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8 21:55
최근연재일 :
2024.06.17 23:54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04
추천수 :
107
글자수 :
125,305

작성
24.06.16 23:59
조회
37
추천
4
글자
20쪽

키스신 (2)

DUMMY


“감독님. 저 스탠바이 됐습니다.”

“좋습니다.”


저절로 용기가 복돋아지는 두 키워드.

차준혁은 허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완급 조절(Lv2)】

【스킨십(Lv2)】


'처음에는 일단... 완급 조절로 가보자'


백민혁과 유하린의 첫 만남 장면.


차준혁은 밤새 공부한 대본과 연기 공부를 밑삼아 완급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로 했다.

내면에서부터 차오르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재테크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것이다.


-슛 들어가겠습니다!

-스탠바이···. 큐!!!


차준혁은 마침내 첫 대사를 뱉었다.


“유하린 씨라고 했나? 지금 장난합니까?!”


처음부터 내지르는 연기.

차준혁은 침착하게 다음 대사를 준비했다.


“왜요? 뭐 하실 말씀이라도?”


유하린 역을 맡은 한소리가 당돌하게 맞받아쳤다.

그러자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권위적은 대사를 뱉는 백민혁 부장.


“요즘 젊은 것들은···. 아휴! 됐다. 내 입만 아프지!”

“말씀하세요 부장님. 저 여기 있잖아요.”

“뭐···? 당신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세밀한 호흡으로 양가감정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차준혁이었다.

재벌 3세라는 정체를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은연중에 표현하고 싶은 백민혁 부장의 위선적인 태도.


“연기 좋네요.”

“아니 대체 차준혁 배우는 연기를 누구한테 배우는 거야?”


그새 또 성장한 차준혁의 연기를 보며 웅성대는 스탭들이었다.

숨겨둔 연기 선생이 있을 거라는 설과 차준혁이 이상한 약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는 터무늬 없는 얘기도 나돌았다.


‘차배우···. 피나도록 연습했겠지.’


이원식 감독은 카메라 모니터 앞에 앉아 감탄하며 생각했다.


산뜻하게 출발한 차준혁의 첫 장면.

모든 스탭들의 반응도 좋았고, 상대역인 한소리는 물론 현장에서 지켜보는 모든 배우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완급 조절이 기가 막히네.

-아니 무슨. 웹드라마만 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왜 이렇게 잘해?


그야말로 모두가 보내는 칭찬 일색.

차준혁 또한 웅성대는 소리에 딸려 들어오는 자신에 대한 감탄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로 달라지긴 했어.’


레벨이란 걸 올리고 ‘완급 조절’을 선택한 결과 뭔가 행동과 대사에 매끄러움이 생겼다.

힘 줄 때 힘을 주고, 힘 뺄 때 힘을 빼는 아주 기본적인 스킬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초인적인 능력과 차준혁의 노력이 결합돼 지금의 숙련된 연기를 보여준 것.

덕분에 지금 이 순간,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차준혁을 주연으로 발탁한 이원식 감독의 안목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명.


‘칫. 뭔데 연기 잘 하는 척이지?’


강민호 배우만이 눈을 부릅뜨고 표정이 굳어있을 뿐이었다.

그가 보기엔 자신의 연기와 차준혁의 연기는 별 반 차이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자신의 대사 처리나 발성이 그보다 훨씬 낫다고도 생각하는 상태였다.


“형. 내가 더 낫지 않아?”

“당연하지! 야야. 저기 소속사에서 감독한테 뭐 해줬나보다.”


강민호와 매니저는 그렇게 밀담을 나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강민호 배우의 자존심이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두운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차준혁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장면의 대사와 감정 몰입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


차부장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어쩌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금의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준혁 배우. 이대로만 가자고!”

“네, 감독님!”


그렇게 첫 촬영은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테이크는 기껏해야 두세 번을 넘기지 않았고, 모든 동선을 미리 연구하고 대사를 숙지해온 차준혁의 준비성과 열정에 감탄을 금하느라 바쁜 스탭들이었다.


-나 차준혁 배우 팬 될 거 같아.

-얼굴만 잘 생긴 줄 알았는데. 하느님도 불공평하시지.

-에휴. 너무 천상계라 질투도 안 난다 아주.


싱글벙글 웃으며 쉬는 시간 때마다 스탭들에게 마실 것과 간식을 챙기는 차준혁.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잘생긴 배우였다.


