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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현대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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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2.10.29 16:04
최근연재일 :
2012.12.31 15:16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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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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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0
글자수 :
88,313

작성
11.09.26 21:54
조회
50,077
추천
259
글자
12쪽

고수 현대생활백서 14화

DUMMY

그때였다.


끼이익!


버스가 갑자기 멈추어 서며, 급브레이크(急-Brake)를 밟았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차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그 틈에 동생이 흔들리는 것을 영재는 보았다.

영재는 육체를 비스듬히 움직여 팔로 동생의 허리를 낚아 채 고정시키고 난 후 차가 멈추어 섰을 때 뒤로 돌아섰다.

민경은 넘어지려고 했었다. 그 때 갑자기 허리를 감싸는 감촉을 느꼈다.

‘소리 지를 뻔 했잖아.’

오빠라서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빠가 균형을 잡아 주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질 뻔 한 상황을 모면했다. 아니었다면 무척 난감한 꼴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급작스러웠지만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 든 민경이다. 그래서 오빠를 힐끔 돌아보았다. 오빠는 여전히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안 그래도 되는데.’

여고생의 마음을 갈대와 같았다. 좋을 때와 싫을 때의 감정선 너무나 예민하고 모호하다. 어느 쪽을 들어주어야 하는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영재는 동생의 변화와 상관없이 육체 수련에 몰두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줌마가! 운전을 발로 하는 거야 뭐야! 무슨 운전을 그 따위로 해! 그럴 거면 집에 쳐 박혀 밥이나 지으라고! 이래서 여자가 문제라니까!”

버스기사가 끼어든 승용차를 향해 쌍욕을 해대고 있었다.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욕의 총집합이었다. 듣고 있는 승객들 모두 거북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특히 여자들은 버스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하는 승객은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 어김없이 벌어지는 현상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행복하기를 빌게♬


영재의 휴대폰 멜로디가 울렸다.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낸 영재가 통화를 눌렀다.

“어쩐 일입니까?”

-어쩐 일은, 어제 무사했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한 거지.

“일부러 한 일이었군요.”

-아무 일도 없었어?

“엘리베이터에서 확인했습니다.”

-아! 아쉽다.

“용건 없으면 이만 끊죠, 버스라서 전화 받기 힘듭니다.”

-야박하게, 알았어! 다음에 시간되면 또 만나자 내 사랑! 쪽!

최윤정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지막 말이 걸리기는 하지만 특별히 이상하다고 여길 만한 것은 없다고 보았다. 영재가 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할 때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보라였다. 그녀도 어제 일이 궁금해서 전화했다면서, 다음에 만나서 즐겁게 놀자고 했다. 영재도 시간이 되면 그렇겠다고 해주었다.

보라의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해연의 전화가 왔다. 그녀도 잘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했다. 자신이 준 사랑의 키스가 행운을 줄거라는 쓸데없는 말까지 보탰다.

“한가한 모양이군.”

영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련하는데 집중했다. 그녀들의 전화로 인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고작 이 정도에 집중력이 흩어지다니, 내가 많이 나태해진 것 같구나.’

영재가 별 거 아닌 일로 넘어간 일이 민경이에는 대 사건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2014 지구멸망대재앙’ 보다 더 엄청난 사태라고 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오빠 같지 않다. 오빠는 인기 없는 소심남이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고백했다가 차였다며 집에 와서 질질 짜는 오빠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오빠가 여자를 만났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되었고 하루 안에 다 만난 것이다. 상황만 보면 엄청난 바람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다!’

민경이는 입이 근질근질 거렸다.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오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먼저 아는 체를 하면 지는 것이 된다.

민경이의 눈동자에 무심한 오빠의 모습이 잡혔다. 오빠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상에 있었다. 그녀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그런 오빠의 모습이 점점 얄미워지는 민경이었다.

‘흥! 분명 못 생겼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오빠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눈이 빼지 않는 이상 말이다.

‘돈을 노리고 접근 한 거 아닌가!’

여고생의 상상력을 정말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직접 물어보면 간단한 일을 크게 부풀리는 재주가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명신고등학교, 다음 정류장은.....


버스 안내양의 친절한 음성이 들렸다. 영재와 민경이를 비롯한 10명 정도의 학생도 명신고등학교의 학생들이었다.

버스가 서고, 내릴 때 영재는 버스카드를 찍었다.


-띠링! 99280!


택시비와 달리 엄청난 싼 요금이었다. 충전된 버스카드의 요금이 99280원이 찍혀 있었다.

‘왕복으로 타도 70번은 탈 수 있구나.’

택시할증요금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요금이다. 그 사실에 영재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오면서 지리를 봤는데,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10km정도는 아침 운동 삼아 가볍게 뛰어도 무방했다. 그 거리를 뛰고,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명신고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시간은 촉박하지 않았다. 영재와 민경은 여전히 거리를 두고 걸었다.

“민경아!”

“어, 수연아!”

동생의 친구 지수연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같이 한 친구인데, 외모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했다. 가끔씩 집에 찾아오기도 해서 영재의 얼굴을 안다.

“오빠한테 인사해야지.”

“하지 마.”

“왜?”

“그냥 이렇게 가.”

민경이가 말리자 수연이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영재는 스쳐지나갔다. 수연은 머뭇거렸지만 친구 오빠라 아는 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영재에게서 느껴지는 무심한 위압감에 움찔하며 물러서고 말았다. 영재는 시선한 번 주지 않고, 학교 정문으로 가고 있었다.

“너희 오빠 달라진 것 같아.”

“달라지긴 뭘?”

“아냐, 예전과는 달라 키도 더 컸고.”

