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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497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5.21 15:08
조회
228
추천
10
글자
17쪽

차부장과 차준혁 (1)

DUMMY

한 중년의 남자가 세월이 베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삐그덕, 삐그덕···.


의자가 조금 낡은 탓인지 삭은 뼈 사이에서 나는 소리가 난다.

부장이란 궁서체의 명패가 진부한 명예처럼 놓인 자리.


[성화제과 마케팅전략팀 차명진]


일명 차부장.

신입사원 때 영업팀으로 들어와서는 이리저리 굽신대랴 접대하랴 개처럼 굴렀지만, 두 달 전쯤 갑자기 마케팅전략팀으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느닷없이 마케팅팀이라니.’


마케팅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이목, 즉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야하는데 사람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죄다 SNS나 인터넷 등 바이럴인지 뭔지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한다.


요즘엔 도대체가 낭만이 없다.


‘영업이 좋았는데 말이야···. 윗선에선 왜 날 이리로···.’


살짝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차명진은 평생을 회사에 몸 바쳐왔고, 또 진심으로 그냥 회사가 좋았다.


‘과자, 아이스크림, 또 음료도 있지···. 어휴, 히트 상품이 몇 개야.’


성화제과를 그저 먹을 거나 파는 회사라고 보는 이도 있겠지만 그는 이 회사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웠다.

전 국민이 아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수십 개나 보유한 회사라는 것.

차명진은 신입사원시절부터 사원증을 자랑처럼 목에 걸고 다녔으며 그의 나이보다 오래된 ‘문어칩’의 열렬한 팬이었으니, 이 회사의 충성스런 일원이자 충실한 고객인 것이다.

차명진은 생각했다.

자신보다 더 성화제과에 잘 맞는 사람은 없다고.

적어도 앞으로는 부장에 이어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부장님. 결재 서류입니다.”


그러려면 팀이 하나로 움직여야 하는 법.

그런데 나보다 직급도 낮은 박과장이란 녀석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박과장아. 내가 이 아이템 저번에 까지 않았나?”

“하아···. 부장님.”


하아?

방금 이 자식, 내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럼 요즘 시대에 길거리에서 뛰어다니기라도 할까요? 아님 뭐 진부하게 TV에다가···.”

“뭐 진부? TV 광고가 진부해? 내가 임마! 영업 뛰면서 배운 게 뭔 줄 알아? 사람들 마음 끌어당기는 거···!”

“부장님. 솔직히 마케팅 쪽으로는 제가 더 잘 압니다.”

“뭐···!?”


이 자식. 철저히 나를 아래로 보고 있다.

이게 문제다.

내가 영업 쪽엔 잔뼈가 굵지만 마케팅 쪽엔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자식이 지금 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됐고! 너 이거 도로 갖고 가!”


차명진은 결재 서류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물론 일부러 과하게 한 행동.


“오늘처럼 또 한번 이랬다간, 위에 전무랑 다이렉트로 얘기할 거야! 알았어?!”

“······.”


똥씹은 표정으로 서류를 줍는 박과장.

그는 담배라도 피우려는 건지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하. 벌써 점심시간이네.’


차부장은 부하 직원들을 보며 외쳤다.

좀 전의 고성 때문에 얼어붙은 분위기도 풀 겸.


“같이 밥 먹을 사람? 김치찌개 어때?”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술자리 눈치게임처럼 고요한 정적뿐이었다.


‘하여튼 요즘 젊은 애들은 입맛이 서구적이라니깐.’


이래서 문제다.

요즘 애들은 도무지가, 팀워크라는 것이 전혀 없다.


차명진은 요즘 늘 혼자라는 기분이 든다.

마치 중년의 위기라도 온 것처럼.


* * *


자주 가던 단골 김치찌개 집에서 혼자 점심을 해결했다.


‘역시 한식이 맛있단 말이지.’


지금 그의 손에는 성화제과의 자랑, 아이스크림 계의 굳건한 스테디셀러인 ‘와밤바’가 들려있다.

누군가는 아재 취향이니 뭐니 하지만 판매량이 그 인기를 말해주는 법.

꽁꽁 언 밤맛 아이스크림을 한입씩 먹다보면 지금처럼 어느새 막대기만 남는데, 거기엔 오늘의 운세 같은 문구가 써있어 보는 맛이 쏠쏠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보아요^^]


문구는 대략 다섯 개밖에 없으나 뭐 어떤가.

그나저나, 힘들어도 웃으라니. 다소 무책임한 언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 명색이 부장이지만 배울 건 배워야지.’