-촤르륵, 촤르륵.


그렇게 대본은 순식간에 넘어갔고.

마침내 오피스 실내 씬의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컷! 좋습니다!”

“아니 이감독님. 나 오늘 칼퇴 바래도 되겠는데?”


딱 봐도 카메라 감독처럼 생긴 수염 난 중년의 남자가 이원식을 보며 농담을 건넸다.

그만큼 역대급으로 빠른 촬영 진행 속도.

좀처럼 NG라든가, 의외의 상황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음 씬 야외 촬영 스탠바이 가시겠습니다!”


조연출이 달려와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장현우 매니저는 팬클럽 카센타가 보내준 커피차에서 받아온 레몬 에이드를 차준혁에게 건넸다.


“준혁아. 너 시작 엄청 좋았다며?”

“아니 뭐. 열심히 준비한대로 했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워하는 차준혁.

하지만 매니저는 그런 행동이 차준혁 스스로도 만족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시작이 좋았다.


“배우님. 그럼 야외씬 가실까요?”

“좋습니다!”


야외씬이라는 건 곧···.

1화의 마지막 촬영이 다가온다는 뜻이었다.


대본 리딩 때 차준혁이 애를 먹었던 스킨십 장면.


‘그 날은 다행히도···.’


차준혁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들어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치가 오른 차준혁이었다.


【스킨십(Lv2)】


바로 이것 때문.


‘완급 조절은 효과를 봤는데. 스킨십은 과연 어떨까.’


차준혁은 남모를 설렘을 가지고 촬영 장소로 향했다.

스킨십 레벨이 올랐다는 건 과연 무얼 뜻하는 것일까.


“아까 잘하시던데요?”

“소리 씨도요.”


분장을 고치며 덕담을 주고 받는 차준혁과 한소리였다.

오늘 촬영분을 끝낸 강민호는 뒤에서 그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볼 뿐이었다.


“1화 엔딩 되게 중요한데. 잘 하실 수 있으시죠?”

“열심히 해봐야죠.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강민호의 공격에 능글맞게 대응하는 차준혁이었다.

그러자 뒤에서 궁시렁 대던 강민호는 매니저와 함께 씩씩대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스탠바이 해주세요!”

“네!”


한소리는 프로 배우답게 감정을 가다듬으며 스탠바이 장소로 향했다.

뒤따라 차준혁 또한 몰입 상태에 들어가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이번 씬은 1화의 마지막인데요.”

“네네.”

“백민혁 부장과 유하린이 알 수 없는 감정의 불꽃이 튀기는 장면입니다. 감정에 집중해서 연기해주세요. 아셨죠?”


이원식 감독은 장면 설명과 함께 카메라 위치로 돌아갔다.


일동 긴장하는 상황.

아무리 앞에서 실내씬이 매끄럽게 잘 풀렸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장면.


‘드라마는 항상 엔딩이 제일 중요해.’


이원식 감독 또한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설레발을 치지 않았던 것.

조연출과 카메라 감독, 그리고 매니저와 스탭들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지난 번 대본 리딩 때, 차준혁이 한번 소화해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기에 모두가 가슴 한켠에 일말의 불안함이 있는 것은 공통된 상황이었다.


“자 스탠바이!”


차준혁과 한소리가 위치에 섰다.

같은 방향으로 퇴근하는 백민혁 부장과 유하린 사원.


재벌가와 권력층 자제답지 않게 걸어서 퇴근하는 둘의 귀여운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카메라가 둘의 발부터 훑기 시작했고···.


“큐!”


마침내 카메라 롤이 돌기 시작했고.

차준혁은 준비한대로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왜 자꾸 따라오는데요?”


한소리의 대사가 먼저 치고 나왔다.

차준혁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고는 팔자걸음으로 그를 따라가고.


“우리 집도 이 방향이야. 누가 그쪽 따라가는 줄 알아?”


볼멘소리를 뱉으며 투덜대는 재벌3세 백민혁 부장.

그러다가 유하린의 앞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재빠르게 지나가고.


“어어.”


그러자 눈 깜빡할 새도 없이 유하린의 손을 잽싸게 낚아채는 백민혁부장이었다.

서로의 첫 스킨십이 이루어지는 순간.


‘좋아.’


이원식 감독은 훕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 지금. 내 손 잡은 거에요?”

“목숨을 구해줘도 불만이야?”


