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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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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2.10.29 16:04
최근연재일 :
2012.12.31 15:1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77,602
추천수 :
2,560
글자수 :
88,313

작성
11.09.19 15:25
조회
38,866
추천
186
글자
9쪽

고수 현대생활백서 10화

DUMMY

여인의 가슴을 만진다는 것은 그녀를 책임진다는 뜻이 된다. 영재는 이쯤에서 호승심을 지웠다. 귀찮은 일로 인해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이 어긋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시간이 제법 지났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거리는 밤이 되기가 무섭게 훨씬 환한 빛을 쏘아댄다. 휘양 찬란한 네온사인이 번쩍번쩍 거렸다. 눈을 두는 모든 곳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까지 섞여 귀를 아프게 한다.

한적함 선호하는 영재와는 맞지 않는 장소였다.

“아직 있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네.”

그녀들은 홍대의 한 클럽을 선택했다. 정문을 막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웬만하면 그냥 들여보내 준다. 특히 윤정, 보라, 해연처럼 퀸카에 드는 여인들은 환영이었다. 클럽의 급수를 1급수로 만들어 주는 여인들이니만큼 땡큐(Thanks)였다.

떡대의 시선이 그녀들을 지나 영재에게 향했다. 나이가 약간 어려보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못 들여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통과시켜 주었다. 게다가 여자를 셋이나 끼고 올 정도면 대단한 녀석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돈 잘 쓰는 부호가 클럽에 오는 것도 좋은 현상이었다.

‘부러운 놈.’

클럽내로 들어가자, 안에 입장료를 받는 카운터가 있었다. 이 클럽은 일인당 입장료가 평일은 1만원, 주말은 2만원이었다. 대신에 맥주는 무한으로 먹고 마실 수 있다. 단, 양주와 안주, 다른 음료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

영재는 계산을 해보았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 그러나 여기 클럽에서는 주말로 보고 있었다. 결국 2만원이라는 뜻이 된다.

‘써도 되는 돈이 3만원.’

자기 것만 내면 충분하다. 그러나 윤정, 보라, 해연의 돈을 함께 내면 초과한다. 어머니의 말대로 하기는커녕 초반부터 계속 얻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돈을 내기 껄끄러웠다.

‘어쩔 수 없군.’

돈이 없는데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들도 영재에게 돈을 내라고 할 생각은 애초부터 가지지 않았다. 고딩의 코 묻은 돈은 그녀들도 사양이었다.

그녀들은 적당한 테이블을 선택해 일단은 앉았다. 영재도 그녀들과 마주 앉아서 기다렸다. 그녀들은 스테이지 위의 현란한 음악과 조명에 리듬을 맞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유행이 많이 바뀌었네.”

“그러게.”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는 남녀는 굉장했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춤에 빠져 현란한 동작을 구사하고 있었다. 저들 모두 자기들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감이 없다며,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 수가 있다.

‘음악에 맞추어 반복동작을 하는 건가? 음! 저건 조금 다르군.’

항상 똑같은 춤을 추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환상적인 동작으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끄는 자들도 있었다. 온 몸의 관절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다.


빰아아아암! 빠밤!


윤정, 보라, 해연은 현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리듬을 타며, 요즘에 추는 춤을 몸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춤을 제법 춰본 그녀들답게 어느새 리듬을 탈 수 있었다. 이쯤에서 그녀들도 스테이지에 합류할 태세였다.

“영재야, 너도 올라올래?”

“저는 좀 더 관찰하겠습니다.”

“관찰 다하면 올라와라.”

“그러죠.”

영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번쩍거리는 조명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복잡함이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술이 당기는 군.”

우화등선을 하기 위해서 술을 끊었다. 그 기간이 10년이었다. 그리고 각성을 한 후에도 병원이었기에 술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이제야 겨우 술 향기를 맡았는데, 영재의 앞에 놓인 것은 그녀들이 주문한 특 대형 오렌지 주스가 놓여 있을 뿐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곤란하다는 것을 영재도 알고 있다. 몸에 알콜이 들어오면 아직은 완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어느 정도 몸 안에 남게 된다. 술 취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맥주는 다음으로 기약했다.

‘고욕이군.’

20분을 주기로 음악의 템포가 바뀐다. 그녀들은 템포가 바뀔 때 잠시 텁텁한 목을 축이기 위해서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맥주를 마시고 다시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너도 올라와.”

“알겠습니다.”

춤을 한 번 춰 보았다. 동작은 이미 다 외웠다. 무신의 예리한 안광은 춤꾼의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꿰뚫었다. 그리고 음악에 리듬을 탔다. 처음 추는 것치고는 굉장히 잘 추는 영재의 모습에 그녀들이 오히려 놀랐다.