월급만 축내는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차부장은 나름대로 마케팅을 배우고 있다.

명색이 마케팅전략팀 부장이니 부하들 앞에서 떳떳해야 하니까.


차명진은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 일만 하며 살았나···.’


가만 생각해보면 회사원 딱지 떼고 개인적으로 내세울 거라곤 도무지 없다.

무려 마흔네 살, 이 나이 먹고도 말이다.

게다가 노총각인 건 덤.


‘내 나이, 숫자적으로도 참 불행하네.’


차명진은 모나거나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똑같이 살아온 것이다.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숙이고, 묵인하고.

짧게 간추리자면 정해진 삶을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덕에 조직에 들어와 나름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

본 걸 못 본 척하고, 말할 걸 말하지 않는 영업이 나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터벅···.


몇 분이 흘렀을까,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다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을 땐 각자 약속이 있다고 했을 텐데 들어올 땐 이상하게 다 함께다.


“거 봐. 그 집 김치찌개 맛있지?”

“네, 대리님! 대리님이 추천한 데는 다 맛있어요!”


선두엔 김대리가 있었다.

우르르 부족장과 그 뒤를 따르는 부족들처럼 몰려오는 마케팅전략팀 사원들.


‘나만 쏙 빼놓고 밥 먹으러 간 거야?’


요즘 부하직원들은 다루기가 어렵다.

위에선 실적 내라며 찍어 누르고, 밑에선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한다.


‘젠지 세대는 또 뭐람.’


부하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제는 인터넷에 자료를 검색했지만 도통 어려운 말투성이였다.


실눈을 뜨고 쳐다보니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입에 칫솔을 물고 어느 사원의 모니터 앞에 모여 있었다.


“와 차준혁이다! 언니도 최애에요?”

“응···. 차준혁 인간 맞아? 너무 잘 생겼어. 막말로 표현이 안 돼”

“인간 아니지. 어떻게 이게 우리랑 같은 종족이야.”


‘차준혁은 또 누구야.’


요즘엔 연예인이랑 아이돌 이름을 들어도 도통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배울 게 더 많아지는 기분이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세상에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조용히 핸드폰으로 그 잘생긴 차준혁이란 인간에 대해 검색해 보니.

뭐야, 생긴 게···.


‘겁나 잘 생겼잖아?!!’


그리고 그 순간.


“어? 그러고 보니···.”

“왜요 대리님?”

“차부장님도 차준혁이랑 같은 차씨네. 푸하하!”

“아 진짜!! 우리 준혁이랑 부장님이랑 엮지 마세요!!”


그래 뭐, 나도 같은 차씨다.

축구공처럼 뻥뻥 차이는 그런 차씨.


“읏차! 뭐야 다들, 뭘 그렇게 봐?”


점심시간도 끝났고, 더 이상 듣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들은 장례식장에서 죽은 사람이 일어난 것을 본것마냥 깜짝 놀랐다.


“부, 부장님!”

“뭐들 그렇게 놀래? 어이구, 그 잘생긴 청년은 누구야?”

“아···. 차준혁이라고요. 어? 부장님이랑 같은 차씨네요?”


막내 사원의 발언에 풉풉거리며 몰래 키득대는 사원들.

다 보인다, 나 놀리는 거.

좀 전에 다 듣고 있었거든.


“흠흠. 차준혁이라, 인기 많아 얘?”

“음, 아직 엄청 뜨진 않았는데. 웹드에서 얼굴천재라고 난리에요.”


대리가 팔꿈치로 막내 사원을 쿡쿡 쳤다.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있고 싶은데 왜 자꾸 받아주냐는 느낌.


“얼굴천재···. 말을 참 어렵게 하네.”

“얼굴만 봐도 세상에서 제일 재밌거든요. 완전 개그맨.”


막내 사원의 말에 차명진 부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개그맨이야? 이 친구가 그렇게 웃겨?”

“아뇨 부장님 그게 아니라···.”

“이거 또 내가 진짜 재밌는 게 뭔지 보여줘야 겠구만!”


오랜만에 부하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라 신이 난 차명진이었다.

그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혹시! 바지가 인사하면 뭔 줄 알아?”

“···뭔데요?”

“하의!! 푸하하!”


두 번째로 찾아온 정적이었다.

이 자식들, 웃긴 데 꾹꾹 참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다던데. 딱 그 모양이다.


“다들 안 웃겨?”


바로 그때.


“차부장.”


뒤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차명진이 고개를 돌리자 다름 아닌 전무가 서 있었다.

