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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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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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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4. 농업 길드.

DUMMY

84. 농업 길드.


물레방아 마을에 가을이 찾아왔다.

논에는 벼가 익어갔다.

밭에는 콩과 밀, 보리, 귀리와 같은 작물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은 올해 콩을 심었다.

친구인 피에르의 도움을 받아 봄에 심은 콩을 수확하고 있었다.

밭에서 수확한 콩을 보면 마음이 뿌듯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이의 논에서 쌀이 수확되고 있었다.

남의 게 더 좋아 보이는 법이다.

황금색 벼 이삭이 더욱 탐스러워 보였다.


“콩도 좋지만···. 내년에는 벼를 심어야겠어.”

“벼? 쌀을 말하는 거야?”

“그래 쌀이 수익이 더 난다고 하더라고···.”


콩도 수익이 나쁘지 않았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

그래도 쌀만큼 돈이 되지는 않았다.

쌀은 인기 곡물이었다.


“그런데···. 벼농사가 콩보다 더 어렵지 않아?”


쌀은 기르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밭벼는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밀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에 논벼는 잡초 제거가 어려웠다.

이앙법을 하지 않으면 큰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논을 만들고 이양법을 하는 데는 많은 물이 필요했다.

벼는 관개 시설에 충분히 갖춰진 곳에서만 기를 수 있는 작물이었다.


“그렇지. 논도 만들어야 하고···.”


논을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관개 시설을 갖추어야 했다.

논두렁과

데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들어갔다.

물 공급이 어려운 논은 가뭄에 취약했다.

벼는 가뭄에 쉽게 말라 죽었다.

프로방스의 여름은 가물었다.

논에 수로를 연결하지 않으면 쌀을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격이 더 비싸.”


쌀과 관련된 조리법이 보급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에 비해 쌀 생산량은 빠르게 늘지 않았다.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업 길드에 들어가려고···.”

“길드? 그건 상인이나 장인들이 가입하는 것이 아니야?”


길드는 협동조합이었다.


“농업 길드라고 해서 별거 없어. 서로의 농사를 돕는 일이야.”


농업 협동조합은 품앗이와 두레, 계(契)가 합쳐진 형태였다.

품앗이는 농번기엔 서로의 품(노동력)을 교환했다.

두레는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한 노동 조직이었다.

계는 품앗이와 두레와 비슷하지만···.

농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일에 적용되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너는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장은 피에르와 달리 사람 사귀는 것을 귀찮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농업 길드에 들어가려고 했다.

피에르는 의문이 들었다.


“벼농사를 지으려면 길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 논을 만드는 데도 길드의 도움이 필요해.”

“왜?”

“논까지 물길을 내야 하거든···. 우리 둘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밭농사는 한 가족만으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추수와 같이 아주 바쁜 시기에 노동력이 조금 더 필요한 정도였다.

연못 아랫마을에서는 장의 친구는 피에르뿐이었다.

두 가족만으로 밀 농사는 가능했다.

그러나 벼농사, 논농사는 달랐다.

논에 수로를 연결하는 것에서부터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다.


“논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건 스스로 해야 해.”


베르트랑의 지시로 물레방아 마을은 관계 시설을 갖추었다.

넓은 지역에 제방과 공용 수로를 건설했다.

그러나 논에 물 대는 일은 농부가 직접 해야 했다.

공용 수로와 논을 연결하는 물길을 내야 했다.

처음에 이주한 사람들은 공용 수로와 토지가 가까웠다.

쉽게 밭을 논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과 피에르는 조금 늦게 물레방아 마을로 이주했다.

매입한 토지가 공용 수로에서 거리가 있었다.


“농업 길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밭을 논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아. 주위 사람들과 협의도 해야 하고···.”


물길을 만드는 건 길을 내는 것과 비슷했다.

다른 사람의 토지를 지나가야 하는 일이었다.

물길을 내는데 여러 사람이 관여되었다.

각자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물길을 내려 했다.

그와 함께 물길을 내려면 함께 노동해야 했다.

거기에 물길은 공동으로 관리해 줘야 했다.

벼농사에 물은 매우 중요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제 논에 물 대기)가 이기주의의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 될 정도였다.

그것을 조율해 주는 것이 농업 길드였다.

농업 길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논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농사를 짓는 데도 길드의 도움이 필요하더라고···. 벼농사는 모내기해야 하는데···. 우리 둘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밀 농사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시기는 추수였다.

