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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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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499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5.29 23:17
조회
81
추천
8
글자
17쪽

캐스팅 (3)

DUMMY

‘으, 으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유소원 작가는 이리저리 팔을 흔들다가 저도 모르게 책상 위에 놓인 케케묵은 아메리카노를 툭 쳤다.


내가 아는 그 차준혁이라고?

지금···. 모니터 화면에 띄워져 있는 우리 준혁이?

분명 얼마 전에 내 대본을 대차게 깠었다고 들었는데.


-저, 작가님? 듣고 계세요?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부침이 있었던가.

두더지처럼 땅 속에서 햇빛 볼 날 거의 없었던 보조작가 시절을 거쳐, 내 작품 하겠다고 폐인처럼 지내던 그간의 세월.

나이의 앞자리 숫자는 어느덧 ‘3’을 찍었건만.


그렇다.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는 것이었다.


“내, 내일이라고요 감독님?”


-그렇다니까. 근데 유작가, 차준혁 배우 좀 밀지 않았나?


좀이라뇨.

제 인생을 올인할 정도로 미치도록 밀었었죠.

유소원은 두루마리 휴지를 허겁지겁 뜯고는 쏟아진 커피를 닦으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겐 자신이 차준혁의 팬임을 최대한 숨기고 지내는 그녀.

작가로서의 고고한 자태를 나름대로 유지하고자 했다.


“차준혁···. 좋죠 감독님. 근데 내일 진짜 바로 만나요?!”


-그렇다니까? 매니저가 사정사정하면서 내일 꼭 보재. 거 참.


믿기지가 않았다.

보통 배우라는 존재와 따로 만나려면 그들의 바쁜 스케줄을 조정하고 또 조정한 뒤에 겨우 만날 수나 있었으니까.


그런데 무려 얼굴천재 차준혁을 당장 하루 전에 미팅 잡았다고?

아무리 배우로서의 위치는 아직 높지 않다 하지만···.


‘이게 이원식 감독님의 파워인가?!’


유소원은 갑작스레 이원식 감독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간 대본 회의를 하며 대본을 얼마나 뜯어 고치게 했는가.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이원식 감독을,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여 신인 작가를 못 살게 구는 ‘꼰대 아저씨’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합니다. 대 이원식 감독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차준혁을 만나게 해준다니요.

지금 이 순간 유소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커튼을 쳐 어두컴컴한 방 안에 햇빛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마치 지금 그녀의 기분 같았다.


‘···근데 왜일까.’


그러다가 문득 그녀는 차준혁이 마음을 바꾼 계기가 궁금해졌다.

정말 이원식 감독의 실력과 이름값에 결정을 번복한 걸까?


‘그래, 원식 감독님이 붙기 전엔 깠었잖아.’


불과 몇 달 전.

유소원 작가의 대본은 원래 이름 없는 신인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다.

배우들 또한 작가나 감독의 이름에 따라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신인감독이 튕겨나가고 이원식 감독이 붙고 나니 차준혁이 급작스레 의사를 뒤바꿨다.

어쩌면 차준혁의 갑작스런 출연 결정은 위대하고 멋진 이원식 감독님 덕분인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응? 갑자기 왜 이래요 유 작가님?


“감독님이랑 작업해서 정말 행복해서요!”


-뭐어? 푸하하!


그녀는 핸드폰을 붙들고 허공에 대고 인사를 했다.

<차준혁>.

내 인생 최애 배우가 내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


잠깐.

그러고 보니 어떤 역할로 온다는 건지는 아직 못 들었는데.


“감독님! 그럼···!”


유소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그녀의 소원을 꾹꾹 눌러 담아 입 밖에 꺼냈다.


“차준혁 배우···. 배역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 순간.

유소원은 바로 어제 밤 제작피디로부터 전해 들었던 소식이 떠올랐다.


-뭐, 지금 주연 자리는 강민호 배우랑 얘기 중이니까···.


맞다, 그랬었지.

남주 역으로 강민호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 그쵸. 그럼 차준혁은 뭐···.”


이윽고 그녀의 어깨가 축 처졌다.


“다른 역 하면 되죠.”


-응. 그래서 나도 서브남주로 써볼까 해.


