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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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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8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10 23:59
조회
60
추천
4
글자
12쪽

아저씨 (3)

DUMMY

【잠금 해제를 하시겠습니까?】


차준혁은 며칠 전 목숨이 걸린 임무에 대해 떠올렸다.

이 드라마에 캐스팅되라는 느닷없는 문구.

어떻게 해서 그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수행했고 차준혁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그동안 몇 번을 주저했지만···.’


차준혁 자신뿐만 아니라 성화제과에서 만난 전무 등 다른 사람에게도 보였던 몇몇 키워드들.

그렇다는 건 남들은 모르는, 오직 본인만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비밀을 차준혁이 몰래 열어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위력이 큰 만큼 후폭풍도 클 것이 분명했고···.

어렵게 얻었기에 쉽게 쓸 수 없어 그동안 선택을 주저하던 차준혁이었다.


‘지금이 쓸 차례다.’


하지만 이젠 미룰 여지가 없었다.

모두가 차준혁의 얼굴과 손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연기는 갑작스레 좋았던 흐름을 이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뚜렷한 기억이 필요해.’


차부장의 첫사랑은 20년도 더 된 일이었기에 흐릿한 기억만이 조각조각 흐릿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차준혁의 첫사랑이라면?

고작해야 몇 년 정도밖에 안 됐을 것이며 그 설레는 마음을 아직 뜨겁게 고이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저기···. 괜찮아요?”


옆에서 한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형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준혁이 허공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


차준혁은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지체할 일말의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왔고,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 또한 차준혁을 보며 무슨 일인가 싶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가자.’


차준혁이 숨을 크게 들어 마셨다 내쉬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분명히 보이는 ‘첫사랑’이란 글자에 톡 갖다 댔다.


그러자 그 글자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빛이 쏟아져 나왔다.

눈부신 광명.

그러나 오직 차준혁에게만 보이는 현상이었다.


“잠깐···. 끊었다 가지 그래?”


소리가 들려온 곳은 감독과 작가가 앉아 있는 메인테이블이 아니었다.

바로 뒤쪽 구석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던 강일환 본부장의 목소리였다.


“아. 그럼···.”


이원식 감독의 체면이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토록 차준혁 배우를 자신의 심지로 밀어붙였건만, 이런 로맨스 장르에서는 누구나 할 법한 행동 지문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반, 아니 후반까지도 좋았다.

쉽고 가벼운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먹히는 요즘, 차준혁은 백민혁이라는 캐릭터를 가벼우면서 묵직하게, 또 얕으면서 깊게 표현한 110점짜리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잠깐 쉬었다 가시죠.”


하지만 차준혁 때문에 수십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본 리딩 때부터 이런다면 촬영 현장, 카메라 앞에서는 오죽하랴.


‘플랜B를 준비해야 될지도.’


리스크를 줄여가며 지금껏 살아남은 강일환 본부장은 속으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한편 같은 시각.


‘이, 이건···!’


차준혁의 머릿속에는 낯선 기억들이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강제적으로 뇌 속에 기억이 주입되고 있었다.


‘마치 주마등처럼···.’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3배 속으로 재생시켜놓은 느낌이었다.

분절된 기억들이 차준혁의 몸속에 들어왔고, 마치 진짜 차준혁과 차부장이 이전보다 더 일체화되는 것 같았다.


때마침.


【배우 차준혁과 동기화됩니다.】


지난번 들었던 음성이 차준혁의 귀에 들려왔다.

그에 대한 과거나 비밀을 알아낼수록 점점 진짜 차준혁과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 전경이었다.


‘뭐지?’


마치 VR게임을 하듯 눈앞에 펼쳐진 리얼하면서도 비현실적인 현실 배경.

교복을 입은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복도와 계단을 지나가고 있었다.


‘차준혁의 학창 시절인가···.’


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치고는 전부 팔과 다리가 길쭉했으며 외모와 비율 또한 평범한 학생 같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잠시 후 차준혁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점이 바뀌었다.

진짜 차준혁이 겪었던 과거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았다.


‘아! 예술고등학교구나.’


어쩐지 교복부터 시작해서 학생들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느낀 그였다.

차준혁이 다닌 곳은 아무래도 연예인을 꿈꾸는 예술고였던 것 같다.


‘가만. 차준혁이 예술고 출신이었나?’


지금 몸의 원래 주인에 대한 정보를 아직까지 전부 파악하지 못한 그였다.

차준혁은 잠자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이젠 감상하기 시작했다.


‘······!!!’


그때였다.


갑자기 차준혁의 가슴이 울컥하더니 애절한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원인 모를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너구나.”


긴 생머리의 청순한 여학생이 갑자기 시야에 등장했다.

방긋 웃으며 장난기 어린 인사를 건네는 그 여학생.

아무래도 과거 차준혁이 사랑했던 첫사랑의 대상임이 분명했다.


울컥.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동치는 감정.


‘나도 모르게 눈물이···!’


분명 얼핏 봐도 행복한 기억들이었다.

둘은 첫눈에 반했고, 감정이 깊어지다가 교제를 하며 풋풋한 연애까지 이어져갔다.


그런데 왜?


‘왜 이리 슬픈 걸까? 뭔가 가슴이··· 쿡쿡 찔리는 느낌이야.’


아픈 가슴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장면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차준혁은 첫사랑의 그녀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사랑스러운 미소만을 보여주던 그녀가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안 돼···!”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고작 고등학생의 풋풋한 사랑이라기엔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40년 인생을 살았던 차부장도 겪어보지 못한 애절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차준혁이 일방적으로 차이다니.’


