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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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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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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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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79. 검은 용 레이드Raid(3)

DUMMY

라이엔의 인도에 따라 두 마리의 매가 선회를 했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나는 두 마리였다. 창천蒼天은 매의 것이다. 매가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사나운 두 마리 조류가 가장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는 그러하다. 두 마리가 높게 날아올랐다. 방향을 바꾸면서, 나선형의 탑을 올라가듯이, 빙 둘러서 고도를 높인다.


검은 용은 아래로 떨어졌지만 움직이는 건 정반대로 가야 했다. 섣불리 다가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크워어어어어.”


용은 멍청한 신음을 내뱉는다. 울 때마다 쩌렁쩌렁하게, 나무들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용의 괴성은 그런 종류였다. 산흙벌레의 이름에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리만이 아니라, 길다란 그 몸 전체가 떨어대는 느낌이었다.


릿샤가 퍼뜨린 공격은 곧 독과 같이 검은 용의 몸을 침식해나갔다. MP 입자들 하나하나가 명확한 공격 의사를 가지고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갔으니, 거진 세균 병기라고 보는 편이 좋을 정도였다. 불길의 모습을 한 말이다.


그러나 그 공격이 검은 용을 완벽하게 침묵시키기에는 한참이 부족했다. 릿샤의 불길과, 최초로 날렸던 한기의 여력이 거진 다 사라졌다. 그 동안 맹렬하게 가동되어 바깥으로 위력을 투사하려고 애를 쓰던 검은 용의 MP들이 가로막혀 있었다. 이제야, 릿샤의 MP가 세를 잃고 하나 둘 씩 죽어가자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푸른 기운이 검은 용의 주변으로 뻗대기 시작했다. 그 육중한 몸뚱아리에 깔려 있는 잡초나 수풀, 나무 따위로 기운이 다가간다. 어둡고, 무겁고, 또 강력한 기운이었다. 몸이 닿지도 않았지만 미리 물체들이 조금 밀려났다. 검은 용이 움직이기에 아주 편하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길을 깔아주는 느낌도 든다.


왕이 길을 갈 때, 그 행차를 막지 않으려 선두가 애를 쓰면서 길을 뚫지 않겠는가. 검은 용은 왕이었고, 그것이 다스리는 MP는 군주를 섬기는 신하들이었다. 달리 이야기하면 그만한 규모가 되었다. MP들을 군대나 사람의 집단으로 비유했을 때, 그만한 숫자가 되었다. 릿샤의 것은 완벽하게 정제되어 있었고, 검은 용의 입장에서는 지독한 악의를 품고 달려들은 정병들이었으나 숫자에는 당해내지 못했다.


뛰어난 MP술사들은 같은 양의 AMP를 가지고도 단위 에너지당 훨씬 많은 일을 해낸다. 자연계의 법칙을 그만큼 잘 이해하고 있기도 했고, 현상과 현상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거진 완벽하게 파악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검은 용은 그런 영리함에서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본능에 의해서 MP를 사용하고 흩뿌릴 뿐이었다. 프린스 오브 고블린이 그랬듯 말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검은 용이 MP가 그것의 육체를 복구해냈고, 다시금 외피에 흐르면서 방호 능력을 되찾았다. 최초의 일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다운되었던 장갑이 복구된 셈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용을 상대로 제냐와 최태현이 그간 최대한 많은 연격을 날렸지만, 릿샤가 해낸 것만큼 큰 일을 해내지는 못했다. 릿샤 애드윈 역시 고도를 높이면서, 앞으로 길게 점프를 하고 땅바닥에 처박은 것과 같은 검은 용에게서 직선 거리를 늘렸다.


제냐와 호아킨은 슬슬 마음을 먹어야 했다. 돌입의 때에 대해서 말이다. 제냐가 먼저 전음 아티팩트를 통해서 중얼거렸다.


[아, 아.]


그건 다른 이들에게도 들리는 소리였다. 채널을 구분하자면 사소한 조작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리 많은 인원도 아니었고. 아티팩트를 제대로 발동하지 않은 릿샤에게도 희미한 소리가 흘러 들어간다. 반지의 형태로 있는 아티팩트를 발동시키면 릿샤 역시 발화자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아직은 다른 이들에게 전음의 끈을 달아두었기에, 듣는 것만 그것으로 하고 말은 자신의 스킬을 쓸 테였다.


제냐의 음성이 물론 라이엔에게도 들렸다. 고개를 처박고 있는 라이엔의 귓전에 사내의 음성이 흘렀다. 최태현은 시야를 집중하면서, 고도를 높이가 제대로 위치를 잡으려는 썬더스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자철시를 날려대고 있었다.