익은 밀을 밭에 그대로 두면 썩는다.

수확기를 놓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밀은 수확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었다.

한두 가족이 바쁘게 서두르면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모내기는 기간이 짧았다.

잘못해서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쳤다.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모내기하는데···.

단기간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집단 노동이 필요했다.

이앙법 보급과 함께 두레라는 노동 조직이 생겨났다.

벼농사와 함께 모내기가 농촌 사회의 구조를 바꾸었다.

자연스럽게 협동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정서가 생기게 되었다.


“벼농사가 쉽지 않네.”


피에르가 말했다.

그는 물레방앗간에서 일하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돈이 충분히 모이면 포도 농장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게 더 돈이 되니까.”


이득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요해도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이득이 되면 알아서 움직였다.

벼농사와 함께 이앙법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국가에서 금지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장도 다음 해 벼농사를 위해 농업 길드에 가입했다.

농사를 위해선 사람과 친해져야 했다.


***


-권농관을 통해서 농민을 조직화하는 게 좋아. 예를 들면 두레와 같은 거야.-


악마가 두레에 관해 설명했다.


-길드와 비슷하네.-

-농업 길드라고 부를 수 있겠지.-

-괜찮긴 한데···. 농민들이 그런 조직에 가담하려 할까?-


물레방아 마을은 자영농의 비중이 높았다.

자영농은 자신의 소유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직접 경영하는 농민을 말했다.

농노와 소작인으로 경작되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되었다.

이 시대에도 농민 사이의 협업이 있었다.

개방경지제(開放耕地制, open-field system)였다.

영주의 땅을 셀리온 단위로 농부들이 공동 경작하는 것이다.

영주나 지주가 땅의 소유권을 가지고···.

농노나 소작인이 경작권을 가지게 되는 형태였다.

땅 주인인 영주는 마을이나 장원 단위로 농부를 조직할 수 있었다.

그것이 장원제였다.

장원을 통해 영주가 농사에 세세히 개입하기 시작했다.

직접 농민을 통제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그런 배경으로 삼포제와 심경이 도입되었다.

장원이 북쪽 지방에서 시작하여 프로방스 인근까지 확산하였다.

영지 관리는 영주의 중요한 일이 되었다.

농업 생산력 향상은 토지에 대한 욕구를 증가했다.

이 시기에 영지 분쟁이 잦은 이유였다.

농노와 소작농,

장원으로 대표되는 중세의 모습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은 그러한 장원과 다른 형태로 가고 있었다.

자영농을 중심으로 하는 체계였다.


-자영농들이 우리의 말을 따르려고 할까?-


자영농은 땅의 소유뿐만 아니라···.

직접 경영을 의미했다.

영주라도 농사일에 간섭할 수 없었다.

농업 길드에 가입하라고 해도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권농관을 만든 것이야. 은근한 간섭이지.-


악마는 옆구리 찌르기 좋아했다.

그걸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했다.


- 권농관을 통해 농법을 보급하면 알아서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야.-


그런 대표적인 것이 논농사와 모내기였다.

논농사와 모내기를 보급하자,

자연스럽게 농업 길드가 만들어졌다.


***


-이제는 그런 길드를 활용해야지?-

-지금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언제까지 우리가 제방과 수로를 놓아 줄 수 없잖아.-


물레방아 마을 주위로 경작지가 넓어지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몽마주르 수도원을 지나,

퐁비에유 근처까지 이어졌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론강을 맞닿은 넓은 지역이 농경지로 개간되었다.

남쪽은 아를과 맞닿아 있었다.

아를과 물레방아 마을에 8,000명에서 1만 명이 살았다.


-우리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넓어. 지금부터 조금씩 민간에 일을 넘겨야 해.-


제방과 수로를 건설하는 일은 많은 노동력과 기간 돈이 드는 일이었다.

나누어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맞아. 안 그래도 비용이 부족했어.-


토목 공사는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좋았다.

그 단맛에 빠지면···.

국가 부도에 빠지게 된다.

민간도 마찬가지이지만···.

농경지는 생산재였다.

투자한 만큼 수익이 돌아왔다.


-이제 농업 길드를 통해 슬슬 축제(Festival, Carnival)를 활성화할 때가 되었어.-

-카니발은 교회에서 금하는 거 아니야?-

-물론 예전엔 그랬지. 지금은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어.-


카니발은 사육제(謝肉祭)라고도 불렸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껏 신나게 놀고먹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과 고대의 종교적인 의례(儀禮, ceremony)가 결합 되었다.

