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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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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6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04 00:00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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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주인공 (2)

DUMMY

차준혁은 멍하니 허공에 떠 있는 글자를 보았다.

보상이란 말에 자연스레 별생각, 그러니까 물질적인 것들이 떠올랐지만 생각보다 단순하고 심플한 내용이었다.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1)】


‘또 나왔어.’


이제 차준혁은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차준혁의 프로필에 보였던 물음표를 볼 수 있다는 뜻일 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건···.’


과거를 볼 수 있다는 뜻.

차준혁의 과거를 안다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후.

그의 앞에 일련의 문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방금 보여준 연기 덕분인가.’


예상치 못하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그것도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감독과 앞으로 영향력이 있어질 신인 작가에게 말이다.

차준혁에겐 방금 그 경험이 배우로서의 첫 데뷔나 다름없었다.


‘아참. 아까 받은 건.’


그는 다시 보상받은 내역에 대해 생각했다.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 옆에 보이는 숫자 1.

아무래도 해제할 수 있는 개수를 뜻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보지 못했던 것을 이젠 볼 수 있다.’


차준혁은 자신의 프로필에 접속해 여전히 떠 있는 물음표를 쳐다봤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


순간 그는 검지손가락을 펼쳐 의문의 물음표에 갖다 대려고 했지만.


‘지금 쓰는 게 맞을까?’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차준혁이었다.

카르마, 페르소나, 동기화···.

그는 어제,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들에 떠올렸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차준혁의 인생은 지금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인생이 바뀌었으며 과장하자면 신들린 연기까지 보여줬으니까.


‘심지어 남들은 못 보는 걸 볼 수도 있고 말이야.’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하늘에 대고 울부짖었던 차부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기하게도 매 순간순간이 즐거웠고 설렜다.


“형.”

“응 준혁아.”

“나 갑자기 너무 피곤해.”


감당하기 벅찬 일을, 그것도 몇 개씩이나 동시에 겪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긴징감이 풀리자 일시에 물밀듯 몰려오는 피곤함과 졸음.


“걱정 마. 형이 집에 데려다줄게.”


이원식 감독의 드라마에, 그것도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차준혁.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 일뿐이었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하나였다.


‘피곤해도 잘 생겼네.’


방송국 복도로 길게 뻗어있는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

가장 비현실적인 일은 바로 차준혁 자신의 얼굴이었다.


‘봐도 봐도 잘 생겼어. 배우 뺨치게 말야.’


잠깐.

내가 배우니까 그럼 내 스스로 뺨을 쳐야 하나?


“풉!”


느닷없이 생각난 아재개그에 웃음보가 터진 차준혁이었다.

겉은 현시점 가장 잘생긴 배우, 속은 현시점 가장 무르익은 아저씨.


-와···. 야야. 저기. 차준혁!

-미친.


그가 걸어가자 수많은 연예인들을 봐왔을 방송국의 직원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잘생긴 건 최고야. 아주 짜릿해.’


차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그러자 그의 미소를 보고 여기저기서 짧고 굵은 탄성이 들려왔다.


* * *


이틀이 지났다.

자그마치 열다섯 시간 정도를 내리잔 차준혁은 기지개를 키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작고 귀여운 자취방 원룸.


‘이제야 살 것 같네.’


이런 저런 꿈의 연속이었다.

신기하게도 차부장 때의 기억이 아닌 이전 차준혁이 겪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꿈에서 재편집되어 나타난 듯 보였다.


‘남의 추억을 뒤져보는 기분이야.’


그중에는 어떤 여자도 있었고,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인자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한 중년의 부부.


‘가족인가?’


하지만 핸드폰 연락처를 아무리 뒤져봐도 가족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아니, 수상하리만큼 메신저나 연락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떠나기 전 정리라도 한 사람처럼.


‘설마 그 일기의 내용이···?’


차준혁의 몸에 들어온 날, 그의 일기장에는 죽고 싶다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이유라 도저히 추측할 순 없었지만 단서를 조합해 보면, 어쩌면 그는 정말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체 왜일까.’


모든 걸 갖춘 배우 차준혁.

