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9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5.31 00:00
조회
75
추천
7
글자
13쪽

캐스팅 (4)

DUMMY

【특정 대상(S-)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이 상황에 뜬금없이?

심지어 알파벳을 보면 상당히 뛰어난 사람인 듯 보였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미팅룸에는 몇 초간 정적이 찾아왔다.

차준혁과 묘령의 여인이 마주 서있는 채로.

챙 모자와 흰 원피스가 열린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휘날렸다.


그 순간.

가려져 있던 그녀의 눈매가 짧은 순간 드러났다.


‘내가 뭐 잘못 했나···?’


그런 눈앞의 여인을 보며···.

갑작스레 과거 90년대 청춘스타가 떠오른 차준혁이었다.


그리고.


“하수빈···?”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그 청춘스타의 이름을 꺼내고 말았다.

차부장이 어린 시절 브라운관 TV에서 보던 청순가련의 여인.


그러자 잠시 후.


“···하수빈이요?”


가냘픈 목소리로 차준혁 앞에 선 그녀가 말했다.

차준혁은 순간 생각했다.


'아차, 실수했나.'


설마 기분 나빴던 걸까.

30년 전 가수와 자신을 비교한다면 기분이 좋을지 나쁠지 가늠이 안 되는 차준혁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특정 대상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누군가 자꾸 나에게 감명을 받는다. 그것도 깊은 감명을.

어제 찍은 인터뷰 영상을 보고 어떤 팬이 꺄르르 웃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혹시···?


“아니, 하수빈을 알아요?”


앉아 있던 이원식 감독이 벌떡 일어나 차준혁의 팔뚝을 살짝 쳤다.

매우 놀랍고 감탄해보이는 감독의 얼굴이었다.

그러는 동안 유소원 작가는 얼굴을 가린 채 조용히 걸어가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럼요! 하수빈···.”

“차배우 태어나기도 전인데? 어떻게 알지?”


아차차.

나도 모르게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차준혁은 2002년에 태어난 매우 어린 청년이라는 것을.


“아,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셨어요!”

“그래? 이야. 하수빈! 아무튼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이라 반갑네.”


동년배 아저씨끼리 잘 통하는 걸까.

차준혁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방금 건 감독님 거였어.’


좀 전에 느닷없이 튀어나온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메시지.

그것의 출처는 이원식 감독임이 분명했다.


‘내가 마음에 드나봐.’


시작이 좋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온도차가 극심하긴 하지만 뭐 어떤가.

이원식 감독만 사로잡으면 캐스팅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그렇게만 되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근데 차배우 님.”

“네 감독님!”

“실물로 보니까 더 잘 생겼네. 감탄이 절로 나와.”

“감사합니다.”


배우는 역시 외모빨인가.

이원식 감독의 칭찬에 차준혁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잘생긴 사람이 잘생겼다는 칭찬을 받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전혀 모르는 차준혁이었다.


그래서 어설프지만 부끄러우면서 칭찬해줘서 고맙다는, 여러 요소를 적당히 섞어 웃어보였다.

거기에는 거래처 사람과의 접대 자리에서 수 천 번은 웃었던 차부장의 경험도 미묘하게 녹아있었다.


“이건 당연히 오프더 레코든로 할 건데. 여자친구는 없어요?”

“에이 감독님도 참.”


이원식 감독이 차준혁에게 묻자 매니저가 나섰다.

강력한 팬덤을 가진 차준혁에게는 그야말로 예민한 사안.


‘이원식 감독한테 잘 보여야 되는데···!’


가벼운 질문에도 중하게 받아들이는 차준혁이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지금 캐스팅이 되느냐 마느냐는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

조금이라도 이원식 감독에게 잘 보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의 짙은 눈썹과 유려한 곡선의 눈매가 동시에 움직였다.


“어떨 거 같으신데요 감독님이 보시기엔?!!”

“뭐? 하하하!”


구수하게 너스레를 떠는 차준혁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원식 감독은 허허 웃었고, 매니저는 당황스럽게 웃었으며, 유소원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탁!!


얼굴이 보이지 않은 채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유소원 작가.

그녀는 심기가 불편한 듯 마우스를 크게 내려놓았다.


‘아차. 너무 놀러온 것처럼 굴었나.’


아무래도 유소원 작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차준혁이었다.


그런데 이원식 감독이 그에게 물었다.


“우리 작가님은 어때요? 하하.”

“네?”

“요즘엔 연상 연하가 대세잖아.”


뭐라고 대답해야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런 미모의 남자에게 눈길조차 안 주는 걸 보면 꽤 까다로운 스타일의 여성인 건 분명했다.

지금도 눈을 계속 피하고 있고···.

마우스만을 딸깍거리며 냉랭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지 않은가.


“저 정도 퀸카면 저야 땡큐죠!”


마지막으로 던진 차준혁의 승부수.

매니저는 차준혁의 대사에 그야말로 경악을 했다.


그때.


-드르륵.


의자를 뒤로 거칠게 밀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유소원 작가.

