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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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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2.10.29 16:04
최근연재일 :
2012.12.31 15:16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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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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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13

작성
11.09.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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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고수 현대생활백서 2화

DUMMY

2.고수부활


‘으음.’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뭔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눈을 뜨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눈꺼풀이 바위처럼 무거웠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이 그의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눈을 뜨는 것보다 감고 있는 것이 나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혼탁하다. 무언가 섞이지 않는 것들이 각자의 세상으로 튀어나가는 것 같다. 혼란된 것들을 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건.’

육신이 느껴진다. 인간의 신(身)을 벗어던지고, 선계로 넘어가던 그 순간과는 달랐다. 무엇이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벅찼다. 그러나 육체를 파악한 것치고는 움직이지 못했다. 감각도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뚜! 뚜! 뚜!


소리가 들려왔다. 특이한 음파였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육성은 아니다. 그것은 구분할 수 있었다. 소리가 울리자 얼마 후에 정신없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가 정신이 돌아왔어요!”

“우선 바이탈부터 체크해!”

“예, 선생님!”

의사가 심박수, 체온, 호흡수 등을 바쁘게 체크하고, 상태를 살폈다.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누워 있는 남궁천우는 의아함 그 자체였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용어와 단어의 결합, 그리고 이어지는 특이한 말들.

‘바이탈, 그게 뭐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응? 그런데 내가 어떻게 말을 알아듣는 거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리고 익혀본 적도 없다. 그런데 알아들을 수가 있다.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지만 대충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잠재된 무언가가 그의 생각을 강하게 쳤다. 사고와 사고가 교차하면서 생기는 충격이었다.

‘병, 추락, 식물인간!’

최근의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지는 기억의 전이. 그러나 기억은 완전하지 않았다. 혼이 빠져 나가고 난 후 남겨진 부스러기 같은 잔존기억이 전해졌다. 그는 스며드는 생소한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남궁천우인가? 강영재인가?’

육신에 남겨진 기억은 강영재다. 그러나 혼은 남궁천우였다. 두 개의 기억이 부딪치며 혼선을 주었다.

주가 무엇이 되고, 부가 누가 되는가의 고민. 정체성에 대한 차분한 정의와 확신이 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남궁천우다.’

두 개의 기억이 공존했지만 그는 남궁천우였다.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남궁천우의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다. 흔들렸던 혼은 굳건한 철벽이 되어 새로운 것을 흡수했다. 그리고 현실을 차분히 인정해 나갔다.

‘등선에 실패한 건가?’

다른 세상이다. 절대 선계는 아니다. 등선 할 때의 마지막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한 결과치고는 허무할 지경이다.

‘감히!’

남궁천우는 보았다. 그 당시 광채의 구멍 속에서 자신을 보며 이상한 말을 지껄이며 튕겨 보낸 자를 말이다. 상대를 패대기쳐 본 적은 많아도 누군가로 인해 내 팽겨 쳐 지기는 최초였다. 그 때를 생각하자 처음으로 화가 났다. 누군가에게 분노하다니 남궁천우의 일생에 오점으로 남았다.

‘나를 내쳤다 이건가!’

일단 남궁천우는 분기를 삭였다.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선은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싸가지라.’

처음에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싸가지’라는 단어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알 수 있다. 강영재가 남겨둔 기억 속에 싸가지라는 단어의 명확한 정의가 있었다. 그리고 뜻을 알아냈을 때, 남궁천우는 불끈했었다.

‘감히 나를 재수 없다고 한 건가. 그 빌어먹을 놈이!’

남궁천우는 생애 처음으로 욕을 생각했다. 그가 머리털 나고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기는 처음이다. 아무도 그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은 여태까지 재수 없는 짓을 한 적이 없다. 고의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다.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잠잠했던 자신의 성격은 올바름의 극치였다. 남궁천우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납득을 하기 전에 강영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싸가지의 개념도 확인되었다.

‘이놈도 재수 없는 놈인가!’

재수 없다는 기억이 너무도 선명했다.