화끈거리는 얼굴을 한 채 손을 내려놓는 두 사람.

그런데.

유하린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고, 백민혁 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1분여간.

두 사람이 말없이 가만히 서있는 장면.

가로등이 두 사람을 환하게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눈빛 좋고. 표정 연기 좋고!’


그야말로 일품 연기.

한소리 또한 복잡한 감정을 담는 표정연기를 잘해주었지만, 차준혁에 비할 바 못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차준혁은.

표정과 눈빛, 아니 내쉬는 숨결 하나하나에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뭐지? 이 사람.’


바로 앞에 있는 한소리 배우는 심장이 뛰었다.

배우 차준혁은 지금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자신을 보며 사랑하는 감정을 담아 눈빛을 포함해 모든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 진짜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서로 눈이 맞기도 한다.

그야말로 빈번히 일어나는 일.

지금 한소리 또한 속으로 차준혁을 보며 그러한 스캔들이 벌어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오늘 끝나고 회식하려나···.’


한소리가 속으로 김칫국을 마시고 있던 그때.


차준혁은 오로지 연기 생각뿐이었다.


‘여기서 유하린의 얼굴을 붙잡는다.’


대본에 적힌 동선과 인물의 감정을 생각하며.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렇지. 천천히. 매우 신중해야 돼.’


이원식이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감정 표현은 급하면 안 되기에 빠를 필요가 없었으니까.


“유하린 씨.”


마침내 차준혁이 한소리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오오···!

-좋은데?

-쉿!


스탭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투샷 때문이기도 했고, 차준혁의 연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 멜로눈깔.”


이제는 입밖으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이원식의 속마음.

어느새 자신이 감독인 것도 잊은 채 마치 시청자가 된 듯 카메라 앞의 두 배우를 향해 조용히 자신의 염원을 중얼거렸다.


‘사랑해.’


차준혁은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한소리를 쳐다봤다.

농익은 멜로눈깔.

그러자 한소리는 그의 눈빛을 좀처럼 견디기 힘들었는지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떡해. 날 진짜 좋아하는 게 분명해.’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잠깐만.”


대본상 원래는 끝이 나야할 1화의 마지막 장면.


스탭들이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뭐하는 거야?”


차준혁의 돌발행동.

갑자기 한소리 배우 쪽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양팔을 높이 들고는 그녀를 와락 안는 것이었다.


“···?!!”


당황한 한소리.

분명 대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감독님. 컷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언제 구경나왔는지 강민호 배우가 감독에게 말했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이원식 감독은 가만히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일단 둘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한편 한소리는 예기치 못한 차준혁의 애드리브에 얼굴이 빨개진 상태였는데.


‘뭐야 차준혁. 왜 마음대로···.’


그런데.


‘근데 왜 이렇게···.’


처음 안겨보는 차준혁의 품.

그런데 그의 가슴팍이 너무도 따뜻했다.

지금껏 해본 포옹과는 사뭇 다른 느낌.


‘왜 이렇게 아늑한 거지?!’


연기를 하면서 이토록 설레본 적이 없는 한소리였다.

연기는 그녀에게 그저 항상 일의 개념이었기에 심장이 떨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상해.’


이상함을 느낀 건 한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차준혁의 돌발 포옹을 지켜본 모든 스탭과 감독까지 같은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그림이 좋지?’


유하린을 안은 백민혁 부장의 아련한 표정.

그리고 그 품 안에 와락 안긴 유하린의 뒤통수.

카메라 앵글에 담길 수 있는 모든 부위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감정을 나타내 주었으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차준혁···. 너 대체 뭐냐.’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첫 화의 급진적인 스킨십.

조금 전까지 싸우던 두 남녀가 잠깐 감정의 스파크가 튈 수는 있었지만, 갑자기 포옹을 하는 건 감정선이 무너질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 해냈어 차준혁은.’


디테일한 포옹 연기와 감정 표현으로 이 모든 걸 매듭 짓는 차준혁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기 실력으로 감정선을 스스로 개척해낸 것이다.


“쟤 진짜 무슨 약이라도 하는 거 아니야?!”


카메라 감독이 이원식에게 말했다.

이쯤 되면 스탭들도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컷입니다! 컷!”


이원식 감독이 소리쳤다.

의도치 않게 원하던 그림보다 훨씬 나은 씬을 따낸 상황.


컷소리를 듣고 한소리에게서 물러난 차준혁은 혼자 조용히 생각했다.


