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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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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2.10.29 16:04
최근연재일 :
2012.12.31 15:16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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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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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0
글자수 :
88,313

작성
11.09.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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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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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글자
13쪽

고수 현대생활백서 12화

DUMMY

영재가 무심히 발을 들어 내려찍자, 쇠 파이프가 기겁하며 발버둥을 쳤다.

“안...돼!”


꽈아앙!


영재의 진각에 스테이지가 부르르 떨었다.


벌! 벌! 벌!


쇠 파이프가 오한이 든 듯 바들바들 떨었다. 자신의 눈 바로 옆에 영재의 발이 찍혀 있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머리통이 박살났을 것이다. 죽음이 목전이었음 경험한 쇠 파이프의 두 다리 사이가 축축이 젖어 들었다.

“역시 겁이 많군.”


퍼억! 꼴까닥!


영재는 쇠 파이프를 기절시키고, 황당해 하는 보라, 윤정, 해연에게 다가갔다. 그녀들은 영재의 가공할 능력에 경악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고등학생이다. 조폭을 애들 다루듯이 다루다니, 현실감이 떨어졌다. 운동선수라고 깝죽거리는 녀석들도 제법 보았지만 하나같이 조폭 앞에서는 순한 양들이었다. 그런데 영재는 그런 녀석들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강력한 힘과 과감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할 수 없다.

멍해 있는 그녀들을 영재가 일깨웠다.

“얼이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왜? 다 끝났잖아.”

“도망쳐야 합니다.”

“저놈의 뻥을 믿는 거야! 저 딴 놈이 무슨 200명이나 되는 조폭을 데려와! 그게 가능한 일이야!”

200명의 조폭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조폭간의 사생결단을 내지 않는 이상 그렇게 많은 수가 충돌하지 않는다. 지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많든 적든 시간을 지체하면 좋지 않습니다. 누나들이 알다시피, 저는 여기에 있으면 곤란합니다.”

“아! 그렇지!”

고등학생이 클럽에 가서 조폭하고 싸움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결코 허술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잘못되면 영재는 퇴학당할 수도 있었다. 그녀들도 그제 서야 영재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현실의 신분은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녀들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튀자!”

영재와 그녀들은 재빠르게 가지고 온 소지품을 다 챙기고 밖으로 도망쳤다. 시간을 지체하다가 쇠 파이프의 말대로 조폭이 몰려오면, 경찰들까지 들이닥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가 되면 신분이 전부 까발려 진다.

영재와 그녀들은 클럽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택시를 잡았다. 최대한 홍대에서 멀리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녀들은 택시를 타기 전에 홍대를 잠시 돌아보았다.

“여기도 안녕이구나!”

“나의 청춘이여!”

“이제 끝이다!”

다시는 홍대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다. 놈들과 마주칠 확률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곳에 다시 오기는 겁이 났다.


후우우!


택시에 탄 그녀들은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화끈하게 놀아보려고 했는데, 정말로 버라이어티 한 사건이 터져 버렸다. 이 일이 더 커졌다면 그녀들도 직장생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들은 구세주인 영재를 달리 보았다. 지금까지 그냥 이상하고, 특이하고, 재밌는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여자를 구해줄 줄 아는 사내였다. 사내라면, 응당 여인을 위기에서 구출해내 줄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냥 소년에서 이제는 당당한 사내로 보이기 시작했다.

영재의 양 옆 보라와 윤정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앞에 타고 있는 해연도 영재를 바라보았다. 세 여인이 전부 영재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꽤나 민망한 상황이기는 했다. 일반적인 사내라면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당황해 하기 마련이건만 영재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아마 지극히 당연한 일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보라가 선수를 쳤다.

“오늘부터 나는 화려한 싱글을 청산하기로 했다.”

“너 남자친구 없잖아.”

“없긴 왜 없어! 여기 있잖아!”

보라가 영재를 끌어않으며,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찰싹 달라붙은 진드기와 같았다. 택시 안이라 몸을 피할 수 없었던 영재의 얼굴이 보라의 가슴에 안기는 형국이 되었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그리 나쁘지 않아 영재도 앙탈 부리지는 않았다.

