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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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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14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01 23:59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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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주인공 (1)

DUMMY

엘리베이터 앞에선 강민호는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기세가 등등해졌다.

이변의 여지가 없는 오늘의 미팅 결과.


‘이원식 감독은 첫 미팅에서 모든 걸 결정한다지.’


감독은 미팅이라 불렀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오디션 자리.

배우가 씬 하나, 아니 대사 몇 줄만 그 자리에서 읽어도 이원식 감독의 눈엔 배역에 적격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들었다.


이원식 앞에서 역대급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 강민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형. 나 남주 될 거 같지?”

“당연하지. 감독님도 엄청 흡족해하셨잖아. 표정 못 봤어?”


그러자 강민호는 매니저의 호응에 어깨가 더욱 올라갔다.


“봤지.”


캐스팅만 된다면 이름값은 물론 광고까지 물 밀 듯 들어오는 이원식 감독의 작품.

조금 전 자신의 연기로 강민호는 드라마 ‘뉴 매뉴얼’에 주인공으로 낙점될 것이라고 확신한 상태였다.


‘오피스물, 재밌겠네.’


드라마 속 재벌 3세 백민혁.

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부장이란 직급을 달고 부하 직원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갈아 끼우는 까다롭고 완벽주의자 성격의 냉혈한 캐릭터.


특히나 위생관념에 있어 한 치의 더러움도 불허하는 그는 미친 듯이 높은 기준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같은 부서의 사람들에게 숨 막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어디 웹드라마나 하던 나부랭이가.’


강민호는 얼굴만 믿고 연기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차준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속그룹인 제로엑스 덕에 인기는 자신이 훨씬 우세하기까지 한 상황.

이번에 이원식 감독의 작품으로 데뷔하여 연기돌로 거듭나기만 한다면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래, 내가 딱이지.”

“뭐가?”

“백민혁 자리 말이야.”


매니저는 좀처럼 오지 않는 엘리베이터에 전전긍긍하다가 강민호의 물음에 적극적으로 대꾸했다.


“민호야. 딱 니 역할이야.”

“그치?”

“응! 뭔가, 재벌 3세의 그···. 싸가지 없는 느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인지 매니저는 신이 나서 덧붙였다.


“그게 니 실제랑 잘 어울려.”

“뭐?”


강민호는 칭찬인지 디스인지 모를 매니저의 발언에 찌릿하고 째려봤다.

하지만 그따위 이유야 뭐가 중요한가.

이원식 감독의 작품이라면 편성이야 식은 죽 먹기일 터.

글로벌 플랫폼인 넥스트림이든 아니면 지상파 TV 편성이든 아무래도 좋다.


더 이상 아이돌이란 직업에 흥미를 잃은 강민호에게 오늘은 아마 인생 최고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니까.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왜?”


매니저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온 김에 캐스팅 건 관련해서 보도자료 내도 되는지 물어보게.”

“좋네.”


흡족한 강민호였다.

뉴스 기사에 ‘강민호 주연으로 낙점’이란 문구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상황.


“나도 같이 가 형.”


매니저의 뒤를 따라 강민호는 다시 미팅룸으로 향했다.


“응? 누구랑 미팅하시나?”


그런데.

살짝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누군가가 대본을 리딩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내가 번번이 말했을 텐데요.


‘그럴 리가 없어. 설마···.’


문에 가까워지자 또렷하게 들리는 대사의 내용.


“···요즘 신입 것들은 말이야!!”


그 순간, 강민호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어딘가 익숙한 방금 들은 대사.


‘저거 내 대산데?!’


당황하여 그저 매니저를 빤히 쳐다보는 강민호였다.

매니저는 안 좋은 직감과 함께 미팅룸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나 백민혁 부장입니다 백민혁 부장!! 내 지시에 따르세요!!”


넋을 잃은 채 누군가를 바라보는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의 모습이 보였고.

그 앞에는 좀 전에 자신들을 스쳐 지나간···.

차준혁 배우가 앉아 대본을 리딩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뉴 매뉴얼의 주인공인 백민혁을 연기하는 차준혁.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


강민호는 설마하며 이 드라마 같은 상황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지만.


‘아···.’


