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생활백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2.10.29 16:04
최근연재일 :
2012.12.31 15:1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77,567
추천수 :
2,560
글자수 :
88,313

작성
11.09.01 21:28
조회
65,552
추천
140
글자
24쪽

고수 현대생활백서 1화

DUMMY

1.무신(武神)


-중원오대세가(中原五大世家).

중원무림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가 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과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세가다. 이들 오대세가에는 남궁세가, 하북팽가, 제갈세가, 사천당문, 황보세가가 속해 있다. 구파일방과 함께 정도무림을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 오대세가는 각자가 지닌 특징이 뚜렷하다. 남궁세가는 검(劍), 하북팽가는 도(刀), 제갈세가는 두뇌(頭腦), 사천당문은 독(毒), 황보세가는 권(拳)을 독문무공으로 사용한다. 서로가 지닌 특징이 명백한 만큼 각자가 지닌 것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이나 강하다. 외부적으로 오대세가는 서로의 힘을 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세력인 만큼 각자의 세가가 가장 강한 세가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오대세가는 팽팽한 세력과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팽팽함이 100년 전 바뀌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의 탄생으로 인해 오대세가의 균형은 물론, 전 무림의 균형이 어그러져 버렸다.

-무신(武神) 남궁천우(南宮天宇).

남궁세가에서 배출한 희대의 천재.

무공을 위해 태어난 체질, 무공의 본질을 파고드는 탁월한 두뇌, 두 수 세수를 내다보는 뛰어난 상황판단. 한 번 본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오성. 그 어떤 수식어로도 그에게는 부족하다. 만인의 재능을 오롯이 혼자 독차지한 섬뜩한 존재였다. 더군다나 그의 외모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미남이었다. 남자다운 큰 키와 떡 벌어진 얼굴, 선이 살아있는 조각 같은 얼굴. 단순히 아름다운 사내가 아닌 남자다운 매력을 지닌 사내였다.

그의 내력을 살펴보면 그 어느 누구도 입을 떠억 벌리게 된다.


-3살 때 무공입문. 육합권과 삼재검법의 오의를 새롭게 재해석. 입문하기 위한 초급권각술과 검법을 중급무공으로 만들어냄.


-10살 때 남궁세가의 이대검법 중 하나인 창궁무애검법을 터득, 내공만 받쳐 준다면 극한의 오의까지 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됨.


-20살 때 절정고수의 기준을 벗어남. 또래의 후기지수 중 그를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음. 십천무재(十天武才)라는 별호를 얻게 됨. 남궁세가 제일의 검룡(劍龍)이자 십룡 중 제일룡을 차지함.


-30살 때 초절정의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됨. 사상 최연소라는 평가, 그것도 초절정의 극의에 달하는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당대의 100대 고수 안에 드는 실력을 보유하게 됨.


-40살 때 절대지경이라고 일컫는 탈경에 올라서 됨. 남궁세가의 무공을 한 단계 끌어 올림. 당대의 전성기를 구성하고 있는 절대십천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게 됨. 그 당시 절대십천의 평균 나이가 70대인 것을 감안하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취라고 할 수 있었다.


-50살 때 무신이 됨. 전무후무는 그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고금을 통 털어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하지 않음. 전설적인 무인으로 추앙받는 달마대사나 초대천마만이 유일하게 거론 되고 있을 정도다.


-60살 때 적수가 없음. 검, 도, 권, 장, 지, 각으로 구분되는 무공 중 어느 하나로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함. 모든 무공에 초극의 반열에 올라서게 됨. 남궁세가의 무공이 모조리 다 그의 손에 의해서 재탄생해 오대세가 중 제일이자 중원제일세가의 반열에 들게 함. 당대의 모든 무무인과 무공을 격파하고 자신만이 최강임을 증명함. 고금천하절대무적의 고수가 불리게 됨.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음.


세수 100세가 되었을 때도 그는 20살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두 번의 환골탈태와 내공이 조화지경을 벗어나 신선경에 이르렀기에 늙지를 않았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 번의 실패도 보여주지 않았다. 너무나 잘 나갔다. 100세가 넘어가면서 배분 상에서도 그를 넘어설 자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유일무이한 무신의 반열에 든 그를 누가 감히 뭐라고 할 수 있는가! 대적할 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남궁세가의 심처.

