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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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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15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08 23:39
조회
57
추천
3
글자
13쪽

아저씨 (1)

DUMMY

차준혁은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보이는 한소리의 얼굴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는 들릴 듯 말 듯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내뱉었다.


“얼짱 같으시다.”

“···네?”


적잖이 당황한 건 한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그 말을 한 장본인인 차준혁은 물론 그 옆에 있던 장현우 매니저까지 근방에 있는 셋 모두가 방금 전 차준혁이 한 발언에 뜨악하고 놀라고 말았다.


“방금···얼짱이라 그랬어요?”

“아!”


차준혁은 이제야 아차 싶었다.

요즘 얼짱이란 말은 젊은 세대에서 쓰지 않는 용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장현우 매니저 또한 옆머리를 긁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이 컨셉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야!’


인터뷰 때부터 갑작스레 아저씨 캐릭터가 돼버린 차준혁.

매니저인 장현우 또한 그때부터 시작된 차준혁의 아저씨 코스프레에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었다.


아니다.

그런데 코스프레 치고는 너무도 리얼하며 일상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그의 언행이었다.


‘저번에도 그랬었지. 하수빈? 그리고 또 뭐더라. 호돌이, 라이코스, 조흥은행···. 뭐가 되게 많았는데.’


20대인 매니저 또한 요즘들어 부쪽 자기보다 어린 차준혁의 발언을 이해 못할 때가 많았다.

어쩔 때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차준혁이 과거 시대를 겪고 온 사람 같기도 했다.


“얼짱 모르세요? 하하하.”


반면 차준혁은 정면돌파를 하기로 작정했다.

이왕 저지른 이상 도로 담을 수도 없는 법.

그의 당당한 모습에 한소리는 덩달아 살며시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들어는 봤는데, 좀 옛날 말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요?”

“네. 생각보다 차준혁 씨.”


그녀는 잠시 쉬었다 말을 이어나갔다.


“아저씨 같으시다.”

“······?”


한소리가 내뿜는 냉기에 차준혁의 손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그 차가운 기운 때문이라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본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눈은 마치 렌즈를 낀 것처럼 동공만으로도 신비롭게 아름다웠고, 코는 세밀한 가공을 한 것처럼 오똑 했으며 콧대 위의 그 위의 점은 화룡점정으로 그녀의 외모를 마무리지었다.

거기다 흰 피부의 살결은 차준혁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이게 연예인이구나···. 와.’


이 불편한 정적 속에서 매니저만 괜히 난처할 뿐이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뭐해 소리야. 들어가서 감독님께 인사드려야지.”

“그러자.”


매니저에게조차 도도한 말투로 단답하는 한소리 배우였다.

차준혁과 매니저는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갑다.’


그것이 한소리에 대한 차준혁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신의 파트너, 즉 뉴 매뉴얼의 여주인공이었다.


동시에.


【특정 대상(C+)에게 인상을 주었습니다.】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군.’


차준혁의 눈앞에 등급과 함께 인상을 주었다는 문구가 표기됐다.

처음엔 낯설고 놀라웠지만 점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큰일이네. 앞으로 쭉 호흡 맞춰야 하는데.”

“친해지면 나아지겠지.”


매니저의 걱정에 이번엔 차준혁이 걱정을 덜어줬다.

하지만 그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지만, 차준혁이 느끼기에는 한소리가 겉모습처럼 그저 차가운 사람만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게 아니라 아직 어린 거겠지.’


그것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고, 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차준혁의 결론이었다.

인생의 경험에서 오는 육감 같은 것이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준혁아.”

“어?“


갑자기 매니저가 옷소매를 살짝 끌어당겼다.

차준혁은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강민호.’


다름 아닌 배우 강민호였다.

이원식 감독과 보기로 한 날, Tns 건물 복도에서 마주쳤던 그 사람.


‘처음 마주쳤을 때 무시하고 지나갔었지.’


아직도 기억나는 강민호의 첫인상.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남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짠한 감정만이 그에게 느껴졌을 뿐.


“고심 끝에 조연하기로 했대.”

“그래?”


매니저가 강민호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작게 속삭였다.