잔존기억은 오래가지 않으며 선명하지 않다. 강렬한 인상을 주거나 반복적으로 들어본 내용만이 뇌리에 남아 있다. 더군다나 식물인간이 된 상황도 재수 없음의 극치였다. 처음에 치료 불가능한 기이한 희귀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소변이 마려 움직이다 미끄러졌는데 재수 없게도 떨어진 볼펜을 밟는 바람에 목이 먼저 떨어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놈의 몸속으로 들어간 천우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하루라도 빨리 신선이 되어 자신을 내친 놈을 혼내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이 정도의 감정을 보이다니 천우 스스로도 이해 못 할 일이기는 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정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와락!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붙잡는 존재가 있었다.

“애야! 엄마는 네가 깨어날 줄 알았어! 알았다고! 흑! 흑! 흑!”

자신을 붙잡고 구슬프게 운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우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뜨기 위해 노력했다. 눈꺼풀이 철근처럼 무겁기는 하나 포기할 천우가 아니다. 천우사전에 포기란 없다.

‘천우사전이라 좋은 말이군.’

오랜 동안 눈을 뜨지 않아서 빛이 강하게 다가왔다. 따가운 느낌과 감촉이 전해진다. 눈을 뜨고, 감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빛에 적응해 눈을 뜰 수 있었다. 등선 이후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는데 드디어 이 세상을 보게 되었다. 아직은 눈이 적응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안개를 수놓아 놓은 것처럼 반투명한 선들이 하나씩 이어져 점점 형태를 갖추었다. 그리고 보여 진 세상 속에 익숙한 존재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기억은 아니군.’

강영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부모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남궁천우는 코끝이 찡해졌다. 강영재의 기억이 뭉클거리면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사실 남궁천우는 부모의 정을 받아 보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 시절 사고로 돌아가셨다. 갓 젖을 먹을 나이 때였다. 그래서 기억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고의 원인은 간단하지 않았다. 당시의 파벌간의 싸움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세가 내의 알력 다툼은 결국 피를 보게 만들었다. 복수를 할 수도 없다. 당시의 일은 욕심과 우연이 겹쳐 일어난 원하지 않은 불행한 일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남궁천우는 남궁세가에서도 냉소적이었는지 모른다. 자신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나섰다면 천하는 남궁세가의 손안에 쥐어졌을 것이다. 사람은 피를 부정하지 못하고,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모의 정인가?’

누군가를 위해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정을 준다. 그런 정을 천우는 받은 적이 없다. 어렸을 적은 혼자였고, 커가면서 세가의 천재로 강호에 이름을 올려놓은 존재로 인식이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는 누군가에 대한 감정 대신에 냉철한 이성으로 객관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한 순간부터 마음은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그 어떤 것도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눈을 떴구나! 영재야! 나를 알아보겠니?”

강영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한 떨림을 천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천우는 눈을 깜빡여 자신을 알렸다.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몸 상태를 완전하게 살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하하하! 내 아들이 다시 돌아왔구나! 그래 그렇게 일어나기만 하거라!”

아버지는 기뻐했고, 어머니는 격정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천우는 오랜 동안 벅차 가슴을 유지할 수 없었다.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거지.’



아버지는 일로 인해 먼저 집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밤 새 천우를 지켰다.

하루 동안.

천우는 강영재의 몸을 관조했다. 무공을 수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인 관조다. 자신을 알아야만 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마음과 몸을 하나로 합일 하였다. 심상을 통해 우주와 같은 몸을 관찰했다.

천우는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밤이 지나던 낮이 되었든, 한번 몰아일체에 들어간 천우는 집중력이 깨지지 않았다. 천우의 정신력은 금성철벽과 같아 바로 옆에서 천둥번개가 쳐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이한 절맥이기는 한데, 알 것 같군.’

천우의 기억 속에 자리한 비원의록(悲願醫錄)에서 강영재의 몸을 괴롭히는 괴절맥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절맥의 증상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똑 같았다. 그렇다면 천우의 예상대로 강영재를 힘들게 했던 병의 정체는 빙음괴절맥이었다. 빙음괴절맥에 대해서 아는 자는 무림에서도 거의 없다. 비원의록을 작성은 신의(神醫) 백불영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치료법은 적어놓지 못했다.