이에 질세라 윤정도 가만있지 않았다. 영재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였다. 다 차려놓은 밥상 위에 숟가락을 얹는 행동을 두 눈 뻔히 뜨고 참아줄 수 없다. 그리고 괜히 보라가 나서니까, 그녀도 반발심리가 생긴다. 남의 떡이 원래 더 커 보이기 마련이고, 떨어뜨린 고기가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다.

“영재의 남친은 나라고!”

“흥, 그냥 병원에 안 누나 동생 사이라며!”

“누나, 동생하다가 여보 당신 된다고 한 사람은 누구더라.”

“농담과 진담은 구분해야지.”

윤정과 보라의 쟁탈전에 해연까지 가세하고 있었다. 친구가 나서니 그녀도 나대고 싶은 모양이다.

“난 이미 영재에게 진실을 보인 몸이야. 영재가 아니면 난 혼자 살아야 해!”

“어디서 사극 연기를 하고 있어, 진짜도 아니면서!”

“너희들 말이 너무 심하다!”

“심하긴, 세상은 정직해야 하는 법이야!”

영재는 그녀들의 수다에 한 숨이 흘러나왔다.

‘이놈의 인기는 어딜 가도 말썽이군.’

무림에서나 현대에서나 인기를 주체하기 힘들다. 특별히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영재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영재의 성격이 여자에 대해 무심심하다는 것이다.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 정답이다. 어머니가 허락하면 못생긴 여자하고도 얼마든지 혼인할 수 있는 무책임함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사내가 보기에는 배가 불러, 칼로 쑤시고 싶은 성격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도 한숨이 나왔다.

‘요즘 것들은!’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택시기사도 처음이었던 것이다. 한 편으로 부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정신 같아 보이진 않아도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니 말이다.

쟁탈전이 가열이 되자 영재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저는 어머니가 원하는 여자를 만날 겁니다.”

“그래서?”

“만약 어머니가 오늘 일을 아신다면, 어찌될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

그녀들은 입을 닫았다. 클럽을 데리고 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폭하고 엮어서 싸움까지 한 사실을 안다면 영재의 어머니가 어떤 말을 할지 연상이 되었다. 아무리 그럴듯한 타당한 이유를 대도 절대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영재와의 나이차까지 고려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공산이 크다.

그녀들은 잠시 숨을 골랐다.

“오해하지 마, 난 그냥 장난이었어!”

“그래, 내가 설마 너를 노리겠냐!”

“나도 염치가 있다고, 농담한 것 가지고 오버하지 마.”

그녀들은 불리할 것 같자 곧바로 말을 돌렸다. 사실 윤정, 보라, 해연은 장난 반 진심 반이다.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러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노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영재의 놀라운 능력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토록 싸움 잘하는 영재가 병원에 입원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누가 보면 병원이 초인(超人)을 배양하기 위한 장소인줄 착각할 수도 있었다.

“무술을 익힌 거니?”

“건강해지려면 익혀야죠.”

영재와 그녀들의 대화는 일문일답의 딱딱한 형식이었다. 그런데도 대화는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영재는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대답이 너무 웃기 다는 것이다.

‘내가 웃긴가.’

결론은 아니었다. 영재는 언제나 진지했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는 관심 있는 사내 앞에서는 얼마든지 웃어줄 수 있었다. 시선도 주기 불편한 사내에게 헤픈 웃음을 주는 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웃고 떠드는 동안 집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그녀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또 연락할게.”

“시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누나가 부르면 나와야지.”

“전 고등학생입니다.”

영재는 고3이었다. 한 참 대입수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였다. 그녀들도 고3때는 무척이나 바빴다.

“그럼 가끔씩 연락하자.”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윤정, 보라, 해연도 크게 연연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상당히 쿨(Cool)했다. 싫고 좋고를 떠나 친구로서 만나도 좋다고 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받치는 순애보적인 여인상은 이 시대의 여인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외모를 떠나 경제력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영재도 그 편이 나았다.

“우리들의 구세주.”

