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현대생활백서 3화
불사극한인결마공을 통해 끊어졌던 신경의 회복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졌다. 이제는 허리를 피고, 팔을 움직여 화장실에 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론 완벽하게 움직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는 없다.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서 깨어나 7일 만에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준 영재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문제는 중추신경이 회복보다, 몸 안에서 쌓여가는 냉기를 뚫어내는 것이었다. 18개나 되는 절맥을 완벽하게 뚫어야 만이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비실한 몸을 않고 살아가야만 한다.
“겨우 수모를 모면할 수 있게 됐구나.”
7일이 영재에게는 악몽이었다. 매일 아침만 되면 꽉찬 방광이 분출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구멍은 하나뿐이니, 어쩔 수가 없다.
영재는 아침이 되면 식사를 하고, 난 후에 재활센터로 이동했다. 몸 안의 괴질로 인해서 움직이는 것 자체를 금지했었던 전과는 달리, 이제는 움직일 수 있도록 어머니가 직접 도와주고 있었다.
영재에게 필요한 재활 프로그램은 워킹이었다. 상체의 움직임은 60퍼센트 이상 회복한 것에 비해 다리는 40퍼센트 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쓸모가 있구나.’
병원의 재활 프로그램은 확실히 효용성이 있었다. 뼈와 근육의 쓰임새 맞게 체크해서 활용을 했다. 영재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재활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밤에 불사극한인결마공으로 몸 안에 잠재된 잠력을 격발시키고는 있다지만 육체의 회복은 끊임없이 반복훈련이 있어야 만이 탄력을 받게 된다.
영재는 선천마력을 끌어올리고, 죽은 신경을 회복하고, 단련을 반복했다. 무공을 익히는 과정과 거의 똑같았다.
저벅! 질질! 저벅! 비틀!
낮은 철봉의 양옆을 두 팔로 지지하고, 왔다 갔다를 했다. 어머니가 그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집중이 안 되는 구나.’
영재가 뭐만 했다하면 어머니는 울먹였다.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부담이 되었다. 저렇게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영재에게는 고욕이었다.
“어머니.”
“네가...!”
“왜 그러십니까?”
“전처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없겠니!”
“그....건 좀.”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으면 계속 울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울면 곤란하다. 영재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머니의 강짜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이미 볼 것 안볼 것 다 봤다고, 그새 정이 들었는지 어머니의 투정이 그리 나쁘지가 않았다. 너무나 색다른 감정이었다.
“엄.....마.”
“그래 영재야! 아이구 내 새끼!”
어머니가 영재를 껴안고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이래도 울고, 저래도 우는 울보 어머니였다. 전이라면 이런 어머니를 찌질하다고 보겠지만, 그게 오히려 영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싫지만은 않구나.’
스스로도 믿지 못할 감정에 영재는 당혹스러웠다.
20일의 시간이 흘렀다.
영재의 몸 상태는 거의 정상인에 가까웠다. 말하고, 걷고,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었다. 약했던 몸도, 불사극한인결마공과 남궁세가의 강기공 천뢰기(天雷氣)를 수련하면서 극복을 하는 과정에 있었다. 천뢰기기는 몸을 단련시켜주는 강기공으로 극성으로 수련하면 소림의 금강불괴를 능가하는 천강지체가 될 수 있다. 천강지체는 도검이 불침하며, 독에도 내성을 지닌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
“왜 그래 아들.”
“이제 저도 많이 괜찮아 졌으니 집에 가보세요.”
“아들! 설마 이 엄마가 귀찮아서 보내는 거니!”
“그럴 리 없잖아요.”
영재도 현실에 많이 적응되었다. 처음에는 말도 편하게 잘 안 나왔는데, 이제는 엄마와의 대화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과거의 무신이었을 때 이런 장면을 누군가 봤다면 놀라서 기절초풍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감히 무신의 낯간지러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무신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무신이기에 가능한 일이 되었었다.
“엄마는”
어머니가 너무 쉽게 울먹거린다.
이때가 영재에게는 가장 난처하다. 누군가를 위로할 말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그런 감정을 가져 본적도 없었던 영재다. 그렇기에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내 뱉지 못하고, 삼킬 때가 많았다. 다른 건 다 되도 이것만은 적응이 잘 안 된다. 그렇다고 이대로 어머니와 함께 계속 있기도 민만하다. 얼마 전부터 간호사들이 모여서 떠드는 말이 영재의 귀에 들려왔었다. 항상 하는 말이 ‘마마보이’였다. 무신이었던 자신이 엄마의 치마폭에 쌓여 있는 마마보이와 동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 계속 그런 말을 듣기가 싫고, 거북하다. 어떻게 해서든 어머니를 집에 보내고, 사내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야 할 때였다. 그래서 영재는 어머니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민경이도 엄마가 필요하잖아요.”
“어쩜, 네가 동생까지 챙기는 구나!”
“저도 오......빠니...까요.”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견해!”