'너무 과했나?'


그리고서 주변을 둘러본 차준혁이었다.

그들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했던 포옹은 절대 과하지 않았음을 말이다.


【특정 대상(C)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특정 대상(S)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대다수의 대상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대다수의 대상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대다수의 대상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


심지어 명백히 보이는 자신의 성과.

이로써 자신이 레벨업한 키워드가 실제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꽤 잘했나본데? 나.’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함박 웃음을 지어보이는 차준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바로 앞의 한소리 배우는 아직도 연기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포옹. 왜 하신거에요?”

“네? 아아. 그냥 그래야 그림이 이쁠 것 같았어요. 백민혁 부장이라면 이렇게도 했을 것 같고.”


한소리는 생각했다.

이 남자, 너무 섹시하다고.

잘 생긴 것 뿐만 아니라 대본을 분석하는 두뇌가 너무도 섹시하다.


게다가.


‘스킨십은 왜 이렇게 잘해?’


자신의 얼굴은 어루만지는 그 손길과 그녀를 감싸안던 섬세한 포옹.

이 모든 감각이 그녀의 기억 속에 생생히 박히고 말았다.


“혹시 스킨십 학원 다녀요?”

“에이 설마요. 하하하!”


그저 웃음으로 넘기는 차준혁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는.


【업적을 달성하여 보상이 주어집니다.】


‘오···.’


반가운 문구가 떠올랐다.


매니저는 마치 남우주연상이라도 받은 듯 저쪽에서 차준혁을 향해 뛰어왔다.


“준혁아아!”

“형. 왜 또.”

“방금 그 연기 뭐야! 대본에도 없는 거였잖아!”

“괜찮았어?”

“당연하지 임마! 무슨 포옹 하나로 감독님이 칭찬하고 난리도 아니더라!”

“그래?”


차준혁은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내심 겁나기도 했다.

의문의 시스템이 가져다준 혜택.

고작 레벨을 하나씩 올렸을 뿐인데 그 효과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다른 것들까지 올리면 대체···. 난 연기를 어디까지 잘해지는거지?’


모든 게 잘 풀렸다.

첫 촬영을 무사히, 아니 매우 잘 마친 지금 차준혁은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내가 사람을 아주 잘 본 것 같애.”


이원식 감독이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이토록 밝은 웃음을 지을 수도 있구나 이 감독님.

차준혁은 연이어 날아오는 스탭들의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하며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그리고는 이어서.


“근데 유소원 작가님은 가셨어요?”

“아니? 좀 전까지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차준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저기있다! 응···?’


멀리서도 보이는 챙모자.


그런데.


“작가님. 여기서 뭐하세요?”


커피차 앞에 서서 무언가를 주문하는 그녀였다.

왜인지 뒷모습이 처량해보이는 듯한데···.


“······.”

“작가님?”


잠시 후 커피차에서 건네받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녀는 그것을 받아듦과 동시에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원샷을 때리기 시작했다.


‘원샷···?!!’


차준혁은 시원하게 컵을 비운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더위 먹으셨어요 작가님?”

“···아니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녀의 현 상태.

분명 오늘 촬영 전체를 아주 부드럽게 끝낸 차준혁이었다.

작가인 그녀에게 칭찬이라도 들을 줄 알았건만···.


‘설마. 마지막 엔딩을 대본대로 안 해서 그런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차준혁이었다.


하지만 유소원의 속마음은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한소리랑 포옹이라니···. 이러다 둘이 잘 되기라도 하면···!!’


주먹을 불끈 쥔 그녀는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러나 목적지가 없는 지라 막힌 골목을 향해 달려갔다가 이내 다시 나오기도 했다.


‘진짜 더위먹으셨나?’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준혁 앞을 지나가는 한소리 배우와 그녀의 매니저.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은 아직까지 새빨게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자신의 가슴팍을 향해 꼬옥 쥐고 있었다.


“괜찮아 소리야?”

“오빠. 나 아메리카노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왜?”

“심장이 너무 뛰어.”

“너 오늘 아침에 딱 한잔 밖에 안 마셨잖아.”


-퍽!


매니저의 대답에 그의 팔을 주먹으로 때리는 한소리였다.

그리고는 차준혁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흠칫 놀란 채 자신의 밴에 탑승했다.


‘다들 왜 이러지? 더위 먹었나?’


멀뚱멀뚱 서있는 차준혁에게 매니저가 다가왔다.