이원식 감독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인터뷰 봤는데 골때리더라구.


유소원 또한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감독님도 봤구나.

차준혁의 180도 다른 모습을.


‘아쉽다. 주연이면 너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캐스팅의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었다.

유소원 같은 신인작가에게는 더더욱.

게다가 정작 기회를 발로 차버린 건 다름 아닌 차준혁 본인이 아니던가.


‘바보···.’


그렇게 생각하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소원 작가였다.

배우와 작가로서 그를 만난다.

그것도 다름 아닌, 당장 내일!


-작가님. 그럼 내일 5시에 13층에서. 오케이? 늦지 말고!


“···넵!!”


늦을 리가 있나.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화장 고치고 준비할 거 다 해놓을 거다.


한편 모니터에는.


「아이디 : caractor222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아이디 : caractor222

리플 많이 달아주셔서 캄사,,, 열정 쵝오! 활발하신 거보니 혹시 혈액형 B형??? ㅋㅋㅋ;;」


어느새 그녀가 단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아준 차준혁이었다.

평소답지 않지만, 어딘가 서툴고 어딘가 아저씨 같지만···.


뭐 어떤가.


‘하아···. 떨려!!!’


나는 내일 차준혁을 만날 거고, 면전에서 대화를 나눌 것이다.

당연하지만 업무 차 만나는 미팅이다.


‘그래, 일 얘기 하는 자리야. 정신 차려 유소원!’


그러던 그녀는 옷장에서 대뜸 뛰어갔다.

진지하고 결연한 얼굴로 옷장 문을 연 그녀는.


“으아아아아! 내일 옷 뭐 입지이이!!!”


행거 가득 빼곡히 걸린 옷들을 보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 * *


다음 날.


화장실 거울에 비친 차준혁의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잠을 설쳤어.’


그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시간 : 36시간 28분.】

【▶실패 시 : 차준혁과 차명진의 사망.】


눈을 감아도 어렴풋이 보이는 이 글자들.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차준혁의 마음도 초조해져만 갔다.

한국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의 몸에 들어온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죽기 싫으면 캐스팅 되라고···?’


차준혁은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차준혁의 몸에 들어와 있다면, 원래 자신은 어떻게 되었는가?

번개를 맞고 그 이후의 기억은 도통 없으니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 어떻게든 일단 캐스팅부터 되고···. 그 이후에 가보자.’


원래의 자신, 즉 차명진으로 살던 집 주소도 알고 직장인 성화제과의 위치도 알고 있다.

기회만 된다면 둘 중 어디든 찾아가 이후의 상황을 확인해볼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일단.


‘살아야 돼.’


정반대의 천국 같은 삶을 얻었는데 곧바로 죽는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차준혁은 생을 건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이원식···. 이원식 감독 눈에 들어야 해.”


그는 전장에 나가듯 집밖으로 나섰다.


*


장현우 매니저가 데리러 온 차에 탄 차준혁이었다.


“있잖아 준혁아. 그런 자세 좋았어!”

“응? 뭐, 뭐가?”

“아니 너 이런 적 없었잖아. 미팅 날짜 좀 땡겨달라고 하루 전날에 조르질 않나.”


조수석에 앉은 차준혁은 힐끔힐끔 까만 피부의 매니저를 쳐다봤다.

이원식 감독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물어보지···.’


감독님이 어떤 연기를 좋아하는 지 물어볼까?

아님 매니저 형한테 이번에 꼭 좀 꽂아달라고 로비를 할까?


‘아차. 나도 모르게 매니저 형이라고···.’


40대의 차부장은 이제 20대의 매니저 청년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졌다.

단전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한숨을 애써 삼킨 차준혁은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려는 듯 창밖을

그저 가만히 쳐다봤다.


그때였다.


-지이잉!


차준혁의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거세게 울렸다.


“응?”

“왜. 누군데?”


[배연서]


차부장도 들어본 어딘가 익숙한 이름.

그는 잠시 자신의 상황도 잊은 채 본능적으로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그러자.


‘내가 아는 그 배연서···?!!’


차준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TV 드라마와 광고, 예능까지 전 방위적으로 활동하는 그녀.

그런 유명 여자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는 것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맞다. 지금 나도 연예인이지?’