영재의 삶이 집 안에 얽매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자꾸 싸고도니까, 영재가 친구도 없이 외롭게 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문병을 한 명도 오지 않는 것만 봐도 견적이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영재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과거였다면 찌질댔겠지만 지금의 영재는 무신이다. 원래부터 혼자인 것이 편했던 그에게 있어, 따돌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마도 이제 조금 쉬셔야죠. 그러다 엄마가 저보다 먼저 쓰러지겠어요.”
“내 걱정을 해주는 거야. 우리 아들 정말 다 컸구나!”
영재는 어머니를 달래서 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체감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결코 좋지 않음을 알기에 영재는 조금 단호하게 나갔다.
“엄마 말대로 저도 이제 고등학생이고, 내년이 지나면 대학생이 되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집에 가 보세요.”
“정 그렇다면 갈게. 하지만 하루에 한 번은 꼭 찾아오마.”
“좋을 대로 하세요.”
“엄마 간다. 울지 말고!”
“안 울어요.”
1시간이나 어머니를 달래고 나서야 집에 보낼 수가 있었다. 정말 힘들다. 영재로서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깨달았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어머니였다. 그녀와의 대화 자체에 막대한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을 나열하니, 다시 회귀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이제 조금 자유롭구나.”
영재는 어머니가 간 후부터 몸을 단련하는데 시간을 좀 더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병실에 남겨진 영재는 천뢰기를 수련하면서, 동시에 텔레비전을 보았다.
이 시대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세상이었다.
‘저런 작은 상자에 세상이 있다니.’
화면에 사람이 있고, 현실의 세상이 반영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말을 하며, 소식을 전해주고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재는 그 원리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지만, 남아 있는 지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고, 과거에 배운 것은 쓸모가 없었다.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보고, 상자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줄 알았었다.
*연예뉴스
-오늘 오전 인기그룹 티아라스의 메인보컬 이주연 양이 피로 누적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주연양은 현재 안정이 필요한 상태로...
연예코너는 관심 없기에 영재는 다른 채널로 돌렸다. 1인 병실이라 따로 터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리모컨이라, 이건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참으로 신비하도다.”
사용방법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다. 대략적인 기억으로 인해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것의 대략적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정말 놀라웠다. 원리를 탐구하려는 천우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영재는 주로 뉴스를 중점적으로 봤다.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쌓아갔다. 뉴스는 어제와 오늘의 일상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전달해준다.
“전서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없구나!”
영재는 세상이 넓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무림이라는 세상이 얼마나 협소하고 작은 지 깨달았다. 세상은 영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광대하며 복잡했다. 그렇기에 영재는 기뻤다. 심심했었던 그의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활력소로 다가왔다. 세상을 돌아보고, 경험하고, 도전해 보고 싶었다.
“우선은 회복하는 게 먼저겠지.”
영재는 20일 동안 빙음괴절맥의 18개 절맥 중 1개를 뚫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실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 준비가 오늘 밤에 결실을 맺게 된다. 이제 시작이지만 하나만 뚫어도 몸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변할 것이다.
똑!똑!
문을 열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영재군, 엉덩이 까세요.”
“알....겠소.”
“매번 그렇지만 누나에게 반말하는 것 아니다.”
“미..안하오.”
“그리고 그 사극 톤 좀 어떻게 하면 안 되겠니, 닭살 돋아 미치겠다.”
영재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머니 앞에서 대소변을 가리고 난 후부터 가장 난감한 것은 바로 주사였다. 날카로운 주사바늘이 아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여인 앞에서 엉덩이를 매일 까야 하다니.’
하지만 주사는 맞아야 한다. 주사의 성분이 몸 안에 들어와서, 기운을 북돋아 주고, 세포를 활성화 시켜 주었다. 그 성분에 대해서 물어 봤는데, 영재는 알아듣지 못했다. 이상한 말로 시작해서, 이상한 말로 끝이 났었다. 도대체 들어도 알지 못하는 단어를 왜 사용하는지 아직도 의문이기는 했다.
“빨리 까세요. 영재군.”
스윽!
영재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상대를 여자가 아니라 의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찰싹! 찰싹!
푸욱!
주사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가, 영재의 몸안에 약을 투하했다.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약은 곧 몸 안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 굳어진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오늘 주사는 조금 아프니까, 잘 문질러.”
“그러겠소.”
“또 반말, 자꾸 반말하면 다음부터 아프게 논다.”
“그건 싫습니다.”
“옳지 착하다.”
그녀가 영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탕 줄까?”
“단 거 안 좋아합니다.”
“그래도 누나가 주면 고맙다고 먹는 거야.”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나갔다. 남겨진 영지의 두 손에서는 막대 사탕 1개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부족하군요.
휘갈기고 있는데도 이렇게 느리다니, 부족한 속도가 원망스럽니다.
손에 모터를 달아야 하나.
아무튼 즐거운 주말 보내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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