남궁세가 제일검이자 중원무림최강의 고수가 기거하고 있는 장소. 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 하는 그의 성정을 알기에 세가에서도 특별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남궁천우는 오늘도 없이 끊임없이 궁구했다.

고금오대신공에 속한다는 검마비록(劍魔秘錄)이라고 적힌 무서(武書)였다. 검마의 현극진기(玄極眞氣)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를 구가하고 있었다. 고금오대신공 중에서도 유일하게 세간에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도 풀지 못한 무경이었다.

“간단하군.”

휙! 휙!

남궁천우가 허공에 손을 그었다. 그러자 손끝에 맺힌 기운이 대기를 끌어와 유형의 형태를 자아냈다. 실타래와 같은 현묘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공간을 넓혔다. 그것이 바로 300년 전 세상을 질타했던 검마의 현극진기였다.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검마비록을 남궁천우는 단 한 번에 풀어냈다.

“제법 꼬기는 했는데 그럭저럭 이군.”

누군가 이 말을 들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할 것이다. 천고의 무경이라고 일컫는 검마비록을 그저 그런 비급 정도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궁천우가 아니라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허풍이라고 비웃었을 테지만 그이기에 가능하다 여길 뿐이다.

남궁천우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새벽에 일어나서 세안을 하고, 무공을 펼쳐보고 세가를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세상을 질타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세상의 무인들이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기에 남궁세가에 은거했다는 설이 돌은 적이 있었다. 너무나 오만한 소문이었다. 그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군(五君)에 속하는 천기서생(天氣書生) 주혁기가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소문이 진실입니까?”

“그렇다.”

물어본 주혁기는 마른 침을 삼켰다. 보통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겸손하게 대답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지금 그 말은 전 무림의 무인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겸손이라는 것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남궁천우는 그런 것 없다.

“중원무림은 방대합니다. 도처에 숨어 있는 은거기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여지 것 나보다 강한 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럼 저를 몇 초식 안에 이길 수 있습니까?”

“1초.”

주혁기는 얼굴을 붉혔다. 설마 이토록 당연하게 말을 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자신의 무력은 신주이십육성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무리 그가 무신이라고 해도 1초식이라니 이게 말이 나 되는 소리인가!

믿지 못해 하는 주혁기를 위해 남궁천우는 친절을 베풀었다.

“보여주지.”

“한 수 배우겠습니다.”

“배울 틈은 없을 거야.”

“절 너무 만만히 보지 마십시오.”

“넌 못 막아.”

그냥 대놓고 비수를 던진다. 던지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상대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남궁천우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 이하도 그 이 상도 아니었다. 이제까지 남궁천우는 거짓을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이 한 행동은 반드시 실천했고, 사실로 만들었다.

“선배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사실이잖아.”

“좋습니다! 어디 한 번 해보십시오!”

“그러지.”

주혁기는 자신했다. 설마 1초식에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남궁천우의 손이 움직이고 난 후 끝이 났다. 빛이 번쩍한 이후 주혁기의 시야는 깜깜해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 주혁기는 밤이 됐음을 깨달았다. 한 낮에 들어와서 오후에 일어난 것이다.

“이...럴 수가.”

“이제 증명된 건가.”

“그.....렇습니다!”

“그대도 조금 하는 편이니 노력하면 1초식은 받을 수 있을까? 이건 장담하기 힘들군. 그대의 성장 가능성보다 내 성장이 훨씬 빠르니 후일은 반초식도 받지 못하겠지.”

“크윽!”

남궁천우의 솔직하고 담담한 어투에 주혁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육체적인 타격보다 정신적인 타격이 훨씬 컸다. 남궁천우는 그저 사실을 전해준 것밖에는 없지만 주혁기는 그로 인해 후일 심마에 들고 말았다. 스스로 지닌 무력에 대한 회의와 자괴감으로 인해 두 번 다시 강호에 얼굴을 들이밀지 못하게 되었다.

주혁기와 같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스스로 대단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했던 절대의 고수들이 남궁천우와 만나게 되면 하나같이 입마를 겪었다. 고의적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남궁천우의 무시무시한 재능에 자괴감만이 들 뿐이었다. 그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졌다.