좀처럼 직접 내려오지 않는 양반이 왜···.


“잠깐 나 좀 보지.”

“예? 아 예···!”


이상하게도 전무 옆엔 박과장이 서 있었다.


그리고···.

박과장은 웃고 있었다.


* * *


위치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법.

부장이란 직급도, 마흔네 살이라는 나이도 더 높은 사람 앞에서는 위용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운 자태가 된다.


“흐음···. 차부장.”

“예 전무님.”


공간이 곧 권력을 나타낸다고 했던가.

그의 영향력을 암시하듯 단독으로 주어진 전무실은 올 때마다 항상 숨이 막히듯 버겁다.


이 전무는 뭔가를 결심한 듯 무테안경을 습관적으로 치켜세우고는 차명진을 바라봤다.

정글에서 사자가 여유롭게 혀로 자신의 발바닥을 핥는 모습 같았다.


“요즘 부쩍 부하직원들이랑 마찰이 잦다던데···. 자꾸 그러면 곤란해.”

“예? 누가 그런 말을···. 설마 박 과장이 그러던가요?”

“그래, 박과장이랑 좀 전에 식사하면서 들었는데 말야.”


‘전무가 박과장이랑 식사를 했다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 순간에도 내 얼굴은 웃고 있다.

영업사원의 비굴한 미소처럼 이젠 아예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허리와 고개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굽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좋게 잘 해결하겠습니다.”


뭔가를 말해야 할 순간, 오늘도 난 그것을 꿀꺽 삼켜버렸다.

목이 메였지만 전무가 입을 여는 바람에 침을 삼킬 틈도 없었다.


“아, 그리고 차부장.”

“예 전무님!”


그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말을 삼켰다.

말을 삼키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아니야. 가서 일 봐.”


차명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전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고작 한 시간이 흘렀을까.


'···이게 무슨?!!'


사내게시판에는 현상수배와도 같은 종이 한 장이 새로 부착돼 있었다.


[인사발령공고 - OOO 부장, OOO부장, 차명진 부장···.]


‘나를··· 지방으로 보낸다고?’


전무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무님 어떻게···!!!”


이 전무는 이 더러운 상황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내가 지방으로 발령받은, 불합리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이유를 말이다.


'그러니까···. 박과장이 전무의 조카였다고?'


혼자가 된 기분이다.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묵묵히 살아온 결과가 이거라니.

그래, 어쩌면 나는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족관 안의 관상용 물고기처럼 하늘에서 먹이가 뿌려지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뻐끔뻐끔 살아온 것이다.


'다른 점은 그 누구도 나를 관상용으로 쓰지 않는다는 거지만.'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했다.

거울 속 내가···.

어느새 늙고 한없이 작아 보였다.

한평생 하나만을 바라본 회사에 터무늬없이 내팽겨치다니.

슬픈 건 그 누구 하나 날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젠장!!!"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쏟아져나왔다.

그 울분에 가득 찬 소리는 화장실 벽면에서 진동을 일으켜 중첩되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변기칸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지만 이런 와중에 그런 건 상관 없었다.


"하아."


얼굴에 물기도 닦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잠시 후 청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안녕하세요 차 부장님!"


홍보팀 과장 주아영이었다.

아무래도 외근에서 돌아와 공고를 아직 못 본 모양이었다.


단발머리에 차분하고 흰 피부톤을 가진 그녀는 성화제과 남직원들의 입에 매번 오르내리는 여자였다.


"아···, 예."


바보 같이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나 같은 게 무슨, 이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패배 선언을 한 나였다.


“어···?”


우연찮게 주아영의 핸드폰 바탕화면을 보자 잘생긴 남자였다.

익숙한 그 얼굴.

얼굴천재인가? 희한하게 불리는 차준혁이었다.


“차준혁 아세요 부장님?”

“어? 어 알지···.”


‘부럽다.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일생일대의 이상형인 눈앞의 여자.

그녀는 다른 잘생긴 남자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떤가.

나이는 들고, 만성피로에 매일 찌뿌둥한 몸.

머리는 점점 빠져가고 앞머리 라인은 후퇴한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 라인은 잘 못 잡아 팽당하는 이 지경.


‘그야말로 어정쩡한 삶!’


그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인생은 철저하게··· 불공평하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타고난 덕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나는 발버둥 쳐야 겨우 소량의 관심을 받는다.

그렇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다.


"마흔네 살, 노총각···.'


나는 핸드폰의 검정색 액정을 보며 물었다.