영재가 돌아서서 방심하는 사이에 그녀들이 영재의 뺨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했다. 그리고 보라누나의 입술은 영재의 입을 관통했다.


쪽!


그녀들은 키스를 하고 곧장 택시를 탔다. 영재는 멀어져 가는 택시를 물끄러미 보았다.

“대담하군.”

텔레비전을 통해 요즘 여인들의 일상을 보기는 했지만 현실로 체감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은 영재에게 있어 세상을 좀 더 알게 해주는 날이 되었다.

“나쁘지는 않군.”

영재는 입술을 매만졌다.


아수라장이 된 홍대클럽이 수습되고, 조용해졌다. 경찰까지 오지는 않았기에 사건이 크게 터지지는 않았다. 일이 크게 터지면 클럽은 장사하기 피곤해진다. 적당한 선에서 해결이 된 게 홍대거파로서는 다행이었다. 요즘 들어 조직폭력배 간의 다툼이 비일비재하게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일이 커지면 곤란했다.

홍대클럽 중 절반 이상을 관리하는 홍대거파의 수장 불독 박광칠이 쇠 파이프를 방으로 불렀다.

불독은 조용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 앞에 쇠 파이프가 어정쩡하게 서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불독이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쇠 파이프를 지그시 보았다.

“철관아.”

“예, 형님!”

“내가 여길 관리하라고 한 게 언제지?”

“어젭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말썽을 부려!”

쇠 파이프는 변명을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해봤자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

“홍대에서 여기가 장사 잘 되기로 3번째에 들지, 여길 너한테 맡기면서, 다른 녀석들이 얼마나 반대 했는 줄 알아. 그걸 무마하고 줬으면 잘해야지. 그리고 한 번 말썽을 부릴 때마다 클럽 매출이 반 이상 떨어져 나가는데, 무식하게 싸움질을 해!”

“형님! 잘 못했습니다!”

“그것도 쪽팔리게 애새끼 한 놈한테 두들겨 맞아! 너 때문에 내가 얼굴 들고 다니기도 쪽팔리다!”

“놈은 보통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특수기관에서 일..!”

“닥쳣, 네가 내 친동생만 아니면 당장에 배때기를 뚫어서 강변에 버렸을 거다.”

쇠 파이프는 입을 닫았다. 평소의 형님이 차분한 편이지만, 불독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처럼 다혈질이다. 한 번 수틀리면 뒤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섭다. 그것을 쇠 파이프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불독은 술 한 잔을 더 들이켜며, 동생을 다독였다. 한심하기는 해도 하나뿐인 동생이다. 말썽 많은 녀석을 중간간부자리를 준 것은 동생이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조폭도 혈연은 중시했다.

“좀 잘해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상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거 알거다. 이번 일은 재수 없었다고 여기고 조용히 넘어가.”

“하지만 우리 파의 명예를 떨어뜨린 그 놈을 찾아서 반드시 보복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조직의 정보력을 동원하면 찾을 수 있지 않을 까요?”

불독이 동생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생각이 없어도 너무 생각이 없었다. 아니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았다.

“여기가 미국인 줄 아냐.”

“그게 무슨?”

“찾고 싶으면 아무나 다 찾을 수 있냐 이 말이야! 사채업 하는 김 사장도 돈 같고 튄 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찾아! 참 너 보면 답답해서 잠도 안 온다!”

한국은 미국보다 좁다.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 한국에 실종되는 사람이 꽤 많다. 그런데 찾지 못한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정보력은 영화처럼 대단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미국의 정보력이 뛰어나도 사람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영화처럼 찾고 싶다고 뚝딱!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찾을 수 있을 텐데요.”

“그 기간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네가 낼 거냐.”

“그...야!”

“시끄럽고, 클럽이나 정상적으로 운용해, 만약 전 번 달 매출보다 떨어지면 그때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쇠 파이프는 구박만 받고 방에서 쫓겨났다. 더 말해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이게 다 그 애새끼 때문이야, 다음에 걸리기만 해봐라!’


작가의말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에 보다 좋은 글을 위한 참고가 됩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운 날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슬프고 힘들어도 웃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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