남궁천우는 자신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원의 모든 무인은 그를 세상최강의 거만덩어리라 부르고 있었다. 너무 높고, 낮은 것에는 관심도 없는 그의 무관심이 무인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적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이 주어졌다. 견적이라도 나오면 싸우기라도 하겠는데, 남궁천우는 틈이 없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남궁세가와 혈교가 부딪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혈교는 육일승천 했었다. 단일문파로 마교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다. 그런 혈교가 남궁세가에 무너졌다. 그것도 남궁천우 한 사람으로 인해 박살이 났다. 혈교가 오대세가 중 남궁세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간계를 부렸는데, 그것을 파악해 역으로 반간계를 쓴 남궁천우였다. 그로 인해 혈교의 주력 중 3할이 소멸되었다. 이에 분노한 당대의 절대고수 혈교교주 혈마(血魔) 낙일천이 무리를 이끌고, 남궁천우를 급습했다. 그리고 결과는 남궁천우의 승리. 혈교교주의 수급을 3초식 만에 베어버리고, 이끌고 온 지옥혈천대 500의 무인을 전부 도륙해 버렸다. 중원무림은 경악했다. 혈마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벅찰 지경인데, 500의 지옥혈천대까지 전멸시키고 유유히 빠져 나오다니, 인간이 아니었다. 이날 이후 아무도 그에게 도전장을 보내지 않았다. 아예 배제시켰다는 말이 정답이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니, 인간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끼리 겨루는 것이 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전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 만큼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부나방들이 가끔씩 있었다. 그때마다 남궁천우는 친히 성실하게 상대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재앙이었다.

고수면서도 배려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가 됐던 가볍게 이겼다. 최선을 다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볍게 휘두른 손짓에 당해 무인들은 쓰러졌다. 깨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밤이었다. 뭔가 해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덤빌 엄두도 나지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비무를 한단 말인가!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심심하군.”

너무나 완벽하기에 남궁천우는 한가했다. 도저해 올 자도 이제는 없다. 그렇다고 옆에 친구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와 말을 나누었던 모든 상대는 이유 없이 화를 내다가 결국에는 자괴감에 빠져 사라졌다. 왜 그런지 남궁천우는 이해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사람을 이해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궁천우가 악의적으로 그들을 쳐내거나 무시한 적은 없었다. 너무 솔직하고, 당당했기에 사람들이 그를 경외시하면서 다가서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궁천우가 외로움을 타느냐, 그것도 아니다. 혼자서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빈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무결은 남궁천우를 위해 존재한 단어였다.

“무공이나 만들어 봐야겠군.”

휘이익! 휘익!

남궁천우는 서지(書誌)의 앞에 글을 적고, 그 글귀에 어울리는 무공을 적어 놓았다. 대충 적어 놓은 것이지만 그가 쓰며, 강호십대무공이론서가 된다. 어느 누가 봐도 완벽한 이론과 해석집이 섞여 있었다. 그렇기에 남궁세가에서는 남궁천우가 대충 작성해서 써 놓고, 방에 던져 놓은 무공이론을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잘 못 유출되면 강호에 유례없는 혈사가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남궁세가의 가솔들은 알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구나.”

남궁천우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터득해 경지에 이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무공을 섭렵했다. 학식도 천하제일이고, 기관진법까지도 터득했다. 제갈세가의 공명이 와도 남궁천우의 상대가 될지 의문이었다. 천하제일기관을 자랑하던 제갈세가의 진식인 육천무극진(六天無極陣)을 반각도 안 되어 격파했다. 그리고 남궁천우는 하나의 진식을 제갈세가에 내어주었다. 제갈세가는 그 진식을 풀지 못했다. 제갈세가의 신기수사(神技修士) 제갈호재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무공도 아닌 진법 대결에서 지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때 남궁천우가 한 말은 제갈세가의 심장부에 대못을 박았다. 물론 고의적인 것은 아니다. 혼잣말이니 말이다. 귀가 밝아 들은 것이 잘못이었다. 듣지 않았다면 마음은 편했을 테니 말이다.

“원래 제갈세가의 진법이 이렇게 쉬운 건가 의문이군.”

“그...럴 수가.”