가면을 쓰거나,

성자나 교회를 모독하거나,

방종한 행동을 하는 등 이교도적인 요소가 많았다.

로마 교회에서는 그러한 사육제를 금했다.

그러나 사육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노는 것(유희)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였다.


-성인의 축일과 연관시키면 상관없어.-


결국 교회는 사육제를 막지 못했다.

기독교의 울타리 안으로 넣게 된다.

축제가 성자와 연관된 축일(Name day)과 페스티벌(Festival)의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페스티벌은 상당히 후대에 나타난다.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운영 조직이 있어야 했다.

유럽은 도시에 길드가 발전하면서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농촌은 그게 어려웠다.

집단 노동하는 동양권에서는 축제가 이른 시기에 활성화되었다.

축제는 다양한 효과가 있었다.


-집단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경제적인 효과 외에도···.

노동과 놀이를 함께 함으로써 조직이 더 단단해졌다.

축제는 낭비가 아니었다.


-집단이 단단해지면 군사 조직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두레는 농악과 마을 축제를 운영했다.

비상시에 두레가 군사 조직이 되기도 했다.

농민 전쟁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험하지 않아?-


영주는 무력을 기반으로 농민을 지배하고 세금을 받았다.

농민에게 칼을 쥐여주는 일은 크게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되긴 힘들지.-


두레, 농업 조합은 규모가 한정되었다.

농사의 규모 문제였다.

보통 10가구 내외였다.

많아야 수십 가구 정도였다.

그보다 크면 비효율적이라 두레가 쪼개졌다.

물레방아 마을에도 여러 개의 두레가 존재했다.


-그들이 힘을 합칠 수도 있잖아.-

-그러니, 축제를 통해 서로를 경쟁시켜야지.-


놀이로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집단 전투를 모방한 놀이가 있었다.

줄다리기와 고싸움놀이, 편싸움놀이(석전, 石戰)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경쟁을 시키면 농업 조합끼리는 힘을 합치기 힘들었다.


-그런 경쟁이 외부 세력에 대해선 단합하게 만들지.-


축제를 통해 농업 길드는 내부적으로 경쟁하지만···.

외부 세력엔 단합하게 된다.

축제를 통해 아를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었다.

그런 정체성이 외적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 싸우게 했다.

잔 다르크는 프랑스라는 정체성의 결과였다.


-나쁘지 않네.-


그들을 병사로 사용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영지를 방어하는 데는 유용했다.


-무기를 비축해 두어야겠어.-


비상시에 무기를 나누어 주면 정규군과 자경단에 이어 새로운 군사 조직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영지 방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원정을 떠난 상태에서 영지를 공격받는 일은 흔했다.

그걸 막기 위해 병력의 상당수를 영지 방어를 위해 남겨 두어야 했다.

자영농과 농업 길드는 영지 방어에 유용했다.


-앞으로 외부로 출정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야.-


농업 길드의 조직은,

베르트랑이 외부로 힘을 쏟아내는 데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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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 탐이 나. +8 24.06.21 299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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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아를 상회(company). +4 24.06.19 299 18 13쪽
92 92. 타유(세금)의 의미. +6 24.06.18 298 18 12쪽
91 91. 연못 아랫마을에서의 전투. +8 24.06.17 334 18 13쪽
90 90. 바다 위의 빛(Fos-sur-Mer). +2 24.06.15 323 18 12쪽
89 89. love or hate. +4 24.06.14 316 18 13쪽
88 88. 성모의 이름으로. +4 24.06.13 333 20 11쪽
87 87. 기준 화폐. +2 24.06.12 319 19 12쪽
86 86. 은화 주조. +2 24.06.11 322 18 13쪽
85 85. 아이카드 대주교의 방문. +2 24.06.10 333 20 12쪽
» 84. 농업 길드. +2 24.06.09 336 17 12쪽
83 83.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2 24.06.08 338 19 12쪽
82 82. 자애롭고 신실한 영주. +4 24.06.07 345 17 11쪽
81 81. 나에겐 힘들지 않지만 상대에게 힘든 일. +2 24.06.06 330 14 14쪽
80 80. 맷돌의 의미. +4 24.06.04 358 16 12쪽
79 79. 자애로운 영주. +4 24.06.03 356 15 13쪽
78 78. 쓸모를 찾는 일. +7 24.05.31 372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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