차준혁이 백민혁 역을 맡게 된 후 강민호는 조연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분명한 건 그의 자존심에 꽤나 큰 스크래치가 났을 거라는 것.


어느새 강민호가 차준혁과 매니저 가까이 다가왔다.


“아.”


놀랍게도, 이번에는 강민호가 먼저 둘에게 목례를 했다.

그때와는 달라진 입장 때문이었을까.

목례를 한 뒤 리딩 장소로 뚜벅뚜벅 들어간 강민호를 보며 장현우 매니저가 속삭였다.


“그새 사람이 바뀌었나.”


그러자 차준혁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의 경험상 사람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준혁아. 들어가자.”


차준혁과 매니저는 긴장된 얼굴로 리딩 장소에 들어갔다.


*


대본 리딩 장소에 들어간 차준혁과 매니저.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에 긴 책상들이 즐비해있었다.


가운데에는 메인연출인 이원식 감독과 작가인 유소원이 앉아 있었고, 양쪽 책상에는 배우들이 쭉 앉아 있었다.

배우들의 앉는 순서는 주연부터 조연, 단역 순이었다.


그렇다는 건 곧 주인공인 차준혁이 맨 앞자리라는 뜻.


“오, 준혁 씨 왔어?”

“안녕하세요.”


차준혁을 반기는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였다.


“······!”


유소원 작가를 본 차준혁은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모자가 더 커졌어?!”


지난 번 첫 만남 때 봤던 스타일이 더욱 증폭된 유소원이었다.

모자의 챙이 저번보다 커졌으며, 마치 시상식 때의 여배우를 연상시킬 만큼 그녀가 입은 원피스가 이 방에서 가장 띄는 느낌.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유소원 작가는 새침하게 대답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 문구.

차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싫어해도 이 글씨가 보이는 건가?’


그래, 깊은 인상이라는 게 꼭 긍정적이라는 법은 없었다.

지금 유소원 작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표정을 보면···.

마치 오늘 대본 리딩 때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가만 안 둘 거라는 느낌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리에 도착한 배우들이 서로 인사를 하기에 바빴다.

‘차준혁 배우’라고 써진 자리에 착석한 차준혁은 혼자 조용히 책상 위에 놓인 대본을 넘겨보았다.


‘응?’


그런데.

대본을 후루룩 넘겨본 차준혁의 눈이 조금 커졌다.


‘지난 번 받은 대본이랑 뭔가 바뀌었는데?’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유소원 배우가 조심스레 차준혁의 자리로 다가왔다.

큼지막한 챙 때문에 차준혁은 눈에 찔릴 뻔 했다.


“저, 차 배우님.”

“네 작가님!”


겉은 새침하지만 목소리는 한없이 가냘픈 작가님이었다.

들릴 듯 말듯한 유소원의 목소리에 차준혁은 더욱 그녀에게 가까이 붙었다.


“저, 사실 어젯밤 급히 대본이 바뀌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네. 저번 버전이랑 많이는 아니구, 조금 달라요 조금.”


유소원 작가는 미안한 건지 부끄러운 건지 어느새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그나저나.


‘그러고 보니. 내 대사가 조금씩 바뀌어져있다.’


차준혁이 바뀐 부분을 하나씩 찾아보자 유소원 작가의 밀착 과외가 시작됐다.

오직 차준혁에게만 제공되는 바뀐 대본 서비스.

하나하나 바뀐 대사와 상황들에 대해 짚어주고 그 이유까지 덧붙여 설명해주는 그녀였다.


“솔직히 지난번에···.”

“···?”

“엄청 감명 깊게 봤거든요.”


혹여나 다른 배우에게 들릴까 더욱 속삭이며 말하는 유소원 작가였다.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 때문에 옆사람에게조차 들릴 리는 없었지만 다른 배우들을 배려하는 그녀의 세심한 마음이 차준혁을 예상치 못하게 감동 시켰다.


“아무튼. 진짜 많이 안 바뀌었거든요.”


그녀의 수정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번 차준혁이 보여준 재벌 3세 젊은 꼰대의 백민혁 캐릭터.

단순 시크하고 이기적인 모습뿐이었던 백준혁의 단면적인 모습에 아저씨 같은 젊은 꼰대의 성격을 넣었더니 자연스레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 같은 것이 약간씩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네. 좀 더 꽉 막힌 꼰대 같아 졌달까?’