빙음괴절맥은 음기가 아홉 개의 혈맥을 막는 구음절맥과 괴절맥이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구음절맥보다 두 배는 많은 주요경맥에 냉기가 쌓여 서서히 얼어 죽어가는 병이었다.

‘의원으로서는 고치지 못해도 무인이라면 가능하다.’

불사극한인결마공(不死極限忍結魔功)과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이라면 절맥을 완치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이유는 천우가 한 번 연구를 해봤기 때문이다. 비원의록에 적혀 있듯이 신의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절맥이기에 도전을 해본 것이다. 그리고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불사극한인결마공을 통해 인체의 잠력을 상승시키고, 몸 안의 치유, 회복 능력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양강의 절대신공이라고 불리는 천뢰제왕신공을 통해 혈맥을 가로 막고 있는 냉기를 뚫어낼 수 있다.

‘불사극한인결마공을 운용해서 몸을 먼저 회복시켜야겠구나.’

목이 꺾이는 바람에 육체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빙음괴절맥을 치료하는 것보다 육체의 기본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이행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다.

천우는 불사극한인결마공을 통해 선천마력을 끌어올렸다. 선천마력은 선천진기와 비슷하면서도 그 폭발력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렇기에 선천진기가 아니라 선천마력이라고 불린다. 또한 섵불리 사용하면 인성이 마비되어 선천마인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에 정과 마의 중용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기해, 거궐, 천돌, 독맥......”

불사극한인결마공의 운용방법을 7개로 만들어 놓고, 순차적인 일주천을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척추의 연결고리가 훼손되었기에 신경을 다시 이으려면 선천마력이 필수적이다.

천우는 선천마력의 모든 힘을 척추신경 회복에 집중했다.

‘단번에 회복은 불가능하구나.’

아무리 선천마력이 강력한 힘을 발산한다고 해도, 척추신경은 몸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세포라고 할 수 있다. 단번에 회복이 될 수 없을뿐더러, 이 이상 선천마력을 끌어 쓰면 폭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천우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힐 때 가장 경시해야 할 것이 조급함이다. 서두르다 보면 될 것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천우는 밤새 육체 회복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에 되면 쉬었다. 불가극한인결마공을 밤에 연마하는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다. 낮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의사까지 자신의 몸을 건드린다. 운공 중에 타인이 몸을 만지게 될 경우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아침에 되었다.

남궁천우, 아니 이제는 강영재가 된 그가 운공을 멈추었다. 밤 동안에 운기를 계속 해서 몸안에 죽어 있던 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었다. 목이 꺾인 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그래도 다행이었다. 완전히 죽은 세포였다면 회복하는데 시일이 더 거렸을 것이다. 불사극한일결마공의 선천마력을 통해 활성화된 세포를 제외하고, 몸 안을 병들게 했던 탁한 기운의 일부를 한 곳에 모았다.


꿈틀!


영재는 하체에서 전달되어 오는 강렬한 느낌에 눈썹을 찡그렸다. 지금 당장 손을 움직일 수도, 거동을 할 수도 없는 상태다.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불을 지펴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원치 않는 광경을 보아야 하는 영재는 곤란함을 느꼈다.

‘이거 어떻게 한다. 끝까지 참을 수도 없고.’

아무리 영재라도 오랜 동안 소변을 참을 수는 없다. 더욱이 밤새 정제되고, 남은 찌꺼기를 방광에 쌓아둔 상태였다. 배출하지 않으면 그것도 몸 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영재는 고개만 움직여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주르륵!


영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천하제일일인라고 불린 무신이 그 조차 당장은 생리현상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정말 죽을 맛이다. 온 몸이 뒤틀려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바지에 쌀 수는 없다.

‘절대 안 돼!’

무신이 오줌싸개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은 절대로 원치 않는다. 차라리 일백 마인과 생사대결을 펼치는 것이 훨씬 쉬웠다.

괄약근까지 아파온다.

분명 이건 좋은 징조다.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이니 말이다. 그러나 난처한 상황은 차라리 죽는 것보다 더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


끼익!