그녀는 방에서 문을 열고선 들릴 듯 말 듯 나지막이 말했다.


“잠깐 화장실 좀.”


그 모습에 차준혁은 엄청난 후회가 물밀 듯 몰려왔고.


‘역시 날 탐탁치 않아하는구나!’


사라져가는 유소원 작가의 뒷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원식 감독 하나만을 집중 공략하자고 결론을 내린 차준혁이었다.


이원식은 여전히 차준혁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물었다.


“아무튼 난 의외였어요. 차배우”

“예? 어떤 점이···.”

“나도 업계사람이라 풍문으로 이것저것 듣거든. 그래서 이번에도 내 제안 거절할 줄 알았어요.”

“에이···. 아닙니다!”


그동안 대체 어떤 이미지였던거냐 차준혁.

업계에서 알아주는 이원식 감독한테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주변 감독들이 다 그러던데. 차준혁한테 작품 들이밀었다 캐스팅 까였다고.”

“아휴, 저야 전부 다 감사한 일이죠.”

“듣기론 몇 달 전에 이미 대본 한번 깠다던데? 그땐 내가 없었지만은.”

“아···. 그땐 제가 뭘 몰라서···.”


차준혁은 영업을 하듯 자신을 굽신거렸다.


“근데 왜 다시 출연하기로 했어요?”

“그야···.”

“아니지.”


이원식은 질문을 바꿔야겠다는 듯 자신의 말을 철거했다.

그리고선 곧바로 입을 열었다.


“혹시 연기가 두렵거나 그런 건 아니죠? 까놓고 말하면, 연기 논란이다 뭐다 몇 번 물어뜯기곤 했으니까.”

“······.”


이원식 감독은 차준혁 배우를 꽤 유심히 지켜본 모양이었다.

매니저의 말대로 배우로서가 아니라 인간 차준혁 자체에 관심이 있던 모양.


‘그러고 보니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있었지···.’


오는 길, 차준혁의 프로필에서 새롭게 보았던 의문의 표식.

물음표를 포함해 분명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차준혁의 프로필에 적혀 있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걸까?

정말로 연기 논란 때문에 생긴 걸까?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사정이···.


“답하기 어려우면 안 해도 좋아요. 난···.”

“아닙니다 저는.”


차부장은, 아니 차준혁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생기와 생의 의지가 가득차 있었다.


“다시 산다는 마음으로, 죽을 각오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연기.”

“오···.”


차준혁은 정말로 목숨이 걸린 사람답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이원식 감독은 만족한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고작 22살? 창창한 배우가 죽을 각오로? 아주 좋네.”


그리고선 이내 진지한 얼굴로 돌변했다.

마치 호랑이같기도 한 그의 얼굴에선 거장의 모습이 물씬 풍겼다.


“트라우마든 뭐든, 과거에 무슨 일이 있는 진 잘 모르겠다만. 그런 게 다 연기에 도움이 될 거에요.”

“그렇습니까?”

“그럼. 날 믿어. 연기는 농축된 게 많을수록 강력해지는 법이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이원식 감독은 아까부터 책상 위에 놓여있던 종이 한 부를 슥 내밀었다.

표지의 중앙에는 큼지막한 글자로 뭔가가 적혀 있었다.


-뉴 매뉴얼.


‘설마, 드라마 대본인가?’


그래.

분명 매니저의 트렁크에서 봤던 제목이었다.

듣기로는 원래의 차준혁이 대본은 보지도 않고 까버린 모양이었는데.


-끼이익.


유소원 작가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뚜벅뚜벅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본이 차준혁 배우의 손에 들려있는 걸 보더니 숨을 크게 내쉬었다.


‘여전히 내가 맘에 안 드나봐.’


차준혁이 낯선 대본을 훑어보자.

이원식 감독은 유소원 작가와 차준혁을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차배우한테 어떤 배역을 맡길까 고민 중이에요.”

“감독님, 어제 말씀하시기론 조연이라고···.”


매니저는 감독의 뜻밖의 발언에 물었다.

그러자 이원식 감독은 조용히 말했다.


“아직까진 열려있어요. 조연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른 거라면···?!”


매니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관심 있는 건 차준혁 본인이었다.


“주연 자리 말이에요.”


그러자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이 동시에 놀랐다.

매니저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재차 확인했다.


“감독님, 그런데 주연에는 강민호 배우가···.”


그의 말에 차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민호라면···. 아까 그 사람이잖아?

우리 둘은 보란 듯 무시하면서 지나간 그 사람.


“음.”


갑자기 감독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조금 전 기억을 더듬어보는 듯 했다.


“강민호 그 친구···. 잘하긴 하는데 뭔가 부족했어.”


차준혁과 유소원은 이원식 감독을 빤히 바라봤다.


“정해진 연기는 잘 하는데, 뭔가···. 딱 2프로 부족한 느낌?”


그리고선 차준혁 배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대본, 읽어보고 말해줘요.”

“뭐를···. 말입니까?”

“주연이랑 조연, 어떤 걸 본인이 더 잘할 것 같은지.”