“고생했어 준혁아!”

“아니야 형도 고생많았어.”


마침내 첫촬영이 기분 좋게 끝이 났다.


“와. 어떻게 끝이 났네 첫 촬영!”

“그러게!”


둘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처럼 기분좋게 차를 탔다.

차준혁은 얼른 집에 가서 샤워할 생각 뿐이었다.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 부어 연기를 했기에 이미 옷이 땀으로 절여 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너. 이 작품으로 완전 퀀텀 점프 뛸 거야.”

“그래? 형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뭐.”


싱글벙글 웃는 두 사람.

매니저는 그러면서 한마디 이어 말했다.


“아 그리고. 준혁이 너 기왕 SNS 시작한 김에 말이야.”

“응.”

“챌린지도 해보는 거 어때?”

“챌린지?”


차준혁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에 매니저가 말했다.


“응. 요즘은 챌린지로 광고도 많이 붙거든.”

“아 혹시. 그 짧은 영상 같은 거 말하는 거야?”

“어어 그래 맞아!”


차준혁은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팔자를 고쳐볼 준비를 해보기로.


‘그래···!’


차준혁이란 이름에 원룸 빌라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적어도 이런 얼굴에, 이런 연기력이라면 언젠가 이원식 감독의 집처럼 으리으리한 곳에 살 수 있을터.


그럼 일단, 시작은 미약하지만 다음 이사할 곳은.


'적어도 투룸 전세!'


차부장은 남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재테크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목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 출연료도 있고, 사실 성화제과 광고도 안 깠으면···!'


자신이 스스로 차버린 기회였지만 사실 차준혁은 다 생각이 있었다.

사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스노우볼처럼 더욱 거대한 공으로 다시금 눈앞에 나타날 것이란 것을.


'차준혁. 니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남들은 못 하는 두 번 사는 인생.

적어도 남들보다 훨씬 더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몸은 얼굴천재다 이 말이야.’


겉은 얼굴천재, 속은 차부장.

둘이 합쳐지면 못할 것이 없었다.


“고생했어! 대본 뒷좌석에 있으니까 가져가구.”

“응. 고마워 형!”


대본을 가지고 차에서 내린 차준혁.


그런데.

다음 대본을 훑어보던 그는 깜짝 놀랐다.


‘다음 회에 무려... 키스신이 있어?!’


차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포옹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해버렸지만 키스는 다른 차원의 일.


'내가 한소리 배우랑 키스를 한다고?'


도대체가 상상만 해도 괜스레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핸드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자 그런 죄의식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해보자. 해보는 거야. 할 수 있어.'


그리고 차준혁은 깜빡하던 아까 전 문구가 떠올랐다.


바로, 1화 마지막 씬 촬영으로 인해 얻어진 찬스.


【페르소나를 레벨업 시킬 수 있습니다.】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됐다.'


인생 역전에 다가설 또 하나의 절호의 찬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40대 부장님이 연예계를 장악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4.06.18 33 0 -
공지 제목 변경 관련 공지 24.06.14 39 0 -
20 키스신 (3) 24.06.17 30 3 12쪽
» 키스신 (2) 24.06.16 38 4 20쪽
18 키스신 (1) 24.06.16 42 4 14쪽
17 밀당 (3) 24.06.15 42 4 13쪽
16 밀당 (2) 24.06.14 39 4 15쪽
15 밀당 (1) 24.06.13 59 4 15쪽
14 아저씨 (3) 24.06.10 60 4 12쪽
13 아저씨 (2) 24.06.09 49 3 12쪽
12 아저씨 (1) 24.06.08 57 3 13쪽
11 주인공 (4) 24.06.07 55 3 12쪽
10 주인공 (3) +1 24.06.05 63 3 13쪽
9 주인공 (2) 24.06.04 67 3 13쪽
8 주인공 (1) 24.06.01 69 5 12쪽
7 캐스팅 (4) 24.05.31 75 7 13쪽
6 캐스팅 (3) 24.05.29 82 8 17쪽
5 캐스팅 (2) 24.05.27 89 5 15쪽
4 캐스팅 (1) 24.05.26 103 9 13쪽
3 차부장과 차준혁 (3) 24.05.24 116 11 14쪽
2 차부장과 차준혁 (2) 24.05.22 133 10 13쪽
1 차부장과 차준혁 (1) 24.05.21 229 1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