차준혁은 침착하게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제 인터뷰 잘봣엉 ㅎㅎㅎㅎ 머야넠ㅋㅋㅋ짱웃곀ㅋ]


딱히 웃긴 말을 했던 것 같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웃기기가 이렇게 쉬웠나?


그리고 이어서.


[근데 밥 언제먹을꺼양???? 밥 사준다햇자나ㅜㅜ]


“헐.”


이 정도 급의 여자 연예인이···.

먼저 밥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이게 가능 한 거였어?


“왜 그래. 응? 누군데.”

“아, 아냐. 배연서가 밥 먹자고···.”

“오 진짜? 전에 광고 찍을 때 니 번호 따가더니. 엄청 적극적이다 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차준혁의 몸으로 살면 이런 일은 그저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어휴. 밥은 무슨. 난 못 해.”

“준혁이 넌 다 가졌는데 왤케 내성적이냐. 으휴, 얼굴이 아깝다!”


매니저는 진심인 듯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차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 답장을 하지도 않은 채 배연서의 프로필 사진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지금 자신이 시한부 인생임이 번뜩 떠올랐다.


“형.”

“왜.”

“이원식 감독님이 나···. 캐스팅 해주실까?”


진지한 얼굴로 던진 차준혁의 물음에 매니저의 표정 또한 사뭇 심각해졌다.

자신의 배우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옳을까 고민하는 듯 했다.


“준혁아. 내가 볼 땐, 살짝 힘을 빼야 돼.”

“힘을 빼라니?”


나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산 녀석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음···. 지금 죽기 살기로 뭔가를 할 생각보다는. 인생은 어차피 순리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그러니까 적당히 힘을 빼고 감독님 앞에 서는 게 좋을 거 같다 이 말이지.”


어린 녀석이 꽤나 맞는 말을 한다.

차준혁은 부장이란 자리까지 죽기 살기로 올라왔던 과거를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적당히 힘을 빼고 살아라···. 맞는 말이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차준혁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치만···. 난 지금 진짜 죽기 살기로 해야 된다고!!!’


말 그대로 목숨이 걸린 캐스팅.

목표는 단 하나.

이원식 감독한테 잘 보여 무조건 드라마에 캐스팅 돼야 한다.


“아 그리고 이건 너 긴장 풀라고 하는 말인데.”


매니저가 씨익 웃으며 차준혁을 쳐다봤다.


“이원식 감독님이 너란 사람에 대해 되게 궁금해 하더라.”

“감독님이 나를?”


관심이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다.

아니, 애초에 긍정적이니 그쪽에서 연락을 취해왔겠지.


“그래. 배우 차준혁 말고 인간 차준혁 말야.”

“정말?”

“응. 어제 인터뷰 되게 인상 깊게 보셨나 봐.”

“오···.”


그러고 보니 이원식 피디의 나이, 나랑 비슷했었지 아마.

어쩌면 인터뷰에서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낀 건 아니었을까?


‘그래, 나를 철저히 영업하는 거야.’


영업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차부장은 심기일전 했다.


“거의 다 왔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버, 벌써?”


거의 도착했다는 말에 차준혁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미팅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벼락치기를 하는 시간.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장현우 매니저는 못 들은 척 해주었다.

차준혁은 핸드폰에 들어갈 듯 어떤 화면에 몰두했다.


어제 밤 보았던 라라위키였다.


[프로필]


-본명 : 차준혁 【???】

-출생 : 2002년 2월 02일 (22세) / 【???】

-국적 : 대한민국

-신체 : 183.6cm, 74kg

-학력 : 신동고등학교

-소속사 : 엔돌핀컴퍼니

-데뷔 : 2020년 7월 13일 웹드라마 '일진과외'

-별명 : 멜로눈깔, 만찢남, 차느님

-MBTI : INTJ


※【트라우마】, 【???】, 【???】···.


그런데.


'어···?'


어젠 보이지 않던 이상한 표시 같은 게 프로필 사이사이에 보였다.


“형. 잠깐 이것 좀 봐봐.”

“야야 안 돼 안 돼. 지금 주차 자리 찾아야 돼.”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그나저나 이름 옆에 물음표는 뭐지?


손가락으로 화면 위에 가까이 갖다 대자.