그러나 그의 삶은 수수께끼처럼 이해할 수 없는 조각들이 몇 있었다.


-솨아아···.


차준혁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 뒤 옷을 조합해 입었다.

인터넷에서 본 코디 영상들, 그리고 과거 차준혁이 즐겨 입었던 상의와 하의의 조합을 참고해 평소 그가 입을 법한 패션을 최대한 따라 했다.


‘거 참 옷 입을 맛 나네.’


팬들이 찍어준 사진도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어디를 가든 DSLR로 찍은 듯한 초고화질의 사진이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올라왔어 평소 일상생활에서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도 알 수 있었다.


‘찍는 사람도 사진 찍을 맛 나겠고.’


그는 어설프게 왁스를 손바닥에 찍어 옮긴 뒤 머리에 발랐다.

평소 꾸밈과는 거리가 멀었던 차부장에겐 낯선 광경이었다.


-지이잉!


그때.

매니저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도 집에서 쉴 거니?]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차준혁은 이에 답장했다.


[아니 형. 오늘은 어디 좀 갔다 오려고.]

[응? 어디? 내가 데려다줄게!]


친절한 매니저의 문자에 차준혁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가장 개인적인 일정 차 외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냐 형. 나 혼자 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그래? 괜찮겠어?]


차준혁은 손가락으로 꾹꾹 메시지를 담아 보냈다.

그가 오늘 갈 곳은 사실은 그가 매일 같이 향하던 곳이었다.


[성화제과.]


그러자 매니저는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성화제과에 간다고? 아 편의점에서 과자 사먹는다는 말을 차준혁 식 개그로 말한 건가?]


매니저는 최근 들어 실없는 농담이 부쩍 늘어난 차준혁의 모습을 근거 삼아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나 차준혁이 가려는 곳은 성화제과 본사 그 자체였다.


[오, 정답! 어떻게 알았어 형?]


그래서 그는 더 이상 해명을 하지 않았고 매니저 형이 푹 쉬도록 대화를 종료하기로 했다.

매일 같이 자신을 어디든 데려다주는 장현우가 고맙지만 동시에 그의 건강 또한 걱정되기도 했다.


‘이 형은 쉬질 않아.’


차준혁은 마침내 집에서 나왔다.

쏟아지는 햇살.

이 몸에 들어오던 그날의 날씨와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잠시 후.


“몇 년 만에 오는 것 같네.”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보는 차준혁.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부장으로 있던 회사였다.


‘물론 날 꼬리 자르듯 잘라내긴 했지만···.’


애증의 존재라고나 할까.

평생을 바친 성화제과는 차부장의 진심 어린 애정이 섞인 회사였다.

비록 지금은 배우 차준혁의 몸으로 찾아왔지만 성화제과를 향한 마음만은 변함이 없었다.


“들어가 볼까.”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있던 마케팅전략팀으로 향했다.


‘차명진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돼.’


그가 여기에 온 이유였다.


*


-야. 저거 누구야?

-존나 잘생겼네. 신입사원인가? 얼굴 뭐야.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야야야. 저기 차준혁 아니야?

-뭔 그런 장난을 쳐요 대리님?


차준혁이 건물에 들어오자 분위기에 파동이 일었다.

대놓고는 아니었지만 자기들끼리 웅성거렸으며 온통 귓속말을 하는 풍경이었다.


‘휴. 겨우 들어왔네.’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는 게이트.

그러나 배우는 얼굴이 곧 명함이라고 하던가.

보안요원을 향해 대충 광고 미팅 때문에 왔다고 거짓말을 한 뒤, 자신이 알고 있는 마케팅전략팀의 부하직원의 이름을 댔더니 문이 열렸다.


‘길거리에서도 그렇고. 괜히 매니저 형이 데려다준 게 아니었어.’


자칫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지금이야 모든 대중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지 못해 개인적인 스케줄을, 그것도 대중교통과 걸어서 할 수 있었지만.


‘나중엔 꿈도 못 꿀 일이겠네.’


심지어 이원식 감독 드라마에 출연하고 나면 인지도는 급격히 상승할 여지가 분명했다.