오랜 기간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서 얻어낸 진법이 쉽다니, 제갈세가는 허탈감이 들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한 동안 제갈세가는 봉문을 하고 말았다. 남궁천우가 내준 진식을 풀기 위해 세가의 전 인력이 동원되었다.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 마침내 풀어내었다. 제갈호재는 자신만만하게 남궁천우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그것도 커다란 실수다.

“풀었습니다!”

“뭘?”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제갈호재는 주먹이 부르르 떨렸지만 감히 휘두르지는 못했다. 상대는 고금천하무적고수이니 말이다. 그가 아무리 발악해도 무공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을 가다듬은 제갈호재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10년 전에 우리에게 내준 진법을 풀었단 말입니다!”

“아, 그거 말인가.”

“그렇습니다!”

“심심풀이로 한 일을 가지고 10년이나 정성을 쏟다니, 제갈세가의 끈기와 노력에 경의를 표하네.”

분명 칭찬이기는 했다. 노력이 가상하다는. 그러나 전혀 기쁘지 않다. 듣고 있던 제갈호재는 열이 뻗쳤다.

“그게 지금 제게 할 소립니까! 그리고 심심풀이였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말이 되는데.”

“전 믿을 수 없습니다!”

“굳이 믿어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 그렇게 원한다면 저기 서재에 꽂힌 것 아무거나 뽑아서 한 번 풀어보게.”

남궁천우의 서재는 무공서적, 의약서적, 병서, 기관진법서적 등 깔끔하게 분류가 되어 있었다. 제갈호재도 한 눈에 진법서적을 찾았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제갈호재는 아무 책이나 뽑아 들었다. 헉!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다. 다른 것도 뒤져 보았다. 그리고 제갈호재는 얼음이 되었다.

“이....럴 수가! 크억!”

제갈호재는 결국 심마를 이기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들었다. 후일 제갈호재는 바보가 되었다는 설이 전해졌다.

중원무림의 입장에서 남궁천우는 재앙이었다. 그와 비무를 한 자치고 멀쩡한 자가 없다. 그렇다고 남궁천우가 잔인한 손속을 쓴 것도 아니다. 상처가 나지 않는 범위에서 상대를 해 주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궁천우를 본 자들은 주화입마에 빠져 폐인이 되었다.


세월은 흘렀다. 아무런 일도 없이.

“따분하군.”

남궁천우가 107세가 되었을 때다.

일상의 따분함 속에 젖어들고 있을 시기에 누군가 찾아왔다.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보았던 무당파의 검선 현천진인이었다. 같은 절대십강에 속하지만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은 없었던 유일한 무인이다. 그는 남궁천우보다 20살이 많았다. 강호 최고 배분에 속했다.

“무슨 일로 본인을 찾아온 것이오?”

“그대와 한 가지 내기를 하고 싶소이다.”

“정말이오.”

“그렇소이다.”

남궁천우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내기라고 해봤자 상대가 된 자는 여지 것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무공은 좋지 못한 생각이오.”

“무공이 아니오.”

현천진인은 왜 그렇게 무인들이 무신을 만나면 폐인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허어, 답답한 성격이로다.’

조금의 융통성도 없이 그는 너무나 직설적이다. 상대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의도는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악의가 되어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이런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알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다. 오랜 참선을 통한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현천진인도 흔들렸을지 모른다.

“그럼 무엇이오?”

“우화등선이오.”

“죽음은 내기 성립이 안 되오.”

“허허, 우화등선과 죽음이 어찌 같단 말이오. 우화등선은 말 그대로 신선이 되어 선계로 드는 것이오.”

“선계. 그래봤자 사후세계 아니오.”

“선계를 그리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구려.”

“잠깐! 생각을 좀 해보겠소.”

남궁천우는 고민을 해보았다. 우화등선을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죽음과 직결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죽음이 그리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생애 처음으로 남궁천우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건 그에게 색다른 느낌을 가져 다 주었다. 아무런 막힘도, 망설임도 없었던 남궁천우에게 오랜만에 호승심을 주었다.

“그런데 우화등선을 어떻게 증명하오?”

“선계에 든다면 자연히 알게 되오이다.”

“그래도 증명할 방법은 없지 않소.”