민경이도 그제 서야 오빠의 뒷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오빠의 키가 부쩍 커졌다. 예전에는 자신과 비슷한 키였는데, 이제는 어느새 한 뼘 이상 더 컸다. 넓어진 등도 아늑하기만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나하고 비슷했는데.’

몸도 마음도 달라진 오빠의 모습이 민경이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운동장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개학 첫날 반 배정이 있기에 모여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8시 반부터 정해진 반으로 가서 서야 한다.

‘2학년 8반이라고 했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방 안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가는 영재다. 영재는 2학년 8반이라고 적혀 있는 곳으로 가서 섰다. 같은 반 학생들이 모여 있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영재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왕따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경우다. 왕따와 무(無) 존재의 중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영재? 설마 영재야?”

“그런데 왜 그러지.”

“몰라봤어, 와! 진짜 많이 컸다. 나도 크고 싶었는데.”

잘 모르는 조그만 녀석이 아는 체를 해왔다. 영재는 그저 형식적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나마 아는 녀석인가?’

과거의 영재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소심함이 절로 묻어 나온다. 정말 끼리끼리 놀고 있다는 말이 적절했다.

“이름이 뭐지?”

“나 몰라, 권오준이잖아.”

“오준.”

“3학년 때도 같은 반이면 좋겠다.”

권오준은 혼자서 다른 반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였다. 기세 자체가 죽어 있는 권오준의 모습에 영재는 고개를 가로지었다. 자신과 함께 하려면 최소한 자신을 지킬 의지를 갖고 있어야 했다.


툭!


뒤에서 누군가 권오준을 건드렸다. 툭하고 살짝 쳤음에도 불구하고 권오준은 앞으로 밀쳐졌다. 당황한 권오준이 뒤를 돌아봤을 때 고등학생치고는 큰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오랜 만에 보네.”

“어, 그래.”

권오준은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방학 동안에 밀린 세금을 좀 내야겠어.”

“알았어, 여기.”

권오준은 장동칠이 손을 내밀자 두말없이 돈을 내주었다. 미리부터 준비하고 일과의례처럼 건네고 있었다. 마치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발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님을 영재는 알 수 있었다.


스윽!


장동칠의 손이 방향을 바꾸었다.

영재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무심히 바라볼 뿐이다.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도 손에 내용물이 없자 장동칠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험악할 얼굴을 들이밀며 영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키 좀 컸다고 겁 대가리를 상실 했나 본데 나 장동칠이야! 장동칠!”

“.......”

영재는 답하지 않았다. 삼류무사만도 못한 애를 상대로 노닥거릴 만큼 무신은 한가하지 않다. 레벨차이가 너무 났다.

“이게 내 말을 씹네, 너 죽고 싶어!”

“시야 가리지 말고 비켜라.”

영재의 음성에 귀찮음이 서려 있었다. 그것을 장동칠도 느꼈다.

“뭐? 지금 뭐라고 했냐! 다시 한 번 지껄여봐라!”

“비키라고 했다.”

장동칠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2학년 내내 자신 앞에서 기도 못 피고 죽어 살던 녀석이 방학 동안에 겁을 상실한 것 같았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게 덜 맞아서 정신을 못 차렷..!”

주먹을 내 지르려고 했던 장동칠이 그 자리에서 못이 박힌 듯 딱 정지했다.

영재의 주먹이 장동칠의 명치를 찔렀다. 강하게 친 것이 아니라 혈을 자극할 정로로 힘을 줬기에 강한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저 숨을 약간 멈추게 했을 뿐이다.

숨이 턱 막힌 장동칠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영재의 손이 목을 잡고 있었다. 장동칠의 목을 잡은 영재가 작게 속삭였다.

“인간의 목은 유연하지만 때론 쉽게 부러지기도 하지.”

“뭐...야...켁!”

장동칠은 영재의 눈을 보는 순간 핏기가 사라졌다.

‘죽...는다!’

정말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장동칠은 이런 경험이 낯설었다. 이 시간이 너무 느리게만 지나갔다. 억겁의 공포와 맞먹는 충격이었다.


착!


꽈당!


영재가 손을 놓자 장동칠은 다리에 힘이 풀려 땅 바다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널브러진 장동칠을 영재가 내려다보았다. 영재와 눈과 마주친 장동칠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감히 마주할 수 없다는 공포가 심어졌다.

“덤비고 싶다면 덤벼도 좋다. 단 그때는 지금처럼 끝내지 않겠다.”

봐주는 것도 한도가 있다. 학생이기에 이 정도 선에서 끝을 내는 것이다. 무림이었다면 자신 앞에서 이런 건방을 떨고 살아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무림은 제 주제를 모르는 자에게 가혹한 세상이었다.

“영재야! 대단하다!”

“너도 아는 체 하지 마라.”

권오준이 다가서자 영재가 선을 그었다.

“왜 그래, 영재야?”

“겁쟁이와 친구할 마음 없다.”

“하지만! 나는...”

“나한테 변명하지 마라.”

영재는 남의 사정을 일일이 들어주는 성격이 아니다. 할 말이 있다면 스스로 일어나 당당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 저항할 의지조차 없는 자와 친분을 나눌 영재가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과 연을 맺고 싶다면 이길 수 없다고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안해 영재야!”

“일어설 수 있다면 그때 와라.”

세상이 의지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영재도 안다. 그러나 의지조차 없는 자를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영재의 협이 아니다. 함께 서고 싶다면 결심의 증거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권오준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장동칠은 공포가 사라지자, 분노가 치솟았지만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씩씩 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재는 관심을 껐다. 중요한 일도 아니고 사소한 일에 일일이 관심을 가져줄 정도로 영재는 세심하지 않다. 그저 한 번 지나쳐 가는 과거의 편린에 불과했다. 대단한 무관심이었다.


작가의말

한 편 더 올립니다.
좋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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