차준혁의 연기를 본 그들의 표정이 결과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는 지금···. 그에게 완전히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 * *


차준혁은 마치 뭐에 홀린 듯 연기를 끝마쳤다.

백민혁 부장이 마치 내 몸 속에 들어온 듯 대본이 술술, 자연스럽게 읽혔다.

심지어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까지 흐름에 맞게 자유자재로 내뱉었다.


“와···.”


생전 처음 보는 차준혁의 폭발적인 연기.

매니저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스스로 놀란 건 차준혁 본인 또한 마찬가지.


‘뭐지? 백민혁이 내 몸에 들어왔어.’


반대로 차준혁이 대본 속에 들어간 것도 같았다.

어찌됐든 그야말로 물아일체의 경험.

어쩌면 비현실적인 문구가 보여준 대로 이 백민혁이란 배역이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내가, 연기를 하다니.’


같은 시각.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는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연기 실력이 이 정도라고?’


차준혁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그가 연기한 영상까지 훑어보고 온 이원식 감독이었다.


그런데.

단기간에, 단 몇 달만에, 사람의 연기가 이다지 달라질 수 있는 걸까?

단순히 대본을 잘 소화해낸 것이 아니다.


‘백 프로, 아니 백 이십 프로를 해냈어.’


캐릭터는 작가가 창작하지만 그것을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는 건 배우의 역할.

그런데 차준혁은 지금 주인공 백민혁의 캐릭터성을 엄청나게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젊은 꼰대···!’


대본에 없던 새로운 설정.

그렇다.

차준혁은 완벽주의자 재벌 3세의 캐릭터를 넘어, 거기에 젊은 꼰대라는 새로운 캐릭터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떠셨어요 작가님?”

“···훨씬 더···.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이원식 감독의 물음에 쉽게 입을 못 여는 유소원 작가였다.

그는 아직까지 차준혁의 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자신의 대본을 자신의 최애가 바로 앞에서 연기해준 그 엄청난 감명.

그런데 다신이 창조한 인물을 차준혁은 자신의 시각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건 작가인 그녀조차 떠올리지 못한 각도였다.


“너무 재밌어요! 백민혁이 젊은 꼰대라니!”


뭉특했던 캐릭터가 더욱 선명해졌고 극의 전체적인 재미까지 더해졌다.


이원식 감독의 감탄은 멈추질 않았다.


‘어떻게 저런 나이에···. 저런 연륜을 표현해낸 거지?’


이건 엄청난 연구의 결과일 것이다.

때론 발연기라고 욕을 먹기도 했으며, 얼굴 믿고 연기한다는 질타까지 들은 차준혁.

그런 모욕을 그는 달게 삼키고는 본인의 연기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낸 것이다.


거기다.


“여기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연기하면 될까요?”


차준혁의 연기력은 멈추지 않았다.

작가와 감독조차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지 못했던 마지막 백민혁의 엔딩씬.

도통 맞는 게 없는 여주를 애증의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끝이 나는데···.


‘멜로눈깔···?!’


차준혁이 눈 앞에서 보여주는 연기에 감독과 작가는 압도당했다.

그는 그토록 했던 멜로눈깔이 뭔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뭔가 달라!’


20대의 그윽한 눈빛이 아닌···.

그야말로 중년의 농익음이 투영된 업그레이드 버전 멜로눈깔을 보여주고 있는 차준혁이었다.


“죄송합니다. 별로였나요?”


다시 평상시의 눈으로 돌아온 차준혁이 부끄럽게 웃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1초도 걸리지 않아, 이원식 감독과 유소원 작가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옆으로 흔들었다.


“···아, 아니요!”

“너무 좋은데요. 와.”


믿기지 않는 이 공기.

난생 처음 해보는 연기로 인정까지 받았다.

그것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감독에게, 그리고 하수빈을 닮은 묘령의 작가에게 말이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본인도 몰랐다.

옆에서 매니저는 엄청났다며 엄지를 내밀고 있지만 말이다.


‘미리 알고 있던 거야. 내가 이 배역에 잘 어울릴 거라는 걸.’


글자에 보이던 일치율과 등급은 내가 얼마나 잘 연기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숨겨 있던 과거의 경험까지 계산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다니.