피유우우우. 하고 고성을 내면서 몇 개의 화살이 연달아서 날아가 박는다. 그대로 거대한 몸뚱이 한 곳 한 곳에 꽂혔고, 이미 거리가 떨어져서 잘 보이지도 않는 흔적을 남기면서 파고든다. 그 내부에 다시 최태현의 MP가 폭발을 일으키면서 데미지를 입혔지만··· 영 견적이 나오질 않는 사이즈였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처리를 한담.


최태현은 썬더스의 등 위에서 생각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매 덕분에 그의 긴 머리칼이 뒤로 흩날렸다. 백룡각궁을 쥔 손은 그립이 단단했고, 바로 앞에 눕혀 놓은 전통 역시 흔들림은 없었다. 라이엔은 중얼거렸다.


[수신 양호.]


군대 따위의 집단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는 그녀였지만. 무전기는 일을 하다가도 종종 사용을 했다. 여러 물건들을 취급하고 유통시키는 회사에 다니는 그녀다. 외근 까지는 아니고, 근거리에서 사수들과 연락을 취하며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자주 무선 통신을 했다. 그 때 쓰던 단어가 입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녀의 대답에 제냐는 말을 뱉는다.


[어, 호아킨과 저는 슬슬 돌입해야겠습니다. 저희가 일할 때로군요. 놈이 허공에서 춤을 췄다면 저희가 할 일이 조금 없었겠는데. 지면 위로 올라갔으니···. 브라운을 내려 보내 주십시오. 두 명이 어그로를 본격적으로 끌 겁니다.]

[그거 참 죽으려고 환장한 소리처럼 들리긴 하지만, 알겠습니다.]


라이엔은 사족을 덧붙였다. 게임 오버를 당하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닐까. 자신이라면 브라운의 뒤에 매달려서 공격을 피하기만 간절히 바랐을텐데. 저 괴물에게 도리어 다가가겠다니. 마땅히 수도 없지 않은가. 거진 살아 움직이는 건물, 혹은 그 이상의 위용을 보이는 놈이었는데. 초인이라고 하더라도. 별다른 공격 수단이나 있을까.


아직 이 파티원들의 본색과 밑천을 다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일단 그녀를 파티로 이끈 리더의 말에 따른다. 잘못 된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아니라 두 사람이 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라이엔은 후방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네 명이 죽더라도 빠져나갈 심산이었고.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면 못들어줄 것은 없는 모든 요구들이다. 브라운의 목숨이 아깝기는 하지만. 브라운에 탄 채로 검은 용의 어그로 관리를 하겠다는 의견보다는 훨씬 상식적인 전략 전술이었다. 오로지 브라운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땅을 기는 뱀, 혹은 지렁이였지만 그 크기와 날렵함, 괴상함이 상식적인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검은 용을 뱀에 비유했을 때 나비나 파리 정도의 느낌인 브라운이니 몸짓에 한 번 휩쓸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으리라.


불확정적인 탈 것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딛고서 싸우겠다는 의견은 베테랑들의 그것이었다. 사실 최악의 경우라면, 제냐와 호아킨은 공중전을 벌일 생각마저 했었다. 검은 용이 계속해서 대가리를 꼿꼿에 세운 채, 그 길다랗고 거대한 몸뚱이를 이용해 상공을 노린다면 그대로 그 위에 올라 타서 공격을 해댈 생각 말이다.


이미 상공 백 여 미터 이상이라면 상당한 공중전이었다. 뱀의 몸뚱이를 밟고 있더래도. 제냐도 호아킨도 기력술은 익힐만치 익힌 술사들이었고, 수직 보행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터득했다.

호아킨 팍스 역시 변신술이라는 초상술에 집중하고 있기에 다소 성취가 느릴 뿐이지, 제냐와 비교해서도 전투 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당장 몇 달 전이라면 제냐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고.

그렇게 따져보니, 제냐의 성장세가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다. 호아킨과 릿샤 역시 랭커의 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재능가들이었는데, 제냐 킴이라는 인물은 단박에 게임의 핵심으로 들어갈만치 말도 안되는 성장 속도를 계속해서 보이고는 있다.


현재, 이미 랭커의 이름을 달고 플레이를 하는 중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좋을만한 속도였다.


