빛은 감히 다른 누군가가 흉내조차 못할 것 같았다.

그 동공은 남자다우면서 애처로웠고, 감미로우면서 모성애를 자극했다.


‘그걸 내가 흉내낼 수 있을까?’


해보자.

차부장은, 아니 차준혁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리고.


‘주아영 과장을 떠올리며···.’


그는 천천히 카메라를 향해 눈빛을 발사했다.

중년의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눈빛.

감정을 자아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은 그는 시선 하나로 주변을 웅성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전파를 타고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탄성!

마치 시공간이 멎은 듯 스튜디오는 정지했다.

차준혁의 멜로눈깔이 블랙홀처럼 주변을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와···!

-······미쳤어···.


지금 이 순간, 그는 영락없는 대한민국의 얼굴천재 차준혁이었다.


* * *


인생 최초의 스튜디오 인터뷰가 끝났다.

그것은 차부장으로서도, 차준혁으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준혁아.....!! 너 오늘 인터뷰 뭐야그거???]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려 형 금방 갈테니까!!!]


매니저로부터 온 다급한 메시지.

아무래도 너무 솔직한 인터뷰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 같았다.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차부장으로선 억울했다.

생전 오늘 처음 본 사람의 몸에 난데없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방금 전 인터뷰는 마치 트레드밀에 강제로 올라간 사람처럼 어떻게 끝내긴 했다.


‘휴···. 아직도 믿기지 않아.’


그는 스마트폰의 셀카 모드로 다시 한번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날렵한 턱선에 사슴 같은 눈망울, 콧대는 우뚝 솟아있었고 그 와중에 얼굴 크기는 주먹만 했다.


‘이게 사람이야?’


부하직원의 모니터, 자신이 흠모하던 옆 부서 여직원의 핸드폰, 그리고 버스 정류장의 큼지막한 전광판에 걸려있던 차준혁.

진부하고 비루하게 살던 중년 부장을 신이 불쌍히 여긴 걸까?

세상의 그 어떤 로또보다도 더한 인생 역전이었다.


자신의 얼굴에 감탄하고 있던 그때였다.


“준혁 씨···?”


익숙한 목소리에 낯선 말투.

고개를 돌려보니 조금 전 자신을 인터뷰했던 문지영 아나운서가 쭈뼛쭈뼛 서 있었다.

방송 때의 프로페셔널한 목소리와는 달리 뭐랄까, 쑥스러움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문지영 아나운서님?”

“아···. 저, 저도 마침! 여기다 차를 대놔서요.”


그녀는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했다.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오므렸다 벌렸다 했다.

마침내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 차준혁에게 말했다.


“저···. 혹시 같이 사진 한 번만···!”


그녀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러는 동시에.


‘······?!’


-띠링!


【상당수의 대상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차준혁의 귀에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머릿속에서 느닷없이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이어서는 글자가, 눈 앞 허공에 두둥실 떠다녔다.


【카르마를 정산합니다.】

【▶업보가 162점(+51)으로 오릅니다.】


‘뭐···?’


분명 꿈이 아니다.

눈앞에 마치 가상현실처럼 떠 있는 글자들.


차준혁의 몸에 들어오기 전, 뭔가가 번쩍이며 시야가 흰 백색의 도화지처럼 변했을 때도.

이런 비슷한 내용의 문구가 눈앞에 어렴풋이 보였었다.


“준혁··· 배우님?”


바로 앞에서 문지영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지금 차준혁은 눈앞에 마주한 이 비현실과 마주하기에 바빴으니까.


‘카르마···? 업보?’


낯설지만 살면서 들어본 단어긴 했다.

대충 그 의미를 느낌적으론 알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감명을 줬다고?


그때였다.


“저!!! 사진 한 장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급작스레 차준혁에게 바짝 다가온 그녀였다.

귀여운 악세사리가 달린 핸드폰을 높이 든 뒤에, 차준혁과 얼굴이 거의 닿을 듯 바짝 붙은 그녀.

심지어 볼에 한가득 바람까지 넣었다.


“괜찮으시죠?!!”

“네? 아, 네···!”


그렇다. 그녀 또한 차준혁의 열혈 팬이었다.


“하나, 둘···.”

“···김치!”


차준혁은 자신도 모르게 김치를 외쳤다.

그 몸속에 있는 X세대인 차부장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런 언행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배우님!”


그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소녀처럼 펄쩍 뛰며 도망치듯 뛰어갔다.

단정한 정장을 입은 그녀의 행색과는 전혀 다른 몸짓이었다.


‘맞다, 글자···. 어?’


그런데.


조금 전 허공에 떠 있던 문구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뭔가가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특정 대상(A+)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카르마를 정산합니다.】

【▶업보가 182점(+20)으로 오릅니다.】


‘사진을 찍어줬더니 점수가 올라···?’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

40년이 넘는 세월을 살다 보면 자연스레 습득하는 지식이나 눈치 같은 것이 있었다.


차준혁은 문지영의 발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단서를 짜 맞췄다.

그리고는 마침내 이 눈앞의 글자가 주는 힌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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