【잠금 해제가 필요합니다.】


따위의 문구가 액정 위로 솟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출생 옆에도 물음표가 있고···. 뭐지 맨 밑에 이건?’


프로필 제일 하단에는 물음표 몇 개와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떡하니 있었다.

차준혁에 대한 어떤 비밀을 말해주기라도 하는 걸까?


“뭐해? 내리자.”

“어? 어어.”


어느새 주차까지 마친 매니저는 차준혁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생겨난 프로필의 이상한 표식들.

호기심과 미심쩍음이 동시에 불러일으켜졌지만 지금은 이걸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차준혁···.’


어떻든 간에 비밀이 많은 녀석 같았다.


과연 나는···.

이 몸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 *


‘긴장된다.’


어제에 이어 또 다른 방송국에 들어온 차준혁이었다.

매니저가 옆에서 보디가드처럼 지켜주지만 차준혁의 머릿속은 온통 걱정 뿐이었다.


‘캐스팅, 캐스팅, 캐스팅···!’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매니저와 불안과 초조에 휩싸이던 차준혁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런데 그 순간.

우습게도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춘 자신의 모습이 차준혁의 긴장감을 한 단계 낮추어주었다.


‘뭐지?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


일종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랄까.

거울을 가만히 지켜보던 차준혁은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며 씨익 웃어보였다.


“푸핫. 이미지 트레이닝 하니?”


-띵!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13층을 가리켰고.

두 사람이 내리자 익숙한 로고와 드라마들이 로비에 설치된 TV 여러 대에서 송출되었다.


"R13번 방이랬으니까···.“


매니저와 차준혁은 둘 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둘의 목적은 달랐다.

매니저는 그저 이원식 감독을 만날 미팅룸을 찾기 위해서였고, 차준혁은 드라마국에 처음 입성한, 그야말로 미어캣처럼 놀란 표정이었으니까.


“아, 저쪽이다! 가자 준혁아. 준비됐지?”

“뭐···.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차준혁은 억지웃음을 지어보았다.

매니저와 함께 저벅저벅 미팅룸을 향해 걸어가는 차준혁.


동시에.


-감사합니다.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감독님! 또 뵙겠습니다 작가님!


저 멀리서 웬 훤칠하고 화려한 머리의 남자가 문앞에서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


다름 아닌 R13번방 앞이었다.

그곳은 이원식 감독을 만나기로 한 미팅 장소였다.


“준혁아. 강민호다 강민호.”

“누구?”


훤칠한 사내가 이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그 키는 더욱 커졌고, 분홍빛의 화려한 염색머리는 차준혁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남자 머리가 무슨···.’


X세대 차부장으로선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 머리였다.

마치 동물원에 있는 한 마리의 공작새 같다고도 차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아이돌이잖아. 제로엑스 몰라?”

“엑스재팬은 아는데.”


강민호.

아이돌 ‘제로엑스’의 리더인 그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강민호를 보고 매니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차준혁이 덩달아 목례를 했다.


그런데.


“······.”


대놓고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강민호와 그의 매니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스쳐 지나가더니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은 무안한 듯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


‘···뭐지?’


그러나 매니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얼른 가자 준혁아!”

“어? 어어.”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는 차준혁.

미팅룸이 점점 가까워졌다.


“사실 이건 이제야 말하는데.”

“뭐를?”

“오늘 안에 작가님도 오셨대.”

“작가님?”


차준혁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란 도도하고 까다로운 사람이었으니까.


‘잘못 보였다가 캐스팅 안 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침내 R13번방의 문이 열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들어가자마자 패기어린 목소리로 인사하는 차준혁.


그러자 항공점퍼를 입은 중년의 남성 한 명과.


“반갑습니다. 이원식입니다.”


그리고···.


“······.”


큼지막한 챙 모자를 쓴 여인이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났다.

묘령의 분위기를 뿜는 의문의 여자.

청초한 흰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얼굴도 모자에 가려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소원이에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차준혁은 숨이 턱하니 막혔다.

역시 작가는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다고.

아직 캐스팅 되지 않은 배우에겐 자신의 얼굴조차 보여주기 싫은 거라고.


그때.


【특정 대상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응···?’


예상치 못한 선물이 그에게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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