어쩌면 유명해진다는 것은 좋은 점도 있었지만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아무튼.’


차준혁은 자신이 몸담아온 회사였기에 자연스레 발길을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탕비실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무실에는 사람이 몇몇 없었고 탕비실에는 차준혁 혼자였다.


“여기 있다.”


성화제과의 탕비실에 비치돼 있는 자사 제품들.

과자는 물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까지 있었다.

아저씨 입맛에 최적화된 차부장이었기에 탕비실인 이곳은 그에게 있어 무릉도원이나 다름없었다.

성화제과는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을 잘 만들기로 유명했으니까.


‘몰래 하나만 먹자.’


지금은 차준혁의 몸이었기에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 자신의 최애 아이스크림을 몰래 하나 꺼내는 그였다.


그때였다.


“누구···.세요?”

“아.”


여자 직원이 한 명 들어오더니 차준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서로의 얼굴이 익숙했다.


“···차, 차준혁?”

“주아영 씨?!”


서로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잠시 후 주아영이 토끼눈을 했다.


첫 번째 이유는 차준혁을 회사 탕비실에서 마주쳤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소소하게 아이스크림을 훔쳐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세 번째 이유는 핸드폰 바탕화면을 할 정도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차준혁이 무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제, 제 이름을···. 어떻게?”


차준혁 또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홍보팀 주아영 과장은 점심시간에 혼자 다니기로 유명했었는데.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혼자 아이스크림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니.


“아 그건 말이죠.”


차준혁이 이어 말했다.


“거기 적혀있어서요.”

“네?”


차준혁이 주아영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주아영은 화들짝 놀라 아래를 쳐다봤고 그곳엔 다름 아닌 그녀의 사원증에 걸려 있었다.


“아.”


당황스러운지 어색한 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차준혁은 다른 몸으로 맞이한 주아영 과장이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맞아. 주과장도 차준혁을 좋아했잖아. 그 바탕화면 할 정도로.’


우스꽝스럽지만 그녀가 좋아하던 차준혁이 지금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마치 감동스런 로맨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처럼 뭐랄까, 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부담스러운데.’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아영 과장.

그런데 그녀는 이내 표정을 싹 바꾼 뒤 업무 모드로 얼굴이 돌아왔다.


“저기 죄송한데.”

“네?”

“여긴 무슨 일로···. 마음대로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


역시 홍보팀 에이스 주아영 과장이었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는 그녀의 모습에 차준혁은 한때 그녀를 짝사랑했던 주아영이 다시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처음 몇 초간은 공과 사가 살짝 허물어지긴 했었지만.’


차준혁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중간중간 낼름낼름 핥아먹으면서 말이다.


“아는 지인 좀 뵈러 찾아왔습니다.”

“지인이요? 누구시죠?”

“근데 제가 미리 연락을 드리고 찾아온 게 아니라서···.”

“아 그러세요? 그럼 제가 한번 연락해 볼까요?”


적극적인 주아영 과장이었다.

사적인 동기인지, 공적인 업무상 친절인지 알 순 없었지만 말이다.


“마케팅전략팀 차명진 부장님입니다. 원래 영업팀에 계시던.”

“······!”


차명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주아영 과장이 흠칫 놀랐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


“혹시···. 지금 안 계신가요?”


차준혁은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

설마 진짜 자신인 차명진이 그날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면 어쩔까 하고 말이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네.”


주아영이 대답했다.

그렇단 뜻은···!


“그럼?”

“지금 병원에 계세요. 며칠 전 사고가 있으셔서.”

“···아. 그렇군요?”


다행이었다.

깜짝 놀랐네, 병원이라니.


‘진짜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때였다.


“어어어?!!!”


뒤에서 어린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야말로 매우 감정적이며 격앙된 목소리.


차준혁이 다급히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


다름 아닌 마케팅전략팀 직원들이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차, 차, 차준혁이다!!!”

“뭐, 뭐?!!!”


이내 탕비실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마치 그가 이 회사의 주인공인 것처럼.


'···큰일 났네.'


예정에 없던 팬미팅을 강제로 마주하게 된 차준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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