유소원은 재잘재잘 잘도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리고 좀 전까지의 새초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뭔가를 설명할 때마다 조금씩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건 기분탓인가 싶었다.


“진짜 아저씨가 몸속에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유소원 작가는 마치 여고생처럼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그 덕에 차준혁도 덩달아 자신의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옛날 생각 나는구만.’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손결.

어느새 유소원은 차준혁의 얼굴을 살포시 감싸 안고 있었다.


“아. 마지막 엔딩에 행동이 추가돼서요.”

“아. 아아!”


차준혁 특유의 멜로눈깔로 여주인공을 쳐다보는 엔딩부분의 백민혁.

그런데 지난 번 미팅 때 보여준 열연으로 그 부분을 강화시키기로 한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는 단순히 멀리서 쳐다보는 것에서, 여주의 얼굴을 감싸 안는 행동 지문을 추가시킨 것이다.


“이런 느낌으로···. 아셨죠?”


덩달아 새빨개진 차준혁의 얼굴이었다.

사실 차준혁의 몸 안에 있는 건 40대의 노총각이 아니던가.

모처럼 만에 느껴본 여자의 손길에 차준혁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 소리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안녕하세요!”


차준혁 옆에 한소리가 난입했다.

분명히 방금 전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눴는데···.


“오늘 잘 부탁드려요 차 배우님.”

“아, 네···.”


그 덕에 뻘쭘해진 유소원 작가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스윽 앉으며 한소리 배우를 살짝 째려보는 듯한 그녀였다.


한소리 배우는 이어서 이원식 감독에게 직행했다.


“어머 감독님. 잘 부탁드려요.”

“으응. 그래요.”


목례와 함께 그녀의 인사에 답한 이원식 감독은 그대로 한소리를 지나쳐 차준혁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방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차준혁 쪽으로 집중되는 듯했다.


-저기, 차준혁···.

-진짜 잘생기긴 했네.

-되게 의외 아니야? 주연이라니.

-아무튼 존잘이야.


그와중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배우 강민호였다.

그의 미간엔 주름이 깊게 패였고, 그저 말없이 책상 위에 놓인 생수를 벌컥벌컥 마실 뿐이었다.


“긴장 돼고 그런 건 없죠?”

“조금. 조금 긴장됩니다.”


이원식은 차준혁의 책상 앞에서 몸소 몸을 낮춰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강일환 본부장이 올거에요.”

“그게 누구죠?”


차준혁은 처음 듣는 이름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원식 감독은 유소원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음,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의 말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

Tns에서 가장 입지가 탄탄한 강일환 본부장.

Tns에서 최근 몇 년 간 방영된 굵직한 드라마는 전부 강일환 본부장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실제로 기업의 실적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저기. 구석에 앉은 양반이야.”

“아.”


차준혁은 이원식 감독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향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중년의 남자가 말없이 대본을 넘기고 있었다.

드라마제작1팀 본부장 강일환이었다.


“그때처럼만 하면 돼요.”


이원식은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방 안엔 갑자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멤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


“대본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모든 배우가 준비됐고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모두가 긴장된 분위기.

몇몇 배우가 생수의 병뚜껑을 따는 소리만 들렸고, 대본을 사르륵 넘기는 소리만 정적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반면.


‘과연 될까.’


이 방에서 가장 근심에 찬 건 다름 아닌 강일환 본부장이었다.

현재 이번 프로젝트로 사활이 걸린 OTT채널 왓칭.

이번에 성공시키지 못하면 채널은 물론 모회사인 CK 엔터스의 향방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시작하시죠.”


이원식 감독의 굵직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강일환 본부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대본의 첫 페이지를 내려봤다.


‘아직 배우는 바꿀 수 있어.’


보도자료가 다 나갔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기회는 남았다.

약간의 소음이 있겠지만 오늘 차준혁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불사하고 다른 배우로 바꿀 생각까지 있는 강일환 본부장이었다.


그런데.


차준혁이 첫대사를 읊는 순간.


‘잠깐.’


강일환의 생각에 변화가 일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였던 기우가 스르르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이 연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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