“옆에 있는 사람을 알 것이오.”

현천진인은 우화등선을 하게 되면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아직까지 우화등선을 실제적으로 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고문서적에 적혀 있기로는 빛나는 연결고리와 함께 하늘에서 빛이 쏘아져 내려온다는 설이 있었다.

“고금최초라.”

구미가 당긴다.

솔직히 이제는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적당하다 여겼다. 도인이 아님에도 우화등선을 한다면 고금을 통 털어 처음일 것이다. 흥미로운 전율을 맛본 남궁천우였다.

“어디서 하면 되오?”

“등선하기 최적인 산수 좋은 산을 찾아냈소이다.”

“그곳에서 수련을 하면 되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누가 먼저 우화등선하는지에 대한 내기였다. 허무맹랑한 내기임에도 불구하고 남궁천우는 허락을 했고, 현천진인과 함께 남궁세가를 떠났다. 남궁천우가 움직이자 전 중원이 들썩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무림의 입장에서도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로 인해 무인들은 자괴감을 느꼈고, 절망을 경험했다. 아무도 나서지 못했고, 포효하지 못했다. 그가 사라짐으로써 죽어 있던 무림은 서서히 살아났다. 죽어 있던 무림에 생기가 돌았다.

중원오악에 속하는 황산에 자리를 잡았다.

남궁천우와 현천진인은 등선암(登仙巖)이라는 곳에 집을 짓고, 우화등선을 위한 참선을 시작했다.

세월유수.

10년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남궁천우와 현천진인은 여전히 등선암에 앉아 있었다. 서로는 10년의 세월을 참선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웠으며 만상의 흐름을 느끼는데 주력했다.

남궁천우는 뜻하지 않게 배움을 얻었다. 등선이라는 것이 실제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 길은 깜깜했다. 풀리지 않는 신비였다.

‘내가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다. 완벽했던 남궁천우에게 처음으로 좌절이라는 것을 선사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남궁천우의 정신력은 금강에 비견되었다.

‘버린다고. 왜 버려야 하지?’

남궁천우는 현천진인의 말대로 참선의 오법(五法)을 지켰다. 하지만 그건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궁구했던 것들을 허물고, 가지고 있었던 것을 버리는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궁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나만이 오롯이 신선이 될 수 있다!’

자신감.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 끊임없이 궁구하는 순수함이 느껴졌다.

현천진인은 그런 남궁천우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단함을 느꼈다. 자신은 비우고 또 비워 겨우 등선의 첫 걸음을 띄었다면 남궁천우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우화등선에 들어서고 있었다.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반면에 현천진인은 회의적이었다. 궁구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만물지경에 이르지 않고서는 절대 우화등선할 수 없다.

‘어찌어찌 무신을 잡아두기는 했는데, 쉽지 않구나.’

무신의 등장으로 천기가 이상해졌다. 그것을 현천진인은 하늘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신의 정기가 강해져 무림의 정기가 흔들리고, 병들어 갔다. 그렇다고 무신을 징치할 수는 없었다. 무신은 강했고, 그를 징치하는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현천진인은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우화등선이라는 내기를 통해 그의 발목을 잡아두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죄라는 생각은 들지만 무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10년이었다.

‘그런 내 생각이 나를 죄는 벌이 되는 구나!’

현천진인은 자신의 죄가 사슬이 되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을 털어내려면 다시 오랜 기간 참선을 해야 했다.

그때였다.

“이럴 수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남궁천우의 몸에서 오색의 빛이 흘러나오고,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려왔다. 우화등선의 법칙과 일치했다.

“정말로 우화등선한단 말인가!”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도인도 아니고 무인이 우화등선을 하다니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이 현천진인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나 스스로 너무 자만했구나! 그걸 남궁도우가 깨닫게 해주는 구나! 무량수불!”

현천진인을 도호를 외우며, 남궁천우의 승리를 인정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본인은 곧 등선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 순간의 깨달음이 현천진인에게는 커다란 기연으로 다가왔다.

“허허! 이루었도다!”

현천진인도 남궁천우의 뒤를 따를 수 있었다.

남궁천우는 기이한 기분을 맛보았다.

해내야겠다는 순수함이 극에 이르자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정기신이 극의에 이르렀고, 속박하는 모든 것들이 허물어졌다.