때마침 아버지와 동생의 아침을 챙겨주기 위해서 집에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영재에게는 어머니의 모습에게 광영이 비치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 영재는 미칠 것 같았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바지는 누런색으로 물들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뭐라고 요청을 하기 난감하다. 아무리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지만 영재의 정신은 천우다. 천우는 눈앞의 어머니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남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

‘난........참..을 수 있다....난...무...신....허억!’

이건 도저히 안 된다. 무신의 육체라면 자유로이 통재가 가능해 생리현상도 막아낼 수 있겠지만 영재의 몸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약했다. 고통을 인내하는 것과 생리현상을 인내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애야? 이게 도대체?”

어머니가 급히 영재의 상태가 이상함을 알고 다가왔다. 땀을 닦아 주면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폈다. 그리고 곧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급하면 신호를 하지 그랬니.”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바지를 깐다. 그것을 영재는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이건 알 수 있다.

바지가 허하다.

어머니가 관처럼 생긴 이상한 유리관을 영재의 중심에 갖다 대었다.

영재는 식은땀과 더불어 수치심을 심하게 느꼈다.

‘이......럴 수가! 내가......바지를 까다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일을 겪고 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고민조차 할 수 없다. 영재는 지금 참아야 했다. 어머니라지만 그 앞에서 오줌을 쌀 수는 없다. 마지막 안간힘을 썼다.

영재의 찡그림을 어머니는 곧바로 알아챘다.

“매일 했던 일인데, 왜 그러니! 어서 쉬 해야지! 쉬이이이이!”

She.

그녀가 오고 있다. 그녀는 강요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파상공세를 영재를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영재는 무릎을 꿇었다.


솨아아아아아!


강렬한 쾌감.

인간의 욕구가 가장 강렬한 느낌을 준다는 배설의 쾌감이었다. 특히 참고 참을수록 고통은 어느새 참을 수 없는 시원함으로 물들어 버리게 된다.

‘아......시..원...하다!’

오랜 동안 참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분출의 마지막이 되었을 때 영재는 망연자실했다. 남 앞에서 바지를 깐 것도 부족해 실례를 하고 말았다. 영재의 사전에 이런 경우는 없어야 했다. 무림이었다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유리관의 반 이상을 채웠다.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웃으셨다.

“우리 영재, 이제 많이 건강해 졌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아들은 오줌조차 힘이 없었다. 곧 죽을 것처럼 의식도 없이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아들은 의식을 회복했고, 활력도 있었다. 그것을 그녀는 느꼈다. 어머니이기에 자식의 상태를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하거라! 아들!”

‘내....일이라니!’

영재는 생리현상이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마 최소한 10일 이상은 어머니의 수발을 받아야만 한다. 지금도 이렇게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데, 또 다시 그런 굴욕을 당해야 하다니, 영재는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가 어리다고 해도 영재의 정신연령을 높다. 남궁천우의 나이 120살, 영재의 나이 18살을 더하면 138살이 된다. 그 나이에 바지를 계속 까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시라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영재, 천우가 이렇게까지 조급함을 느끼는 경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7일 후.

천우의 담당의사 김우영은 차트와 엑스레이, MRI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의사 생활 2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척주는 물론 목의 신경까지 손상을 입은 환자가 깨어난 지 7일 만에 일어나서 혼자서 식사를 하고, 대소변을 가리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직접 보고 확인하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내일 안에 산소호흡기를 떼야 한다는 판단을 받은 환자였다. 기적이라는 표현도 부족했다. 의사로서 아직도 인간의 무궁무진한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 보게 되는 김우영이었다.

김우영은 강영재의 어머니와 따로 면담을 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재군은 회복되고 있습니다.”

“다 선생님 덕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저희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영재군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강인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강인한 아이군요.”

“우리 영재는 강한 아이에요.”

강영재의 어미니, 이해연은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이 이제는 완전하게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에 감격했다.


작가의말

생각나는 대로 마음대로, 제가 쓰고 싶은 대로 휘갈기로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타가 마왕급입니다. 아무쪼록 사정을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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