‘연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 원래 모습이 자연스레 뒤섞였었지.’


그야말로 기이한 경험.

대본에 적혀있던 대사를 감히 내 입맛대로 고쳐 연기한 것도 있었지만, 다행히 결과는 대만족인 것처럼 보였다.


“차준혁 배우.”

“예?”


경황이 없는 차준혁에게 이원식 감독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우리랑 같이···.”


그리고 그때였다.


“감독님!!!”


언제부터 서있었던 걸까.

강민호 배우와 그의 매니저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서있었다.


“강민호 배우?”

“감독님. 저 아닙니까? 백민혁 말이에요!”


다짜고짜 이원식 감독에게 다가와 묻는 강민호였다.

그 모습은 패기어리다고 할 수 없었고 그저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유소원 작가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러운 듯 의자를 뒤로 살짝 내뺐다.


“잠깐. 자리 좀.”


이원식 감독은 차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차준혁의 팔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문밖에 나와 살포시 문을 닫았다.


-끼이익···.


“와, 강민호 대박이네.”


매니저는 헛웃음을 지었다.

차준혁 또한 얼떨떨하긴 마찬가지.

분명 아까 전 스쳐지나간 사람이 다시 이렇게 얽히다니 말이다.


“그러게 누가 인사 씹으래? 푸하하.”


매니저는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긴장이 다 풀린 듯 기지개를 펴며 조용히 웃었다.

그러더니 차준혁의 얼굴을 붙잡고는 또렷하게 말했다.


“왜, 왜 이래 형!”


이젠 형 소리가 자연스레 나온다.

내가 차준혁이고 차준혁이 나였으니까.


“이건 대박이야 준혁아!”


매니저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마치 로또에라도 당첨된 것 같은 사람의 얼굴.


“대박?”

“그래! 너, 지금 이원식 감독 눈에 들었다고!”


그러더니 매니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누군가에게 다급히 문자를 보냈다.


“미쳤다 진짜. 대표님한테 보고해야지.”

“대표님?”


차준혁은 속으로 자신이 속한 소속사 대표를 말하는 거라고 바로 짐작했다.

인터넷으로 자신에 대한 프로필을 몇 번씩이나 탐독한 덕분이었다.


‘엔돌핀컴퍼니였나.’


매니저의 엄지손가락이 춤을 추듯 핸드폰 자판을 두르렸다.

차준혁 또한 이제야 온전히 제정신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려.’


그러나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인생을 살며 이토록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적이 있었던가.

대본을 읽으며 백민혁이라는 캐릭터에 최대치의 몰입을 한 조금 전의 경험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차준혁은 가슴이 저미는 듯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가 재미있어!’


홀린 듯 자신이 읽었던 대본을 떠올리는 차준혁.

마치 눈앞에선 그 세계관이 생경하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보냈다. 대표님이 엄청 좋아하실 거야! 물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매니저는 머쓱한 듯 웃어보였다.

그러나 차준혁은 갑자기 자신있게 입꼬리를 올렸다.


“형. 나 왠지 될 거 같애.”

“캐스팅? 주연으로?!”

“응!”


매니저는 차준혁의 설레발이 썩 나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그의 연기는 흠 잡을 곳이 아니라 기준치를 넘어버린 지경이었으니까.


“준혁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다려보자.”

“알았어 형.”


차준혁은 여유롭게 피식 웃었다.


‘진짠데.’


하지만 차준혁은 혼자 괜히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의 앞에는···.

자신만이 보이는, 어떠한 글자가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배우 차준혁으로 드라마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됐어···!!’


단 하루였지만 차준혁을 숨막히도록 옭아맨 저것.

지금 이 순간 그는 발목에 묶여있던 쇠사슬로부터 해방된 기분이었다.


“사, 살았다!!!”


차준혁이 외치자 매니저는 허겁지겁 그의 입을 막았다.

바로 앞의 미팅룸에선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차준혁은 체면 따윈 전혀 상관없었다.

목숨을 건졌는데 그런 것 따윈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잠시 후.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이번엔 차준혁의 운명에 채찍 다음으로 당근이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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