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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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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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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 원로원 제1인자(princeps senatus).

DUMMY

94. 원로원 제1인자(princeps senatus).


“일단 오늘 협상은 여기까지 합시다.”


서로 삿대질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마르세유의 중재인이 나섰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군요.”


더 이상 협상은 불가능해 보였다.

의견 분열로 협상은 일단 중단되었다.

협상단의 의견 통일이 먼저였다.

3일을 쉬고 다시 협상을 이어 나갔다.

그만큼 크라우의 내부 분열이 심했다.

한쪽만 손해를 봐야 하는 일이다.

다른 쪽은 낮아진 통행세로 이득이었다.

합의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합의가 이루어졌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건 크라우 서쪽 영주였다.

마을을 돌려받아야 했다.

결국 하나는 포기했다.


“단, 통행세는 아를에 한정합니다.”


베르트랑의 깃발을 단 상인에게만 통행세 면제를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받아들이지요.”


아를 상단을 상회로 만들면서 소속된 상인에게 깃발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크라우 지역에 통행세 면제가 이루어지면 머뭇거리던 상인도 베르트랑의 깃발 아래로 올 것이다.


“그럼,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축하합시다.”


마르세유의 중재인은 기분이 좋았다.

어려운 숙제를 하고 난 느낌이었다.

베르트랑은 협상단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풍족한 음식과 술에 모두 기분 좋게 즐겼다.

다만, 크라우 서부 영주는 기분이 안 좋았다.

빼앗긴 마을을 돌려받았지만···.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떠밀려서 한 협상이라 더욱 그랬다.


‘통행세 폐지로 아를과 크라우의 교역이 더 늘어날 거야.’


세금은 상품거래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그게 아니라도 베르트랑의 영지는 빠르게 성장했다.

교역량은 늘 수밖에 없었다.

마을 몇 개에 미래의 큰 이권을 넘긴 것이다.


‘배가 많이 아파지겠지.’


오가는 상인과 물건을 보면 배가 매우 아플 것이다.

분노는 크라우의 다른 영주로 향할 것이다.


‘크라우는 한동안 시끄러울 거야.’


분열은 분쟁을 끌어낸다.

베르트랑의 영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이제 진짜 목적을 진행할 때야.’


악마와 베르트랑이 노린 건 다른 것이었다.

가져갈 수 없는 건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에 다른 걸 도모했다.


“아를의 참사회 의원들에게 연락하게.”

“뭐라 전하면 되겠습니까?”

“영주의 요구로 참사회를 소집한다고 전달하게.”


에릭은 참사회의 고문이었다.

영주의 대리인으로 참사회 모임에 참석했다.

참사회에 관여할 수 있었다.


“이번엔 내가 직접 참석한다고 전하게.”

“주군께서 직접 말씀입니까?”

“중요한 일이니. 직접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안건은 뭐로 하시겠습니까?”“아를에 영주관을 세우는 문제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아를에 영주관을 세운다는 건···.

베르트랑의 거점을 옮기겠다는 말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이 아닌···.

아를이 세력의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


그 일로 아를은 시끄러웠다.

영주가 오면 지금의 자치(自治)가 끝날 수도 있었다.

새로운 변화는 불만과 두려움을 가져왔다.


“반대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게 쉬우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지.”


참사회 의원의 말에 의장이 한숨을 쉬었다.

영주는 교묘하게 아를에 영향력을 늘려왔다.

아를의 방위를 담당하던 알폰소가 가장 먼저 베르트랑에게 넘어갔다.

새로 지은 요새에 알폰소와 병력을 파견했다.

그들은 영주의 사병이나 마찬가지였다.

베르트랑에게 반대하면 두 곳의 병력을 상대해야 했다.

아를에 남은 병력도 안심할 수 없었다.

상당수가 영주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해야 했다.

무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 무조건 반대는 어려웠다.


“이미 참사 의원의 상당수가 영주에게 넘어갔어.”


아를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참사 의원의 숫자도 늘었다.

참사 의원으로 임명된 이들은 영주의 사람이었다.

새로 정착한 이주민 자체가 베르트랑이 보낸 사람이었다.

아를 상회가 발족하면서 유대계 상인이 참여했다.

크라우의 면세권과 무역 회사라는 이권은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에겐 그들을 설득할 이권이 없네.”

“왜 없습니까? 자치권이 있지 않습니까.”