제냐는 누군가와 겨룬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온전히 자신의 집중력을 다 발휘할 수 있으면, 그 뿐이며 좋았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깔끔하고 평온한가.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지금은 검은 용이었다. 추정 레벨은 몇이 될까. 네임드 몬스터들은 레벨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캐릭터들과는 스펙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만 잡고자 하는 이들의 적정 레벨이 주어지기는 한다. 확실하게 100은 넘어야했다. 그리고 이런 소수로 덤빈다면, 고수급들 중에서도 중견에 속하는 이들이 와야만 했었다. 레벨이 100이 넘고, 비기祕機라고 할만한 무언가를 밑천으로 연마한 작자들이나 도전해볼 법하다.


라이엔은 군소리를 더했지만 충실히 제냐의 의견을 수용했고, 썬더스는 올라갔으되 브라운은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속으로 내리꽂힌다. 순식간에 방향이 바뀌었다. 라이엔의 실력은 확실히 일품이었다. 제냐는 그녀의 컨트롤에, 자신이 사람을 잘 뽑았다고 느꼈다. 실력자를 찾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건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연륜을 가진 이라고 하더라도 자주 실패하는 법이었고. 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엉망의 실력과 인격을 지니고 있는 동료를 고를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라이엔은 충분히 당첨패다. 브라운의 유려한 방향 전환과 급강하의 빠른 기세를 맞바람으로, 또 중력으로 느끼면서 제냐는 확신한다.


제냐의 앞에는 호아킨이 앉아 있었다. 그 역시 제냐의 말을 들었다. 어차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확정적인 전략은 없었어도, 이럴 경우에는 이렇게 움직여야만 한다, 는 법칙 따위는 공유하고 있었다.

전술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실전에서 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들은 팀이었고, 한 호흡으로 움직인다. 내리 꽂히는 브라운.


갈색의 매가 직선으로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


아니, 여긴 지구는 아닌 그저 닮은 행성이었고, 그 위의 콘란드 대륙이다. 그리고 다시 그 위의 데슈칸 산맥의 어느 봉우리. 그 경사면과, 숲. 가장 위에는 검은 용이라는 마물이 몸을 누이고 있었다.


지면을 부수고 그 내부로 파고들 생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쾌한 직진 강하였다. 가속력은 최고조였고, 호아킨은 전음 아티팩트를 통해서 입을 연다.


[들이 박는구만, 리더.]

[부수고 찢고 죽입시다.]

[성격 파탄자같은 말을 하네.]


차례로 호아킨과 제냐의 대화였다.


최태현이 거들었다.


[그러고 단박에 게임 오버 당하면 우스운 꼴인 거 알죠, 둘 다.]


최태현은 제냐에게는 반말을 하지만, 다른 둘에게는 적당한 존대를 섞는다. 말은 어설프지만 거리감은 확고하게 잡혀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고, 심지어 현실에서 본 것도 아니었지만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다. 서로의 캐릭터Character에 대해서 확고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인격과 관계에 있어서 선도 어느 정도 지키고 있었고 말이다.


[몰라, 간다.]


제냐는 최고조로 집중한 시기, 또 위험한 순간이 되자 최태현에게 편하게 말을 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지인이어서, 가끔 편하게 말이 나오기도 한다. 어색한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은 어설픈 청년이었음에도 말이다.


말은 끊겼고,


전투기가 그대로 급강하를 하며 지면에 들이박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G와 맞바람의 압력을 받으면서 두 명의 초인이 적당한 시점이 되어, 그 위에서 뛰었다.


버클은 미리 풀고 있었다. 말했듯, 예정된 일이었고 계산된 동작들이었다. 검은 용이 릿샤에게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다운이 되고, 지면으로 향했을 때의 움직임은 몇 차례 연습을 거친 뒤였다.


달칵거리는 소리가 혼란의 와중에 났다. 귀로 그걸 자세히 듣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좋은 귀를 가지고 있는 제냐와 호아킨임에도. 그 정도로 주변이 시끄러웠다. 여전히 검은 용은 울부짖는다. 자신이 아직도 많이 여력이 남았고, 여전히 위협적인 맹수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숨통을 압박하고, 힘을 빼기 위해서 두 사내가 가고 있는 것이다.


호아킨이 먼저 멀리 뛰면서, 변신을 했다. 변신술사의 공격은 변신을 하고 나서 가장 강력한 법이었다. 그동안 새로운 폼Form을 많이 익혀 오지는 않았다. 새로운 스킬이나 아티팩트를 익히는 것처럼, 변신 폼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한 종류의 몹, 동물들을 잡고 변신술의 가짓수를 늘리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했던 일들과 결이 비슷하다면 빌드 업 시키는 데 편안한 걸 부정할 수 없었다. 호아킨은 순식간에 거대한 사자로 변했고, 그건 이전에 변했던 그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몸뚱이였다. 그의 변신술을 돕는 ‘변신술사의 지혜’라는 유니크 스킬이 발동을 했다. 그동안 고수급에 다다르기 위해서, 스펙 업을 했고 또 수많은 공략법들을 탐구하면서 스킬들을 익혔다.