“왜 그러십니까?”

“좀 놀았냐!”

“처음입니다.”

“그런데 무슨 춤을 이렇게 잘 춰!”

“아직 모자랍니다.”

“너 잘났다.”

영재는 대단하다고 보지 않았다. 단순반복동작에 불과한 춤이다. 무공의 술(術)과 기(氣), 심(心)을 체득한 영재에게 춤은 단순한 동작에 지나지 않았다. 영재는 춤의 진체를 파악해 완벽하게 자신의 몸으로 출 수 있는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음악에 맞춰 출수록 몸에 열이 나는군.’

영재에게 열은 활력소다.

시끄러운 음악이나 박자에 맞춰 춤을 추자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괜찮은 방법으로 적용이 되었다. 영재는 조금씩 동작을 바꾸었다. 몸이 원하는 동작으로 변화를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춤이 좀 더 자연스럽고, 멋을 풍기게 되었다.

“우리가 고수를 몰라봤어!”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구나!”

“그렇다고 10년 경력의 우리가 초보에게 질 수는 없잖아!”

그녀들도 지지 않았다. 한 때 ‘쓰리시스터스(Three Sisters)’라고 불리며 날렸던 그녀들이다. 고딩 초보 춤꾼에게 질 수는 없다며 몸을 거칠게 흔들어 재꼈다. 그녀들은 아슬아슬한 장면을 줄타기했다.


휘리리릭!


영재의 춤과 어울리는 그녀들의 춤도 대단했다.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면 스테이지를 장악해 버렸다. 춤을 추던 이들도 구경을 하던 이들도 그 모습에 빠져 들었다.

“와, 잘 춘다!”

“대단한데!”

사람들이 열광하고 환호성을 보냈다.

영재는 주변의 시선을 당연하게 받아들었다. 우러러 보는 시선 무신의 전매특허였다. 무림에서는 영재가 지나가기만 해도 그 일대의 무인이 보기 위해 몰려들었었다.

20분간의 쉬지 않고 춘 영재는 음악이 끝나는 그 타이밍에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녀들도 조금 숨이 찬지 함께 들어와 앉았다. 기복이 보이는 그녀들의 숨골에 땀이 맺혀 있는 모습이 이상적이기는 했다.

“이 녀석, 완전 춤꾼이잖아! 누나를 속인거야?”

“속인 적 없습니다. 저는 클럽이 처음입니다.”

“와! 이거 우리가 세계에 이름을 남길 천재적 춤꾼을 몰라봤구나!”

그녀들은 믿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초보자가 출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저만큼 추려면 재능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3년은 꾸준히 클럽에 출석 도장을 찍어야 한다. 자신들도 10년이 걸려 완성한 지금의 실력을 하루아침에 따라왔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숨도 차고 한 잔 하자!”

“그래, 건강한 내일을 위해!”

매일 클럽에 와서 죽을 칠 수는 없다. 일을 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위해서 그녀들은 클럽에 온 것이다. 여기서 모든 스트레스를 다 털어내고 돌아가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낀 영재는 난감했다.

‘12시가 넘으면 할증이 붙겠지.’

시외할증에 야간할증까지 붙으면 돈이 얼마나 나가야 할지 계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늦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신다.

“저는 9시에 갈 겁니다.”

“왜? 좀 있으면 피크야! 그거 다 하고 가야지.”

“어머니가 걱정하십니다.”

그녀들의 표정에 실망의 빛이 서린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아?”

“쪼잔 한 남자로 알고 있습니다.”

“마마보이라고!”

‘아닌가 보군.’

결혼해서 함께 살 남자가 마마보이일 경우, 여자는 십중팔구 피곤하다. 허구한 날 시어머니의 등쌀과 남편의 철없는 행동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상관없습니다.”

“대단한 마마보이 나셨다 그저.”

그녀들의 말도 맞다. 언제까지 어머니의 품에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육체적인 나이가 더 들고, 사회에 적응했을 때 해도 늦지 않았다. 미리부터 감싸주는 품을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영재다. 방패막이는 있을 때 소중히 여겨주어야 한다. 사라지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절대 못 가!”

“갑니다.”


작가의말

주말에 술마시고 술 병이 나는 바람에 정말 ㅠㅠ
애인이 있는 친구 자식의 염장질에 술을 퍼마신 것인 실수였습니다.
아직도 속이 쓰립니니다. 이게 속이 쓰린 건지, 마음이 쓰린 건지^^

아무튼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은 솔를 탈출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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