마치 타인의 연애사를 참견하듯, 그리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감상하듯 차준혁은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끝난 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타인의 인생이기도 한 이들의 연애사.


차준혁은 농축된 경험을 짧은 시간에 겪으며 감정의 후유증을 느꼈다.

마치 배우들이 배역에 몰입했다가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의 그 기분이 이런 걸까.


“준혁아?”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대본 리딩 방이었다.

차준혁의 눈앞에는 장현우 매니저가 손을 흔들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 뭐야 형···?

“잠깐 끊었다 간대 감독님이. 물이라도 갖다줄까?”


주위를 둘러보니 배우들이 기지개를 펴며 자유롭게 몸을 풀고 있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 가려 자리에서 일어났고, 누군가는 차준혁 쪽을 힐끔 보며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씨익 웃으며 히죽거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민호 배우였다.

그는 자신의 매니저를 부르더니 뭔가를 속닥거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차준혁은.


“저기, 잠시만요!”


큰 목소리로 방 안의 공기를 사로잡았다.

그러자 감독과 작가,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차준혁을 쳐다보았다.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다시 가도 되겠습니까?”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섞인 목소리.

방금 보인 그의 행동에 가장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건 다름 아닌 강일환 본부장이었다.


‘패기 있네.’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라도 피우고 올 예정이었던 그였다.


‘아니면 그냥 패기 어린 객기일지도.’


하지만 자리에 다시 앉은 강일환 본부장.

이원식 감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어요 차배우?”

“무리 안 해도 돼요. 정말로.”


이원식과 유소원이 말하자 차준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모두에게 피력하기 위함이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


그의 눈빛을 읽은 이원식 감독은 어수선한 상태의 배우들을 단숨에 정리했다.

그리고는 곧장 중단됐던 부분에서 대본 리딩을 이어 나갔다.


바로 백민혁이 유하린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1화의 마지막 엔딩포인트 부분.


‘아까완 다르다.’


차준혁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들어온 뒤로 아까와는 다른 매우 큰 변화를 느꼈다.

갑자기 자신감이 넘쳐흐르면서 기세를 가져올 수 있었다.


조연출은 이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다시금 대본의 지문을 읽었다.


-백민혁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서히 유하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잘해야 한다.

차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의 손에 감정을 불어넣었다.


첫사랑의 기억.

다시 그녀를 만났다고 상정한 채로 천천히, 그리고 애절하게.


‘이건 무슨 감정이지···?’


차준혁은 바로 옆자리의 한소리, 즉 대본 속의 유하린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행동이 먼저 나간 백민혁 부장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차준혁 본인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에 스스로 놀랐다.


‘대체 뭐냐. 차준혁.’


동시에 강일환 본부장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초중반 부의 기세를 여실히 가져왔다.

역시나 장점보단 단점이 확실한 배우인 줄 알았건만.

조금 전의 것은 긴장으로 인한 실수였던 건지 차준혁은 자신의 배역을, 1화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보이고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준혁은 마무리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선보이며 1화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유하린.”


바로 농익은 멜로눈깔.

마치 중년의 거친 인생과 젊은 미모가 결합된, 오직 차준혁만 가능한 눈빛이었다.

풋풋하면서도 인생 풍파를 다 겪은 듯한 아저씨의 농익은 눈길이 극 중 유하린 사원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처음 보는 백민혁 부장의 눈에 당황했으며 낯선 기분을 느꼈다.


둘의 관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와···!

-눈빛 연기 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원식 감독 또한 엔딩까지 마무리됐음에도 그저 차준혁의 눈빛에 사로잡혀 멍하니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한소리와 유소원 작가는.


‘아···. 미칠 것 같아.’

‘너무 부럽다. 한소리.’


속으로 차준혁을 향한 엄청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짝짝짝짝짝!


강일환 본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머리가 시킨 것이 아니라 가슴이 일으킨 행동.

그러자 배우들과 제작진들도 다 함께 차준혁을 향해 감탄의 박수를 건네기 시작했다.


‘어···. 나 이번엔 잘한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박수를 받고 있는 차준혁.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나를 보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꿈만 같았다.


* * *


성화제과 전무실.


커피잔을 들고 말없이 앉아 있는 전무와 좌불안석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는 한 사람.


“이봐, 박과장.”

“···예.”

“일처리 똑바로 안 할래?”

“죄송합니다.”

“내가 언제까지 뒤를 봐줄 순 없잖나?”


혈연관계인 박과장을 전무가 방금처럼 내팽친 이유는 간단했다.

인정 없는 건 참아도 능력 없는 건 절대 참지 못한다.

전무는 박과장의 실책을 눈감을 수 없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차준혁이었다.


박과장이 그토록 밀었던 강민호 배우.

그러나 그는 이원식 감독의 드라마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었다.


“사람 보는 눈이 그리 없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결국엔 결재 내준 나만 등신 되는 거 알아 몰라?!”


좀처럼 전무의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박과장은 한바탕 한 소리를 들은 후에 전무실에서 죄인처럼 나갔고.


-똑 똑 똑.


이어서 한 미모의 여성이 전무실에 들어왔다.


“전무님.”

“어, 들어와.”


홍보팀 과장 주아영이었다.


“우리 회사 홍보모델.”

“···네.”


전무는 주아영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차준혁으로 진행시키도록 해.”


박과장과의 대결에서 완벽하게 승리한 주아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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