엄연히 본업이 있었고 현실에서의 삶이 있는 양반이었지만, 비련의 시나리오에 임하는 자세 또한 제법 진지했다. 고작해야 게임인데 말이다. 그 게임이 참 즐거웠다. 그리고, 옛 트라우마를 이길 수 있게도 해주었다. 그 스릴 속에서 그는 전장으로 돌아온 듯한 감각을 느낀다. 전장은 그에게 끔찍한 기억을 주었지만, 그는 상처가 있을 때 그걸 헤집으면서 이겨내는 편의 인간이다. 육체적으로 거한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철혈의 면이 있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호아킨을 깊이 아는 자들은, 그의 피지컬보다는 멘탈이 훨씬 더 견고하고 강력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가 전장에서 호흡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주로 그런 사내들이었다. 개중에서 일부는 죽고, 일부는 다쳤고, 일부는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나갔다.

호아킨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부류였고, 아주 심하게 다쳐 트라우마나 깊은 병과 부상을 앓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도 충분히 이해를 했다. 그들의 고통스런 삶이 자신의 것인것만 같아서, 그들을 만나거나 혹 떠올릴 때면 가슴이 시큰거렸다.


이미 시큰거릴 구석도 없는 가슴임에도 그렇게 느껴진다는 게 참으로 지독한 병이었고, 이렇게 간접적으로 가상 전투에 몰입하는 그 순간에 호아킨은 자신의 내면에서 주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캐릭터는 검은 용과 싸우고 있었지만, 호아킨 팍스라는 인물은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괴물 사자. 변신술사의 지혜는 ‘외형 대변신’ 스킬을 ‘유사 변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곧, 거대한 사자의 몸뚱아리를 하고 있을 때 변신술사가 느끼게 되는 이질적인 간극을 줄여주고, 스펙적으로도 그와 흡사한 위력을 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혜’라는 명사가 끝에 달려 있었지만 가장 단순하게 파괴적인 물리력을 증대시켜주는 스킬이었다.


아마 호아킨이 거대 사자로 변신을 해서 그럴 테였다. 정신력 스텟들이 많이 필요한 분야의 변신폼을 다룬다면, 그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특성들이 찾아올 테였는데.

유니크 스킬의 모든 스킬적 효과가,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변화가 되었다. 호아킨은 한 마리 금색 사자가 된다. 갈기가 달려 있는 멋들어진 놈이다. 그리고, 괴물이었다. 어떤 사자도 트럭만하지는 않다. 체고가 3미터에 달했고, 그에 정비례하는 체장과 폭을 가진 거대한 무언가다. 사람이 그 앞에 선다면 인지 부조화가 생길법한 꼴이었으나, 그 거대함에 지지 않는 날렵함으로 사자 한 마리가 추락했다.


입에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들고 있던 거대한 양날 도끼를 물었다. 사자의 아가리는 물고 뜯고 씹는 힘이 강했지만, 그것을 사용해서 도끼날을 휘두른다면 더욱 큰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초상술사이자 동시에 기력술사인 호아킨은 기력술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중급 기력술3의 스킬 레벨이 8이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고, 스킬 수준의 형용사로 전문가Expert라면 어느 정도는 통달했다고 봐도 좋은 수준이다.


검기를 다루지는 아직 못하지만, 이전에 제냐가 그러했듯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서 절삭력과 파괴력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초상술사로서 가지는 방대한 MP를 마구잡이로 퍼뜨리는 방식 역시 가능하다.

초상술과 기력술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호아킨은 신체 강화용의 버프 스킬을 쓰는 초상술사처럼, 자신의 MP를 다소 소모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치 마구잡이로 흩뿌리며 사용했다. 거대한 괴물 사자의 전신에 힘이 감돌았고,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은 초월적인 사자가 도끼날과 함께 검은 용의 등허리를 길게 벤다.


떨어져 내리는 운석같은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더해주었던 브라운의 덕에, 더욱 효과적인 낙하를 할 수 있었던 건 덤이다.


콰아아아-앙!


호쾌한 소리와 함께 검은 용의 등허리 한 구석을 박살내면서 도끼날이 깊이 파고들었다. 그 곧바로 뒤를 제냐가 이어 달린다.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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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215. 살수조 모집 24.03.11 17 1 16쪽
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8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19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3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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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3. 가즈아 24.01.03 1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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