너무나도 솔직한 제안이었다.

차준혁 본인에게 잘 맞는 배역을 스스로 선택하라는 의도.


“혹시 모르잖아? 차준혁 배우가 강민호 배우보다 주연 자리에 더 잘 맞을 지.”


그 말과 함께 방 안의 공기는 미묘해졌다.

유소원 작가는 어느새 마우스에서 손을 아예 떼고 있었고.

장현우 매니저는 이걸 기회라는 듯 차준혁의 등에다 대고 손으로 토닥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연이란 자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터.


‘내가 드라마에 대해 뭘 안다고···!’


그리고.

주연을 덜컥 한다고 했다가 연기 실력이 드러나서 도중에 잘리기라도 하면?


‘최악이잖아 그럼!’


차라리 안전한 선택으로 그냥 조연을 하겠다고 말할까.

섣불리 택할 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 그에겐 선택 하나가 말 그대로 목숨값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응?’


대본에서 갑자기 희멀건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으시겠습니까? [Y/N]】


두 번째 벌어진 일이었다.

페르소나···.


‘어제 다른 대본에서도 이 글자가 나왔었지.’


차준혁은 손가락을 벌벌 떨며 또다시 운명의 선택에 응했다.


그러자.


【새로운 페르소나를 탐색합니다!】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졌고.


【···탐색 중】


그러자 이번엔 곧바로 결과가 눈앞에 보여졌다.


'···!!'


【▶가장 유사한 페르소나를 찾았습니다.】

【재벌3세 부장(A+) / 일치율 : 89%】


‘어제보단 낮지만···. 일치율이 무려 89프로야.’


차준혁은 홀린 듯 이번엔 대본이 아닌 기획안을 뒤적였다.

자신과 어울린다는, 재벌3세라는 배역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재벌3세의 역할은 다름 아닌···.


‘그래! 재벌3세 낙하산인 백민혁 부장은···.’


차준혁은 또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로 인해 그의 목젖이 신랄하게 움직였다.


‘남자 주인공이잖아?!’


그가 맡아야 할 배역은 다름아닌 주연, 즉 백민혁 부장이라고 의문의 글자들이 가리키고 있었다.


'주연을 해야 돼···?! 내가?'


그와 동시에 유소원 작가가 차준혁을 보며 말했다.


“백민혁 부장은 전형적인 재벌3세 캐릭터에요. 부하직원인 유하린과 티격태격 싸우지만 결국엔 서로의 감정을 알아가고···.”


주인공에 대한 캐릭터 설명을 듣던 차준혁은 갑자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부장이라면···.'


자신이 이전 인생에서 직접 해봤던 역할이라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나름대로 연기에 디테일이 생길 거라고.


'연기에는 나 자신을 투영해야 한다고 했지.'


그는 지난 번 인터넷에서 보았던 연기 관련 문구를 떠올렸다.


“저···!”


차준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백민혁 부장 역할. 그러니까 주연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패기어린 대답에 모두가 놀란 그 시점.


【'재벌3세 부장(A+)'과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차준혁에게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었습니다.】

【재벌3세 꼰대부장(S+) / 일치율 : 99%】


‘뭐지? 동기화는 또 뭐고···. 갑자기 글자가 뭔가 바뀌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내면에서 차오르는 자신감.

차준혁은 이내 이성을 되찾고 말했다.


“혹시 대본 한번 읽어봐도 되겠습니까? 백민혁 부장으로.”

“아 그럼요.”

“그리고···.”


주변이 모두 주목했다.


“애드리브 좀 섞어봐도 될까요?”


차준혁.

그는 지금 이 캐릭터를 100% 이상 표현할 자신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4.06.18 33 0 -
공지 제목 변경 관련 공지 24.06.14 39 0 -
20 키스신 (3) 24.06.17 30 3 12쪽
19 키스신 (2) 24.06.16 38 4 20쪽
18 키스신 (1) 24.06.16 43 4 14쪽
17 밀당 (3) 24.06.15 42 4 13쪽
16 밀당 (2) 24.06.14 39 4 15쪽
15 밀당 (1) 24.06.13 59 4 15쪽
14 아저씨 (3) 24.06.10 61 4 12쪽
13 아저씨 (2) 24.06.09 49 3 12쪽
12 아저씨 (1) 24.06.08 57 3 13쪽
11 주인공 (4) 24.06.07 55 3 12쪽
10 주인공 (3) +1 24.06.05 63 3 13쪽
9 주인공 (2) 24.06.04 68 3 13쪽
8 주인공 (1) 24.06.01 69 5 12쪽
» 캐스팅 (4) 24.05.31 76 7 13쪽
6 캐스팅 (3) 24.05.29 82 8 17쪽
5 캐스팅 (2) 24.05.27 89 5 15쪽
4 캐스팅 (1) 24.05.26 104 9 13쪽
3 차부장과 차준혁 (3) 24.05.24 116 11 14쪽
2 차부장과 차준혁 (2) 24.05.22 133 10 13쪽
1 차부장과 차준혁 (1) 24.05.21 229 1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