“영주는 이번에 자치권 문제를 꺼내지 않았네. 그걸 쟁점화하고 싶지 않네.”


베르트랑은 거점을 아를로 옮긴다는 말만 했다.

이쪽에서 먼저 논란을 일으키는 건 부담스러웠다.

영주가 있음에도 자치권이 유지되는 도시가 있었다.

대표적인 도시가 인근의 마르세유였다.

도시의 운영은 참사회에 의해 이루어졌다.


“어쨌든 이번 회의에서 영주의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세. 그러니 경거망동(輕擧妄動)은 하지 말세.”

“알겠습니다.”


집단행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를은 불안과 기대로 조용히 웅성거렸다.


***


“그동안 영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하오.”


베르트랑의 첫마디는 참사회에 대한 사과였다.


“아닙니다. 영주님 덕분에 이렇게 번영을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베르트랑을 지지하는 참사회 의원이 적절히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다른 이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서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실제로 아를은 지금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베르트랑이 아를의 영주가 된 이후 낡은 항구가 재정비되었다.

그곳으로 상선들이 모여들었다.

더 많은 상품이 여러 지역으로 팔려나갔다.

상업과 공업의 부흥으로 아를은 성장했다.

인구도 크게 늘었다.

처음엔 피난민이라 걱정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아를에 잘 정착했다.

그들에 의해 인근의 농경지가 대규모로 개발되었다.

아를로 풍족한 식량이 공급되었다.

밀은 물레방아 마을에서 빵으로 바뀌었다.

도정(搗精, rice milling)한 쌀은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했다.

콩으로 만든 콩우유와 콩치즈가 보급되었다.

저렴한 식량은 도시민에게 큰 인기였다.


“이곳에 영주님을 칭송하지 않는 이들이 없습니다.”


베르트랑이 가장 큰 지지자는 아를의 시민이었다.

대놓고 아부하는 것이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다른 의원의 반발은 없었다.

속으로 아부 쟁이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아니요. 본인의 잘못이 크오. 이곳을 직접 챙겼어야 하는데···.”


그 말에 의장과 몇몇 의원들이 크게 긴장했다.

그 핑계로 자치권을 가져간다고 하면 곤란했다.

의장이 직접 나섰다.


“아닙니다. 영주님은 그동안 잘 해오셨습니다. 저희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다행이오. 그래도 본인이 아를의 영주인 이상 이곳에 더 신경 써야 하지 않겠소.”

“합당한 말씀입니다만···.”


의장이 머리를 팽팽 돌렸다.

베르트랑이 이곳에 오지 않을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얼마 전 물레방아 마을이 크라우의 침략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곳에 영주님이 안 계신다면 어떻게 될지···.”


물레방아 마을의 핑계를 대었다.

베르트랑이 아를로 오게 되면 병사도 함께 온다.

그곳의 방어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곳에는 에드몽 경이라는 훌륭한 기사가 있소. 그가 그곳을 맡게 될 것이오.”


이미 물레방아 마을을 에드몽의 영지로 선언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베르트랑이 에드몽의 영지에 더부살이하는 셈이었다.

아를이 공식적으로 베르트랑의 영지였다.

다른 영주가 부르는 호칭도 아를의 베르트랑이었다.


“알겠지만···. 크라우 문제는 잘 해결되었소. 마르세유와 그곳을 막는 요새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오.”


중재(仲裁, arbitration)는 제삼자를 중재인으로 선정하여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이다.

중재자는 그 합의를 양측이 지키도록 하는 강제하는 장치였다.

한쪽이 합의를 어기게 되면 중재자가 나서야 했다.

크라우가 물레방아 마을을 공격하면···.

마르세유도 더 이상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못하게 된다.

폰트 드 크로우 요새에서 크라우로 진격할 수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물레방아 마을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 그런 마음이 있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저지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물레방아 마을의 방어가 만만치 않았다.

목책으로 단단히 보강된 요새와 같았다.


“물레방아 마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목책으로 둘러싸인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는 도시를 공략하긴 쉽지 않았다.

근처에 아를까지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이곳에 더 걱정이오.”

“이곳 말입니까?”

“아를엔 제대로 된 성벽도 없지 않소.”


아를의 성벽은 무너진 그대로였다.

로마 시대에 수만 명이 살던 도시라 면적이 아주 넓었다.