‘이것이 우화등선이구나!’

날아오르고 있었다.

육신은 지상에 있고, 혼은 자유로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모든 것을 얻은 듯한 느낌이다. 해냈다는 만족감을 맛보았다.

‘나는 남궁천우다!’

선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그 곳만 통과하면 선인이 될 수 있었다. 10년의 고욕을 넘어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다.

‘응?’

선계를 지키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가 남궁천우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몹시 못마땅한 시선이다.

“쯧쯧! 이제는 별게 다 등선을 하는구나. 등선 법칙을 바꾸든지 해야지 원!”

그는 남궁천우의 순수함을 보았다. 하지만 그 안에 서린 오만한 싸가지를 느꼈다. 저런 놈이 등선을 하다니 말세였다. 세상을 굽어보고 포용해도 부족한 것이 신선의 마음이다. 자신만 아는 놈이 등선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이미 등선해 올라오는 놈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보내는 것은 그로서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지.”

그가 손을 휘 저었다.

‘이건!’

남궁천우는 선계의 입구로 들어서지 못하고 정지했다. 정신을 움직이려고 해도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싸가지로는 절대 선계나 들어올 수 없다.


퉁!


남궁천우가 선계에 들어서기 일보직전에 튕겨나갔다.

그때 올라오는 누군가를 보았다.

‘본 도우가 먼저 가 있겠소이다. 허허허!’

현천진인이었다. 손을 흔들며 기쁘게 등선을 해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지다니!’

생애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졌다. 충격이었다. 그렇게 남궁천우는 의식을 잃었다.

강호 무림 역사상 최강의 무인으로 불리던 남궁천우가 무림계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새글 한 번 써 봅니다.
성원과 고마운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대생활백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전능천왕 10권이 나왔습니다. +1 13.08.10 1,052 0 -
공지 전능천왕 8권이 나왔습니다. +1 13.06.13 961 0 -
공지 전능천왕 5권이 나왔습니다. +5 13.03.18 1,372 0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가 완결 됐습니다^^ +10 12.11.23 2,161 0 -
공지 건드리고고 입니다. +6 12.10.29 1,849 0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 13권이 나왔습니다. +3 12.08.31 1,333 1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 11권이 나왔습니다. +1 12.07.07 1,293 1 -
공지 고수현대생활백서 9권이 나온겸 재미 삼아 서열 정리했습니다^^ +5 12.05.11 2,664 1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 7권이 나왔습니다 +1 12.03.19 1,322 0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 6권이 출간됐습니다. +4 12.02.09 1,649 0 -
공지 고수 현대생활백서 4권이 나왔습니다. +5 11.12.15 2,217 0 -
공지 쌍룡무쌍 완결이 나왔습니다. +27 11.09.01 57,419 66 -
16 신간 전능천왕이 나왔습니다. +5 12.12.31 2,555 4 2쪽
15 출간일정이 잡혔습니다 +103 11.10.13 20,096 37 1쪽
14 고수 현대생활백서 14화 +176 11.09.26 50,077 259 12쪽
13 고수 현대생활백서 13화 +35 11.09.26 33,165 177 9쪽
12 고수 현대생활백서 12화 +76 11.09.23 38,860 181 13쪽
11 고수 현대생활백서 11화 +131 11.09.22 35,469 223 13쪽
10 고수 현대생활백서 10화 +68 11.09.19 38,865 186 9쪽
9 고수 현대생활백서 9화 +70 11.09.16 38,883 173 15쪽
8 고수 현대생활백서 8화 +67 11.09.14 38,003 154 9쪽
7 고수 현대생활백서 7화 +78 11.09.12 39,179 163 11쪽
6 고수 현대생활백서 6화 +45 11.09.09 39,250 155 19쪽
5 고수 현대생활백서 5화 +41 11.09.07 39,259 163 13쪽
4 고수 현대생활백서 4화 +48 11.09.05 40,326 161 16쪽
3 고수 현대생활백서 3화 +45 11.09.03 42,184 162 11쪽
2 고수 현대생활백서 2화 +38 11.09.02 48,598 153 19쪽
» 고수 현대생활백서 1화 +64 11.09.01 65,553 140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