'사는 게···. 왜 이리 재미가 없지?'


그렇게 차명진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길에 나섰다.

어깨는 축 처졌고 이제 남은 거라곤 없었다.

40살 넘게 먹은 나이 말고는.


편의점에 들려 ‘와밤바’를 집어 들었다.

그는 버림받았지만 성화제과의 제품은 여전히 사랑했다.


‘차갑다.’


당연하다, 아이스크림이니까.

그러나 오늘은 특히 더 차갑다.

세상이 차갑게 그를 바닥에 툭 집어던졌으니까.


차부장은 뭘 기대한 건진 모르겠지만 막대기에 적힌 문구를 확인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보아요^^]


‘웃으라고? 하···.’


그때였다.

재수 없게도 예정에 없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되는 게 하나 없는 그런 날.


'비 맞는다고 큰일 날까.'


머리카락이야 빠지든 말든.


오기가 생긴 것인지 우산 없이 빗속을 거닐었다.

그러나 내 인생은 영화가 아니었다.

비 맞는 모습이 멋진 배우 같지도 않았을뿐더러, 비는 또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게 내리는 것이었다.


'젠장.'


버스정류장 전광판에는 웹드라마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밝게 웃고 있는 차준혁의 얼굴이 크게 보인다.


‘너에겐 빛이 나는구나···!’


비가 더욱 거세졌다.

차부장은 저주처럼 퍼붓는 비를 똑바로 마주 보려 고개를 들었다.


'나는···. 너무 초라한데···!!!'


그때였다.

하늘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

당연히 이런 날씨에 그것이 번개임을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고개를 들어 똑바로 쳐다보고 싶었다.


【'카르마'가 일정 점수를 넘었습니다.】


'어···?'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많고 많은 회사 사람 중에 내가 버려질 확률.

많고 많은 이 대지 중에 번개가 딱 내가 서 있는 지점에 내려칠 확률.

그리고 그것이 하루 만에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콰과광!!!!!


그런데.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었습니다.】


어떤 축복은 마치 저주처럼 내려진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배우 차준혁'과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 * *


"으음···"


소리라고는 거의 없는 조용한 실내.

병원인가?

아니다. 그렇다기엔 지금 내가···.


'앉아있다?'


무슨 병실이 환자를 눕지 않고 앉혀놔?

억하심정이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


뭐야 여기는.

누구지 이 사람들은?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밝은 흰 조명이 군데군데 나를 비추고 있었고, 수십 명의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방송국 스튜디오···?'


"하하, 인사를 되게 오래 생각하시네요?"


게다가 맞은편에 앉아 지금 나에게 말을 거는 이 여자.

TV에서 많이 본 얼굴인데···.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모니터 한 대에 시선이 멈췄다.

내가 고개를 움직이는 대로 똑같이 움직이는 모니터 속 저 남자.

···저게 난가?


'저 남자도 많이 봤는데···? 아니. 오늘 봤는데?'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잠시 후, 맞은 편의 여자가 다시 나를 보며 되물었다

잠깐. 기억날 것 같아 이 여자···!

분명···!


"팬들게 보낼 인사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 이거군요."

"······."

"그런가요? 얼굴천재 차준혁 씨?"


JHC 아나운서였는데.

그보다 잠깐. 방금 뭐라고···?


"예?"


그러자 맞은 편 여자, 아니 분명 문지영 아나운서인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차준혁 씨."


차준혁···?

내가 차준혁이라고?

아까 회사에서, 그리고 방금 전광판에서 본 그 배우···?


“인사···요?”

“네. 저기 빨간불 들어온 카메라 보고 하시면 됩니다!”


내가 차준혁이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인사를 하란다.


‘인사···.’


정신없는 와중에···.

차부장은 뭔가가 떠올랐다.

마치 좀 전에 맞은 번개가 번뜩이듯.


“바지가 인사하면···. 뭔 줄 아십니까?”


마치 수면 마취에 덜 깬 상태 같기도 하고 술 취한 것 같기도 한 상황.

그래서인지 더욱 가릴 것이 없었다.


차부장은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하의!!”

“······차준혁 씨?”

“여러분 하의요!! ···방가방가?”


배우 차준혁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아재 개그.

그가 밝게 웃으며 인사하자 잘생긴 얼굴에 후광이 비쳤다.


분명히 차명진 부장이 했던 것과 같은 농담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뭐야 방금···?

-완전 귀여워!

-차준혁식 개그 미쳤다.


‘반응이 완전 다르잖아···?’


인생은 불공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가 좋은 쪽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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