그곳을 두르던 성벽 수리는 대공사였다.

아직 수리 공사는 시도도 못 했다.

아를은 성벽이 없는 도시였다.

주요 거점만 방어되고 있었다.


“본인이 이곳에 옴으로써 아를의 시민들이 더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지 않겠소.”


병력을 거느리고 아를로 올 빌미를 주었다.

참사회 의장은 말을 꺼내고 본전도 못 찾았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그래서 본인이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소.”


머무르려면 살 곳이 있어야 했다.

아를에 영주관을 짓겠다는 말이었다.


“합당한 말씀입니다.”


지지하는 참사 의원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다른 의원들의 반대는 없었다.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이제 모든 이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말할 때였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건 기득권이었다.

새로운 권력이 들어오면 기득권은 침해받게 되었다.

그래서 아를에 영주관이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치권은 그걸 방어하는 명분이었다.

얼마나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느냐가 중요했다.


“본인은 아를에 로마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하오.”


로마 시대엔 아를이 마르세유보다 대도시였다.

로마제국의 중요 도시 중 하나였다.

그 영광을 되살리는 데 반대할 순 없었다.


“로마의 정치제도를 아를에 도입할 생각이오.”

“어떤 제도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로마 원로원(Senatus Romanus) 제도의 부활이오.”

“원로원 말씀입니까?”


원로원은 이 시대의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로마를 대표하는 정치 체제였다.

동로마에는 아직 원로원이 존재했다.

아를의 참사회도 로마의 원로원을 모방한 제도였다.

이후에 도입되는 많은 정치제도의 기반이 되는 형태였다.

영국의 상원 제도가 원로원 제도와 유사했다.

그것은 훗날 의회정치로 정착되었다.


“아를은 원로원이 다스리게 될 것이오.”


그 말은 기존의 자치제도를 보장한다는 말이었다.

참사회가 원로원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뿐이었다.

참사 의원들은 모두 반겼다.


“원로원이라···. 괜찮은 것 같습니다.”

“참사회보다 원로원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참사회, 즉 챕터 하우스(Chapter house)는 원래 사제단의 모임이었다.

교회의 권위가 강하던 시대에 챕터 하우스가 통치기관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챕터 하우스가 변화되었다.

대도시의 경우 사제가 아닌 이도 참사 의원이 되었다.

아를의 참사회는 정식 통치 기구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곳을 다스릴 기구가 필요했다.

참사회를 모방해 자치 기구를 만든 것이다.

원로원, 즉 상원(Senatus, senate)이 되면 기존의 참사회가 영주의 승인을 받은 정식 기관이 되는 것이다.

제노바를 포함한 북이탈리아의 도시는 이러한 상원제를 받아들여 공화정을 세웠다.


“본인은 영주로서 아를의 프린켑스 세나투스(princeps senatus)를 역임하겠소.”


프린켑스 세나투스는 원로원 제1인자로···.

상원의장(Lord Speaker, President pro tempore)과 비슷하게 들렸다.

그러나 권한은 상당히 달랐다.

상원 의장보다는 대통령에 가까웠다.

로마 황제의 칭호 중의 하나였다.


“그건···.”


의장은 반대하려 했다.

자신의 지위가 강등되는 것이다.


“좋습니다.”

“멋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미 참사 의원 대부분이 원로원이라는 말에 넘어가 버렸다.

의장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베르트랑이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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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 탐이 나. +8 24.06.21 299 16 12쪽
» 94. 원로원 제1인자(princeps senatus). +6 24.06.20 288 23 12쪽
93 93. 아를 상회(company). +4 24.06.19 299 18 13쪽
92 92. 타유(세금)의 의미. +6 24.06.18 298 18 12쪽
91 91. 연못 아랫마을에서의 전투. +8 24.06.17 334 18 13쪽
90 90. 바다 위의 빛(Fos-sur-Mer). +2 24.06.15 324 18 12쪽
89 89. love or hate. +4 24.06.14 317 18 13쪽
88 88. 성모의 이름으로. +4 24.06.13 334 20 11쪽
87 87. 기준 화폐. +2 24.06.12 320 19 12쪽
86 86. 은화 주조. +2 24.06.11 322 18 13쪽
85 85. 아이카드 대주교의 방문. +2 24.06.10 334 20 12쪽
84 84. 농업 길드. +2 24.06.09 336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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